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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모두의 게임화

업무 게임화는 몰입을 위한 설계 중독 걱정 말고 재미를 줘라

김상균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모두의 놀이가 된 게임

 

최근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과는 별개로 컴퓨터/비디오 게임은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광고 시장 규모, 혹은 화장품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국내 게임시장은 앞으로도 매년 20% 가까운 고속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게임의 인기가 더욱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1000만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게이머가 주로 청소년일 것이란 짐작도 잘못됐다. 미국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평균 연령은 35세다. 17세 미만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또 남성들이 게임을 압도적으로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게이머의 45∼47%는 여성이다.1

 

지난 9월 영국의 록스타게임즈가 출시한 오픈월드게임2 Grand Theft Auto V3  (GTA5, 그림 1)는 출시 사흘 만에 10억 달러( 1조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음반, 영화, 도서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를 통틀어 최단기간에 10억 달러를 돌파한 기록이다. 영화아바타 16일 만에 기록한 수치이며, ‘다크나이트의 전 세계 개봉관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GTA5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대단하다. 이 게임을 패러디한 ‘GTA 조선’ ‘GTA 경성’ ‘GTA 군대등의 개그 프로그램은 케이블TV와 유투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은 이제 특정 집단만이 즐기는 놀이가 아니다. 시장규모나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매체로 성장했다. 본고에서는 게임이 지닌 유용한 속성 중 하나인 몰입성을 기업 내외부적인 업무 수행에서 사용자의 동기부여 수준을 높여주는 게임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게임 중독 vs. 게임 과몰입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이 게임 중독, 게임 과몰입, 이 두 개 중 어느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측에서는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은 안 좋은 것인데 몰입이란 용어가 주는 긍정적 이미지로 인해 과몰입이라는 표현까지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게임으로 인한 폐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중독이란 단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에란 폴리오의 ‘Reality’라는 작품(그림 2)이 생각나는 상황이다. 반면에 게임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피하고 청소년들에게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에 붙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게임 중독을 염려하는 측에서는 게임 속 폭력, 약물, 선정적 내용이 실제 세상에서 모방범죄를 일으킨다고 우려한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총기 폭력사고에 대해 전미총기협회는 비디오게임이 원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게임과 총기 폭력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데 10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게임 콘텐츠에 포함된 폭력, 약물, 선정적 내용이 실제 세상에서 범죄와 연결된다는 인과성이 입증된 적은 없다. 알코올 중독자의 음주운전이 대형 사고로 직결되고 마약 중독자가 흉악 범죄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명확한 인과성이 게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그림 2>와 같은 상황이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언론에서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학업을 포기한 학생, 가족의 생계를 뒤로한 채 게임에만 몰두하는 가장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러한 예를 놓고 이것이 중독이지 어떻게 과몰입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중독이란 표현은 적어도 학술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중독이란 단어는 병명의 일종인데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금단증상에 비해 게임금단증상은 덜 병리적이어서 중독이란 병명을 붙이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국정신의학회의 경우에도 게임에 중독된다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게임 중독이란 용어를 표준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게임 중독이란 표현은 게임에 과몰입된 상태에 가깝다.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현상이 문제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런 현상을 중독보다는 과몰입으로 칭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분위기다. 몰입, 과몰입, 그리고 중독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중독이 아닌 몰입을 위한 설계

 

<그림 3>을 보자. 헝가리계 심리학자로 몰입이론의 대가인 클레어몬트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에 따르면 사람은 개인의 능력과 풀어야 할 과제의 수준이 모두 대등하게 높은 경우(E) 몰입상태에 쉽게 빠진다(Csikszentmihalyi, 2004). 개인의 능력에 비해 과제 수준이 높으면 과제 수행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좌상단에 해당)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과제를 포기하게 된다. 반면 개인의 능력에 비해 과제 수준이 낮은 경우(그림 3 B, D에 해당)에는권태감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도 상태가 지속되면 역시 과제를 그만두고 싶어 진다.

 

E와 같이 성공적인 몰입이 일어날 경우, 몰입 순간에는 개인은 시간의 흐름과 자아를 잊게 되며 몰입 후에는 개인의 실력과 자부심이 모두 높아진다. 몰입은 빠져 있는 순간에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몰입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을 위한 요소로 제시한 것들을 다섯 가지로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분명한 목표: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다.

 

2. 신속한 피드백:내 행동, 성과에 대한 평가가 즉각 제시된다.

 

3. 과제 수준과 개인 능력 사이의 균형:내게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적절하게 도전적인 과제다.

