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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모두의 게임화

업무 게임화는 몰입을 위한 설계 중독 걱정 말고 재미를 줘라

김상균 | 142호 (2013년 12월 Issue 1)

 

 

모두의 놀이가 된 게임

 

최근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과는 별개로 컴퓨터/비디오 게임은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광고 시장 규모, 혹은 화장품 시장 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국내 게임시장은 앞으로도 매년 20% 가까운 고속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게임의 인기가 더욱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1000만 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게이머가 주로 청소년일 것이란 짐작도 잘못됐다. 미국에서 게임을 구매하는 평균 연령은 35세다. 17세 미만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또 남성들이 게임을 압도적으로 더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게이머의 45∼47%는 여성이다.1

 

지난 9월 영국의 록스타게임즈가 출시한 오픈월드게임2 Grand Theft Auto V3  (GTA5, 그림 1)는 출시 사흘 만에 10억 달러( 1조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음반, 영화, 도서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를 통틀어 최단기간에 10억 달러를 돌파한 기록이다. 영화아바타 16일 만에 기록한 수치이며, ‘다크나이트의 전 세계 개봉관 매출과 맞먹는 금액이다. GTA5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대단하다. 이 게임을 패러디한 ‘GTA 조선’ ‘GTA 경성’ ‘GTA 군대등의 개그 프로그램은 케이블TV와 유투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은 이제 특정 집단만이 즐기는 놀이가 아니다. 시장규모나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매체로 성장했다. 본고에서는 게임이 지닌 유용한 속성 중 하나인 몰입성을 기업 내외부적인 업무 수행에서 사용자의 동기부여 수준을 높여주는 게임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게임 중독 vs. 게임 과몰입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이 게임 중독, 게임 과몰입, 이 두 개 중 어느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측에서는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은 안 좋은 것인데 몰입이란 용어가 주는 긍정적 이미지로 인해 과몰입이라는 표현까지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게임으로 인한 폐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중독이란 단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에란 폴리오의 ‘Reality’라는 작품(그림 2)이 생각나는 상황이다. 반면에 게임 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피하고 청소년들에게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에 붙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게임 중독을 염려하는 측에서는 게임 속 폭력, 약물, 선정적 내용이 실제 세상에서 모방범죄를 일으킨다고 우려한다.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총기 폭력사고에 대해 전미총기협회는 비디오게임이 원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이 게임과 총기 폭력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구하는 데 10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게임 콘텐츠에 포함된 폭력, 약물, 선정적 내용이 실제 세상에서 범죄와 연결된다는 인과성이 입증된 적은 없다. 알코올 중독자의 음주운전이 대형 사고로 직결되고 마약 중독자가 흉악 범죄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명확한 인과성이 게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그림 2>와 같은 상황이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언론에서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학업을 포기한 학생, 가족의 생계를 뒤로한 채 게임에만 몰두하는 가장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러한 예를 놓고 이것이 중독이지 어떻게 과몰입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중독이란 표현은 적어도 학술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중독이란 단어는 병명의 일종인데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금단증상에 비해 게임금단증상은 덜 병리적이어서 중독이란 병명을 붙이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국정신의학회의 경우에도 게임에 중독된다는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게임 중독이란 용어를 표준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게임 중독이란 표현은 게임에 과몰입된 상태에 가깝다.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현상이 문제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런 현상을 중독보다는 과몰입으로 칭하는 것이 현재까지의 분위기다. 몰입, 과몰입, 그리고 중독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중독이 아닌 몰입을 위한 설계

 

<그림 3>을 보자. 헝가리계 심리학자로 몰입이론의 대가인 클레어몬트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에 따르면 사람은 개인의 능력과 풀어야 할 과제의 수준이 모두 대등하게 높은 경우(E) 몰입상태에 쉽게 빠진다(Csikszentmihalyi, 2004). 개인의 능력에 비해 과제 수준이 높으면 과제 수행 과정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좌상단에 해당)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과제를 포기하게 된다. 반면 개인의 능력에 비해 과제 수준이 낮은 경우(그림 3 B, D에 해당)에는권태감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도 상태가 지속되면 역시 과제를 그만두고 싶어 진다.

