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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채용’이 중요하다

휙휙 바뀌는 게임의 룰, 역량 총동원해 인재부터 ‘확보’하라

김광현 | 221호 (2017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보통 ‘위기상황일수록 직원들의 역량개발을 위한 교육에 투자하라’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극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경영환경에서는 오히려 ‘인재선발’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만약 기업이 여유자원도 많고, 협업역량도 큰 경우에는 내부의 별도 조직을 활용하거나, 외부와 적극 협업하거나, 인재영입을 목적으로 한 인수(Acquihire) 등을 추진할 수 있다. 만약 여유자원은 많으나 협업역량이 낮을 경우에는 M&A 후 독립경영, 즉 Acquihire 이후 decoupling을 하는 게 좋은 전략이 된다. 여유자원 자체가 부족할 경우에는 리얼옵션적 접근 방법을 쓸 수 있는데 이 경우 협업역량이 높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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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다는 사실 빼고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의 경영환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문구다. 실제 PEST(Political, Economic, Social and Technological )분석에 기초해 거시환경을 살펴보더라도 기업들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준비하고 대응하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장기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부진한 세계 경제에 더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과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 동아시아에서의 긴장 고조 등의 정치 불확실성도 당혹스러울 정도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 세대 간 격차 등에서 비롯되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갈등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진보와 융복합화는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림 1),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급속하고 불확실한 변화는 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생존과 성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이다. 늘어만 가는 여러 정치·경제·사회적 불확실성, 기술의 급속한 발전, 산업 간 경계 붕괴 등의 결합이야말로 VUCA(Volatile, Uncertain, Complex, Ambiguous)라고 표현되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처한 극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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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의 인적자본 수준은 조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1 따라서 극한 환경에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나 신사업 창출을 통해 기업이 처한 여러 위기들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게 바로 인적자본이다. 특히나 기술인재(Technological Talent)가 핵심인 첨단 산업뿐아니라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우수 인재의 확보, 육성 측면에서 전통적 산업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유연한 방식의 접근을 요구한다.2 예를 들어, 전통 제조업으로 여겨졌던 완성 차 업체는 전기 차나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자동차의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핵심 기술 인재의 확보와 육성을 해야만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내부 육성에 주로 의존하던 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술과 역량을 지닌 핵심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시급성과 중요도는 첨단 전자, 소재 등의 산업에서뿐만 아니라 업의 본질의 변화에 따라 게임의 룰이 달라지고 사업 모델이 재정의되고 있는 다른 여러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커지고 있다. 따라서 ‘극한 환경’에서의 인사에 관해 여러 영역에서의 접근이 있을 수 있지만3 이글에서는 논의의 초점을 인재 확보와 육성 부분에 맞춰 집중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채용 vs. 교육

