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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닐 마키자

CEO의 이사회 의장 겸임은 문제

DBR | 15호 (2008년 8월 Issue 2)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무엇이고 왜 중요합니까.
일단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들의 수익률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높다는 사실부터 언급하고 싶습니다. 기업지배구조의 정의는 주주·경영자·소액주주 등 그 기업에 연관된 사람들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 올바른 판단을 통해 각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는 것 등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소액주주 보호에 기업지배구조의 목적이 있다고 믿습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본이나 주요 주주들이 지원하는 자본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존재하려면 외부에서 자본 수혈이 불가피하고, 외부 자본 수혈은 주로 소액주주로부터 이뤄집니다.
 
좋은 지배구조는 선진국 기업보다 이머징마켓 기업에게 특히 더 중요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은 풍부한 자본에 노출되어 있어 자본 이익률(rate of return)이 높지 않습니다. 이머징마켓의 이익률 자체는 높지만 소액주주들은 이머징마켓 기업의 지배구조에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머징마켓에 필요한 만큼의 자본 유입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취약하고 불건전한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세계 자본은 현재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에 투입되지 못하고 선진국으로만 몰리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좋은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습니까.
관습법을 따르는 영미권 기업의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와 성문법을 따르는 한국·일본·독일 기업의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는 분명 다릅니다. 영미권 기업의 지배구조는 시장(market), 성문법 국가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관 감시(institutional monitoring)에 각각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누가 더 우월한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영미권 기업에서 우수한 지배구조를 보유한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후자의 경우에는 폴크스바겐을 꼽고 싶습니다. 빌 게이츠가 재임하던 시절 그는 강력한 경영 통제권을 행사하면서도 소액주주라면 누구나 투자하고 싶어 하는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흔치 않은 예입니다.
 
비록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는 해도 여전히 개선점이 많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이것이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Korean Discount)의 원인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1998년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의 지배구조를 비교한 좋은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49개국의 법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얼마나 실용적으로 보장해 주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한국은 5점 만점에 2점을 받았습니다. 관습법을 따르는 영미권 기업의 평점은 4점이었고, 성문법을 따르는 한국·일본·독일 기업의 평균은 2.33이었습니다. 성문법 국가 안에서도 한국 기업 지배구조가 우수한 편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물론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년간의 발전을 평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결점이 있습니다. 관습법과 성문법 국가의 지배구조를 일률적으로 비교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가 전체적으로 조금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 기업이 지배구조 발전을 위해 어떤 점을 노력해야 합니까.
일본에서는 주주가 우편을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소액주주가 반드시 주주총회에 참석해야만 하는 이런 시스템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소액주주의 위치를 더욱 불리하게 만듭니다. 소액주주의 불편을 해소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에 강조하고 싶은 점은 기업 문화와 관련한 스캔들 후에는 반드시 기업지배구조의 발전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법적 소송을 당한 기업들이 이후 자신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누구나 스캔들을 싫어하지만 이 스캔들이 발전의 촉매제가 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입니다.
삼성 문제에 관해 제가 논평할 상황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지배구조의 질을 높일수록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은 대폭 낮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면 이익률이 높아지고 더 많은 외부 자본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스캔들 이후 삼성이 지배구조를 발전시킨다면 삼성뿐 아니라 소액주주를 비롯해 한국 경제 전체에도 이익이 돌아올 겁니다.
 
한국에서는 소액주주 보호 정책이 국내 투자가가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 특히 투기 자본을 보호하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는 것은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가 국제 기준에 부합할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인도의 인포시스는 현재 굉장한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이어서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만 인도 내부에서는 필요 자본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인도 기업의 지배구조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투자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포시스는 미국 주식시장에 등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포시스는 자본을 원했지만 결국 가장 엄격한 지배구조 규율을 갖춘 나라에 스스로를 종속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배구조를 개선했다면 굳이 미국 시장에 상장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지배구조 개선이 주주와 경영자 간에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 연봉을 받아 논란에 휩싸인 미국 CEO들이 많지 않습니까.

완벽한 기업지배구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리인 문제의 완벽한 해결책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 속도가 비록 느리다 해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EO가 기업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가져간다면 이사회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좋은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이사회를 가지려면 이사회의 규모, 독립성(inde -pendence), 이중성(duality)을 잘 조율해야 합니다. 이사회의 규모가 클수록 인재가 많아 좋다는 사람이 있지만 서로의 책임을 떠넘길 소지도 많기 때문에 각 기업이 그 기업에 맞는 적정 규모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독립성은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의 비율, 이중성은 기업의 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고 있느냐의 문제에 달려 있습니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름을 거론할 수 없지만 제가 지켜보고 있는 한 기업은 40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12명이 사외이사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이사가 되기 전에 이 기업에서 일한 사람들입니다. 누가 진정한 사외이사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죠.
 
특히 미국 기업에서는 이중성 문제가 심각합니다. 75%의 CEO들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EO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의 의장이 CEO 본인이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아닐 마키자(Anil Makhija) 교수는 미국 루이지애나 튤레인대와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오하이오 주립대 재무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기업 재무, 재무 의사결정, 민영화 전략, 자본 구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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