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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유아동 돌봄 매칭 서비스 업체 ‘자란다’

“대학생 선생님 언제 와?”확 달라진 아이…
육아 시장 빈 곳 공략해 선두주자로 급성장

장선희 | 336호 (2022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워킹맘 개인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유아동 돌봄 매칭 서비스 업체 ‘자란다’는 창업 5년 만에 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에서 매달 4000가구가 정기적으로 ‘자란다 선생님’에게 아이 돌봄을 맡기고 있다. 자란다의 성장 배경은 다음과 같다.

1. 데이터를 통한 접근: 방문 선생님들이 아이와 직접 소통하며 기록한 모든 내용을 데이터화해 필요한 서비스를 적기에 제안한다.

2. 기술개발을 통한 ‘매칭’의 자동화: 데이터 활용과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선생님과 가정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매칭을 제공한다.

3. ‘B2B’ 육아로의 확장: 기업과 연계해 자란다의 돌봄 서비스를 사내 복지 서비스로 확장했다.

4. ‘교육 매칭’으로의 확장: 각종 교육 업체와 함께 새로운 돌봄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를 다양화한다.



여기 6살, 8살 두 아들을 둔 워킹맘이 있다.

10여 년간 모토로라, 제일기획 등을 거치며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그지만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을 올라갈 무렵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던 영유아기 시절에는 ‘이모님’으로 불리는 베이비시터에게 온전히 육아를 맡길 수 있었다. 때맞춰 밥 먹이고, 씻기는 것 외에는 크게 손 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크면서였다. 예전처럼 단순 보육만으로는 아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성장 과정에 따라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놀이가 필요했고, 한글 공부나 산수 같은 간단한 교육도 필요했다. 그렇다고 아직 어린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피곤하게 키우고 싶진 않았다. 퇴사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퇴사 후 시작된 고민

퇴사 후 ‘전업맘’으로 지내면 육아와 관련해선 고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생겼다. 전업맘도, 워킹맘도 할 일은 많았다. 마냥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놀이 상대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부모라서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놀아주지 못했다. 결국 잘잘못을 가리는 ‘훈육’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동네 카페에 구인 광고를 올렸다.

“일주일에 하루 2시간, 아이들과 종이접기 하며 즐겁게 놀아주실 수 있는 분 찾습니다.”

마침 두 명이 면접을 보러 왔다. 교사 출신의 50대 여성과 20대 여대생.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둘의 놀이 스타일은 크게 달랐다. 중년 여성은 주로 “이렇게 따라 해봐” 하고 가르치는 식이었지만 대학생은 그 반대였다.

“잘하는데? 어떻게 하는 거니?” 계속 아이들에게 질문하며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이들은 “선생님도 하나 접어 달라”는 부탁에 낑낑대며 연신 종이를 만졌다. 면접 후 아이들의 만족도는 친구처럼 함께 놀아준 20대 선생님 쪽이 월등히 높았다.

아이들을 사로잡은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학생 선생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옆집에 사는 사촌 동생들까지 동생만 7명을 함께 돌보며 컸어요. 꼭 나이가 많거나 육아 경험이 있어야 아이를 잘 돌보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여대생의 말처럼 꼭 대체 보육자가 중장년의 여성일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난생처음 대학생 놀이 선생님을 구했고, 큰 효과를 봤다.

이 경험이 유아동 돌봄 매칭 서비스 업체 ‘자란다’를 설립한 장서정 대표(43)의 사업 시작 계기다. 장 대표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이때만 해도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본격적인 육아 돌봄 사업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자란다’는 창업 5년 만에 유아동 교육•돌봄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창업자 본인의 니즈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엄마들의 니즈를 대표하는 사업으로 성장한 ‘자란다’의 성장 비결을 DBR가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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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입소문

“대학생 선생님 연락처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 아이가 친구한테 이야기를 들었다고 졸라서….”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는 소문을 들은 동네 엄마들이 하나둘 대학생 선생님 연락처를 물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살던 아파트 동에서 또래 아이를 둔 집 대부분이 장 대표를 통해 대학생 선생님을 구했을 정도. 잘하면 좋은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장 대표는 아예 설문지를 만들어 동네 엄마 20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해봤다.

역시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동네 엄마들의 생각도 장 대표 본인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또래 엄마들도 워킹맘, 전업맘 할 것 없이 아이가 커갈수록 입고 씻기는 정도의 돌봄 위주 육아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부모들의 요청 사항은 이와 같았다.