 

E와 같이 성공적인 몰입이 일어날 경우, 몰입 순간에는 개인은 시간의 흐름과 자아를 잊게 되며 몰입 후에는 개인의 실력과 자부심이 모두 높아진다. 몰입은 빠져 있는 순간에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몰입에서 빠져나온 후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칙센트미하이가 몰입을 위한 요소로 제시한 것들을 다섯 가지로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분명한 목표:내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다.

 

2. 신속한 피드백:내 행동, 성과에 대한 평가가 즉각 제시된다.

 

3. 과제 수준과 개인 능력 사이의 균형:내게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은, 적절하게 도전적인 과제다.

 

4. 통제력 강화:내가 가진 물리적, 정신적 능력을 지금 하는 과제 수행에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래는 자동차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현재 순간적으로 긴장도가 높아서 실수를 하게 되면 이는 통제력이 약한 상태다.

 

5. 개인 존재, 자아에 대한 상실:과제에 빠져 과거, 미래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지고 개인적 잡념이 생기지 않는 상태다.

 

미국의 게임개발자이자 업무 게임화(gamification) 연구자인 존 라도프(Jon Radoff)는 칙센트미하이의 이론에 기초해 게임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기술 수준과 게임의 도전 수준에 <그림 4>와 같은 몰입 단계가 존재함을 설명했다(Radoff, 2011).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듯 게임이 제공하는 도전 수준과 게이머의 기술 수준 모두가 높을 때는 몰입 경험을 하게 된다. 반면에 밸런스가 붕괴돼 게이머가 불안이나 휴식의 감정을 느끼고, 이러한 감정에 대해 게임 시스템이 적절한 대응을 못할 경우 게이머는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따라서 게임의 몰입성을 위해서는 밸런스가 중요하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들을 살펴보면 게임의 중반부에서 게이머들의 탈퇴가 많은 편이다. 게임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몰입이란 몰입상태가 지나치게 지속되거나 자의적 선택으로 몰입 전 상태로 돌아오기가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몰입 상태에서는 <그림 3> A, C, E 상태가 어느 정도까지만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과몰입에 빠지게 되면 이 과정이 지나치게 길게 유지된다. 또는 본인 스스로 하던 것을 멈추려 해도 쉽게 몰입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한다.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평가 요소로는 다음의 항목들이 제시되고 있다(Young, 2009). 이 중 상당수가 들어맞는다 여겨지면 게임 과몰입 상황을 의심해봐야 한다.

 

- 게임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숨기거나 거짓말 함

 

- 게임시간 제한을 준수하지 않음

 

- 게임 이외의 활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짐

 

- 게임 플레이를 위해 가족, 친구들과 덜 어울림

 

- 게임을 하나의 도피처로 인식함

 

- 게임의 문제점을 스스로 알면서도 게임을 계속함

 

다음은 중독에 대한 일반적 증상(Engs, 1987)이다. 이를 앞서 제시한 게임 과몰입의 평가 요소와 비교해보자. 게임 과몰입에 대한 평가 요소와 중독에 대한 일반적 증상 간에 상당한 유사성이 보인다.

 

- 대상 물체, 물질, 행동을 지속적으로 생각한다.

 

- 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찾는다.

 

- 본인이 원하지 않거나 멈추고 싶어 해도 다시 찾게 된다.

 

- 분노, 불안감, 갈망, 좌절 등의 감정적 변화를 포함한 금단증상이 발생한다.

 

- 언제, 얼마 동안 그 행위를 할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부인한다.

 

- 가족, 친구에게 그런 행동에 대해 숨긴다.

 

- 그 행위에 집착하는 동안 블랙아웃(Blackout)4 이 발생한다.

 

- 자부심이 약하다.

