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4차 산업혁명과 구조적 저성장은 현재의 ‘극한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기업은 기존 ‘사람 중심의 인사’에서 ‘직무 중심의 인사’로 HR 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직무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만들 때 내부 전문가를 확실히 파악해 ‘적합한 배치’를 할 수 있고 유연하게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한 환경에 걸맞은 ‘평상시적 평가 시스템’과 ‘효율화’는 이 같은 시스템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
인사부서는 예전처럼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직무와 인재의 ‘핏(fit)’을 판단하고, 필요한 직무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하도록 도우며, 직원들이 역량 개발에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교육과 성과평가 툴을 개발하는 ‘인사 전문 컨설팅팀’으로 변화해야 한다.
편집자주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조규원(홍익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다. 증기기관 발명과 기계의 발달로 시작된 ‘산업혁명’, 바스티유 감옥 습격과 함께 구체제를 무너뜨렸던 ‘프랑스혁명(정치적 자유주의 혁명)’은 시기적으로 상당 부분 중첩돼 일어났고 위대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이를 ‘이중 혁명’이라 불렀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 어떤 정보화혁명, 모바일혁명보다 더 거대한 혁명의 흐름이 시작됐다.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인공지능과 이를 가능하게 한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가장 복합적이고 근본적이며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혁명의 시대에는 언제나 ‘극도의 불확실성’이 함께한다. 2017년 1월 전미경제학회에서 “지금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사실만 확실할 뿐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게 없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불확실성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 CNBC가 내놓고 있는 ‘글로벌 불확실성 지표(Global Uncertainty Index)’에 따르면 2016년은 지표를 제시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불확실성이 심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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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시대가 만들어내는 불확실성과 혼란은 동시에 ‘기회의 장’을 만들어낸다. 혁명의 시대, 극한 환경이 열어놓은 기회의 장에서 실제 기회를 만들어가는 건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데이터가 모든 걸 말하는 시대가 되더라도 결국 ‘사람’이다. ‘극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시대에 기업들이 조직을 변화시키고 직원을 교육하고 새로운 인재를 찾아나서는 건 혁명이 열어놓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HR의 문제는 단순한 관리와 교육의 문제가 아닌 ‘혁신과 생존’ 그 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이슈가 되고 있는 지금, DBR은 HR 전문가 박형철 머서코리아 한국 지사장 겸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예전의 위기상황과 지금의 극한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며 “기존 위기는 ‘일시적’이었던 반면 현재는 극도의 불확실성과 구조적 저성장, 그리고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우리의 삶과 가치관이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인들이 현재의 경영 환경을 ‘극한 환경’이라고 보고 있다.
이 ‘극한 환경’이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이 있는가?‘극한 환경’을 구성하는 건 두 가지다. 첫째는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이다. 산업구조가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으로의 변화와 적응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게 적응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극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현재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크게 절감하는 부분일 수 있는데 바로 ‘구조적 불황’이다. 절대 단기간에 회복되는 불황이 아니다. ‘단기적’ 혹은 ‘일시적’ 불황은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그걸 해결하면 극복되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고성장을 지속해오다 2%대 성장에서 멈춰 있는 구조적 저성장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만들어내는 게 바로 대한민국 기업들이 처한 극한 환경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극한 환경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부분 레드오션에 속해 있는 한국의 제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위기 돌파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으나 산업구조는 그렇게 빨리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당분간 계속 극한 상황으로 기업이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6년 12월 기준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출산율, 연금제도 미비 등으로 제대로 소비할 여력이 없는 고령층의 급격한 증가, 생산 인구와 소비 인구 전체가 줄어드는 현상은 사실 매우 위험한 것인데 마땅히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은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쥐어 버린 상황이다. 웬만해선 우리가 주도권을 갖기가 어려운 지경이 됐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극한 환경이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4차 산업혁명은 그나마 이런 극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는 기업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시스템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극도로 높이자는 것인데 현재 사회적 분위기로 봤을 때 ‘고용 유지’나 ‘대기업 공채 시스템 유지’ 등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시기에 인사관리의 기본 원칙 혹은 방법론은 무엇일까?인사관리뿐만이 아니라 전체 경영에 해당하는 얘기고 다소 ‘올드’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바로 ‘효율성’이다. 기업의 자산은 현금, 생산시설, 사람 등이다. 냉정한 얘기지만 기업이 중시할 수밖에 없는 건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생산과 판매를 이뤄내는 것이다.
좀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지만 아마존의 물류센터 사례를 한번 보자. 실제 물류센터에 가니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극도로 효율화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사람이 없다면 노사 간 갈등도 없고, 생산성도 일정할 것이며, 휴식시간도 필요 없이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사회적, 정치적 압박을 극복하고 정말 이 정도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구조적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지금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효율성’을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해야 한다는 건 꼭 강조하고 싶다. 사람의 수, 인건비, 인당 생산성 등을 고려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사람의 ‘역량’이라는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한 사람이 많은 역량, 큰 역량을 갖고 있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생산성을 낼 수 있다. ‘인사관리 효율성’이라고 말하면 보통 ‘해고’를 떠올리는데 그건 아니다. 개인들의 역량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면 ‘역량이란 무엇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된다. 능력은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고 역량은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갖춘 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 컨설팅을 들어가서 보면 ‘역량 교육’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죄다 ‘리더십’과 ‘가치’ 얘기만 하고 있다. 이 부분은 엄밀히 말해 4차 산업혁명시대, 극한 환경에서의 핵심 역량이 아니다. 그냥 관리적 역량일 뿐이다.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량은 ‘전문 역량’ ‘직무 역량’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HR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4차 산업혁명과 동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