‘두어 시간 외동아이와 즐겁게 놀아줄 친구 같은 대학생’ ‘아이와 밖에서 자전거 타기를 같이 연습할 수 있는 사람’ ‘영어유치원 숙제를 상냥하게 도와줄 영어 전공 대학생’ ‘함께 책을 읽으며 친구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선생님’. 요청 사항은 꽤 구체적이고 다양했다.

부모들이 요구하는 자세한 내용은 달라도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같았다.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질 좋은 프로그램으로 의미 있게 채워줄 것.’

중장년 여성에 국한돼 있던 대체 양육자를 다양한 재능과 경험을 가진 청년으로 제안하자 동네 엄마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본격적으로 시장 조사를 해 보니 아이가 영아기를 갓 지난 4세 이상부터 초등생을 겨냥한 돌봄 서비스는 신생아부터 3세 사이 집중 육아기 타깃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돌봄 매칭’에 뛰어들다

이전 직장에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이용자 화면을 디자인하는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매칭 성공 후 소정의 수수료를 받았고 월 매출이 1000만 원이 넘으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기존 선생님의 ‘같은 과 친구’ ‘동아리 후배’ 등을 소개받으며 선생님 숫자를 늘려갔다. 특히 아이들을 만나는 대학생 봉사 동아리, 교회 주일학교 등 검증된 단체를 중심으로 아이들을 좋아하고 봉사 정신이 있는 대학생들을 초기 선생님으로 모집했다. 이후 수요가 늘자 대학교 학과사무실 등에 먼저 연락해 선생님이 돼 줄 인력을 끌어모았다. 유아교육 전공자,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음대생, 축구를 잘하는 체육대 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대학생들이 속속 연락을 해왔다.

부모가 아이들을 친지가 아닌 외부인에게 맡길 때 가장 걱정하는 게 무엇일지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보육자의 신원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선생님을 검증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학교 재학증명서와 거주지 등을 받아 이를 일일이 확인했다. ‘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을 택했는지’ ‘성격은 어떤지’ 등 내 아이를 돌볼 선생님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직접 면접도 진행했다. 모든 신원을 업체 측에 공개한 만큼 선생님들도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2021년, 국내 1위 업체로 자리매김

워킹맘 스스로가 느꼈던 필요에서 시작한 자란다는 출범 5년 만에 국내 유아동 돌봄 매칭 서비스 시장에서 매출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장 대표의 ‘동네 엄마들’ 위주로 이용되던 서비스는 이제 서울, 경기 지역에서 매달 4000가구가 정기적으로 이용 중인 사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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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다는 일반적인 시터 구인 중개 업체처럼 ‘엄마를 도와주는 서비스’ ‘보육 위주의 서비스’를 추구하지 않는다. 부모가 아닌 ‘아이를 위한 서비스’ ‘아이들의 시간을 질 높게 채우는 서비스’를 표방하며 차별화하고 있다.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른 2018년에는 9500명의 선생님이 모였다. 이어 2019년에는 2만8000명, 2020년 5만8000명을 거쳐 2021년에는 13만2000명의 자란다 방문 교사를 가리키는 ‘자란쌤’으로 등록돼 있다.

출산율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사회적 악재 속에서도 오히려 사업은 성장세를 맞았다. 팬데믹 상황에서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두고 교육, 육아 공백이 커지자 매출액이 오히려 전년 대비 3배나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아이 1인당 자란다 서비스에 지불한 비용 역시 2019년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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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돌봄이 아닌 각종 학습 활동도 지원하는 자란다 프로그램 덕에 6세∼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유입이 늘었다. 실제 부모 이용자들은 “코로나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7세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 “학교도 못 가는 1학년 아이가 유일하게 대면하는 선생님”이라는 피드백을 보냈다.

자란다는 2020년 6월에도 한국투자파트너스,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97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브리지 투자를 유치했다. 유아동 돌봄 플랫폼 업계에서 처음으로 누적 투자액이 100억 원을 넘어 눈길을 끌었다. 현재 누적 투자액은 총 140억 원에 달한다.

