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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채용의 기술

김현진 | 279호 (2019년 8월 Issue 2)
채용이 먼저냐, 육성이 먼저냐 하는 이슈는 HR 분야의 영원한 화두 중 하나입니다. DBR은 기업 현장의 수요가 높은 HR 분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 가운데 채용을 더 중시한다는 소신을 밝힌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포시즌스호텔 창업자인 이사도어 샤프 회장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2017년 방한 당시 DBR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혁신을 선도한 배경을 설명하며 “우리는 교육이나 육성보다 채용 프로그램이 좋은 기업”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독특한 육성 프로그램을 기대했던 취재기자로선 김이 좀 새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샤프 회장의 인터뷰를 보고 무릎을 쳤다는 CEO들을 만나면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리더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 호 DBR(278호)에 인용된 라즐로 복 구글 전(前) HR 담당 임원의 채용론도 유사한 맥락입니다. 그는 “구글의 성공 비결은 창업주의 채용 철학에 있다. … 그렇기 때문에 HR 업무의 90%는 채용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채용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명제 속 부분집합으로 기업의 중요한 관심 사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조직문화 변화, 밀레니얼과 Z세대로 대표되는 신세대 조직원의 부상,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이란 3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에 채용 혁신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마침 국내에선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현대·기아자동차가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대규모 공채를 폐지한다고 올 초 밝히면서 대기업발(發) 채용 혁신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1957년 삼성그룹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발점으로 하는 국내 대기업의 정기 공채 역사에서 상시 채용으로의 전환은 함의하는 바가 큽니다.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할 인재의 기준이 ‘어떤 일을 맡겨도 잘할 만한 사람’에서 ‘조직이 현재 필요로 하는 특정 직무에서 바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경력 공채에 버금갈 정도로 개인과 특정 직무의 합(fit)을 면밀히 살피게 된다면 조직 내에서 신입사원의 위치는 ‘선배들이 쌓은 피라미드의 제일 아래 단’이 아닌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페셜 리스트’로 바뀔 수 있습니다. 입사 때부터 직무 중심 역량이 강조되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앞 다퉈 지향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이나 직장 내 갑질 근절 이슈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될지 모릅니다.

이직이 빈번한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신들의 기준에 ‘딱 맞는 최고의 적임자(exact fit)’를 뽑는 데 사력을 다하면서 이미 채용은 ‘기술의 영역’이 됐습니다. 채용 혁신을 다룬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자포스,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주요 혁신 기업들의 채용 방식을 소개하고 ‘직원들이 끊임없이 몸값을 높여 이직할 생각을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회사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실리콘밸리식 ‘채용의 역설’을 생생하게 소개합니다. 또한 AI, 빅데이터, SNS를 활용한 채용 혁신 방법론도 담았습니다.

2018년 동아비즈니스포럼 연사로 내한했던 피터 카펠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9년 5∼6월 호 기고문에서 “오늘날처럼 기업에서 채용을 많이 한 적도, 채용에 지금처럼 돈을 많이 쓴 적도, 지금처럼 엉터리인 적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신다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더욱 귀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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