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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과 성과

성과와 만족도는 자율성과 비례한다 통제권 허용 통해 직원을 성숙시켜라

박수애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직무자율성(work autonomy)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직무를 수행하는 절차나 일정에 대한 재량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개념. 성과를 증진시키고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핵심 직무 조건 중 하나. 직무자율성이 높을수록 직무 성과와 업무 만족도는 향상, 스트레스는 감소.

자율성 증진 방법

업무통제권(work control)과 직무자율성 간 차이를 명확히 인식, 먼저 직무자율성을 단계별로 부여한 후 업무통제권을 허용하는 순차적 접근. 리더는 부하의 자율성을 의도적으로 지지해주기 위해 노력. 인력 선발 단계부터 자율성을 채용 및 인력 배치의 핵심 기준으로 활용. 자율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칙 및 규제 제거.

 

자율성(autonomy)은 심리나 경영 분야에서 연구주제로 등장한 지 의외로 오래됐지만 그에 비해 아직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정착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자율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미묘하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느낌을 준다. 일단 큰 정리부터 하자면 자율성은 개인의 심리적 속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업무의 특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구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자율성은 한 개인의 심리적 속성을, 직무자율성(work autonomy)은 업무의 특성을 뜻하는 용어로 각각 사용할 것이다.

 

1. 자율성이 필요한 이유

 

자율성은 자기 자신을 뜻하는 ‘auto’와 법을 의미하는 ‘nomos’가 결합된 말로 자신의 법에 따른다는 뜻이다. 자율성은 주변 사람들 혹은 상황 때문에 해야 하고,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압박이나 강요 대신 자신의 행동과 계획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자율성은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려는 독립성과는 다르다. 자율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강요에 의해 독립적일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자율성을 지원해주는 사람을 더 의지한다. (Ryan, La Guardia, Solky-Butzel, Chirkov, & Kim, 20051 )

 

심리학자들은 자율성을 선천적인 욕구라고 가정한다. 단지 성장 과정이나 현재의 환경 때문에 개인 차이가 생긴다. 발달심리학자인 에릭슨(Erikson) 1∼3세경에 이미 자율성이 성격의 일부분으로 형성된다고 봤다. 이 시기에 인간은 처음으로 혼자서 걷고, 대소변을 가리고, 밥을 먹고, 옷을 입는 등 스스로 자신을 조절하려고 시도하면서 부모의 일방적인 보살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이때 부모의 지원과 지지 속에 성공적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경험을 쌓게 되면 자기 능력에 대한 기본적 자신감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전 생애에 걸쳐 독립적이고, 의지력과 자기 통제력이 강한 성품, 즉 자율성이 형성된다. 이런 에릭슨의 관점에서 자율성이란 건강한 성인의 특징이다. 건강한 자율성은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혹은 피하지도 않으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자기 조절을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자율성이 없으면 자율성 부족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 장애를 겪게 된다. 의존성 성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는 자율성의 부족을 타인에게 의지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스스로 선택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자기 주장을 하지 못한다. 홀로 남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타인의 도움과 지지에 의존하고 보호받고 싶어 한다. ,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통제를 원하고 따른다. 반면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는 의존성 성격장애와 반대로 타인을 피한다.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좋아하지만 상처가 두려워 피하는 것이다. 열등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없어서 타인의 거절이나 비판을 두려워하고, 쉽게 당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낯선 사람을 꺼려하며 안전한 사람하고만 상호작용하려 한다. 타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방식만 다를 뿐 의존성 성격장애와 마찬가지로 자율성 부족이 특징이다.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는 자율성을 성격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욕구이기도 하다고 가정한다(Deci & Ryan, 1985).2 자율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다양한 장면에서, 그리고 어떤 행동에서도 일관되게 자율성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보통 회사 일은 자율적으로 하다가도 집안일은 강제가 있어야만 한다. 시켜서 복사를 할 때도 있지만 자기가 알아서 할 때도 있다. 이처럼 상황이나 과제 등 조건에 따라 자율성은 있고 없고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있는가의 정도 문제다.

