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기꺼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 팬데믹 동안 활성화됐던 온라인에서의 모임은 점차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인천 영종도에 대규모 오프라인 복합 리조트가 새로 문을 여는 등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뻔한 오프라인 공간과 마케팅으로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갈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오프라인 공간의 미래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계속돼야 한다.
8월의 마지막 날,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도쿄의 지인과 일본 지사의 동료가 각각 한국에 입국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몇 년간 만날 수가 없었던데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서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비자도 필요하다는 소식도 있었던 터라 같은 날 동시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뭔가 의아했다. 그렇게 애써서 와야 할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두 사람 모두 9월2일부터 열리는 ‘프리즈 서울’ 행사에 방문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것이었다.
도쿄의 지인에게 “굳이 아트페어 하나 참석하려고 타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냐”고 물었다. 그러자 명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유럽의 유명 갤러리들을 도쿄에 유치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본과 가까운 곳에서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한꺼번에 모여 페스티벌을 한다니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을까.”
실제 체감은 이보다 두 배 이상은 되는 듯했으나 공식 집계로는 7만 명.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아시아 최초로 개최됐다는 프리즈 서울의 방문객 수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한 기업 대표 역시 이 행사의 여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프리즈 서울이 열린 주간 동안 서울은 분명 국제도시였다. 강남의 주요 호텔 라운지, 위스키 바 등에는 아트페어를 찾은 외국인들과 그들의 국내 지인들이 모여 밤마다 이 행사에 대해 얘기 나누느라 바빴다.”
아트페어의 목적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Z세대인 회사 직원 역시 이 행사를 다녀왔다. 그는 세계적인 명품 시계 회사 CEO까지 온갖 유력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고 했다. Z세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아트페어는 단순히 그림을 보기 위해 가는 것만은 아니다. 미술 작품은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트페어에 직접 방문하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감탄 소리를 듣고, ‘쿨’ 하고 ‘힙’ 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나는 이런 문화를 아는 사람’이라고 홍보하는 일종의 문화적 과시욕까지 만끽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MZ세대들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 소비’가 된다는 사실을 프리즈 서울을 둘러싼 필자 주변의 여러 사람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페스티벌을 위한 공간 : 아레나의 탄생우리에게 재즈 페스티벌로 잘 알려진 경기도 가평의 자라섬은 2년간의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날 예정이다. ‘제19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포함, 올해만 11개의 행사가 열린다. 팬데믹 발생 전인 지난 2019년의 7개보다 무려 57% 증가한 수치다.
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작년 초, 많은 미디어와 전문가가 언택트 리테일과 딜리버리가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할 때 ‘다시 콘택트’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은 사람과 만나 무언가를 공유하고 교감을 가질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2년간의 ‘동굴 생활’이 이러한 욕구를 그 어느 때보다 채워주고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이런 이유로 향후 엄청나게 많은 페스티벌이 생겨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지난여름 코로나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싸이의 ‘흠뻑쇼’를 찾아 열광하는 MZ세대의 열정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