 

게임 과몰입과 여타 중독 간의 차이점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발생시키는 문제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 정신의학 측면에서 게임에 중독이 발생할 수 있는지가 아직까지 증명된 바 없으나 앞서 서술한 평가요소를 살펴보면 과몰입과 중독 간 경계는 모호한 면이 있다. 다만 게임에 과몰입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중독에서 보이는 금단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자부심이 약해지거나, 블랙아웃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에서 일반적 의미의 중독보다는 문제점이 적다.

 

둘째, 과몰입과 중독에 빠져드는 집단의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정신의학연구저널(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게이머 중 3% 630만 명 정도가 게임 과몰입에 빠진 상태다. 참고로 미국의 음주자 중 중독문제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18%. 이는 게이머의 과몰입 비율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알코올이 게임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중독성을 보임을 알 수 있다.

 

셋째, 상호작용성의 차이다. 인기 MMORPG5  월드오브워크레프트(World of Warcraft, 그림 5)의 전세계 사용자는 960만 명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월드오브워크레프트처럼 유저들 간 상호작용성이 높은 게임일수록 게이머들의 과몰입 비율이 높다. 이는 약물, 알코올 등에 대한 일반적 중독과는 다른 양상이다. 약물, 알코올 등에 대한 중독에서 중독자들 간의 상호작용은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게임에 대한 문제는 중독보다는 과몰입에 가깝다. 첫째, 게임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폐해가 일반적 중독에 비해서는 미약하다. 둘째, 알코올 등 중독물질에 비하면 전체 사용자 대비 과몰입자의 비율이 매우 낮다. 흔히 말하는중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의미다. 셋째, 일반적 중독자들과는 반대로 게임 과몰입은 게이머 간 강력한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게임 과몰입으로 인한 지나친 몰입 상태에 대한 통제 장치가 적절히 존재한다면 게임은 몰입을 위한 매우 유용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내부 동기와 외부 동기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집착을 보이는 동기 구성요소를 흔히 내재적(intrinsic)과 외부적(extrinsic) 동기요인으로 나눈다. 오하이오대 심리학과의 스티븐 라이스(Steven Reiss) 교수는 생물학에 기반해 인간의 동기요인을 권력, 호기심, 독립, 수용(다른 사람을 받아들임), 질서, 저축, 명예, 이상주의(정의, 평등 등), 사회적 관계, 가족, 신분, 복수, 로맨스, 음식, 신체 활동, 평온(정서적 안정감) 16개로 분류했다(Reiss, 2002). 게임화를 통해 가시적으로 명료하게 제시되는 목표와 피드백은 사용자에게 외부적 동기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과제 내용이나 수준에 변화가 없더라도 이를 2차적으로 표현하는 게임화된 상황 속의 목표와 피드백6 은 분명 외부적 동기요인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게임메커니즘에서 사용하는 배지, 레벨, 포인트, 트로피 등과 게임화된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시나리오와 판타지는 라이스가 제시한 여러 동기요인들을 자극한다. 결과적으로 <그림 6>과 같이 사용자의 외부적 동기요인을 자극해서 사용자를 몰입상태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적 요소들이 업무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현실의 목표자체가 설정이 안 됐거나 실질적 보상이 부족한 상태에서 게임적인 요소들만을 넣는다고 사용자를 몰입으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몰입 단계에 이르렀어도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한발 더 나가 게임화를 통해 제공되는 피드백, 보상이 자칫 사용자(종업원)의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Groh, 2012). 필자도 동의한다. , 대처 방법이 있다. 게임화가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키는 경우는 사용자가 이미 매우 강한 내재적 동기하에 과업을 수행하는 경우일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연구에 몰두해 시키지도 않은 실험을 하는 연구원, 혹은 이미 상사가 100% 만족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야 근무를 하며 기획안을 수정하는 회사원 등이다. 이런 경우에는 게임화를 통해 아기자기하게 제공되는 외부적 동기요인이 오히려 사용자를 실망하게 만들 수 있다. 스스로 느끼는 과제 수준이 높고 그에 대한 본인의 능력과 성과도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데(즉 이미 <그림 3>에서 E의 상태에 있다고 느끼고 있는데) 게임화 속 피드백이 초라하거나 애매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런 경우에는 게임화를 제한해야 한다.