투자사들은 자란다가 단순히 보육의 공백을 채우는 서비스에서 나아가 유아동의 성장 및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교육 프로그램, 교사 등의 추천 정확도를 향상시켜 왔다는 점, 플랫폼의 높은 이용자 충성도와 데이터에 기반을 둔 에듀 테크 시너지를 통해 가파른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을 투자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면 자란다가 고객인 학부모들과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과 자란다 측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아이에 대한 모든 기록

대부분이 20, 30대 초반인 자란다 교사들은 아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방문 일지’ 형식으로 세밀하게 기록한다. 기록이 의무는 아니지만 아이에 대한 양질의 피드백이 부모에게 제공된 경우 선생님들도 좋은 평가를 받게 해둔 덕에 대부분의 교사가 자발적으로 방문 일지를 꼼꼼하게 작성하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정해진 항목이나 틀은 없다. 틀이 생기는 순간 형식적인 일지로 전락하기 쉽다는 판단에서 일부러 체크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방문 일지를 작성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잘 놀았습니다’ ‘즐겁게 수업했습니다’ 등 ‘추상적인’ 언어가 아닌 방문 시간 동안 아이가 보인 반응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자란다 교사들은 아이가 어떤 스타일의 놀이에 호응했는지, 방문 과정에서 좋거나 싫어하는 상황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부모가 영어, 수학 등 특정한 과목과 관련된 학습을 요청했다면 아이의 학습 내용과 그날 소화한 정도가 구체적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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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부모에게 즉각 전달되는 한편 자란다에서 자체적으로 각각의 아이들의 성장 데이터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데이터에 기반을 두어 아이를 분석하니 성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 부모가 느끼는 아이의 성향이나 취향과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아이의 특성이 차이 나는 경우도 꽤 생겼다. 이 때문에 일지를 받아보고 당황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서기슬 데이터 PO는 “아이들은 본인보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 ‘잘 해내면 부모에게 칭찬받는 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선생님을 통해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찾아내고 그와 관련된 긍정적 자극을 주는 것이 자란다의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언니, 형 같은 자란다 선생님에게 오늘 학교에서의 에피소드, 부모에게 말 못한 고민까지 나눈다. 아이가 코딩이나 악기, 외국어처럼 최근 새로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면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자란다 측이 먼저 관련 분야의 전공자 선생님을 추천할 수도 있다. 나이와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이 요즘 빠져 있는 교구나 놀이, 활동 등을 추천해줄 수도 있다.

현재 자란다 이용 가정의 80% 이상이 1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정기 방문’을 이어나가고 있다. 부모가 아닌 아이의 시각에서 적절한 놀이와 학습을 제안하니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DBR mini box I : Interview: 장서정 대표
“공부 선생님 아닌 함께 놀면서 학습하는 형-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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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을 하면서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은 마음’.

자란다 장서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모든 맞벌이 가정 부모의 마음이기도 하다.

전업주부 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의 대부분을 엄마 혹은 아빠와 보내는 아이는 늘 새로운 자극에 목말라 있다. 부모 역시 잠시나마 육아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마음들을 한데 모아 만든 서비스가 자란다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공유 오피스 건물에 자리 잡은 자란다 사무실에서 만난 장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돌봄을 매칭한다’는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프로필을 보고 부모가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부모들의 선택 이유는 물론 서비스 사용 중단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알아서’ 능력껏 선생님을 선택하는 단순 중개가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선의 매칭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부모와 아이에게, 또 자란다의 성장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학습지, 과외, 학원과 어떻게 차별화되나.

또 하나의 ‘사교육’을 만든다는 인식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글 교육만 해도 학습지, 학원 등 일반 사교육과 다른 점이 있다. ‘모든 과정을 우리 아이에게 맞춘다’는 것이다. ‘15분, 30분 앉아서 공부하자’가 아닌 아이가 선생님과 호흡하는 모든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담스럽지 않게 학습을 받아들이게 하자는 취지다.

초등 고학년이 이용하는 본격적인 학습 지원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일반적인 과외 중개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자란다에 배움 수업을 신청할 때 ‘진도를 얼마나 나갈지’보다 ‘아이와 어떻게 수업하길 원하는지’ 먼저 묻는다. 실제 자란다에서 부모님의 신청 사항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는 바로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과외’는 점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학원 역시 성적을 강조하고 문제 풀이 스킬을 키우는 데 수업이 치중돼 있다. 자란다의 교육 환경은 아이 한 명을 인격적으로 만나 상호작용하면서 아이의 정서를 살펴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이가 그 과목을 좋아하게 만들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자란다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양면 플랫폼’이 갖는 리스크가 있다. 플랫폼을 이탈해 ’부모-선생님’ 간 직거래가 생길 가능성이다.

