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 Down, Value Up

비용절감 자체가 목표될 순 없어. 개혁을 위한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220호 (2017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매력적이지만 섣부르게 시도하다가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되기 쉬운 게 바로 비용절감. 비용절감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3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비용절감 활동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운영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2.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제공하는 기업가치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3. 비용절감 아이디어 발굴과 과제 실행에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라.



편집자주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비용절감’ 카드를 꺼내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이나 전략 없이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기업의 핵심가치를 훼손시키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 비용절감입니다. 업계에서의 다양한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이상화 이언스트래터지 대표가 성공적인 비용절감을 위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경기 불황이 모든 산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불황에 빠져 있기에 단기간 내에 경기가 회복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기업들은 옛날과 같은 두 자리 숫자의 고도성장은 고사하고 현재 매출액을 유지하기조차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영업맨들 사이에서는 “다른 게 인격이 아니고 매출액 숫자가 바로 인격”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어느덧 익숙해졌다.

그러나 고객의 지갑을 여는 것은 결국 고객 자신이다. 직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매출 숫자는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더욱이 제품 생산은 생산원가 투입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매출이 올라간 만큼 수익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반면 비용절감의 경우 고객을 통하지 않고도 구성원들이 열심히 하면 그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들에게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또한 아낀 금액은 바로 수익으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불황기에는 ‘비용절감’ ‘인력감축’ ‘사업 구조조정’이 기업들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문제는 매력적인 만큼 섣부르게 시도하다가는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가 커피 값은 인상하면서 원두는 기존의 것보다 저렴한 상품으로 바꾸어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비용절감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신중하게 설계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하지 않을 경우, 섣부른 비용절감 시도는 기업의 수익증대에 기여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고객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비용절감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세 가지 비용절감의 원칙부터 제시하려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비용절감의 원칙들이 이들 기관에서 얼마나 잘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비용절감 활동 그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운영혁신에 집중하라

비용절감 활동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운영 프로세스 혁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용절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구체적인 절감방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단순히 ‘구매비용 10억 원 절감’ 내지 ‘생산원가 20% 절감’과 같은 비용절감 목표치와 숫자에 집착하게 되면 질이 낮은 싼 원자재를 찾게 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양이나 질을 떨어뜨리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고객가치를 훼손하기 쉬운 방법에 의지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는 비용절감 이전과 동일하거나 더 나아져야 한다. 비용절감은 근본적으로 운영혁신에 따르는 결과물이어야 한다. 기업들은 더 적은 투입량으로 질 좋은 결과물을 더 빨리 생산할 수 있는 운영 프로세스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기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치밀하게 분석해서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없앨 수 있을지, 또는 더 나은 프로세스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선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운영 프로세스 혁신에 자연스럽게 수반된 비용절감이야말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진정한 비용절감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비용혁신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KT의 경우 그간의 비용절감 활동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자 ‘4無 플러스 3S’라는 나름의 비용혁신 철학을 정립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원칙은 비용절감에 있어 사업 부문별 목표액을 부여하지 않고 현장에서의 자율적인 절감활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KT는 이면지 사용, 전기 절약, 법인카드 사용금액 억제 등 달성에 급급한 과제추진을 지양하고,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단순화함으로써 운영상의 탁월성(Operational Excellence)을 구현하기 위한 과제들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고객들의 AS 출동 요청을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 32가지의 주요 고장 원인을 발굴하고 원인들에 대해서는 사전 정비를 통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 고객 고장신고 자체를 10%나 줄였다. 한마디로 AS 체계를 ‘고장발생 후 출동 방식’에서 ‘선제적 조치를 통한 無출동 방식’으로 개선한 셈. 또 고장 발생 후에도 고객이 스스로 고장 원인을 제거하도록 지원하거나, 원격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로 AS 출동 건수를 17%나 줄였다. 지방에서 두 개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의료법인의 경우에는 두 곳의 구매 및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함으로써 두 병원 간 핵심 운영지표를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비용절감의 가능성 및 절감성과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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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제공하는 고객가치는 그대로 유지되도록 하라

비용절감을 원하는 기업들은 각종 비용절감의 성과들이 혹시 고객가치 제안과 트레이드 오프(Trade-off)되는 것은 아닌지를 면밀히 따져서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고객가치가 제공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고객가치 제안(Customer Value Proposition)은 기업의 경쟁력과 전략적 입지를 결정짓는 핵심 역량 중 하나로, 한 번 훼손되면 이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고객가치 제안을 훼손하는 형태의 비용절감은 추진하기 쉽고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수익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진 몰라도 장기간 성과가 지속되기가 어렵다. KT의 경우 사업부에서 비용절감 과제정의서를 작성할 때 단가를 낮추고 동시에 품질을 올리는 ‘Price × Quality’ 로직(Logic)을 정의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제품의 품질과 비용 경쟁력의 동시 개선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비용절감에 따른 고객가치 훼손 이슈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A의료재단의 경우에도 각종 비용절감 아이디어 가운데 어떤 것을 실행할 것인지 선정하는 데 있어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유지되는지를 철저히 따지며 고객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또한 비용절감으로 확보한 재원(Financial Resources)을 고객가치 향상을 위해 재투자해 경쟁사와는 뚜렷이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셋째, 비용절감 아이디어 발굴과 과제 실행에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라