‘인재 확보’와 교육을 통한 ‘내부 인재 육성’ 중 어느 것이 더 성과에 도움이 되는가는 오래된 논쟁 중 하나다.4 양질의 인적자본 확보에 대한 노력과 교육/훈련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직원들의 기술과 능력을 향상시켜 생산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환경에 따라 채용과 교육의 상대적 중요성과 초점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경기침체기에는 채용에 상대적으로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경기호황기에는 교육에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 경기침체기에는 노동시장에서 고용조정이 많아져 유능한 인력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기업들도 내부 자원에 여유가 많지 않기에 채용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호황기에는 우수 인력을 노동시장에서 유인하는 데 경쟁이 심해져 쉽지 않은 여건이 되며 기업 내부에도 인력 육성에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경기 변동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른 기업의 인적자본 관리에 대한 논의로서 현 상황에 비춰본다면 교육보다는 채용에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채용이 교육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업은 채용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치, 직무, 리더십 교육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지식과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이 지닌 성격과 태도는 쉽게 변화되기 어렵거나5 개발되기 힘든 역량도 존재하기에 아무리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육성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해도 원석이 좋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거나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텔업종이 좋은 사례 중 하나다. 고객을 최접점에서 응대하는 호텔리어의 경우 외향성(extraversion)이나 친화성(agreeableness) 등의 성격,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과 태도가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잘 구조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도 일정 정도의 대고객 서비스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또한 본인들도 감정노동에서 비롯되는 여러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바꾸기 힘든 특정 자질과 역량이 중요한 직무에서는 이사도어 샤프 포시즌스호텔 회장이 “제대로 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교육보다 앞서며 중요하다”6 라고 강조한 것처럼 적합한 인재를 엄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산업과 직무와 상관없이 개인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적능력(general mental ability)과 성실성7 은 갈수록 새로운 직무와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조직환경에서 빠르게 배우고 발전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으로 이러한 개인적 특성을 지닌 인재 채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 주목을 받는 개인적 특성 중 하나는 ‘그릿(Grit)’8 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더크워스 교수가 연구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낸 것으로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개인적 특성은 뛰어난 재능이나 기량이 아니라 열정과 끈기를 나타내는 그릿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릿은 성장기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들, 아니면 개인의 행동에 강한 영향를 미칠 수 있는 상황(예를 들어, 군대)에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학습되거나 개발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려진 것도 적고 기업현장에서 이를 교육하고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 같은 현실화하기는 어렵지만 성공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전적인 사업에 몰두하게 하거나 문제해결에 치열함을 요구하는 직무 등에서는 도전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끈기, 열정(그릿)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바꾸기 쉽지 않거나 기업교육을 통해 개발하기 어려운 개인적 특성을 잘 갖춘 인재의 채용은 사업의 판도가 극적으로 바뀌는 극한 환경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굳이 IT 같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일상화된 산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러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과 커머스, 교외 아웃렛 등의 다양한 유통채널에 뺏긴 고객들을 어떻게 다시 백화점으로 유인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생존과 성장의 문제였던 현대백화점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는 하드웨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경험을 판매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판교점을 체험공간으로 탄생시켰다.9 업의 본질을 재정의함으로써 기존의 단순한 쇼핑공간에서 벗어나 즐겁게 놀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꾸며 기존 외식업이나 놀이동산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들과의 전선을 구축하며 사업의 중흥기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직원들의 사업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일이고, 이러한 열정과 끈기는 기업에서 가르치고 배우기보다는 역량을 가진 인재가 깨우치고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기에 채용의 중요성이 더 크다.



