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최대 이동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은 2018년 직원 한 명당 로봇 한 대, 즉 ‘1인 1로봇’의 비전을 선언한 뒤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업무 보조 비서인 봇을 개인화하도록 지원한다. 원하는 직원들이 스스로 봇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한편, 원치 않는 직원들은 앱스토어 같은 공용 라이브러리에 접근해 이미 만들어진 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따로 또 같이’, 즉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RPA 확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또 비IT 직군 시니어 HR 임원이 직접 봇 개발에 성공해 업무를 개선한 스토리를 사내외에 적극 홍보하고, 로봇과 사람의 중간 다리를 자처하는 ‘융합 디자이너’의 활동을 권장하는 등 사내 RPA 진입 문턱을 낮추고 모두를 위한 봇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조직은 앞으로 모두 각자의 개인 비서로서 자신만의 로봇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로봇들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을 대신해줄 것입니다.”
2018년 10월, 싱가포르 최대 이동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이하 싱텔)의 CDO(Group Chief Digital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는 이렇게 선언했다. 직원 한 명당 로봇 한 대, 즉 ‘1인 1로봇’의 과감한 비전을 던진 것이다. 2016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도입해 오던 RPA의 전사적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계기는 2018년 열린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통신회사의 경우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시즌권 판매 수요, 서비스 문의가 급증하면서 순간적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싱텔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시직을 고용하지 않고 밀려드는 수요에 대응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회사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이었다.
이에 싱텔은 소비자 부문(Group Consumer)에 약 2주간 훈련한 전화 영업 봇을 배치한 뒤 싱텔 핫라인으로 들어오는 월드컵 패키지 구독 문의와 요청사항에 응대하도록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추가적인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 채용 없이 로봇만으로 약 70%의 구독 문의와 결제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고,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더 복잡한 요구사항에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월드컵 기간이 끝나고 해당 봇들은 다른 업무에 재배치됐다. 이 같은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싱텔그룹은 이후 싱가포르 본사의 300여 개, 호주 자회사 ‘옵터스’의 150여 개 업무 프로세스를 RPA 기반으로 자동화하기 시작했으며 2년간 50만 시간의 노동 시간을 절감했다. 이 같은 자동화는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통신산업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싱텔의 청사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회사의 RPA 전담 실무진에게서 ‘1인 1로봇’의 목표와 진행 현황을 들어봤다.인터뷰는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됐으며 시론 룸(Chiron Lum) 싱텔 디지털 오피스 디렉터, 제니 림(Jenny Lim) 싱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디렉터가 참여했다. 인터뷰 내용을 1문 1답 형식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