 

게임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업종, 부서에서 동일하게 게임화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참여할 필요도 없다. 내재적 동기가 이미 충만한 상황, 회사가 제공하는 목표, 규칙, 피드백이 이미 완벽한 상황이라면 굳이 게임화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게임화에 대한 오해

 

이번에는 게임화를 현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이 관찰되는 4가지 오해와 논란에 대해 알아보자.

 

오해 ① - 업무 중에 게임에 몰입하라고 판을 깔아주라고?

 

‘게임화 = 게임이라는 생각에 이런 오해를 하게 된다. 의사결정권자 중에는 게임화라고 하면 생산직 근로자들이 본인의 작업 분량을 앞당겨 끝내고는 여유 시간에 게임을 즐기고, 사무직 근로자들이 파티션 뒤에 몸을 숨기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게임은게임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게임화를 기획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런 차이점을 명확하게 이해하지만 국내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은 게임을 별로 해본 적이 없고 게임화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게임화를 직원들에게 공개적으로 게임을 하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있다.

 

게임화는 게임 속에 존재하는 메커니즘, 시나리오를 이용해 직원들을 업무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직원들은 본질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업무의 과정과 결과가 일부 게임처럼 보이도록 제공된다고 이해해야 한다.

 

포드자동차의 C-Max모델에서는 <그림 7>과 같이 계기판에 연비 나무가 자라난다. 운전자가 고연비 운전을 하면 나무가 무성해지고 급가속과 급브레이크를 반복해 연비가 떨어지는 운전을 하면 나뭇잎이 점차 사라진다. 운전자 입장에서 이런 기능이 제공되면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평소보다 연비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연비 나무에 신경 쓰느라 운전을 뒷전으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가 집중하게 되는 과업 목표는연비 운전이지연비 나무는 아니다. 직장 내 업무 게임화도 마찬가지다. 게임화를 통해 직원들이 집중하게 되는 것은 과업 자체의 목표다. 이를 돕는 보조 역할로 배지, 포인트 등 게임적인 요소들이 동원될 뿐이다.

 

오해 ② - –게임과몰입/게임의 중독성을 악용해서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비난받지 않을까?

 

게임화는 게임이 지닌 몰입성을 이용하는 것이지 게임의 과몰입성을 이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기능성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쉬는 시간에도 그 게임을 찾는 아이는 없다. <그림 8>의 연비절감 게임이 재미있다고 연비기록 경신을 위해 차 없는 밤거리에 일부러 차를 몰고 나가는 사람도 없다. 스피드미터 복권기(그림 8)가 있다고 해서 복권을 받으려고 스피드미터 앞을 일부로 몇 바퀴씩 도는 사람이 있겠는가?7  게임의 본질은 재미지만 게임화의 본질은 생산성 향상이고, 이를 돕는 보조수단이 게임의 재미다. 따라서 아무리 게임화가 잘 디자인된다 해도 게임화를 통해 과몰입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일부러 그렇게 설계하고 싶어도 어려운 일이다. 게임의 몰입성을 활용하면 될 뿐 게임의 위험요소인 과몰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해 ③ - 게임화, 결국 한때의 유행 아닌가?

 

새로운 경영전략이나 정보기술 중에 일시적으로 유행처럼 퍼졌다가 실망감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림 9>는 가트너(Gartner)의 신기술 열풍주기8 . 2013 8월을 기준으로 게임화(Gamification) 2단계인 기대의 정점에 올라가 있다. 이제 곧 그 기대감 중 상당 부분에서 실망감이 오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게임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1∼2년 사이다. 당장 그 효과를 논하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 그림에 따르면 게임화가 진정한 생산성을 발휘하는 단계는 향후 5∼10년이다.