급격한 정치·경제·사회·기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모든 조직에 있어 절체절명의 과제다.10 경력직 인재를 채용하는 경우는 조직 내부에 필요한 지식, 기술이나 경험을 갖춘 전문가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 혹은 내부에서 그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 투자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거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산업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새로운 경영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사업경쟁력 강화와 조직활력 제고에 필요한 인재들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전략적 접근은 매우 중요하다. 아날로그 사고방식으로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기에 디지털 마인드, 기술, 역량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나 현장 경험, 다양한 관점과 새로운 시각들을 통해 사업에 대한 통찰력 등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직의 실질적인 역량 내재화에 더해 그들이 지닌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한 산업/기업 간 융합과 연결을 제고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복잡하고 불확실한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여지도 높아지고 기존 성공 방식에 대한 감정적 애착이나 경험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극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 즉 극한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진 기업에게 시급성과 중요도 측면에서 볼 때 ‘교육보다는 채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경쟁력에 특정 직무의 기여가 탁월하게 크거나 기술 발전이 빠른 ICT 같은 산업의 경우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 이들로 하여금 조직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기업 발전에 중요하니 어려워도 당장의 교육 투자를 줄이지 말라는 것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교육 투자의 단기적인 조정까지 고려하는 기업들에는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다. 또한, 내부 교육에 투자해 기업경쟁력을 확보하라는 일반적인 조언은 급변하는 환경변화와 기하급수적인 기술발전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시장의 흐름을 놓쳐 자칫하면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데 실패할 수 있기에 그다지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극한 환경에서 요구되는 사업, 시스템, 역랑 등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교육의 방향성과 실효성도 불확실하기에 교육보다는 지금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를 잘 채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사업 성과창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본원적이지만 개발하기 어려운, 또는 개발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개인적 특성을 갖춘 인재나 빨리 학습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잘 선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사선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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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선발 결정과 관련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그림 2>를 먼저 살펴보자. 사업과 조직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동시에 선발해야 할 인재를 놓치는 ‘잘못된 탈락’과 선발하지 말아야 할 인재를 선발하는 ‘잘못된 선발’의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IT나 엔터테인먼트같이 소수의 인재가 전체 조직을 먹여살릴 수 있는 산업적 특징을 가진 곳에서는 잘못된 탈락 오류를 줄이는 것이, 반면 금융이나 컨설팅같이 신뢰가 중요하거나 모든 인재들이 팀플레이어로 조직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산업적 특성이 있는 곳에서는 잘못된 선발 오류를 줄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직무의 유형에 따라서도 어떤 오류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직무 유형 분류 중 하나로 좋은 성과가 조직 전체에 큰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스타(Star)’ 직무와 특정 성과 기준 이상의 성과 차별성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기준에 이르지 못하는) 성과는 조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가디언(gurdian)’ 직무11 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스타 직무에 대해서는 조직에 큰 잠재적 이익(upside potential)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선발과정의 잘못으로 혹시 잘못 탈락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면 가디언 직무에 대해서는 잘못된 선발로 인해 조직의 하방위험(downside risk)을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시가 인사선발 결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모든 상황과 맥락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업과 조직에 적합한 인재는 누구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고 제대로 선발하는 것이다. 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걸로 알려진 대표적인 기업인 구글의 예를 보자. 구글의 인사는 채용이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록 뽑지 말아야 할 인재를 뽑게 되는 ‘잘못된 선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신중에 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그림 2>에서 소개한 프레임워크로 보자면 IT 산업의 개발자들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얼핏 ‘잘못된 탈락’ 오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은데 막상 구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과 운영을 위해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에 기반한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며 리더들의 임파워먼트를 통한 직원들의 자율성과 자기주도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조직적, 사업적 특성 때문에 그렇다. 자율과 방종, 권한위임과 무책임 또는 책임전가는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기에 엄격한 채용 과정을 거친 자격을 갖춘 직원에게만 높은 수준의 자율을 보장하고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왕관을 쓰려는 자에게 걸맞은 무게가 주어지는 것처럼 불확실하고 도전적인 사업 환경 아래 자유와 책임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인재들을 엄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훌륭한 역량과 태도를 갖춘 인재를 엄선해 자율적인 업무환경에서 서로의 지식과 정보, 관점과 경험들이 자유롭게 공유되고 소통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관리에서 비롯되는 비용과 동기저하를 줄이고 회사를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기업문화의 방향을 제시한 문서인 ‘Netflix Culture: Freedom & Responsibility’에서도 첫 번째 항목은 “최고의 인재가 모여 최고의 성과를 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 서로 최고가 되도록 자극하고 도울 수 있으며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의 교육에 대한 투자나 인재 육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환경이 불확실하고 사업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을 때 혹은 제품개발이나 서비스 제공에 있어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요구하는 직무에서는 교육을 통해 바꾸거나 개발하기 힘든 역량과 태도를 충분히 갖춘 인재를 잘 채용하는 것이 휠씬 효과적이며 중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누구를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는 사업모델, 조직맥락, 직무특성 등에 맞게 유연하게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사의 기본이자 시작은 채용이다. 사업과 조직에 적합한 사람(right person)을 선발해야 교육이나 육성의 효과도 담보될 수 있다.



인적자본 확보 전략

극한 환경에서 미래 사업과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우수 인재의 확보를 채용을 통해서만 아니라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같은 급변하는 초경쟁 환경, 파괴적 혁신의 시대에 기업 혼자 내부에서 모든 걸 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채용 문제에서 벗어나 사업과 조직에 필요한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로 문제를 확대해보자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접근이 있을 수 있지만 기업의 여유자원과 협업역량에 따라 인적자본의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 나눠 고민해볼 수 있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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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협엽역량이란 단순히 조직 내 협업을 장려하는 제도나 관련 인프라, 시스템 측면을 넘어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양식 등을 포함한 일상에서 조직 내 협업 생태계가 얼마나 잘 구축돼 있는지, 외부 조직이나 인재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와 포용성이 얼마나 있는지 등 조직 내외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 공유, 활용,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되겠다.

