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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버스(Foodieverse)

‘3∼9월만 여는 냉면집’에서 배우는 디마케팅

강보라 | 367호 (2023년 04월 Issue 2)
편집자주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 ‘푸디버스(Foodiverse)’ 코너 연재를 시작합니다. 푸디버스는 열정적인 음식 소비자를 지칭하는 ‘푸디(Foodie)’와 ‘세계(Universe)’를 합친 말입니다. 미디어문화를 연구하는 푸디 강 전문연구원과 함께하는 미식 세계 탐험에 DBR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현재 미식은 거대한 산업의 일부이자 미디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습니다. 미식을 미디어와 대중문화 관점에서 분석하며 미식이 가진 문화적·산업적 파급력과 가치를 소개합니다.

Article at a Glance

오늘날 ‘맛집’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인플루언서의 광고 효과를 기대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업주들은 막대한 온라인 마케팅 비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3~9월만 영업하는 남원의 냉면집, 금요일만 문을 여는 구례의 순대국밥집 등 판매를 제한하면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맛집들도 있다. 현대적인 마케팅 믹스 관점에서 이러한 맛집들은식당 종사자들이(People)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교한 수급 계획을 세워(Process) 고객에게 실질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Physical Evidence)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분별한 마케팅 전략이 팽배하는 지금의 미식 업계에선 마케팅 문법에서 벗어나는 디마케팅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푸드 인플루언서가 띄워주면 맛집이 된다. 여러 인플루언서가 집중적으로 포스팅을 하면 이름 모르던 식당도 어느새 맛집이 돼 있다.”

지난 2월 말, 맛집을 소개하고 직접 요리도 하는 유명인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푸드 인플루언서와 맛집 간의 공조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인플루언서의 광고 효과에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실제 가보면 맛집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에 동의하는지와 별개로 평범한 식당이 ‘맛집’이 되는 과정에 대한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음식점 마케팅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단 푸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외식업에 있어 마케팅은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배달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층 세분화된 마케팅 기법이 일상을 파고든 것도 한몫했다. 블로그나 업체 등록 서비스에 리뷰와 별점 등을 관리하는 방식에서부터 인플루언서의 채널을 통해 광고성 포스팅을 올리는 방식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골자는 음식점과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생성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 있다. 그럼으로써 업소 홍보는 물론 이벤트를 알리거나 팔로워와 같은 잠재적인 관심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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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에서도 (온라인) 마케팅은 한층 강조된다. 소위 말하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측면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특정 플랫폼 안에 머물도록 만드는 것이 곧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푸드 인플루언서를 앞세워 맛집으로 둔갑시키는 방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소비자들이 주로 머무는 플랫폼에서 특정 식당에 관한 정보가 부각되게끔 강력한 스피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으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까지 마케팅의 영역이 확장되다 보니 부담이 가중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음식점 운영에 있어 마케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간주된다. 과열된 외식 업계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마케팅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도가 없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온갖 마케팅에 총력을 쏟아붓는 것이 성공적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일한 길일까? 일반 음식점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맛집’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더욱 그래야 하는 걸까? 유례없이 마케팅이 강조되는 이때에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 경험의 관점에서 마케팅의 본질을 되묻게 만드는 몇 가지 사례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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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시내에 위치한 한 냉면집은 매년 3월부터 9월까지만 영업을 한다. 본디 냉면은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이라는 말이 있긴 해도 실질적으로 냉면을 찾는 손님이 적어지는 추운 계절엔 과감하게 문을 닫는다. 식당이 문을 닫는 시기는 남원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계절과도 일정 부분 겹친다. 비수기에는 언제 방문할지 모르는 소수의 손님을 기다리기보다 운영을 쉬고, 그 외의 기간에 다시 운영을 시작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이와 달리 전남 구례의 한 순댓국집은 매주 금요일 단 하루만 장사를 한다. 일명 ‘금요순대’로도 알려진 이 식당의 메뉴는 순대와 순대국밥 두 가지로 단출하다. 평소에도 찾는 이가 많지만 오일장과 겹치는 날이면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문을 닫는 날에는 무엇을 하시냐는 질문에 재료 준비로 바쁘다는 사장님의 답이 되돌아온다. 금요일 하루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나머지 6일 동안 문을 열지 않고 준비에 매진한다는 설명이다.