 

4. 통제력 강화:내가 가진 물리적, 정신적 능력을 지금 하는 과제 수행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래는 자동차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현재 순간적으로 긴장도가 높아서 실수를 하게 되면 이는 통제력이 약한 상태다.

 

5. 개인 존재, 자아에 대한 상실:과제에 빠져 과거, 미래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지고 개인적 잡념이 생기지 않는 상태다.

 

미국의 게임개발자이자 업무 게임화(gamification) 연구자인 존 라도프(Jon Radoff)는 칙센트미하이의 이론에 기초해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기술 수준과 게임의 도전 수준에 <그림 4>와 같은 몰입 단계가 존재함을 설명했다(Radoff, 2011).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듯 게임이 제공하는 도전 수준과 게이머의 기술 수준 모두가 높을 때는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반면에 밸런스가 붕괴돼 게이머가 불안이나 휴식의 감정을 느끼고, 이러한 감정에 대해 게임 시스템이 적절한 대응을 못할 경우 게이머는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따라서 게임의 몰입성을 위해서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들을 살펴보면 게임의 중반부에서 게이머들의 탈퇴가 많은 편이다. 게임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몰입이란 몰입상태가 지나치게 지속되거나 자의적 선택으로 몰입 전 상태로 돌아오기가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몰입 상태에서는 <그림 3> A, C, E 상태가 어느 정도까지만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과몰입에 빠지게 되면 이 과정이 지나치게 길게 유지된다. 또는 본인 스스로 하던 것을 멈추려 해도 쉽게 몰입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평가 요소로는 다음의 항목들이 제시되고 있다(Young, 2009). 이 중 상당수가 들어맞는다 여겨지면 게임 과몰입 상황을 의심해봐야 한다.

 

- 게임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숨기거나 거짓말 함

 

- 게임시간 제한을 준수하지 않음

 

- 게임 이외의 활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짐

 

- 게임 플레이를 위해 가족, 친구들과 덜 어울림

 

- 게임을 하나의 도피처로 인식함

 

- 게임의 문제점을 스스로 알면서도 게임을 계속함

 

다음은 중독에 대한 일반적 증상(Engs, 1987)이다. 이를 앞서 제시한 게임 과몰입의 평가 요소와 비교해보자.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평가 요소와 중독에 대한 일반적 증상 간에 상당한 유사성이 보인다.

 

- 대상 물체, 물질, 행동을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 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찾는다.

 

- 본인이 원하지 않거나 멈추고 싶어 해도 다시 찾게 된다.

 

- 분노, 불안감, 갈망, 좌절 등의 감정적 변화를 포함한 금단증상이 발생한다.

 

- 언제, 얼마 동안 그 행위를 할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부인한다.

 

- 가족, 친구에게 그런 행동에 대해 숨긴다.

 

- 그 행위에 집착하는 동안 블랙아웃(Blackout)4 이 발생한다.

 

- 자부심이 약하다.

 

게임 과몰입과 여타 중독 간의 차이점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발생시키는 문제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 정신의학 측면에서 게임에 중독이 발생할 수 있는지가 아직까지 증명된 바 없으나 앞서 서술한 평가요소를 살펴보면 과몰입과 중독 간 경계는 모호한 면이 있다. 다만 게임에 과몰입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중독에서 보이는 금단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자부심이 약해지거나, 블랙아웃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에서 일반적 의미의 중독보다는 문제점이 적다.

 

둘째, 과몰입과 중독에 빠져드는 집단의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게이머 중 3% 630만 명 정도가 게임 과몰입에 빠진 상태다. 참고로 미국의 음주자 중 중독문제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18%. 이는 게이머의 과몰입 비율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알코올이 게임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중독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셋째, 상호작용성의 차이다. 인기 MMORPG5  월드오브워크레프트(World of Warcraft, 그림 5)의 전세계 사용자는 960만 명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월드오브워크레프트처럼 유저들 간 상호작용성이 높은 게임일수록 게이머들의 과몰입 비율이 높다. 이는 약물, 알코올 등에 대한 일반적 중독과는 다른 양상이다. 약물, 알코올 등에 대한 중독에서 중독자들 간의 상호작용은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게임에 대한 문제는 중독보다는 과몰입에 가깝다. 첫째, 게임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폐해가 일반적 중독에 비해서는 미약하다. 둘째, 알코올 등 중독물질에 비하면 전체 사용자 대비 과몰입자의 비율이 매우 낮다. 흔히 말하는중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다. 셋째, 일반적 중독자들과는 반대로 게임 과몰입은 게이머 간 강력한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지나친 몰입 상태에 대한 통제 장치가 적절히 존재한다면 게임은 몰입을 위한 매우 유용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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