 

 

3

 

이 자율성의 정도에 따라 동기가 달라진다. <그림 1>에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는 가장 자율적인 동기로, 그 일 자체가 좋고 즐겁고 만족감을 느껴서 하는 것이다. 반대로 <그림 1>의 왼쪽에 위치한 무동기(amotivation) 상태는 말 그대로 아무런 동기가 없는 상태다. 활동에 의미가 없거나, 할 수 있는 역량이 없거나, 혹은 해봤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여길 때 나타난다. 무동기와 내재적 동기 사이의 4가지 조절 스타일은 모두 외재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 무동기 바로 옆의 외적 조절(external regulation)은 외재적 동기 중에서도 자율성이 가장 낮은 보상이나 처벌, 강요 등 외적 요인에 의해 전적으로 통제될 때를 말한다. 두 번째 내사(introjections)는 기본적으로는 자율적인 행동 방식이지만 자율적인 이유가 행동 자체 때문이 아니라 외부 압력을 거절하거나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죄책감을 덜고자 하는 것이라서 약간은 타율적이다. 내사보다 더 자율적인 외재적 동기는 동일시(identification). 이는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선택해 행동하는 것이다. 통합(integration)은 단순한 의미 부여를 넘어 자신의 다른 가치나 욕구와 통합되고 일치된 상태다. 통합은 가장 내재적 동기에 가깝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처럼 자율적이고 내면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통합도 역시 행동 그 자체 때문이 아닌 행동의 결과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외재적 동기다.

 

 

 

 

예를 들어,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고 한다. 외재적 동기 중에서도 외적 조절이다. 만약 100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다고 해보자.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는 게 불안하고 사람이 변했다고 욕 먹는 게 두려워 회사를 계속 다닌다면 내사 동기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는 게 자신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자식의 교육에도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동일시다. 통합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 인간은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본인의 인생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 될 때다. 만일 새삼 어떤 의미나 가치를 부여할 필요도 없이 회사 다니는 것 그 자체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성취를 통해 만족을 느낀다면 내재적 동기라고 할 수 있다.

 

자기 결정성 이론에서 이렇게 동기의 종류를 나눠놓은 것은 동기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에 푹 빠진 청소년을 생각해보자. 게임을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은 없다. 오히려 부모의 잔소리와 처벌 등 부정적인 결과만 얻는다. 뿐만 아니라 본인도 게임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 심지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끊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밤을 새워 전심전력을 다해 스테이지를 클리어(clear) 하면 성장과 발전의 만족감을 느끼고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 일도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이 바로 내재적 동기의 상태다.

  

 

그렇다면 자율성은 왜 중요한 걸까. 자발적이고, 지속적이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을 이끌고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핵심 요소가 자율성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행동들을 원한다면 자율성 수준을 올려야 한다.

 

자기 결정성 이론은 자율성을 성격이 아닌 타고난 심리 욕구로 간주했다. 이는 자율성을 업무 역량이나 능력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심리 특성으로 파악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성은 성과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성과를 내려면 일단 관련 업무 역량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무역 업무를 하는 데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면 자율성이 높아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영어 실력이 좋아도 자율성이 낮으면 그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보상이나 처벌 혹은 타인의 통제가 있는 상황에서만 성과를 낸다. 만약 우수한 상사를 만나게 되면 그 상사를 의지해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무능한 상사에 휘둘리면 끝장이다.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실력을 온전히 내기 위해서 자율성은 필수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자율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기능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과 기술, 지식을 충분히 발휘해내기 위해서다.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가능한 업무의 양, 종류, 속도, 질 등은 자신밖에 알 수 없을뿐더러 해보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 타율적으로 주어진 일만 한다면 절대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고 또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여지도 없다.

 

2. 자율성의 조건과 그에 따른 효과

 

