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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커뮤니케이션

내 글 읽었다는 고객, 왜 내용은 기억 못할까

이수민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내가 쓴 세일즈 글을 고객이 오래 기억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의 뇌는 단순 반복 노출되는 정보보다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한다. 고객이 적극적으로 생각하도록 뇌를 자극하려면 질문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 기억을 회상시키는 질문, 의견을 요청하는 질문이 고객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제약 영업 부문에서 나름 인정받고 있는 정 과장이지만 새로운 약품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늘 쉽지 않는 일이다. 세상에 쉬운 영업은 없겠지만 제약 영업은 특히 어렵다. 의사들이 약품 구매를 결정하는데, 이들을 직접 만나기도 힘들고, 막상 만난다고 하더라도 상품 설명에 필요한 면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려는 목적에서 새로 나온 약품을 소개하는 글을 면담 전에 보내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회신조차 없다. 답답한 마음에 핵심 내용을 간략히 요약해 다시 보내면 이번에는 ‘수신했다’는 아주 짧은 답장만 돌아올 뿐이다. 어쨌든 보긴 봤다는 메시지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세일즈를 할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정작 오랜 시간 기다려 만난 의사들은 약을 보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그 약이 뭐죠? 처음 보는 거네요?” 이런! 벌써 다음 진료 예약 환자가 들어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언제 다 설명하지?

고객이 기억하지 못하는 글이 세일즈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무의식 효과를 논외로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세일즈 글을 어떻게 쓰면 고객이 기억하기가 쉬워질까? 기억이 잘되는 글의 특징 중 하나는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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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극적으로 생각할 때 기억은더 오래 유지된다.

우리 뇌는 크게 보면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감각 입력과 운동 출력이다. 감각 입력은 외부 자극을 눈과 귀와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입력하는 것이다. 운동 출력은 실행 명령을 몸의 각 부분에 보내는 것을 말한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 물론 모두 중요하다. 그렇지만 기억의 관점에서 보면 운동 출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억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운동 출력은 ‘생각’을 말한다. 뇌과학에서 생각이란 뇌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이다.

워싱턴대에서 실시한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2 학생들에게 일정 분량의 글을 외우게(학습) 했다. 시간이 좀 지난 후 학생들을 A, B 그룹으로 나눴고, 그들에게 각각 다른 지시를 내렸다. A그룹 학생들에게는 글을 다시 외울 추가 시간 7분을 줬고(재학습), B그룹 학생들에게는 학습한 글 중 기억나는 것들을 써내라고 요구했다(시험).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두 그룹의 기억 비율을 조사했다. 어느 그룹의 기억 비율이 더 높았을까? 시험을 치른 B그룹이었다. 재학습이나 시험을 실시한 직후에는 재학습이 기억에 효과적이었지만 2일 이상의 시간이 지나고부터는 시험의 효과가 훨씬 높았다. 3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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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의 효과는 재학습과 같이 정보를 단순 반복 입력하는 것보다 시험으로 기억을 계속 끄집어내 생각하게 할 때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 자신의 메시지를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들의 감각(글이라면 시각, 말이라면 청각)에 단순 반복 노출시키는 것보다 고객이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일즈 글을 쓸 때, 고객이 시험을 보는 것처럼 그들의 생각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질문하기’다.

2. 질문으로 만들어진 ‘지식의 공백’은 생각으로 메워진다.

질문은 반드시 생각을 이끌어낸다. 오히려 질문을 받고 대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

한번 시험해보자. ‘어릴 적 꿈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받고 대답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차이라면 생각의 길이가 길고 짧고 뿐이다. 일단 의식한 질문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질문을 받으면 우리 뇌에는 자연스럽게 ‘지식의 공백’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진다.4 이후 자동적으로 이것을 메우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가 생각이다. (그림 2) 따라서 일단 공간이 만들어진 후에는 생각하지 않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간은 반드시 메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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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대의 대답 자체가 아니라 대답을 하려면 자연스럽게 질문 내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각의 강도가 클수록 기억의 효과도 커진다. 앞서 본 워싱턴대의 기억 실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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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생각하게 만들어 자신의 글을 기억시키는 데 유용한 질문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①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
② 기억을 회상시키는 질문
③ 의견을 요청하는 질문

도입부 사례에서 정 과장이 세 가지 질문을 활용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①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

고객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약품 정보가 한꺼번에 훅 들어와 머릿속에 지식의 공백이 생길 여지가 없었다. 당연히 생각이라는 뇌의 운동 출력도 미미했을 것이다. 설령 중요한 내용을 요약한 메일을 추가로 받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재학습과 마찬가지로 감각의 재입력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생각하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식의 공백을 만드는 가장 좋은 질문은 글을 읽는 상대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질문을 활용했다면 고객들이 글의 내용을 기억할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지 않았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 예시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최근 식약청에서 공지한 병원의 수익성과 깊이 관련된 의약품 정보를 보셨나요?”
“보다 저렴하면서 효과가 검증된 약품이 있다면 어떨까요?”

② 기억을 회상시키는 질문

기억은 생각할수록 더욱 공고해진다. 반대로 일정 시간 동안 생각하지 않으면 약화된다. 따라서 자신의 글을 기억시키고 싶다면 상대가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다시 끄집어내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도움이 되는 질문이 기억을 회상시키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두 번째 메일을 보낼 때 아래와 같이 이전 메일에서 언급한 중요한 내용을 질문하는 방식이다.

기억을 회상시키는 질문 예시

“지난번 메일에서 ○○ 약이 병원에 꼭 필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린 두 가지 이유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③ 의견을 요청하는 질문

글과 관련된 고객의 의견을 요청하는 것도 기억에 효과적이다. 의견을 내기 위해서 고객은 글을 반드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당신의 글은 고객의 뇌 속에 자연스럽게 기억으로 굳어지게 된다. 정 과장도 다음과 같이 고객들에게 요청하는 질문을 사용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의견을 요청하는 질문 예시

“지난번 메일에서 말씀드린 부분과 관련해 병원의 데이터 공유가 가능한지요?”
“이번에 소개드린 ○○ 약에 대해 흥미로운 점이나 추가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질문은 글보다 말로 할 때 훨씬 더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좋은 글은 상대와 말로 대화하듯이 적은 글이다. 또한 질문의 효과는 말이나 글이나 동일하다. 따라서 글을 적을 때도 마치 말을 할 때처럼 호기심 질문과 회상 질문, 그리고 요청 질문을 적절히 사용해보자.

물론 여기 소개한 질문을 사용해도 여전히 고객 중 일부는 당신의 글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세일즈 글이란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밑져야 본전, 아니 밑져도 이득이다. 질문을 꼭 활용해보자. 글이든 말이든.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했으며 잡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세일즈 글쓰기’ ‘B2B 영업사원 협상스킬’ ‘전략적 사고 및 대안개발’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강의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다. 저서로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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