 

게임화는 게임, 정보시스템, , 동기부여, 조직이론, 업무프로세스 등 다양한 이론과 현실이 제대로 융합될 때 빛을 발한다. 당분간(향후 5)은 게임화 추진과정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게임화가 일시적 유행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게임화의 생산성이 안정적인고원상태에 다다르는 5년 후까지 손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향후 5년간은 조직에 어떻게 게임화를 도입할 것인지 고민하고 프로타입을 만들어보고 개선을 통해 완성도 높은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오해 ④ - 게임은 결국 가짜인데 몰입이 되나?

 

게임은 현실이 아니다. 성인일수록 게임이 가진 비현실성, 즉 현실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게임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젠들러의 가믿음에 대한 연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Gendler, 2008). 젠들러는 두 잔의 설탕물을 준비해 한쪽에는 설탕물, 다른 한쪽에는 독극물이라는 라벨을 붙였다. 그리고 라벨만 다를 뿐 실제 두 잔 모두 설탕물임을 피실험자들에게 알려줬다. 피실험자의 대부분은 독극물 레벨이 붙은 잔의 물을 마시기 꺼려했다. 실제로는 설탕물인지 알면서도 그랬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내용이 실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심을 전혀 못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들에게는 게임 속 상황에 대한가믿음이 형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류는 극히 드물다. 정상적인 심신상태의 성인 대부분이 가믿음이라는 심리적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이 부분을 게임에서 활용하면 된다. 설탕물에 독극물 라벨을 붙이는 것처럼.

 

가믿음을 형성하기 위해 게임화 시스템에 엄청난 완성도의 3D그래픽이나 입체음향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MUD게임9 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대표적 MUD게임이었던 쥬라기 공원의 화면은 <그림 10>과 같다. 100% 텍스트 기반의 게임이었다. 2D 이미지 한 장 없다. 현란한 음향 효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했던 게임이다. 필자는 1990년대 당시 빛의 전사라는 MUD게임을 개발해서 서비스했다. 1분당 10원의 이용료를 사용자가 지불하는 구조였다. 당시에 한 달 사용료로 1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는 사용자도 꽤 있었다.

 

인간이라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가믿음을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게임 속 판타지를 현실로 느끼게 된다. 판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게임 메커니즘이다. 그래픽과 음향효과는 그 다음이다. 특히 기업에서 업무의 보조 역할을 하기 위해 도입하는 게임화 시스템의 대부분은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그래픽으로만 구성된다. 음향효과는 아예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 가짜라는 건 모두가 알지만 그래도 몰입은 된다.

 

 



 

 

업무 게임화의 성공 사례

 

게임화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진 사례를 살펴보자. 지식공유를 위한 사내 SNS시스템에 게임화가 미친 영향에 대한 사례다. IBM왓슨연구소는 2012년도에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Thom et al., 2012). 미국 북동부에 있는 한 IT 회사10 에서 실시된 실험이었다. 사내 SNS를 통해 사진, 글목록 등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직원들이 서로 코멘트를 달면서 의사소통하는 전형적인 내부 SNS 시스템이었다. 새로운 자료를 올리면 5포인트를 주고 코멘트를 달면 15포인트를 줬다. 그리고 포인트에 따라서 사용자를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해 레벨업해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가장 많은 포인트를 받은 직원은 로그인 창에 설치된 리더보드에 별도로 표시됐다. (그림 11)

실험결과는 < 1>과 같다.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2주 동안의 자료와 포인트 제도를 철회한 후 운영된 2주 동안의 자료를 비교한 내용이다. 표에서 괄호 안의 내용은 사용자 1인당 평균이다. 모든 항목에서 사용자의 참여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새로운 게시물을 올려 남에게 알리는 행위가 감소했으며 남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비율도 대폭 감소했다. 요컨대 업무에 대한 공유도가 낮아졌다. 게임화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무의 게임화는 전사적 차원이 아닌 개인 수준에서도 가능하다. ‘Task Hammer’(그림 12) 2012년도에 출시된 안드로이드용 앱이다. 사용자는 이 앱을 이용해 자신이 할 일(To Do 리스트)을 게임 속 도전과제로 다루게 된다. 앱은 사용자가 할 일을 알람으로 알려주고 사용자는 시간 내에 챌린지(업무)를 끝내면 포인트를 쌓는다. 사용자는 게임 속 아바타를 자신의 취향대로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 롤플레잉 게임 캐릭터와 비슷하게 체력, 지능, 카리스마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이번 주에 조깅을 세 번 하기로 했다면 이는 체력요소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조깅을 마치면 게임 속 아바타의 체력이 성장한다.

