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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umn : Behind Special Report

센스메이킹 조직문화를 구축한 MS 나델라

배미정 | 282호 (2019년 10월 Issue 1)
2014년 CEO로 취임해 스마트폰에 밀려 추락 중이던 MS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사티아 나델라의 명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기자는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센스메이킹’ 관점에서 그의 리더십을 다시 주목하게 됐다. 나델라가 2017년 쓴 자서전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는 그가 센스메이킹에 탁월한 리더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책에서 ‘센스메이킹’이란 어려운 학술 용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센스메이킹을 했다고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꼼꼼히 읽은 독자라면 자서전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델라가 얼마나 센스메이킹에 능한 리더인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기자 또한 데보라 안코나 MIT 교수와 김양민 서강대 교수가 왜 사티아 나델라를 현재 가장 센스메이킹을 잘하는 리더로 꼽았는지 자서전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읽고도 ‘센스메이킹’이 무엇인지 가슴에 잘 와닿지 않는다면 그의 자서전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나델라는 자서전에 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읽은 소설, 노먼 매클린의 『젊은이와 불』을 인용했다. 이 소설이 그린 스토리는 ‘센스메이킹’의 아버지 칼 웨익 미시간대 교수가 센스메이킹의 실패 사례로 분석한 일화이기도 하다(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김양민 교수 글 참고). 나델라는 1949년 소방관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산불 사고의 스토리에서 대장과 팀원 간의 일상적인 정보 공유와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소방관 대장은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로 작은 불을 지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시했지만, 두려움에 사로잡힌 대원들은 아무도 지시를 따르지 않고 도망가다 결국 사망했다. 기업의 리더도 급박한 위기 상황을 맞아 구성원들의 직관에 어긋나는 업무를 지시해야 할 때가 있다. 나델라도 2011년 아마존에 한참 뒤처진 클라우드 사업부를 맡으면서, 기존 서버 사업에 안주한 구성원들을 설득해야 했다. 이때 나델라는 소방관 대장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구성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그들을 개별적으로 면담하면서 각자의 상황을 점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경청했다. 이때 면담의 목표는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었다.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는 데는 기존 구성원들의 역량이 절실하다. 나델라는 클라우드가 왜 비즈니스의 중심이 돼야 하는지를 구성원들과 함께 깨닫기 위해 대화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위기 상황을 구성원들과 함께 ‘메이크 센스’하게 만든 것이다.

자서전을 보면 나델라는 CEO 취임 전뿐 아니라 이후에도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사에 소속된 모든 리더와 만났을 뿐 아니라 직접 현장에 나가 파트너와 소비자를 만났다.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다. M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목적의 실질적인 만남들이었다. 나델라는 아예 MS 경영진의 연수 과정까지 파격적으로 바꿨다. 150명이 넘는 경영진 조직을 팀별로 쪼개서 초·중·고, 대학교, 기업, 비영리단체, 스타트업, 병원 등으로 보내 소비자 피드백을 받도록 했다. 지인들끼리만 어울리기 좋아하던 까다로운 리더들이 낯선 사람들을 만나 피드백을 받고 그 내용을 공유하면서 MS의 미래를 브레인스토밍했다고 한다. 안코나 교수가 강조한 분배적 리더십, 엑스팀의 모범 사례로 손색이 없다.

급변하는 기술 발전과 국제 정치·경제의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리더 혼자서 완벽한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빠져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리더는 조직 내부뿐 아니라 외부와의 끊임없는 연결과 학습을 통해 성장하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문화가 곧 불확실한 미래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나델라가 CEO를 구성하는 알파벳 중 C가 문화(Culture)의 약자가 돼야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조직문화를 강조한 이유다. 나델라의 MS는 센스메이킹을 조직문화로 구축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재조명할 가치가 있다. 독자 여러분도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계기로 각자의 자리에서 현재 자기 존재의 의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센스메이킹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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