그렇다면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직무특성이론(job characteristic theory)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다.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는 직무에 자율성을 주면 된다. 직무자율성이란 주어진 업무를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직무를 수행하는 절차나 일정에 대한 재량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를 말한다(Oldham & Hackman, 20104 ). 이 직무자율성은 성과를 증진시키고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5가지 핵심 직무조건5 중 하나로 일에 대한 책임감을 상승시킨다. 지금까지 직무자율성의 효과는 성과와 만족도, 스트레스의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검토돼왔다. 직무자율성이 높을수록 직무성과가 좋아지고 만족도도 높아진다. 또한 직무 관련 스트레스는 줄고 행복감이나 창조성, 유연성, 자아 존중감, 주도성 등 긍정적인 결과들이 촉진된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 현장 리더들은 반론을 제기한다. 첫째, 자율성을 싫어하는 구성원들이 있다는 것. 이런 사람들에게 알아서 하도록 직무자율성을 줘봐야 부담스러워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성과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둘째, 자칫 자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업무 집중력이 느슨해지거나 기회주의적 태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자율에 맡긴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결국 기한이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꼼수를 써서 형식만 그럴듯하게 일을 한다는 논지다. 셋째, 단기 성과주의나 이기적인 방식으로 업무처리를 하게 만들어 실제로 성과나 만족도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무자율성이 높을 때 업무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오히려 양적인 면에서의 성과는 낮았다는 연구가 있다(Farh & Scott, 19836 ).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에서는 팀원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고 직무자율성이 높을 때 오히려 수행성과가 낮아졌다(Langfred & Claus, 20047 ). 다양한 국내 기업의 팀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도 개인의 자율성 수준이 높으면 직무 몰입도는 높아졌지만 팀의 성과는 낮아지는 부(negative)의 상관 관계를 얻었다(왕전, 20118 ).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직무자율성이 낮을 때 높여주면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직무자율성이 높았던 사람보다 오히려 수행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견되기도 했다(Niessen & Volmer, 20109 ).결국 현장 리더들의 말처럼무조건직무자율성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조건이 맞아야 한다. 조건이 맞으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처럼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현장 리더들의 경험처럼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다.

 

Langfred & Moye(2004)10 는 직무자율성을 보다 작은 과제자율성(task autonomy)의 개념으로 축소한 다음 다양한 조건에 따른 과제자율성 효과에 대한 모델을 제시했다. 업무는 다양한 과제로 구성돼 있고 과제자율성은 각 과제에 대한 자율성이므로 과제마다 다를 수 있다. 이들은 과제자율성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득도, 실도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그간의 연구결과들을 정리해 득실에 영향을 주는 조건들을 선별하고 정리했다. 그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 < 1>이다.

 

 

 

 

과제자율성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일차적 요인은 자율성에 대한 선호, 지각된 효용성, 정보의 비대칭성 같은 개인적 요소다. 우선, 자율성에 대한 선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개인 차 요인이다. 당연히 자율에 대한 선호가 강한 사람에게 폭넓은 과제자율성을 줄 때 최대 이득을 얻는다.

 

 

대체로 변치 않은 자율성 선호에 비해 지각된 효용성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요소다. 과제자율성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득실을 따져 이득이 더 크면 지각된 효용성은 커진다. 예를 들어, 팀으로 하는 것보다 혼자 프로젝트를 하는 게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과제자율성을 줄 때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줄 때보다 긍정적 효과가 크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상사와 담당자 간 알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다른가의 정도다. 과제 담당자가 상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때 정보의 비대칭성은 크고, 이때 과제자율성의 효과는 최대가 된다. 핵심은 담당자가 전문가 수준이 아닌 상사보다 많이 알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본부의 상관보다 비교할 수없이 많은 현장 정보를 갖고 있다. 이런 경우 과제자율성은 성과에 필수적이다.

 

과제자율성의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두 번째 요인은 주의분산도, 과제 의존성, 과제 가변성, 조직 공식화와 같은 상황적 요소다. 주의분산도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정신적 부담으로 인해 주의가 분산되는 정도다. 과제자율성은 종종 여러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업무 수행도 직접 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 자재 구입 책임을 맡게 되면 구입 자재의 종류, , 가격을 모두 고민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뿐 아니라 구입 절차에서도 실수를 해선 안 된다. 결국, 주의분산도가 높은 상황에서 과제자율성의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직 자재 구입을 위한 서류 작성과 주문에 익숙하지 않는 신입사원에게 선택과 결정까지 맡기면 주의가 분산돼 득보다는 실이 더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제의존성은 과제를 완성하는 데 타인과의 협력이 얼마나 필요한가의 정도다. 제품생산 방식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콘베이어 라인 방식은 과제의존성이 매우 높지만 모든 걸 혼자서 도맡아 하는 1인 셀 생산 방식(cell production)은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 과제의존성이 높으면 과제자율성을 부여해봐야 다른 시도를 해볼 여지도 없고 심하면 진행에 차질을 빚어 성과를 저해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과제의존성이 낮은 독립적인 업무일 때는 과제자율성을 부여할수록 개별적인 다양한 시도를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과제가변성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가다. 업무 매뉴얼이 분명할수록 과제가변성이 낮다. 흔히 양식은 레서피가 분명한 반면 한식은 레서피가 모호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한식이 양식보다 과제가변성이 높다. 과제가변성이 높을수록 과제자율성이 업무를 촉진한다. 반면 과제가변성이 낮다면 과제자율성이 높아도 별다른 효과를 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조직공식화는 조직 내 직무가 표준화돼 있는 정도다. 은행에서 자금의 대출을 각종 기준과 규칙에 따라 결정할 수도 있지만 대출담당 직원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도 있다. 후자에 비해 전자의 조직이 조직공식화 수준이 높다. 이런 조직에서는 직무자율성이 있어도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도 없고, 심지어 자율적인 시도는 기존의 규칙이나 규율을 어길 가능성도 있다.

