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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경영은 정치다 '3D원칙'으로 좋은 사내정치 구현하라

김광현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허예슬(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당신은 너무 정치적이야.”

 

이 말을 듣고 발끈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한국 기업 내에서정치적이라는 말은협잡과 줄서기’ ‘아첨과 비방을 무기로조직 내 권력만을 좇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는 얘기다. 사실정치’ ‘권력투쟁이라는 단어가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건 비단 한국에서만은 아니다. 노골적으로권력투쟁과 행사의 방법을 다룬 최초의 서적 <군주론>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는악의 교사로 취급받기도 했다. 국가 간 권력 투쟁의 본질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다룬 최초의 국제정치학 교과서 국가 간의 정치)>의 저자 한스 J. 모겐소 역시국제정치학의 마키아벨리라는 말을 들으며 큰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 비즈니스의총본산격인 미국에서조차권력관계를 제대로 연구한 저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분야의 독보적인 학자인 제프리 페퍼 교수는 그의 저서 <권력의 기술> 서문에서 “권력에 대한 삐딱한 시선부터 거두라고 일갈한다. 결국 사내 권력투쟁과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내정치는 절대 피할 수 없고, 피하는 게 올바른 일도 아니라는 얘기다.

 

1. 경영과 정치

 

이미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조직체이자 인간 공동체 중 하나인 기업에서도 그 어디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행위가 일어난다. 기업의 톱매니지먼트 그룹은인사권예산배분권을 독점적으로 쥐고 기업 내 희소한 자원과 가치를 합법적이고 권위적으로 배분한다. (미니박스 1 참조) 당연히 이러한 권한과 권위를 둘러싼 싸움은 주주총회나 이사회와 같은 공식적인 영역은 물론 임직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 등 비공식적 영역에서도 상존하고 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경영학자들은 오직리더십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사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벌어지는 권력투쟁 상황을 장악하고 폐해를 막으며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조언은 대부분 플라톤식철인통치의 지도자나 왕조시대성군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나가기도 한다. 철인통치가 불가능한 건철인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고, 왕조 체제가 역사적 수명을 다한 건성군의 등장이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 CEO는 차라리철저한 현실 정치가가 되는 게 낫다. 아니 그래야 한다.

 

경영은 정치다. 본래 올바른 정치란 명분을 유지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중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명분에 따른 자원의 권위적 배분을 하는 일련의 행위 전체가 정치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과 고객에게 인정받은 기업 가치, ‘업의 가치를 명분으로 추구하면서지속성장(주주가치 상승)’직원복리(고용 등)’를 이뤄내야 한다. 기업에서는 심지어 독재마저도 허용되기 때문에 CEO는 더더욱여우의 지혜사자의 용기1 를 활용해 제대로 된 정치를 하고 기업 경영 전반에 도움 되는 사내정치가 정착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미니박스 2 참조)

 

 

 

Mini box 2: CEO 반드시 알아야 권력의 속성

 

사내정치는 권력(Power) 갖기 위한 싸움이다. 정치의 본질인권력 투쟁 정치라는 가치중립적 단어를부정적인 으로 여기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처세사내정치 동의어가 됐다. 다들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지만 사실은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어두운 부분 버렸다는 얘기다. ‘조직의 이익과 무관한 처세론 바람직하지 않은 사실이지만더럽다 피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다.

 

린다 A. 힐과 켄트 라인백은 <보스의 탄생>에서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공정하고 사리에 맞는 판단을 밀어붙이고 싶다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적했다. 이어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권력을 가지라는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편의대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자할 옳은 방향을 고수하기 위해 힘을 가져야 한다 강조했다.

 

영국 역사학자 액튼 경의 말을 인용해권력은 부패하지만무권력또한 부패한다 덧붙였다.