결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점’을 높이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서비스 초기에는 수수료나 이용 금액을 절약하기 위해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탈했다가 재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 중 선생님 과실로 아이에게 상처나 사고가 생길 경우 최대 1억 원의 보상 보험을 제공하는 등 플랫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늘려가고 있다. 추가적으로 양측이 직거래를 시도하게 되는 시기가 언제인지 내부 데이터가 누적돼 있다. 부모님 상담을 담당하는 ‘플래너’ 부서에서 이러한 시기, 부모와 선생님 모두를 체크하는 등 공을 들이기도 한다.

데이터, 알고리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모든 부모가 교사를 구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정보도 제한적이다. 이런 피곤한 과정을 데이터와 그를 통한 알고리즘화로 자동화하고자 했다. 부모는 원하는 선생님 성향 혹은 놀이나 수업 내용만 알려주면 된다. 모든 것은 자란다의 알고리즘 툴이 돕는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사업 중이다.

서비스를 확대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기존 서비스 지역이었던 서울, 경기, 인천 외에 부산, 대구 전 지역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2년 내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알고리즘 쪽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이 넓어질 때 ‘매칭 인력’을 무작정 더 채용하는 것보다 알고리즘의 질을 높여 제대로 된 ‘기술’로 접근하는 것이 더 정교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키즈 돌봄 시장의 전망은?

출산율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아이 한 명을 위한 지출은 늘고 있다. VIB(Very Important Baby), 텐포켓(부모와 조부모 등 가족들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이 합세해 한 명의 자녀를 위해 소비하는 현상) 같은 신조어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내 키즈 시장 규모는 2012년 27조 원 규모에서 2019년 50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아이의 행복’에 중요성을 두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만큼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 돌봄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요도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

DBR mini box II
육아 돌봄 서비스 시장

현재 자란다 외에도 놀담, 째깍악어, 맘시터 등의 업체가 관련 육아 돌봄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업체는 모두 비슷한 시기인 2016년 창업했다. ‘돌봄 도우미를 가정으로 보낸다’는 큰 틀은 유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돼 있다.

‘맘시터’는 0세부터 13세까지 이용할 수 있다. 업체에서 알아서 매칭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부모가 개월 수 단위의 ‘이용권’을 끊어 시터의 정보를 열람한 뒤 직접 접촉하는 방식이다. 부모가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그만큼 이용료가 저렴하다. 나이가 어려 아직 돌봄이 필요한 아이를 돌봐줄 시터를 찾을 때 유용하다.

자란다와 성격이 유사한 ‘놀담’은 생후 18개월부터 13세까지의 아동이 이용할 수 있다. ‘우리 동네 선생님’을 바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한 선생님이 아이 한 명을 보는 돌봄은 물론 2, 3명의 아이를 묶어 돌보는 ‘여럿이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째깍악어’ 역시 놀이 돌봄을 위주로 한다. 생후 12개월부터 초등학생까지 이용할 수 있다. 24개월이 안 된 영아는 대학생이 아닌 전문 보육교사의 돌봄이 제공된다. 자란다가 만 30개월 이상의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해 보다 어린아이들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2. 첫 매칭부터 최선의 제안을

현재 4조6000억 원 규모 1 로 추산되는 아이 돌봄 시장에는 자란다를 포함해 4개의 주요 업체가 진입해 있다. 역시 시간제 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인 째깍악어, 놀이 돌봄을 위주로 하는 놀담, 전국적으로 방대한 돌보미 풀을 보유한 맘시터가 경쟁 중이다. (DBR minibox Ⅱ ‘육아 돌봄 서비스 시장’ 참고.)

여러 단계에 걸쳐 철저하게 교사의 신원을 검증한다는 점은 이들 업체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점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자란다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매칭 정확성’과 이용 가정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데이터 활용’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자란다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된다. 자란다 교사 지원자들은 신원 조회, 성범죄 이력 조회 등 개인 신상에 관한 검증에 이어 MBTI(성격 유형 검사)와 TCI(기질 성격 검사)를 종합해 만든 자체 성향 검사를 거친다. (DBR minibox Ⅲ ‘자란다의 교사 검증, 관리 시스템’ 참고.)

교사의 데이터는 자란다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툴’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이는 자란다 교사와 아이가 자동으로 매칭된다. 게이트키퍼 룰, 적합성 룰, 가중치 룰이라는 세 가지 알고리즘에 따라 매칭이 이뤄진다. 매칭 시에 여러 조건이나 이력에 따라 제외해야 할 선생님을 점검하고(게이트키퍼 룰), 각 선생님의 특화된 수업 내용이나 신청 가정과의 특성 일치도 등을 토대로 수업에 적합한 선생님인지 분석한다(적합성 룰). 또 선생님이 직접 입력한 데이터가 아니어도 선생님의 활동 기록과 활동 결과 데이터 등을 통해 해당 수업을 잘할 수 있는 선생님을 추천하는 방식(가중치 룰)이다.