 

이상 위 7가지 조건들의 조합에 의해 과제자율성의 득과 실은 달라진다. < 1>은 과제자율성이 가장 긍정적 효과를 내는 조건이다. 첨단 스타트업 기업이 보통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의 구성원은 자율적 성향이 강하고 지각된 효용성도 높으며, 담당 직원의 기술적 정보 수준도 상사에 비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복잡성도 낮아 주의 분산도 역시 낮고 과제의존성, 조직 공식화 수준도 낮다. 대신 과제가변성은 높아서 자율성이 득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케이스다. 일반적으로 영업 업무는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 과제의존성이 낮다. 또한 다양한 영업전략을 자신이 개발해 판매하면 되기 때문에 과제가변성은 높고 조직 공식화 수준은 낮다. 더욱이 판매 인센티브제도는 지각된 유용성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설계돼 있는 경우가 많아 충분한 현장 경험과 개인의 자율성 선호 성향만 더해지면 과제자율성을 부여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보험이나 자동차 영업은 판매 조건이나 절차가 한정돼 있어 주의분산 위험마저 낮아 과제자율성이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 1>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지사를 세우는 경우에 종종 나타난다. 새롭게 만들어진 해외지사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과 유사한 조건을 지닌다. 아무리 본사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한들 자원이나 인력 측면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과제자율성을 부여한답시고알아서 시장 개척을 하되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져라라고 한다면 지각된 유용성이 낮아져 동기가 감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에선 전체적으로 과제자율성의 손실보다 이득이 더 많다. 인센티브나 도전적 계획, 보상, 관점의 전환 같은 동기유발 방법으로 지각된 유용성을 높이면 가장 효과가 좋은번 사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

 

 

< 1>은 고위경영진, 특히로열패밀리라 일컫는 오너 경영진의 정확한 의중을 모른 채 신사업 기획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신사업 기획을 맡은 팀이 경영진의 차기 사업기획에 대한 구상이나 관심 사업에 대한 정보, 사업 선정의 기본 틀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실제로 한국 기업 가운데는 신사업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오너의 복심(腹心)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때가 더 많다. 경영진의 사업 구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신사업 대상 선정과 관련된 의사결정까지 내려야 할 경우 주의분산도까지 높아져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획의 질과 내용이 떨어질 수 있다.

 

상황적 요건이 아무리 뒷받침된다 해도 개인 특성상 자율적으로 일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 1>가 대표적 경우다. 이럴 경우, 적절한 보상 체계를 제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지각된 유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해당 직원에겐 다른 업무를 맡기는 걸 생각해보는 편이 낫다. < 1>는 과제자율성을 부여할 때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은 경우다. , 개인적으로 아무리 자율적으로 업무를 볼 자세와 태도를 갖췄다 하더라도 업무 환경적 요소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과제자율성으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철도 운행이나 각종 생산직 근로자, 은행 창구 업무 등을 꼽을 수 있다. 일상 업무 중 각 부서의 업무 내용과 성과를 보고하는 보고서 작성 업무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과제의존성이 높고, 기존 보고서 구성도 정해져 있어서 과제가변성도 낮다. 그리고 성과 기준, 절차가 모두 표준화돼 있어 조직공식화 수준도 높다. 이런 업무를 능력 있고 자발적인 구성원에게 시켜봐야 더 좋은 성과라는 것이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 1> ⑥, ⑦처럼 자율적인 성향 자체가 없는데다 주변 여건까지 따라주지 않는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경우엔 무리하게 개선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예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3. 자율성 증진 방법