1) 여유자원도 협업역량도 높은 경우

기업이 여유자원도 많고 협업역량이 높을 경우에는 운신의 폭의 넓다. 이런 경우, 크게 세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우선, 핵심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해 별도 조직을 맡기거나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사업이나 조직책임자에게 독립된 권한을 부여하며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산업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제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GE가 대표적인 경우다. 시스코에서 전사 고급 서비스와 솔루션 개발을 책임지며 기술과 조직관리에 능했던 빌 루(William Ruh)를 영입해 충분한 예산을 주고 변화를 주도할 조직12 의 구성을 맡겼고, 이를 통해 GE의 문화에 시스템에 잘 맞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탄탄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GE의 경우 여유자원도 풍부하고 디지털 기술 인력들과 기존 사업부들 간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GE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사업을 개발할 때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내부 직원들이 모여 프로젝트을 진행하고 다시 이합집산하는 형태의 스타트업의 장점을 잘 살린 ‘GE 패스트워크(Fastworks)’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니레버 파운드리(Unilver Foundry)처럼 내부 과제나 신사업 추진을 외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최근 ICT산업 등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인재영입용 인수(Acquihire)의 활용이다. Acquihire란 M&A에서 인수를 나타내는 Acquire와 채용을 뜻하는 Hire를 합성한 신조어로, 상품이나 서비스 생산과 관련된 물적 자원, 인프라, 영업망 등의 획득이 목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 주로 기술력이 검증된 스타트업, 인재들이 지닌 기술이나 전문성 등의 획득을 목표로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수한 인재의 핵심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업에 대한 접근, 사고방식, 그리고 경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단기간에 교육을 통해 줄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인수를 통해 자사의 사업에 다른 직원들과 협업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도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대표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 핵심 기술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핵심 기술 인력들을 개별적으로 채용해 협업하게 만드는 것보다 오랫동안 축적한 팀워크나 협업역량까지 갖춘 개발팀을 인수해 활용할 수 있기에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 휠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2) 여유자원은 많으나 협업역량이 부족한 경우

이미 성공한 기업은 기존 사업모델과 정형화된 프로세스 안에서만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어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혁신적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사업화하는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다양한 인적자본 확보 전략은 실은 많은 기업들에 현실적이지 않다. 문화적 패권을 가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위치하며 뛰어난 처우와 이상적인 근무환경, 업무경험이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에 있어 큰 자산이 되는 게 바로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선도 기업들이다. 그런 회사들은 매력적인 고용 브랜드를 가진, 우수한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이라서 쉽게 인적자원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많은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다른 조직의 인수를 통한 인적자본 확보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M&A의 70∼90%가 원래 기대했던 전략적, 재무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며13 실패 요인 중 상당 부분이 인사(사람) 관련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듯 앞서 말한 ‘인수’가 그리 쉬운 대안은 아니다. 상이한 조직문화와 정서, 일하는 프로세스, 경영 스타일, 소통 방식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 꼭 필요한 핵심 인재의 이직, 조직에 대한 신뢰 및 동기 저하, 장기적 목표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효울성도 떨어지고 시너지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의 연관성이 낮거나 피인수 기업의 경영철학이나 조직문화가 너무 다른 경우 조직이나 사업에 통제가 고유의 자율성과 성과창출 프로세스를 훼손해 경쟁력 창출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M&A를 하되 느슨한 수준의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을 하는 것이 피인수기업의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아주 핵심적인 부분에서의 사업 및 전략적 방향에서의 조정 혹은 재무적 자원들만 효율적으로 잘 관리된다면 피인수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관리 등이 인수기업과 디커플링(decoupling)이 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이라는 그룹 양대 사업 분야와 거리가 먼 반도체 제조사인 하이닉스 인수 후 디커플링한 SK의 경우나 해외 기업 M&A에 공격적인 삼성전자가 피인수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며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경우가 좋은 예다.

