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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소득 적은 MZ세대, 왜 소비-투자엔 과감할까

박세영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Based on “Portfolio Choice with Sustainable Spending: A Model of Reaching for Yield?”(2022) by J. Y. Campbell and R. Sigalov i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43: 188-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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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개성이 강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는 세대로 꼽히고 있다. MZ세대 10명 중 8명은 본인이 ‘가치 소비자’라고 밝혔는데 여기서 ‘가치 소비’란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맞는 제품을 과감하게 소비하는 방식을 말한다.1 과연 소비만일까? MZ세대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라는 기존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활용해 가상 자산과 대체불가토큰(NFT), 리셀테크·아트테크·뮤직테크 등 새로운 투자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2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MZ세대가 주도하는 금융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자산과 소득은 적은 반면 과감한 투자와 소비에 적극적이고, 저축보다는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연구진은 명목 수익률(Nominal Return)은 일정한데 실질 수익률(Real Return)이 하락하는 경우 어떤 상황에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익을 높이려고 하는 수익 성취(Reaching for Yield)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를 규명했다. 구체적으로 수익 성취 현상은 지속가능한 소비(Sustainable Spending)를 통해 효용(Utility)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에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MZ세대의 고위험·고수익 투자 선호 현상을 좀 더 깊이 고찰할 수 있는 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에 따르면 개인의 소비는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벌어들이는 소득의 총합, 즉 항상소득에 의해 좌우된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과 사회초년생을 포함한 젊은 MZ세대는 상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벌어들이는 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항상소득가설에 따르면 MZ세대는 한 단위 자산 또는 소득 증가에 대해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저축을 통해 항상소득을 증가시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택이 합리적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추가적인 수입에 대해 얼마만큼을 더 소비하고 저축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이해될 수 있다. 항상소득 가설에서는 이 한계소비성향이 일정하기 때문에 자산과 소득이 적은 경우에는 소비보다는 저축을 더 선호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가설로는 현재 자산과 소득의 크기에 관계없이 가치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의 소비 방식을 설명할 수 없다.

한편 경제학에서 효용함수 극대화 이론(Utility Maximizing Framework)은 개인의 행복을 효용을 통해 측정하고, 위험회피 성향(Risk Aversion)에 대응하는 효용함수를 만든 후 개인 행복의 크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의사결정 전략을 도출한다. 대표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은 효용함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포트폴리오 이론(Optimal Portfolio Theory)을 개발한 바 있다. 최적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위험 투자 비중은 크게 위험회피 성향과 샤프 지수(Sharpe Ratio)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샤프 지수는 위험한 단위를 감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 즉 수익률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험회피 성향이 작은 개인의 경우 위험이 크더라도 더 높은 수익률이 담보된다는 전제가 있으면 위험 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위기 상황에서는 똑같은 위험 프리미엄이 보장된다고 할지라도 실질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이자율(Real Interest)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기보다는 안전 자산에 저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MZ세대가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본 연구는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는 경제 상황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려고 하는 수익 성취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소비를 통해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 수익 성취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자는 매 시점에 본인이 구성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제공할 수 있는 기대 수익률만큼의 소비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이렇게 매 시점 투자자가 얻게 되는 수익률만큼의 소비 수준을 실현하게 되면 투자자는 미래의 소비 수준을 크게 증가시킬 수는 없지만 현재 만족스러운 소비를 할 수 있다. 미래에 더 큰 효용을 얻기 위해 현재 저축을 하고 미래의 큰 소비에 대비하려고 하는 예비적 소비(Precautionary Consumption)와는 상반된 이론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투자에 대한 실질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매 순간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조건 아래 지금 만족스러운 소비를 하고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최대 효용을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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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한창 화제가 됐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의 궁극적인 핵심은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에 있다. 어쩌면 당장 소득 수준이 낮고 보유한 자산이 적다고 해서 무조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고 하는 기존의 보수적 소비 방식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무작정 소비를 줄이고 저축만을 고집한다면 먼 미래에는 행복을 가져다줄지 몰라도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수준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어진 현재를 만족스럽게 누릴 수 있는 적정한 소비가 필요하다. 또한 위험에 직면하고 도전해서 수익을 성취할 수 있는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더 큰 소비를 기대하며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소비를 통해 지금의 최대 행복을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내려보자.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에 MZ세대는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와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설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박세영 |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seyoung.park@nottingham.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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