 

조직 내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조직과 과제 특성을 바꾸면 된다. 조직변화나 직무설계를 통해 자율성을 촉진하는 조건으로 환경을 바꾸는 게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시간과 노력,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가장 빠르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리더가 바뀌면 된다. 뿐만 아니라 리더가 조직원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

 

우선 리더는 직무자율성(work autonomy)과 업무 통제권(work control)의 차이부터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Schwalbe(1985)11 는 직무자율성과 업무통제권(work control)을 구분했다. 업무통제권은 무엇을 할지, 어떤 성과를 낼지, 또는 일하는 방법, 일하는 장소, 일의 조건 등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을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흔히 우리가 업무 재량권 혹은 의사결정권이라고 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직무자율성은 업무를 수행할 때 상사의 관리 감독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뜻한다. Schwalbe(1985)는 직무자율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1) 움직임의 자유, 2) 개인적인 계획 수립의 자유, 3) 지속적인 감시/감독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로 나눴다. 우선 움직임의 자유는 말 그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자유다. 근무시간에 화장실 가기가 신경 쓰인다면, 회의에서 다리를 꼬거나 몸을 흔들다가 눈총을 맞는다면, 또는 일하다 나도 모르게 기지개를 길게 켰을 때 아차 싶어 눈치를 보게 된다면 움직임의 자유가 없는 조직이다. 둘째, 개인적 과제수행 계획을 마음대로 짤 수 있는 자유는 전체 업무 수행 계획이 아니라 나의 하루 일과에 대한 계획이다.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해야 하는 업무의 루틴이 세밀하게 짜여 있다면 자유도가 낮다. 일반적으로 장치 산업의 오퍼레이터나 생산직과 같은 업무는 계획의 자유가 매우 낮다. 그러나 조립라인 작업자들조차도 각자 고유의 절차 같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e메일 체크로 하루를 시작한다. 작업자 스스로가 채워가야 하는 여지는 어디나 있고 그 여지의 크기가 계획의 자유도를 결정한다. 셋째, 지속적 감시/감독으로부터의 자유는 직무자율성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간단한 자유다. 업무를 할 때 상사가 내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딱히 무엇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1 365일 매일이라면 사표를 내고 싶어 진다.

 

리더가 부하에게 줄 수 있는 업무통제권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에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자유, 즉 직무자율성을 주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업무와 상관 없는 것,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자유를 주면서 상황과 여건이 허락될 때 업무통제권을 주면 된다. 이때도 작고 가능한 통제권부터 단계적으로 주는 편이 실패 위험을 낮출 수 있다. ,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과 수단을 결정하는 운영상 재량권을 먼저 주고 업무 목표와 범위를 결정하는 재량권은 가장 나중에 주는 게 효과적이다.

 

또한 리더는 부하의 자율성을 지지해줘야 한다. 직무자율성을 주고 혼자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면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지 상사의 지지적인 태도만으로도 직원들의 직무만족이나 이직률,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Gagn, M., Sauvagere, & Fouquereau. 2013). 자율성을 지지해줄 때는 강요나 명령, 혹은 지시의 형태를 취하기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에게무조건 잘 들어줘야 해!”라고 말하기보다는나도 듣는 게 제일 안 되더라라고 말하면 직원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고충에 대해서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경청해야만 한다는 취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마감 기간에 대한 독려도 마찬가지다. “마감기한은 월요일까지야!”라고 다그치듯 말하기보다는마감까지 이제 3일 남았네!”라고 돌려서 표현하는 편이 직원들의 자율성을 북돋워줄 수 있다.

 

인내심 역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사실 자율성을 갖는다는 것은 실패를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두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주저한다. 이럴 때는 작고 쉬운 것부터 시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독려한 후 일을 잘 완수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자율성을 지지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한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율성을 높인다고 해서 무책임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

 

지나친 권위만큼 위험한 게 당황스러운 관용이다. 한계 안에서 자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바로제한된 선택이다. 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두 가지 정도의 선택권을 주고 선택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부서 이동을 하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인원이 모자라 내년에나 이동을 시켜줄 수 있는 부하에게 무조건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동을 못하는 대신, 현재 가능한 두 가지 업무 중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하는 편이 자율성을 키우는제한된 선택의 한 방법이다.