3) 여유자원이 부족할 경우

새로운 환경에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은 필요하나 여유자원이 부족할 경우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리얼옵션(real option)적 접근을 통한 인적자본 확보다. 리얼옵션은 실물시장에서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 기법 중 하나로 금융시장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재무적 옵션에 그 개념을 기초한다. 즉, 높은 불확실성하에서 처음부터 하나의 선택에 집중하기보다는 복수의 대안에 소규모 투자를 한 후 단계별로 개별 투자대안의 성공 가능성과 예상 수익을 검토해 투자를 지속, 확대할 것인지, 아님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인재 확보와 관련한 의사결정에 활용하자면 사업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에 필요한 모든 역량과 기술을 내부 인력이 갖추도록 할 수는 없기에 환경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외부 소싱을 통한 기술, 지식, 역량 확보에 집중하며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걷히면 사업에 필요한 핵심적인 인재들의 채용에 확실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미래를 대비한 조직역량의 일부는 확보하되 대대적인 인재 확보 투자는 유보해둠으로써 실패 시의 리스크를 줄이고 자원의 효과적 투입을 제고할 수 있다. 리얼옵션 접근과 관련해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프리랜스 이코노미(Freelance Economy)’나 ‘임시직 경제(Gig Economy)’ 같은 비전통적인 유연한 고용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일정 시간 동안에만 프리랜서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에 의존하다 이의 필요성이 늘어나면 정식 직원의 채용을 시작하거나 내부 직원의 관련 교육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력 채용이 늘어나고 있고 고용안정과 관련한 인식과 기대도 점점 변화하고 있기에 환경의 불확실성과 고용 관련 인식의 변화에 맞춰 이러한 접근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리얼옵션적 채용 전략의 효과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먼저,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그 방향이 단속적인 산업이나 산업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에 위치해 있는 기업의 경우에 그 효과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해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활용적 혁신(Exploitation)보다 중장기 전략적 목표 달성이나 새로운 핵심 사업 창출을 위한 탐색적 혁신(Exploration) 활동에서 더 필요할 듯하다. 특히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거나 자사만의 체계적이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 녹록지 않아 교육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중견/중소기업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시장에 관련 인력풀이 풍부하면서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가 개방적이고 협력적일 때 소기의 목적을 더 효과적으로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리얼옵션 전략이 가능하려면 여유자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협업역량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즉 여유자원이 없을 때 리얼옵션적 접근법을 활용해야 하지만 이것의 성공 가능성은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협업역량의 크고 작음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만약 여유자원도 적고, 협업역량도 낮은 기업이라면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과 성장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때에는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 임진왜란의 이순신과 같은 ‘매우 뛰어난 리더십’이 있어야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결론을 대신해

장기 저성장기 국면에 들어선 경제와 변화하는 고용환경이 예전에는 채용하기 어려웠던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빠른 기술 진보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이 높은 극한 환경에서 기업 내부 교육투자만으로는 이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는 어렵기에 기업경쟁력 확보 및 강화 차원에서 채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에 소개된 인적자본 확보와 관련한 전략적 접근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위해 채용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기업들에 한 가지 기본적인 지침이 될 수는 있지만 언급된 접근들이 완전히 상호 배타적(mutually exclusive)이거나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한 기업 내에서도 사업부 같은 하부 조직의 특성이나 성격에 따라, 아니면 시각의 흐름이나 상황의 변화로 인해 얼마든지 다른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극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산업환경, 사업모델, 전략목표, 사업성숙도, 직무특성 등을 고려해 채용에서부터 교육, 성과관리, 보상 등에 이르기까지 개별 기업 상황과 맥락에 적합한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사전략의 수립과 실행이며, 채용된 인재들이 스스로 성장하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 교수 kimk@korea.ac.kr

김광현 교수는 서강대를 졸업하고 일리노이주립대(University of Ilinois)에서 인사/노사 분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텍사스 A&M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매년 ‘우수 연구상’을 받으며 주로 글로벌 인사와 조직관리, 인재 확보와 리더십 개발, 기업문화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본문의 <그림 1>은 각각 다른 형태의 인재선발 성공과 실패 유형을 보여준다.

현재 내가 속한 조직은 ‘잘못된 선발’과 ‘잘못된 탈락’의 유형 중

어느 것을 방지하는 데 더 중점을 둬야 할까? 극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지금까지 중시하던 유형을 바꿔야 할 필요는 없을까?


2 본문의 <그림 2>를 보면서 내가 속한 조직의 여유자원과 협업역량을 따져보자.

어느 분면에 위치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이 속한 분면에 맞는 유형의 전략을 선택해 실행하고 있는가?

또 <그림 2>에서 제시한 전략 이외에 가능한 인재선발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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