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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Interview : 박형철 머서 한국 지사장

“수시로 뽑고 실시간 평가하며 이동 배치
데이터 기반 AI가 HR 혁신의 핵심”

최한나 | 279호 (2019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AI의 활용 영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① 대규모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②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공정성’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③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AI를 통해 운영되는 HR 영역이 많아지면 앞으로의 인적자원 관리는 실시간으로, 즉각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수시로 뽑고, 수시로 평가하고, 수시로 이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HR 담당자들이 AI 활용 사례와 우리 기업에 대한 적용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1. 지난 3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AI 채용 솔루션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국내 IT 기업이 개최한 콘퍼런스. 국내 크고 작은 기업들의 HR 담당자들이 빽빽이 모여 국내외 HR 혁신 사례와 최신 트렌드를 공유했다. 특히 AI를 활용해 인재를 발굴하는 실제 프로세스와 그로 인해 달라지는 데이터들에 관심이 집중됐다. AI를 HR 분야에 접목했을 때 HR 담당자들의 일상 업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오자 모여든 실무자들 사이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날 모인 참석자는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2.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한 취업 정보 사이트. “서류 전형에 합격했는데 AI 면접을 본다고 하네요. 경험담 공유 좀 부탁드립니다”는 질문에 수십 개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면접 장소까지 안 가고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어서 편하다’ ‘사람하고 마주 보고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덜 떨렸다’는 찬사부터 ‘얼굴 표정이나 눈빛 같은 걸 다 읽어낸다고 해서 더 긴장됐다’ ‘1시간 안에 게임도 해야 하고, 답변도 해야 하고, 제한시간도 있어서 어떻게 치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정신이 없었다’는 토로까지.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과 구직자 등 3000여 명에게 ‘AI 채용’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1%는 긍정적, 49%는 부정적이라고 답하며 팽팽히 엇갈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인공지능(AI)이 HR 분야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서류나 면접 전형에서의 비용 절감을 노리는 국내 주요 대기업은 물론 젊은 구직자들의 활발한 참여를 원하는 스타트업들도 채용 과정에 AI를 활용하는 일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아직 국내 기업 중에서는 HR의 여러 분야에 AI를 고루 활용하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만 AI의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년 내 HR 분야에서 AI 활약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머서 매치(Mercer match)와 머틀(Mettl) 1 등 자체적인 툴을 개발해 일찌감치 AI를 HR 분야에 접목해 온 머서(Mercer)에 AI의 장점과 한계,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묻고 들었다. 박형철 머서 한국 지사장 및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다.



왜 AI인가.
우선 최근 채용의 전반적 흐름인 수시 채용과 잘 맞아떨어진다. 예컨대, 머서에서 북미권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머서 매치’라는 채용 툴의 경우 소셜미디어나 대학교 웹페이지 등에 깔아두고 지원자들이 게임을 통해 자신의 직무적성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한다. 지원자가 동의하면 개개인의 게임 결과를 저장해둔다. 기업들은 사용료를 내고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애틀랜타에 있는 월마트가 파트너십 관리 매니저를 뽑으려고 한다. 그러면 머서 매치에서 게임을 하고 결과를 남겨 둔 지원자들 중에 이런 분야에 필요한 적성을 높게 가진 사람을 검색해볼 수 있다. 몇 명의 후보자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채용을 결정한다.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직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아 면접하고 채용하는, 즉 수시 채용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할 때 AI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둘째, 현재 신입부터 허리 직군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밀레니얼세대의 경우 전 세계 공통적으로 사람보다 인공지능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람이 나를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반면 AI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 AI를 도입해 적용하면 채용 과정 전반에 대한 지원자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셋째, AI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예측’이다. 오랜 기간 데이터를 쌓고,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뭔가 인사이트를 얻어 미래에 대비하고자 함이다. 채용 분야에서는 면접 당시 이러한 평가를 받았던 사람은 입사 후 이러한 성과를 내더라든지,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은 얼마 못 가 나가더라는 식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 회사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인력을 뽑아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잡는 데 유리해진다. 나아가 이런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면 향후 어떤 일에 적합하겠다는 식의 경력 관리(career path management)도 가능하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수백만 명의 데이터를 돌려보니 이러한 직군에 가장 적합하더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면 말이다. 결국 AI는 채용뿐만 아니라 성과 관리와 평가, 보상에 이르기까지 인사 전반에 걸쳐 핵심 툴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직원 개개인의 커리어를 관리하는 데 AI가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AI를 활용한 ‘예측’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채용과 관련해서는 국내 기업들도 나름의 분석 결과들을 가지고 있다. 아주 단순하게는 ‘A대학 출신들이 일을 잘한다’ 또는 ‘박사급 인력들은 입사 후 3개월 이내 이직률이 높다’ 등이다. AI를 활용하면 채용과 관련한 예측이 훨씬 정교하고 정확해진다. 사람을 뽑아 써보니 이렇더라는 식의 사후적 분석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는 이러한 사람이 적합하다는 식의 사전적 예측이 가능해진다. 앞서 소개한 ‘머서 매치’와 같은 툴들이 그런 예측을 돕는다. 이 사람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가, 이 사람이 이 직군에 적합한 역량을 갖고 있는가, 우리 회사 문화에 잘 융화될 수 있을 것인가 등 오늘날 기업들이 답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많이 쓰고 있는 질문들에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채용 과정이 공지를 띄우고 조건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앞으로는 기업마다 배후의 인력시장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잠재적 후보자들의 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별로 필요할 때마다 접촉해 뽑아 쓰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예컨대, 우리 회사에 a, b, c, d, e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을 때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역량이 있을 것이고, 이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사람을 만나 합류하라고 권하게 될 것이다. 이때 AI는 후보자 A가 그동안 낸 성과를 봤을 때 이번 프로젝트와 맞을 확률은 몇 %라고 분석해 줄 수 있다. 그러면 회사는 이런 분석 결과를 참고로 해서 팀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운영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일들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좀 더 정교하고 정확한 채용이 가능해지고, 채용 실패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프로젝트 성공률과 나아가 회사의 성장곡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첫째, 디지털 플랫폼, 둘째,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 셋째,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형성된 모델이다.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운영하는 곳이 꽤 있다.