2017년 특허까지 출원한 자란다만의 매칭 방식을 활용하니 부모와 아이들의 만족도가 월등히 높아졌다는 게 자란다 측의 설명이다. 자란다가 최근 이용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가 “매칭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자란다는 첫 매칭부터 최선의 제안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부모들은 내 아이가 이용할 서비스에 대해서는 유난히 꼼꼼하고 까다롭게 따진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경쟁 업체가 시장에 존재하는 만큼 처음 이용 경험이 별로였다면 다시 같은 업체를 찾을 확률은 없다. 부모와 아이들에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첫 경험에서부터 최고의 만족감을 줘야 1회성 이용이 아닌 꾸준한 정기 방문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경영 철칙이다. 장 대표는 “이용 가정과 선생님이 많아질수록 ‘사람의 눈’으로 잘 어울릴 것 같은 사이를 매칭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면서 “데이터 분석과 정확한 알고리즘 툴 개발에 투자금의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80명인 자란다 직원 중 30여 명은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 기술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15명의 전문 개발 인력과 데이터 분석 인력으로 꾸려진 개발팀은 현재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을 활용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마이닝’은 데이터에서 통계적인 의미가 있는 개념이나 특성을 추출해 이들 간의 패턴이나 추세 등의 고급 정보를 끌어내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자란다 앱에 접속한 부모들에게 또래 아이들 혹은 내 아이와 성향이 비슷한 아이들의 요즘 관심사나 인기 활동 등을 키워드 위주로 한눈에 보여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최근 서울 마포구에 사는 6살 남자아이’를 둔 가정이 이용한 활동이나 ‘조용히 놀이하길 즐기는 7살 여자아이’에게 최근 특히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 등을 참고할 수 있게 된다.

3. B2C를 넘어 ‘B2B 육아’로

자란다는 2021년 11월 기준으로 950여 개 기업과 ‘자란다 비즈’라는 이름으로 돌봄 제휴를 맺고 있다. 올해 매출 기준 약 23%가 B2B 비즈니스인 자란다 비즈를 통해 창출됐다. 이는 국내 육아 돌봄 서비스 업체 중 최대 규모다.

첫 시작은 외국계 IT 기업과의 협업이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돌봄 서비스의 ‘B2B’로의 확장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제 쌍둥이 아이들이 자란쌤을 너무 좋아하는데 혹시 저희 회사랑 같이 일해보시면 어때요?”

마침 해당 기업의 임원이 자란다를 이용 중이었다. 본인이 경험한 서비스 만족도가 높았던 터라 이를 사내 복지로 연계하려고 제안했던 것이다. 이 회사는 미국 본사의 승인까지 거쳐 사내 복지 중 하나로 자란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기업은 일정 금액의 ‘자란다 포인트’를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사내에서 이런 복지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던 제휴 초기에는 호응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전 직원에게 자란다 서비스가 어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코로나19로 전면 재택근무가 시행되면서 화상회의가 일상화됐다. 어린이집,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등장하고 회의 중인 부모 뒤에서 장난치는 일이 허다했다. 회의 참석자 모두 아이들의 온갖 방해 공작에 익숙해져 갈 무렵, 아이가 있는데도 유난히 회의 때 집 분위기가 조용한 가정이 눈에 띄었다. 임직원들이 그 집이 조용한 비결을 물었다.

“저희 애도 신나게 놀고 있어요. 방에서 자란다 선생님이랑요.” 그 짧은 순간의 바이럴 효과는 대단했다. 그날 회의 이후 이 기업 내에서 이용률이 급상승했다.

이후 이 기업 측으로부터 “회사에서 제공한 모든 복지 프로그램 중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정책”이라는 피드백이 왔다. B2B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됐다.

자란다는 이 회사의 패밀리 행사인 핼러윈데이 행사 기획과 운영까지 맡았다. 앉아서 부모들이 서비스를 찾아주길 기다릴 게 아니라 직접 부모가 있는 곳으로 가보자는 취지였다. 행사 기획과 더불어 임직원 아이들을 위한 케어 프로그램과 체험존을 운영했다. 이 역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아직 자란다를 이용하지 않던 가정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후 다른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패밀리 행사 요청이 이어졌다.