 

 

리더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역할도 크다. 아무리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려 노력한다 한들 성향 자체가 위에서 시키는 일을 그저 따라 하는 걸 더 익숙하고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면 직장 내 자율성 확립은 요원해진다. 따라서 자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애초에 인력을 선발하고 배치할 때 자율성을 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일단 자율성이 높은 지원자를 선발하고 적합한 업무(자율성이 필요한)에 배치해야 한다.

 

리더가 조직원들의 자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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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율성이 높은 지원자는 어떻게 선발할 수 있을까? < 2>처럼 간단한 자율성 척도를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하고 안정적인 측정을 위해서는 자율성을 지속적인 평가 기준으로 삼아 다양한 측정방법을 통해 개인차를 찾아내야 한다. 평가센터를 통한 역량평가에 자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과제를 만들거나 기존 과제에 자율성을 평가하는 항목을 추가할 수도 있다. 또는 자기소개서의 내용분석을 통해 자율성을 평가할 수도 있고 자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구조화된 면접을 개발해 측정할 수도 있다. 인재 선발 이후에는 성과평가나 다면평가 시에도 자율성을 평가할 수 있는 나름의 척도를 개발해 지속적인 정보를 얻어나가야 한다. 자율성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 각종 평가에 사용해야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가치로 자리잡게 된다.

 

조직 차원에서 불필요한 규칙과 규제를 없애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흔히 기업체 인사관리 업무 담당자들은 자율성을 높이는 제도를 궁금해 한다. 하지만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제도의 핵심은 새로만드는게 아니라없애는것이다. 구글의 자율 출퇴근제도나 20% 시간 제도, 고어의()직책’ ‘()서열 구조등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직무자율성 증진을 위해 추구하는 제도의 핵심은 불필요한 제도나 규칙,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커피숍이나 은행에 들렀을 때 똑같은 방식으로 인사하며 손님을 맞는 직원들을 생각해보자. 무뚝뚝하게 응대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손님 입장에선 너무 기계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만약 인사를 정해진 틀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기본 틀은 표준화하되 구체적 내용은 자율에 맡기는 건 어떨까? 각 지점마다 혹은 계절별, 시간대별로 자유롭게 인사 방식을 만드는 것도 좋고, 각 담당자들이 알아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을 듯하다. 이렇게 하면 과제의 가변성이 높아지고, 조직 공식화 수준이 낮아지며, 손님들도 녹음기처럼영혼 없는인사를 듣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각종 제도, 규정, 절차, 매뉴얼, 표준이나 기준을 최대한 없애야 과제 가변성이 높아지고 조직 공식화 수준이 낮아져 자율성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물론 꼭 필요한 제한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현장에서 직원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제복을 입을 필요는 없어도 반드시 안전모와 안전화는 착용토록 해야 한다. 핵심은 통제와 자율 간의 균형을 잡는 일이다. 통제 안에서도 자율을 기르는 한 가지 요령은 스스로 제도와 규칙을 만들게 하는 방법이다. 기본 틀은 전사적으로 정하되 실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실무 담당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맺음말: 자율과 협력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조직은 수평적이 되고 업무 목표나 수행방법은 더욱 모호해지는 현 시대 속에서 이젠 그 누구도 성공의 방식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자신의 방식으로 승부를 거는 일만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그러다보니 자율이 방종이나 이기심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 무리한 특혜를 요구하거나 과도한 업무 추진으로 심각한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대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절대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금의 손해도 보려 하지 않는다.

 

이제 자율의 반대말은 통제가 아닌 협력이 돼야 한다. 자율의 부작용을 통제로 다스리기에는 사회도 사람도 너무 많이 변했다. 행동을 지시하고, 표준화하고, 처벌로 다스리기에는 남다른 삶과 독특한 정체성에 대한 욕구와 가치가 매우 강해졌다. 이젠 통제가 아닌 협력으로 자율의 부작용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협력을 내면적 가치와 규율로 자리잡도록 해야만 한다.자율적이며 동시에 협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출발점은 건강한 자율성이다. 자기의 주체성을 잃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을 조절할 수 있어야 의존적이지도, 회피적이지도 않은 협력적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율성을 잃어버리면 협력이라는 명분 아래 타인에게 끌려 다닐 뿐이다.

 

 박수애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전문연구원 parksuae@gmail.com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원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주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과 동기와 정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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