두 식당은 분명 비수도권 소도시에 위치했다는 조금 특수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수익을 최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과 차별화된 사례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흔히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 개념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마케팅의 주요 요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앞선 두 사례를 이와 연관 짓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1  

전통적으로 마케팅 믹스에서는 마케팅의 주요 요소를 제품(Product), 가격(Price), 장소(Place), 프로모션(Promotion)으로 꼽는다. 이를 줄여 4P라고 일컫는데 마케팅을 둘러싼 환경이 현대화되면서 여기에 3가지 요소가 덧붙여져 7P로 확장됐다. 새롭게 등장한 요소로는 사람(People), 프로세스(Process), 물리적 증거/근거(Physical Evidence)가 있는데 7가지 요소를 얼마나 잘 융합시키느냐에 따라 표적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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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마케팅 믹스의 7P에서도 사람, 프로세스, 물리적 증거는 오늘날 마케팅 환경에서 한층 중시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실질적인 구성원이 누구이고, 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업 문화가 어떠한지를 묻는 것은 기업 내부 입장에서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기업과 그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또한 제품, 서비스가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과정을 밟고 있는지, 이에 대해 고객과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지는지를 따지는 프로세스도 최종적인 결과물(Product)만큼이나 큰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고객에게 전달되는 물리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고객의 감각에 남은 흔적이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믹스의 현대적 3P를 앞선 두 음식점 사례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우선 첫 번째 P, 즉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 두 식당의 구성원들은 제한적인 기간에만 운영을 하는 덕에 상대적으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운영 시간이 다른 식당에 비해 짧기 때문에 서비스에 집중하는 일도 한층 수월해진다. 식당의 경우 사람에 의해 음식을 전달하기 때문에 서비스 또한 음식이라는 제품 경험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관점에서 음식점의 구성원들에게 주어지는 충분한 휴식 기간은 고객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P에 해당하는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두 식당은 각각 1년에 7개월, 일주일에 하루라는 확고한 운영 기간에 대한 방침 덕에 비교적 명확한 수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 결과 음식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확률도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P인 물리적 증거의 관점에서 볼 때 고객의 만족도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 두 식당으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간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객에게 특별함을 느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두 음식점 사례는 일면 전형적인 마케팅으로부터 벗어난 디마케팅(Demarketing) 전략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디마케팅은 기업이 의도적으로 고객의 수요를 줄이는 기법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동시에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의 유지가 중요한 명품 브랜드가 디마케팅 전략을 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 향상 외에도 술이나 담배와 같이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또는 전기와 같은 자원의 절약이 필요한 때 디마케팅 전략이 동원된다. 이 개념을 정립한 필립 코틀러와 시드니 레비에 따르면 디마케팅은 3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같은 디마케팅의 맥락에서 두 식당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한편 품질 관리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모순적이지만 마케팅의 정도에서 벗어남으로써 대안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은 것이다. 특히 소비자 경험의 관점에서 볼 때 디마케팅과 같은 탈마케팅 전략은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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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희소성을 부각해 소비 욕구를 증대시켰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음식점이 내걸 수 있는 희소성은 대개 기간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특정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메뉴를 선보이거나 하루에 한정된 양만을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다른 한편으로 희소성은 입소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일상의 전시가 중요해진 시점에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별한 기회에 대한 소문은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음식점에 대한 기대 가치가 높아짐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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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두 식당의 사례는 소비자가 소비 경험의 과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의 소비 경험은 음식과 서비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전후의 맥락은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만 문을 여는 식당’이나 ‘매주 금요일에만 맛볼 수 있는 국밥’의 경우 제한적으로 허락된 기회에 도달하는 여정까지도 소비 경험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같은 소비 과정에 대한 인식은 소비 경험을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한편 잠재적 소비 욕구를 다시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관점에서 두 사례는 운영 철학에 대한 공감과 권위를 이끌어낸다. 물론 단기간에 일회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운영 방식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기간 일정한 영업 방침을 이어가면서 품질을 유지한다면 식당 자체의 철학적 바탕으로써 소비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갈수록 ‘이유 있는 철칙’을 고수하는 음식점을 찾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엔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뚜렷한 목적 없이 당장의 성장만을 위한 마케팅은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무분별한 마케팅 전략으로 발생한 여러 문제를 성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뿐 아니라 사회와 기후 환경까지 포괄하는 관계적 사고가 요청되기도 한다. 두 식당 사례처럼 한 그릇의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단계별로 개입하는 요소가 종합적으로 어떤 흐름 안에 배치되는지 고려한다면 탈마케팅도 얼마든지 나름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되뇌는 누군가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 강보라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필자는 미디어문화연구자다. 맛있는 걸 먹기만 해서는 치솟는 엥겔지수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여겨 음식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소비와 젠더』 『AI와 더불어 살기』 등을 함께 썼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하는 『한류백서』에서 ‘음식한류’를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으로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 중이다.
    b-hin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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