기업 임직원의 호응에 힘입어 최근에는 90만 명의 기업 임직원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의 기업 복지 플랫폼 ‘베네피아’에도 입점했다. 사내 복지 포인트를 활용해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사내 어린이집 같은 복지 정책은 수요층이 한정적인 게 사실이다. 외근이 잦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 이미 아이가 커서 어린이집 다닐 시기가 지난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누릴 수 없는 복지 혜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제공하니 혜택을 누리는 직원들이 늘어났다.

특히 사내 어린이집을 둘 여건이 되지 않는 중소 규모 기업들 사이에서 자란다의 인기가 높다. 자란다 비즈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직원별로 육아 관련 복지 서비스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형태로, 각자의 필요에 맞춰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DBR mini box III
자란다의 교사 검증, 관리 시스템

자란다는 8단계의 방문 선생님 검증•교육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부모들이 교사를 구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자격 검증’이다. 부모가 선생님에게 각종 증빙 자료를 요구하기가 다소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설사 전달받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강 확인하자니 아이를 맡기는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자란다가 제공하는 8단계는 이렇게 꾸려진다. 1) 소속과 인적 사항 등 신원 확인 2) 성범죄 경력 조회 3) 특기 및 커리큘럼 검증(예체능 전공, 어학 성적) 4) 성향, 기질 검사를 통한 인적성 분석 5) 가정 방문 시 주의사항과 어린아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자란다 선생님 오리엔테이션 6) 자란다의 자체 아동 발달과 안전 교육 7) 1대1 대면 심화 인터뷰 8) 활동 중 성실성, 자격 평가로 구성된다. 특히 가정에서 수요가 많은 ‘영어 교육’ 분야 지원자의 경우 별도의 인터뷰를 거치고 전문성과 커리큘럼을 검증한다. 8단계 통과율은 15% 남짓일 정도로 깐깐하게 따져본다.

경쟁 업체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철저한 선생님 검증’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만큼 자란다는 사후 검증으로 차별점을 두고 있다. 한 번 교사를 모집하고 나면 활동 사항에 대해서는 소홀하기 쉽기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계속해서 교사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란다 교사 지원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단순히 선생님 ‘검증’에 그치는 게 아니라 선생님들의 역량과 활동 상황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다. 교육 기업 내 강사 관리 경력자, 인력 관리 경험이 많은 HR 전공자, 다양한 교육 전공자 출신의 정직원들로 구성됐다.

교사 활동에 대한 부모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취합하고, 특히 만족도가 높은 교사의 성향이나 활동들에 대해서도 데이터화한다.

활동 성적이 우수한 교사들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했다. 누적 활동 시간과 적극성, 성실성, 아동의 수업에 대한 만족도 등을 취합해 이에 따라 새싹 선생님, 자란 선생님, 잘자란 선생님, 다자란 선생님, 전문 선생님 등 선생님 등급을 운영하고 있다. 등급 시스템에는 세분화된 시급 체계가 연동돼 있다. 등급 상승과 전문 자격 취득, 교육 이수 등 ‘아이 돌봄에 도움이 되는’ 요건들이 충족되면 활동 시급이 올라간다. 이를 통해 선생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계속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이끌고 있다.

불만 리뷰가 작성되거나 ‘노쇼’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즉각 자동으로 활동이 정지되는 시스템도 만들어뒀다. 이후 별도의 서비스 교육을 받아야만 다시 자란다 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4. 임직원들 육아의 1등 도우미

육아를 하며 가장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 있다. 대체 양육자의 갑작스런 부재다. 아이를 돌봐주던 시터나 조부모가 갑자기 아이를 맡아주지 못할 때 그 당혹감은 겪어본 이들만 안다.

자란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2020년 4월부터는 110개의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곳인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 1층과 강남구 역삼로 마루360에 ‘키즈존’을 운영 중이다. 대기업에 비해 사내 복지 시스템이 약한 벤처기업 직원들의 육아를 돕고 있다.

이 건물에 입주 중인 벤처기업들은 직원에게 자란다 이용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이용 금액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내 복지를 제공 중이다. 직원들은 갑작스레 양육 공백이 생겨도 건물 1층에 아이를 맡기고 업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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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이곳에서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보드게임이나 각종 만들기부터 영어, 수학 학습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혹은 혼자서 놀이해야 하는 키즈카페와 달리 자란다 키즈존은 부모 없이 선생님이 전담해 아이를 돌봐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입주사 직원들이 아닌 인근 주민들의 이용 문의도 늘어 현재는 모든 이가 이용할 수 있게 열어뒀을 정도다.

