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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세일즈, 금성에서 온 마케팅

김진환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Based on “A synthesis of research on the marketing-sales interface (1984-2020)” (2022) by Victor V.
Chernetsky, Douglas E. Hughes, Wyatt A. Schrock, Industrial Marketing Management, 105, 15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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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많은 기업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조직 간에 종종 갈등이 발생한다. 존 그레이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제목을 빌려 ‘화성에서 온 세일즈, 금성에서 온 마케팅’이라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갈등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마케팅과 세일즈 부서는 불신과 반목을 유지하고 있다.

세일즈는 마케팅 조직이 현장도 모르면서 책상에나 앉아서 계획을 짠다고 생각하고, 마케팅은 세일즈 조직을 ‘시야가 좁고 분석도 잘 못하는 단순하고 무식한 존재’로까지 여긴다. 국내 기업 상황에서 세일즈는 남성들이 주로 담당하고, 마케팅은 여성 직원 비중이 높다 보니 직무 간 특성에 성별 차까지 덧붙여져 더 큰 오해와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부서 간 협력을 통해 고객에게 혁신적으로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도 모자랄 판에 부서 간 이기주의와 사일로(Silo) 현상을 말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CMO서베이에 따르면 CMO(Chief Marketing Officer)의 85%는 부서 간 협력 관계는 변화를 위한 가장 큰 지렛대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부서 간 협력은 여전히 회사가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하나라고 응답했다. 다양한 부서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마케팅-세일즈 간 관계는 가장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두 부서 간 불일치로 인한 재무적 손실은 연간 1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연구팀은 세일즈-마케팅 간의 관계가 오랜 기간 학계의 관심 주제였음을 밝히며 두 부서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어떠한 연구가 진행됐는지를 살폈다. 1984년부터 2020년까지 21개 저널에서 89편의 논문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37년간 경영학계에서 어떠한 내용이 연구됐고, 어떠한 결론이 도출됐는지를 밝혔다.

무엇을 발견했나?

1984년부터 2000년까지는 마케팅-세일즈의 협력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시기였다. 마케팅-세일즈의 바람직한 협력이 기업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 시기의 핵심 성과였다. 연구자들은 주로 기업 담당자를 심층 인터뷰하며 질적 연구를 진행했다.

2001∼2010년은 마케팅-세일즈의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기간이었다. 마케팅과 세일즈 간 보직 교환을 제시한 연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마케팅과 세일즈 부서 간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상호 차이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 및 부정적인 효과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두 부서 간 통합을 위한 단계별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를 위해 마케터와 세일즈 담당자를 동시에 조사하기도 했다.

2011∼2020년은 마케팅-세일즈 간 관계가 국가 간 문화, 기타 부서와의 관계, 기업 내 프로세스 등과 어떻게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관심이 조명됐다. 구체적으로 마케팅과 세일즈 간 협력이 물류나 재무, 회계부서 등 다양한 부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연구됐다. 두 부서의 협력이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문도 있었다.

89편의 논문은 4가지 핵심 주제로 나뉘었다. 문화와 프로세스, 힘과 구조, 인적 자원, 상호 관계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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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와 프로세스

문화와 프로세스는 조직 문화, 조직 프로세스, 국가 간 문화 등 3가지 세부 주제로 나뉘었다. 조직 문화 측면에서는 두 부서의 협력을 회사의 조직 문화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파악했다. 즉, 두 부서의 협력은 서로 돕는 문화가 정착된 기업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서로를 돕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사내 문화가 고객 중심 문화 혹은 시장친화적 문화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세스는 사내의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모임을 다루었다. 공식적 미팅은 두 부서 간 기대와 목적을 정렬하는 데 도움이 되며 비공식적 모임이나 이벤트는 사회적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가 간 문화는 지역과 국가에 따라 두 부서 간 협력이 무의미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중동이나 남미 일부 국가의 경우 권위주의적이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다. 따라서 마케팅-세일즈의 협력 또한 문화적인 관점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 나라의 규범과 관습, 가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2. 힘과 구조

힘과 구조는 경영진과 조직 구조에 대한 내용이다. 경영진은 두 부서의 협력에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자원 공유, 참여, 팀워크 등을 강조하는 경영진 밑에서 부서 간 협력은 증진되고,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 조직 구조 분야에서는 이상적인 조직 구조는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세일즈와 마케팅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두 부서가 하나로 통합하거나 한 명의 임원이 두 부서를 총괄하는 방식을 모두 연구했으나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에 두 부서 사이의 연결 조직(Liaison unit)이 잠시 화두가 되기도 했다. 필드 마케팅(Field Marketing), 트레이드 마케팅(Trade Marketing), 핵심 고객 관리(Key Account Management) 부서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역시 이상적인 조직 구조란 존재하지 않으며 업종, 회사 규모, 회사 목표, 가용한 자원, 조직 문화, 경영진 등을 두루 고려해 개별 회사에 맞는 조직 구조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3. 인적 자원

인적 자원은 교육 훈련을 통해 두 부서 간 통합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가령, 마케팅, 세일즈 담당자의 직무 순환 혹은 팀장의 직무 교환은 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과도한 직무 변경은 비생산적일 수도 있다. 특히 마케팅과 세일즈 간 업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가 위험하다. 교육 담당자나 CMO가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의해 배분하면 직무 순환, 공동 교육 등은 두 부서의 협력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신제품 개발 같은 공동 프로젝트나 공동 프로모션에 따른 보상 역시 좋은 방법이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액션 플랜은 세일즈맨의 고객 방문 시 마케터들도 동반해 참석해보는 것이다.

4. 상호 관계

상호 관계는 두 부서 간의 특성과 그에 따른 차이점을 다룬다. 세일즈와 마케팅 부서는 업무 환경, 목표, 주요 KPI, 필요 역량, 커리어 패스, 회사로부터 받는 리소스, 우선순위 등 많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일정 수준의 단절과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일즈는 매출을 중시하고, 마케팅은 이익을 중시하는 것이다. 시간관념도 달라서 세일즈는 비교적 단기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갈등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어떻게 신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목표에 대한 공유, 소통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술 툴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마케팅-세일즈 간 협력은 회사나 경영진만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회사나 경영진이 채용, 교육 훈련, 역할 구분, 공동 프로젝트 수립, 보상 설계 등 제도나 프로세스 등을 정비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하겠지만 조직 문화는 단순히 프로세스 업그레이드만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팀장은 팀장급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팀원들 역시 자신의 위치에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상대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문화, 업무 프로세스, 조직 구조가 한데 맞물려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마케팅-세일즈 부서는 매출과 이익이라는 이름의 결실로 회사에 화답할 것이다. 화성과 금성에서 온 남녀가 지구에서 만나면 사랑이라는 결실을 맺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진환 서울산업진흥원 창업정책팀 수석 siberian@sba.seoul.kr
필자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세일즈와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으며 세일즈맨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다. 현재 서울산업진흥원 창업정책팀에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방안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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