 

 

이와 유사한 iOS 기반 앱으로 ‘Epic Win’(그림 13)이 있다. 사용자는 To Do 리스트의 일을 마치며 가상화폐를 벌고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퀘스트맵에서 캐릭터를 전진시키며 게임을 진행하는 구조다. 메모장을 띄워서 관리하는 To Do 리스트에 비해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러한 방식이 좀 더 아기자기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건 사실이다. 캐릭터가 성정하는 것을 보고 다음 맵에서 무엇이 나올지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임 요소가 외부적 동기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과업 목표 제시와 피드백을 보조한다.

 

게임화는 교육 분야에서도 몰입도를 크게 향상시킨다(Kim, 2013). 교육 분야에 게임화를 적용한 후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분석결과를 살펴보니 의사소통 수준과 수업에 대한 이해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학습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수준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수강생들 입장에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 수준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적인 의견으로는수업 시간이 기다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 시간 중에 시계를 쳐다보는 비율이 훨씬 줄어들었다’ ‘조별 과제를 더 즐겁게 하게 됐다등의 의견이 조사됐다.

 

 

결언

 

갤럽(Gallup, 2013)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직장에서 직원들의 낮은 업무몰입으로 발생하는 연간 총손실은 450조 원에서 500조 원에 달한다. 조사 연도별로 조금의 변화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보면 30% 직원만이 몰입도가 높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업무몰입도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비율이 9.31인 고몰입 기업의 경우 경쟁사 대비 EPS11 147%나 높았다. 반면에 업무몰입도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비율이 2.61인 저몰입 기업은 경쟁사 대비 EPS 2% 낮게 조사됐다. 기업에서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게 경영성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직원들의 업무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추진하는 게임화에 대해 게임이 지닌 과몰입성을 악용해서 직원과 고객을 더 착취하려는 수단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게이머가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지만 게임화 시스템을 업무에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 이전에 업무 목적 달성이다. 업무 목적 달성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게임적 요소가 사용될 뿐이다. 따라서 게임에서 발생하는 과몰입성이 게임화에서도 발생하리라 볼 수는 없다. 게임을 업무에 활용해 결과적으로 몰입성을 높여주는 것이지 과몰입으로 빠지게 만들기는 어렵다.

 

기업 업무에 있어 게임화의 적용 대상은 <그림 14>와 같다. 우선 상호작용도에 따라 단독 작업에 대한 게임화, 커뮤니티형 게임화, 경쟁 게임화로 분류해 볼 수 있다. 또 게임화의 참여자에 따라 고객, 내부직원, 그리고 이 두 집단의 공동참여 케이스로 나눠볼 수 있다.

 

이렇게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할 경우 그림과 같이 총 9개의 영역에 대해 게임화가 가능하다. 기업은 각 영역에서 수행하는 과업에 대해 게임화를 통해 동기부여 수준을 높여주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 게임화 시스템은 현실의 업무를 꾸며주는 보조적 역할을 한다. 게임화 내부에서 아무리 많은 배지를 뿌리고 레벨업을 해줘도 기업의 현실적 보상 구조나 업무 시스템이 형편없다면 게임화를 통한 동기부여와 몰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게임화에 따른 중독, 과몰입 위험은 극히 낮지만 동시에 게임화만으로 업무의 본질이나 경영 시스템이 바뀌지는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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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dler, T.S. (2008) Alief and belief. The Journal of Philosophy 105, 634-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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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saviour@kangwon.ac.kr

필자는 연세대에서 인지과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IT분야 벤처 및 중견기업에서 10여 년간 근무했으며 2007년부터 강원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강원대에서 우수수업상을 두 차례 받았고 현재 10여 개 국제저널의 부편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창의적 혁신과 게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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