 

다시 말해, ‘숭고하고 올바른 가치 추구하 위해서라도권력 투쟁 과정에는 반드시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내정치란 단순히처세 아니라업무의 중요한 부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장 뛰어난 정치가가 돼야 하는 CEO 물론 임직원들 역시권력의 유형과 속성 대해 이해해 필요가 있다.

 

1.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이고 도대체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 것일까? 권력이 무엇인지를 놓고 아주 다양한 학자들의 개념정의가 이뤄져 왔지만 비즈니스 일반적인 인간 공동체 다수에 적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논의는 프렌치와 레이븐의사회적 권력의 기반이라는 논문에 나온 설명이다.(J.R.P. French & B. Raven. (1959) The Base of Social Power. in Studies in Social Power)

학자에 따르면, 남들이 나에게 의존 나의 영향력은 비로소 발휘된다. 그리고 영향력이 성공적으로 발휘될 있는 능력을권력이라고 한다. 권력의 유형은 원천에 따라 5가지로 나뉜다. 공식적인 권력인강제적(Coercive) △합법적(legitimate power) △보상적(reward power) 3가지와 개인적 권력인전문적(expert power) △준거적(referent power) 2가지다. 공식적인 권력은 영향력의 에서 아래로만 미치는 반면(top-down), 비공식적 권력(전문적 또는 개인적) 영향력이 방향이 아래에서 위로도, 그리고 동료들에게도 미칠 있다. 5가지 권력의 유형과 속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제적 권력(Coercive Power): 법규, 공권력 제도적 장치에 의한 강제적 규범에서 비롯되는 권력이다. 감봉, 정직, 해고 부정적인 보상으로 이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 유용한 권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이익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효과적인 권력수단이 되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몰입이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 조직이나 집단의 공식적 지위나 권한에 따른 권력이다. 약속된 법과 제도에 의해서 가지게 되는 권력으로 회사에서의 지위 권한 등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어, 상사의 지시사항, 규정, 법규, 제도, 전통적 관습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조직의 상부에 위치할수록 이러한 합법적 권한은 커진다. 과장이나 부장 등의 일선 중간관리자보다 임원이나 CEO 합법적 권력이 크다는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보상적 권력(Reward Power): 보상을 부여함으로써 동조를 이끌어 내거나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이다. 권력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보상을 원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 세팅에서는 경제적 보상으로는 임금 인상, 보너스, 성과급 등이 정신적 보상으로는 승진, 인정과 칭찬, 특정 인기 직무로의 이동 등이 있을 있다.

 

전문적 권력(Expert Power): 특정영역의 경험과 지식, 정보 등을 보유하고 있는 데에서 나오는 힘이다. 권력의 경우 부하라도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로 상사에게 영향을 미칠 있다.

 

준거적 권력(Referent Power): 개인이 지닌 매력이나 용모, 특성 또는 카리스마에서 나오는 힘으로 대상자의 감정을 자극해 권력에 복종하거나 호감을 갖고 따르게 하는 무형의 권력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매력과 설득력이 합법적인 권한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일 수도 있다. 유명인이 선전하는 특정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도 준거적 권력이 발휘되는 상황이다.

 

2. 권력행사, 반응, 의존성

 

권력행사에 대한 상대의 반응 유형과 관련해 살펴보면 보상적, 강제적 수단은 상대의 복종을 이끌어내고 준거적 수단은 동일화를, 합법적, 전문적 수단은 내면화를 이끌어 낸다.

 

복종(compliance 또는 순응)이란, 받을 보상은 확대하고 받을 처벌은 최대한 줄이고자 그저 지시에 따르는 상황이다. 동일화(identification) 권력자를 평소 존경하거나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형태다. 내면화(internalization) 권력자의 생각과 주장에 감동하여 마음으로부터 자발적으로 따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권력의 효과성은 상대방의 의존성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달라질 있다. 이러한 의존성을 결정하는 요소로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 때문에 타자가 자신에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권력을 만드는 경우인데 국제정치에서의 북한이 갖는 정치력도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에 기대 발현된다. 기업 내에서는 특정 부서가 불확실성과 가장 관련이 높은 부서가 파워를 갖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번째는희소성이다. 자신이 가진 자원의 희소성을 극대화하고 주변사람들이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만들면 권력은 커질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보의 독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원의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권력을 가질 있다.

