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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원 관리

지나친 성과주의, 창의성 죽인다

배종석 | 15호 (2008년 8월 Issue 2)
좀 더 효과적인 사람관리 방식은 존재한다. 사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과는 달라지고, 경쟁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은 뛰어난 인재가 있었기에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미래에도 사람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효과적인 사람관리 방식은 존재한다
지식기반 경제 아래에서 효과적인 사람관리 방식은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지식사회라고 지적하면서 그 차이를 설명했다.1 지식기반 경제모델은 이전에 한국경제가 성장하던 산업화 과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자원의 투입량으로만 승부를 걸던 과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조직이 많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 일에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입한 대신 다른 모든 영역은 희생했다. 그런데 경제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을 돌이켜보면 직장인들은 글로벌 경쟁을 위해 또다시 희생과 장시간 근무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2006년 한국 임금근로자의 연간 총근로시간은 2360시간으로 1986년 2923시간보다는 제법 줄었다. 그러나 G7 선진국(1684시간)과 비교하면 약 700시간 더 길다. 또 이 보고서는 1인당소득 2만 달러 달성 시점으로 비교해도 G7 선진국 수준에 비해 558시간이 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긴 근로시간에 비해 2006년의 전 산업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G7 평균의 65%밖에 안 된다.2
 
효과적인 사람관리 방식은 무엇일까.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그의 저서 ‘인간방정식(The Human Equation)’에서 일곱 가지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1)고용보장 (2)신규인력의 선별적 고용 (3)조직설계의 기본원리로서의 자율관리 팀과 의사결정의 분권화 (4)조직 성과에 따른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 (5)광범위한 훈련 (6)신분의 구분과 장벽 줄이기 (7)재무정보와 성과정보의 조직적이며 광범위한 공유 등이다.3 이 책에서는 이런 효과적인 사람관리 방식으로 경쟁력을 가져온 사례들을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있다.
 
조직은 시장과 다르다
왜 기업들은 조직을 시장처럼 관리할까. 기업조직·시장·정부는 각자 고유한 역할이 존재하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좋은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정부 실패 또는 시장 실패, 기업조직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실패한다는 이유로 특정 조직이나 기관을 없애서는 안 된다. 이들 사회적 기관은 각자 고유한 지배적인 논리와 원리를 갖고있다. 따라서 한 기관의 중요한 원리와 가치를 다른 기관에 동일하게 적용하면 무리가 따른다. 예를 들어 시장논리를 정부와 기업조직 관리의 지배적인 논리로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시장경제라는 것을 가장 지고한 이상적 시스템으로 결론짓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것은 시장을 무시한 경제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역사적으로 우월성이 있다는 것이지 곧 기업조직을 시장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은 조직의 편재성(the ubiquity of organizations)으로 인해 현재의 경제 구조를 더 잘 설명하는 것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조직경제라고 역설했다.4
 
그러면 이제 논의를 기업에 국한시켜 기업 내의 사람관리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관리 방식에 시장논리를 적용할 수도 있고, 조직논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 시장논리에 의한 조직 관리는 경쟁 유도, 인재전쟁(war for talent) 몰입, 성과주의에 따른 연봉 차이 확대, 노동시장 유연성 강조 등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에 조직논리로 사람을 관리하게 되면 고용을 보장해 주고, 역량을 향상시켜서 사람들이 경영에 참여해 충분히 자기 역량을 발휘하도록 유도한다. 시장논리에 기반한 사람관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업들이 사람관리를 철저히 시장처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와 반대로 조직논리, 이 가운데 특히 공동체 논리의 관점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조직은 철저히 시장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방식은 앞에서 페퍼 교수가 제시한 7가지 효과적인 사람관리 방식과 유사하다.
 
한국기업들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간 시장논리에 따른 사람관리 방식을 실험해 오고 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치열하지 못하고 안일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기업은 성과가 저조한 직원을 내보내고 뛰어난 인재를 조직에 남겨두려 했지만 능력이 탁월한 사람일수록 기회가 있을 때 나가려고 한다. 신뢰가 사라진 조직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매우 크다. 필자는 성과주의를 도입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의 R&D 연구소를 대상으로 사례 분석을 했다. 분석 결과 성과주의 도입 후 평균적인 혁신성과는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은 주로 기존 기술에 기초한 점진적 혁신에 그쳤다. 반면에 새로운 혁신 또는 과감한 혁신을 통한 성과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냉철한 시장주의가 지배하면 조직이 잘될 때 더 잘되게 하는 사람은 많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조직이 어려워질 때 자기 일처럼 끌어안고 희생할 사람은 줄어든다. 사실 ‘경쟁만이 경쟁력을 높인다’라는 일반 통념(conventional wisdom)은 실증적으로 그렇게 지지된 것이 아니다.5 사람들이 질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 남보다 잘하는 것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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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종석

    배종석

    -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International Journal of Human Resource MAnagement 편집위원
    - 기획예산처 기금운용평가단 기금평가위원
    -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Fulbright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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