싱가포르 은행 DBS가 좋은 예다. DBS는 피플 허브(people hub)라는 플랫폼을 구축해 놓고 지원자들이 이력이나 포트폴리오를 올려둘 수 있게 해 놨다. 상시적으로 굴러가는 오퍼레이션 파트를 제외하고 디지털화가 가능한 업무 분야에 대해 오픈 마켓을 열어두고 그것을 통해 많은 직책의 담당자를 결정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채용 분야 말고도 현재의 데이터들을 모아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HR 전반에서 계속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사내 인력들을 평가해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겼다고 하자. 5점을 받은 사람들은 아주 역량이 뛰어난 톱 퍼포머(top performer)일 것이고, 4점을 받은 사람들은 조금만 노력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이럴 때 4점을 받은 사람들과 5점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 지급하는 보너스 금액 차이를 얼마로 두면 좋을까? 얼마나 차이를 두면 4점 받은 사람들이 더 분발해 5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5점 받은 사람들은 확실한 성취감을 느끼고 그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게 될까? 직무의 특성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답이 달라질 텐데 이것 역시 과거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얻어낸 인사이트가 있으면 추론해 낼 수 있다. AI는 궁극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툴이므로, 이런 분야에 대한 데이터만 충분히 누적돼 있다면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AI를 활용한 다른 사례들도 소개해 달라.

한 병원의 경우 HR 분야의 어떤 요인이 경영 성과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 자체적인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해서 의료보험협회 등을 통해 다른 병원 데이터도 가져다 썼다. 간호사 중 정규직과 아웃소싱 비율을 어떻게 결정했을 때 성과가 좋은지 분석하는 문제였다. 예상 가능한 바였지만 정규직이 많을수록 서비스 품질이 좋아졌고 매출도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백화점은 판매 직원들의 어떤 특성이 매출에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관행적으로 외모가 우수한 직원들이 많을수록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채용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분석해보니 그보다는 신속한 판단과 발 빠른 응대 능력이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 백화점은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사서 판매 직원을 채용할 때 적극 활용했고, 평가 결과가 좋은 사람 위주로 채용하면서 이직률이 줄고 인당 매출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한계나 문제점은 없을까?

데이터 풀이 협소할 때가 문제다. 충분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을 내리면 편향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단 데이터가 충분해야 한다. 최소 7∼8년 치 데이터가 누적돼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내 기업들이 HR 분야에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데이터 문제다. 혹여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도 흔히 말하는 ‘활용 가능한 형태의 데이터(transactional data)’가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다. 쉽게 말하면 텍스트형 데이터가 아니라 코딩형 데이터여야 한다. 텍스트형을 활용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려고 하면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지금부터라도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 기업들의 경우, 같은 업종에 있는 작은 기업들끼리 연합해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AI 모델을 도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생각해볼 만한 방법이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한 채용에 관심을 갖고 여러 방법으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서류 전형 단계에서 AI가 일정 커트라인을 갖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자를 걸러낸다거나 인터뷰의 한 단계로 지원자의 표정이나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을 분석해 성향을 유추해내는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런 방법들도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용을 절감하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바이어스(bias)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여러 분야로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면 머신러닝을 통해 회사마다 그 특성에 맞게 자체적인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어떻게 평가해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직원들의 커리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최종 선택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AI에 전적으로 채용을 맡긴다는 개념이 아니다. AI는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공해줄 뿐이다.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선입관이나 바이어스를 줄여줄 수 있는 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AI 채용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는 회사라면 일단 기존에 나와 있는 툴들을 써보고 2∼3년 정도 성과를 보면서 감을 익혀보는 게 좋다. 그러다가 그 툴을 만든 회사에 우리 회사 데이터만으로 모델링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툴을 통해 얻은 여러 가지 결과를 파일럿으로 묶어서 이런저런 형태로 채용 과정에 반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 회사의 특성과 필요한 인재 역량 등을 고려해 우리 회사만의 모델을 구축해가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앞으로 HR 분야가 걸어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은?

HR은 실시간으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1년에 한 번 사람을 뽑고, 1년에 한 번 승진 또는 배치하고, 1년에 한 번 평가해서 보상하는 식으로 움직여 왔다.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프로젝트성 업무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즉각적인 피드백을 원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졌다. 수시로 뽑고, 수시로 평가하고, 수시로 이동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평가라는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점수를 주고 등급을 매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업무가 완결됐을 때 업무와 관련된 동료나 상사, 고객들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주고 그것을 토대로 본인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평가다. 평가 역시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앱도 있다. 어떤 일을 하고 결과물을 입력하면 상사나 동료, 또는 본인이 지정한 코치들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피드백들이 누적되면 본인에게 엄청난 자산이 된다. 내가 평소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만큼 본인을 성장시키는 것은 없다. 이런 툴이 활성화되면 본인의 커리어 관리에도 크게 도움이 될뿐더러 회사 입장에서도 신속한 직무 재배치와 프로젝트성 업무에 대한 빠른 대처가 가능해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AI를 통한 인사이트 도출과 실제 업무에 대한 적용이 가능하다. 인사 담당자들이 AI를 활용한 업무 개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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