기업의 운영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발굴 단계와 과제실행 단계에 있어서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비용절감 방안은 거의 대부분 현장에 있으며 기존 프로세스의 개선 방향 역시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현장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효과적인 비용절감 방안은
거의 대부분 현장에 있으며
기존 프로세스의 개선 방향 역시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현장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열심히, 즉 세심하고 집요하게 찾도록 만드느냐다. 이를 위해 일단 기업은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프로세스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KT의 경우, 팀 단위로 1년에 최소 실천 가능한 과제를 하나씩 발굴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1팀 1과제’ 제도를 도입했다. 또 현장 직원들과 본사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끝장토론’ 방식의 비용혁신 워크숍 캠프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최근 2개년간에만 약 1000억 원의 비용절감이 기대되는 총 150개 과제를 발굴했다.

과제 실행과 관련해서는 직원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세스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KT의 경우, 사내방송, 사내 커뮤니티, 뉴스레터를 비롯한 다양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활용해 비용혁신 우수 사례 전파에 힘썼다. 아울러 최근 4개년간 실행한 700여 개 비용혁신 과제를 집대성한 ‘KT 비용혁신 방법론’을 매뉴얼로 제작, 비용혁신 과제를 실행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또한 비용혁신 실행단계에서 발생하는 난관들을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사내 비용혁신 전문가 그룹을 투입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도록 지원했다. 무엇보다도 비용절감 과제추진을 통해 절감되는 금액을 해당 부서의 업무 실적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해당 부서가 오너십을 가지고 비용절감을 추진할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A의료재단의 경우, 비용절감 추진에 앞서 비용절감의 취지와 비용절감의 과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직원들에게 분명히 전달했다. 이를 통해 ‘혹시 비용절감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비용절감의 혜택을 경영진만이 독식하는 것이 아닐까’ 와 같은 직원들의 우려와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비용절감 프로젝트에 대한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재단 경영진은 병원경영이 어려워서 불가피하게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게 ‘존엄케어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소요되는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절감을 추진한다는 점, 비용절감으로 인한 과실은 환자 서비스 개선과 직원 복지향상에 사용하겠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분명히 했다.



이렇듯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데 있어 단기 수익 증대라는 ‘숫자’를 얻되 사람의 마음을 잃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조직이 얼마나 꾸준히 비용절감에 성공하는지를 보면 직원들이 얼마나 오너십을 가지고 조직 생활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100마디의 구호보다는 현장에서의 작지만 지속적인 비용절감 성공사례가 진정 직원들의 애사심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불황기에 비용절감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지만 정작 비용절감의 성과는 불황기 때보다는 호황기에 훨씬 크다. 따라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이 불황 시에만 필요한 예외적인 활동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호황기일수록 꾸준히 비용절감 활동을 전개해 기업의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단, 각종 비용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철저한 절감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 또는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이나 시장 개척을 위한 비용 등 소위 기업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비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비용절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들을 과감히 기업의 성장동력 유지 및 확보를 위해 재투자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존 산업영역에 생명과학,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이 융합되고, 기업 활동의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들 한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작 기업 입장에서는 아직 많은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고 불확실하다. 다가오는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현재에 단단히 발을 딛고 서서 기본에 충실한 일상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는 ‘Back-to-the-basics’의 정신이 기업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간과하고 있었던 운영 개선사항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비용절감 활동이야말로 이러한 Back-to-the-basics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KT의 경우 구조적인 비용혁신 활동을 통해 최근 3년에 걸쳐 연간 2000억 원이 넘는 비용절감 성과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A의료재단의 경우에도 전체 비용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는 인건비를 건드리지 않고 현재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절감 대상의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감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비용절감에 있어 기상천외한 마법의 방법(Magic Solution)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내부, 현장에 있는 아이디어들을 잘 모아서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실천하다 보면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게 돼 있다. 결국 비용절감에 있어서도 실행이 답이지만 무턱대고 실행한다고 기대한 성과를 손에 쥘 수는 없다. 비용절감의 원칙을 잘 따르는 절감 활동만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상화 이언스트래터지 대표 sangwhalee0916@gmail.com

필자는 서울대 법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 미시간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석사(MBA) 과정과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법학석사(LL.M.) 과정을 각각 우등으로 졸업했다. 미국 회계사(델라웨어주), 미국 변호사(뉴욕주), 국제재무분석사(CFA) 자격을 취득했다. 맥킨지앤컴퍼니 서울사무소 팀장 및 런던사무소 컨설턴트, 국민은행 마케팅·영업추진부 부장,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이사,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사담당 상무 등을 거쳐 현재 경영컨설팅 기업인 ㈜이언스트래터지(EON Strategy Inc.) 대표로 재직하면서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