자란다는 늘어나는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기업 고객을 위한 전담 플래너를 지원하는 한편 주말에도 운영되는 별도의 상담 센터를 만들었다.

5.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매칭한다

‘선생님이 방문할 때 재밌는 걸 가져가 보면 어떨까?’

최근 자란다는 선생님 매칭에 이어 교육 프로그램 매칭도 시작했다. 선생님이 빈손으로 방문했을 때와 흥미로운 교구, 장난감을 챙겨갔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 상당히 달랐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도 선생님이 가져온 새로운 장난감으로 소통하며 긴장을 풀었다.

자란다는 이를 위해 교육, 완구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완구회사인 영실업과 영어 교재로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콜라스틱 등이 대표적이다. 자란다는 서비스의 다양성을 높이고 협업 기업은 제품 홍보와 판매에 도움을 받으니 윈윈인 셈이다.

현재 자란다 매출의 70%는 6세∼초등 저학년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 나온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심층적인 놀이와 교재가 필요하다. 2시간 이상을 선생님 개인의 역량만으로 알차게 채우기는 부담스럽다.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구 등 각종 수업 재료는 선생님들에게 강력한 지원군이 된다.

자란다가 별도의 ‘교육기획팀’을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팀은 교사 경력자와 교육 전공의 연구개발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제휴 기업들이 제공하는 교구와 교재를 어떻게 놀이와 교육에 활용할지 연구해 자란다 교사들에게 방법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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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6세 여자아이를 둔 가정에서 방문 선생님을 부를 때 앱을 통해 콩순이 캐릭터 계산기와 교육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구매하면 집으로 온 방문 선생님은 콩순이 계산기로 2시간 동안 아이와 숫자 공부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가 장난감 활용 방향을 요청하면 그에 맞춰 놀아줄 수도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유명 출판사 ‘스콜라스틱’과의 협업 사례도 눈에 띈다. 스콜라스틱은 한국 시장에서 고민이 있었다. 영어 교육열이 상당해 한국 가정의 영어책 수요가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높고 판매율도 높은 만큼 책을 보유한 가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이 읽히기를 바랐다.

마침 자신의 가정에서 자란다 서비스를 이용 중이던 스콜라스틱 한국 지사장이 협업을 제안해왔다. “자란다와 함께라면 우리 책이 가정에서 더 적극적으로 읽힐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자란다는 이에 적극적으로 스콜라스틱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영어 실력이 좋은 외국 대학 출신 대학생, 국내 영어 교육 전공자 등 다양한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레벨 테스트를 실시했다. 선발된 교사들에게는 레벨에 따라 별도의 교육 훈련을 제공했다. 단순히 영어 책 읽기에서 나아가 책이 담고 있는 철학까지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최종 선발된 200명의 스콜라스틱 수업 선생님은 아이들의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고 단계별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있다. 2020년 1월 자란다 앱을 통해 스콜라스틱 협업 상품을 판매하자 론칭 2시간 만에 품절됐을 정도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어린이 관련 상품들이 자란다 손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동아사이언스는 자란다와 손잡고 ‘어린이수학동아’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처음으로 ‘매거진을 활용한 방문 수업’을 만든 것. 아이 혼자 읽는 매거진이 아닌 수업 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그렇다고 딱딱한 과외 수업 형식으로 운영하지는 않았다.

자란다 교사들은 교육과 돌봄의 경계를 넘나든다. 과외 수업이나 학원처럼 정해진 커리큘럼을 지키는 것보다 아이의 반응과 흥미를 유지할 수 있게 속도를 맞추는 게 우선이다. 매거진을 바탕으로 ‘물과 재료의 비율과 아이스크림 맛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거나 ‘투표 제도 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수학 계산 방법’ 등을 게임과 놀이를 통해 살펴보는 식이다.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수학과 그림 그리기를,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토론 방식을 접목해 수업을 운영한다.