 

번째는중요성이다. 권력은 조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원을 통제하거나 성과를 만들어낼 있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첨단기술과 혁신이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서는 R&D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공정 개선과 제조 품질이 중요한 기업에서는 생산기술(제조) 중요성이 커질 있다. 또한 희소하고 대체가능성이 없는 자원이 물론 중요하지만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자기가 가진 자원을 조정해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 (적어도 그렇게 하는 것도) 권력을 획득할 있는 기회가 된다.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인 GE는 특유의 포트폴리오 사업전략 등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강점도 지니고 있다. ‘좋은 정치시스템을 내부적으로 구축한 것도 경쟁력의 원천으로 꼽힌다. 흔히리더십 파이프 라인으로 표현되는 GE의 건전한 리더십 경쟁구조는 잭 웰치에 이어 제프리 이멜트라는 리더를 만들어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사업으로의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Ecomagination) 전략가치와 명분을 내걸고 벌이는 경쟁은 GE라는 거대한 기업이 시대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사내정치라고 하면줄서기부터 떠올리는 한국의 많은 기업과 경영진이 반드시 배워야 할좋은 정치 GE가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GE 같은 기업이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내정치가 가능하다면 기업 내부에서의 정치란 통제하거나 억제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CEO가 나서서 활성화해야 하는기업경영 방식의 한 부분으로 포함돼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과 팔로어십으로서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정치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은 사실 의욕이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한 기업의 리더나 임원이 돼가치와 자원의 배분 권한을 쥐고 싶다는 욕망 자체는 일종의 권력욕이기 때문이다.

 

2.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

 

앞서 밝혔듯 정치는 그 자체로 나쁜 것도 아니고 인간들이 모인 공동체나 조직 내에서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기업의 성장과 경영 전반, 리더십 구축과 조직관리 전체에 도움이 되는좋은 정치(Good Politics)’를 시스템화하고 구현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회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나쁜 정치(Bad Politics)’, ‘줄서기’, 사조직 형성과 상대편흠집 내기등 많은 사람이사내정치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실상나쁜 정치에 불과하다. 기업의 성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나쁜 정치의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2년 전 국내 굴지의 A기업에서는 후계자 물망에 올랐던 한 명이 거듭된 실수로 경영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그 한 명이 후계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래의 오너이자 CEO가 될 수 있었던 그를 향해 줄을 서 있던 수많은 사내 인사도 한꺼번에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들 중에는 회사 안에 만연한사내정치에 어쩔 수 없이 휩쓸린 유능한 인재도 포함돼 있었다. 전형적인나쁜 사내정치가 빚어낸 엄청난 손실이었다.

 

수년 전 국내 모 대형 전자회사는 뛰어난 엔지니어 몇 명을 해외에서 영입했다. 문제는 그들의 직위와 권한을 둘러싸고 전형적인 나쁜 사내정치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적응하지 못한 우수한 인재는 대거 해당 회사를 이탈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에 만연한 나쁜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나쁜 정치를 없애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좋은 정치를 구현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경영자가 내부정치를 양성화, 활성화하고 리더 스스로 탁월한 정치가가 돼야 한다.

 

 

다음은 리더가 앞장서서 좋은 정치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좋은 사내정치를 구현했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그는 전형적인나쁜 사내정치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가치와 명분에 있어서는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삼성의 막강한 조직비서실과도 맞설 일이 있으면 맞섰다. 비서실장과 대립하다가도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앙금을 풀었다. 나쁜 정치를 통해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현업에서의 막강한 실력과 경영능력으로만 올라선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같은 인물이 고위직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었던 삼성전자 내 시스템 역시 리더가좋은 사내정치를 행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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