자란다는 매칭 서비스를 확대해나가며 궁극적으로 자란다를 ‘키즈 포털’화하겠다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평소 궁금한 것을 검색하기 위해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사이트를 이용하듯 아이 양육에 대한 궁금증이나 필요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자란다 앱부터 찾게 만들겠다는 포부다. 한마디로 ‘아이에 관한,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긴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란다 측은 “방문 선생님 매칭 서비스는 자란다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3조 원 규모의 돌봄 시장이나 12조 원 규모의 키즈 교육 시장을 넘어 50조 원 이상의 유아용품, 콘텐츠 분야까지 모두 포함한 키즈 시장 전체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DBR mini box IV: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육아 가정의 ‘통점’ 공략해 만족도 높여

‘자란다’ 케이스는 DBR에도 과거 소개된 영어 교육 플랫폼 서비스, ‘튜터링’과 성공 요인이 유사하다. i 첫째, 창업자의 페르소나가 고객 페르소나와 일치한다. 장서정 대표가 자란다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아이를 위한 대학생 ‘선생님’을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에 자신과 비슷한 니즈를 가진 동네 엄마들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둘째,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적용한 창업 과정이다. 장 대표는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기 전에 동네 엄마 20명을 대상으로 한 간단한 설문 조사와 간단한 홈페이지 제작을 통해 시장 수요를 확인했다. 설문 조사나 초기 홈페이지 모두 린스타트업 방법론의 MVP(최소 사양 제품)에 해당한다. 셋째, 튜터링과 마찬가지로 자란다 역시 사업 초기부터 양질의 선생님 풀 관리에 주력했다. 기존 선생님의 추천, 신원 조회, 성향 검사, 면접, 자체 평가 등을 통해 책임감이 있는 선생님 풀을 확보한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런 유사점 외에도 자란다의 특징적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란다가 경쟁 서비스보다 앞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교사 비중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서비스는 구매자와 제공자 모두가 고객인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다. 자란다 입장에서는 교육 서비스를 구매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란다 교사 역시 중요한 고객이다. 특히 자란다가 선생님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좋은 교사를 선별하는 것 못지않게 이들을 플랫폼에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란다는 각 교사가 지속적으로 활동할수록 더 큰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자란다에 처음 등록한 교사의 최초 시급은 1만4000원(학습 목적이 강한 ‘배움’ 서비스 기준)이다. 이후 교사의 누적 시간, 성실성, 만족도, 역량치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네 가지 등급으로 구분한다.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시급이 상승하는 구조다. 월 3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활동증명서 발급을 통해 대학생들이 자란다 교사를 단순 알바가 아닌 하나의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자란다는 단순히 양질의 선생님을 선별하고 확보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이 계속해서 일할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도록 운영해 구매자인 부모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둘째, 자란다의 성공은 세밀한 ‘방문 일지’에 있다. 자란다가 튜터링 같은 기존의 교육 플랫폼과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은 구매자와 사용자가 구분된다는 점이다. 자란다의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이들이지만 이를 구매하는 사람은 부모다. 부모는 선생님이나 아이를 통해서만 자신이 구매한 서비스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선생님이 작성하는 ‘방문 일지’는 구매자와 사용자 간의 간극을 채워주는 수단이다. 아이의 학습 내용, 특정 문제 상황에 대한 아이의 반응 등을 세밀하게 기록함으로써 부모가 해당 교육을 더 잘 이해하도록 했다. 이런 상세한 기록은 부모가 자란다 선생님이 아이를 진심으로 챙기고 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 그리고 이렇게 수집한 아이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란다는 아이의 ‘성장 데이터’를 만들어 아이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교육 솔루션을 얻을 수 있도록 추천한다. 즉, 방문 일지가 고객 생애 가치를 증가시키고 고객 이탈률을 낮추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자란다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기업과의 제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은 내부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신생 기업의 불리함(liabilities of smallness)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여러 실증 연구가 외부 협력이 스타트업의 성과를 향상시킴을 보여준다. 교육 서비스 사업에 있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선생님 관리만큼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는 없다. 이에 자란다는 ‘스콜라스틱’이나 ‘어린이수학동아’ 등의 교구나 교재를 이용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외부 기업과의 제휴는 단기간에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자란다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수익을 발생시키는 기본 원리는 구매자와 제공자 간의 지속적인 거래 관계 유지이다. 따라서 자란다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구매자와 제공자를 효과적으로 연결만 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 자체가 구매자와 제공자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이득이 돼야 한다. 특히 자란다처럼 구매자와 이용자가 다른 경우에는 거래 관계 유지 조건이 더욱 복잡하다. 자란다는 이런 어려움을 체계적인 선생님 관리, 상세한 방문 일지 작성, 외부 기업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극복했다. 자란다 사례가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는 창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 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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