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마음의 연대를 고민하라

102호 (2012년 4월 Issue 1)




모든 문제의 해결은 단어의 정의에서 나온다고 플라톤이 말했다. 직원기대관리(Employee Expectation Management)라는 단어를 하나씩 사전적 정의로 풀어보자.

 

1. 직원[職員][명사]: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기대[期待/企待][명사]: 어떤 일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기다림.

3. 관리하다[管理--][동사]

① 어떤 일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다.

② 시설이나 물건의 유지, 개량 따위의 일을 맡아하다.

③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하다.

 

결국 직원기대관리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행위를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하는 일로 풀어볼 수 있다. 직장에 다니는 많은 이들에게 지금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혹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늘날 직장인이 직장에 바라는 일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언론사에서 2011 12월 남녀 직장인 6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31%적은 월급때문에 힘들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높은 물가(29.7%)’였다. 그러니까 월급이 많고 물가가 높지 않다면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소망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비율인 27%연봉 인상을 꼽았다. 연봉을 포함한 금전적 측면에서 직원들의 기대는보상으로 요약된다. 보상에는 급여뿐 아니라 복리, 평가 및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이 포함된다. 보상의 가장 일차적인 형태는 임금이다. 일한 대가로 얼마를 받는다는 사실은 단순하지만 측정 가능하다. 즉 정확하게 위아래로 비교하고 관리될 수 있다.

 

그런데 임금에 대한 기업과 직원들의 기대는 동일하지 않다.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을 줘서 만족감을 높이면 관리가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해도 잔고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많이 지급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아무리 적게 준다고 하더라도 직원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지급한다면 계속 남아 근로할 만한 의욕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직장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자아실현보다 더 현실적인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밖에도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나 경쟁 기업의 급여 수준, 최저 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정부 정책 등이 급여를 결정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변수다.

 

결국 무턱대고 많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적게 줄 수도 없는 것이 급여를 포함한 보상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고 직원들의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회사를 경영하려면 이에 대해 올바른 철학과 관리의식을 갖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과 기업의 서로 다른 기대를 적정선에서 해소할 수 있으려면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합의는 결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바람이나 강제력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사람에게는 물질적인 돈 외에 추구하고자 하는, 또는 추구받고자 하는 무형의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기업과의 문화적 연대감이다. 사람은 철저하게 계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계산을 뛰어넘는 무형의 가치에 의해서도 움직이는 존재다. 숫자와 논리로만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다 보면 합의에 이르기가 어려울뿐더러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업과 직원이 연대의식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서로의 기대를 더 잘 이해하고 보다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의 역할이다. 수장이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조직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받는 영향과 조직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다음에서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창립자인 박태준 회장이 몸소 실천한 사례들을 통해 직원들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살펴보고자 한다.

 

포스코는 철을 만드는 제조업의 특성상, 또 제조 과정에서 조직원 모두 합심해야 하는 일치단결의 이미지상 딱딱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창립자인 박태준 회장 역시 군인 DNA를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롬멜하우스의 전설, 우향우 정신 등 관련 일화도 군대 문화와 결부돼 있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조직 구성도 이런 이미지를 그리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포스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포스코는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글로벌 1위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12년 글로벌 지속가능 100대 기업발표에서는 30위를 차지했다. 철강회사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한국 기업으로는 73위에 오른 삼성전자와 함께 2곳에 불과하다. 지속가능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주요 지표로는 다양성, 안전 효율성,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혁신 역량, 임직원 채용·고용 유지, 에너지·온실가스·수자원 효율성 제고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지배구조 우수기업,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등 각종 경쟁지표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포함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한 방향으로만 몰아붙이는 문화라면 이처럼 다양한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일 수가 없다. 이런 성과물에는 사람을 믿고 직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포스코의 노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의 뿌리에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평가받지 못한박태준 리더십’이 있다. 포스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항제철의 설립자 박태준을 알아야 한다.

 

직원 기대의 가장 큰 동기부여: 인사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채용과 승진 등 인사 배치다. 포항제철을 맡기 전 박태준은 국가의 요청으로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중석의 사장직을 수행했다. 경북 달성광산과 강원도 상동광산을 합해 일제가 1934년 설립한 고바야시 광업주식회사가 대한중석의 전신이다. 해방 이후 정부가 인수해 1949 10월 대한중석 광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대표적인 수출품인 중석을 독점 생산해 연간 1500만 달러를 수출, 국가 총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기간 산업체였다. 그러나 각종 이권 개입으로 항상 시끄러웠고 경영부실로 오랜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박태준은 비리와 경영 적자로 허덕이는 대한중석을 맡아 그 원인을 파악하고 계획적인 자금 관리와 공정하고 정확한 인사를 경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의 인사정책은 곧바로 도전을 받았다. 박태준이 부임한 바로 다음 날 청와대 고위 비서관이 어느 간부직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 간부의 승진을 잘 부탁한다는 메모를 보내왔다. 그러나 박태준은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간부의 고과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지시했고 평가 결과가 좋지 않자 승진 대신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결과가 엉뚱하게 나오자 그 간부직원은 인사위원회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태준은 오히려 호되게 그를 야단쳤다. 외부 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경영원칙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였다.

 

 

해당 사건 이후 박태준은 갖은 협박과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 때 했던 약속을 철저히 실천에 옮겨나갔다. 그는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배경이나 친인척 등용 등 관행이 정직하게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관행을 타파하고 공정한 인사정책을 펴자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정해진 인사 규정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승진 기회가 있으며 자격미달의 외부인사가 낙하산으로 밀고 내려오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면서 직원들의 충성심과 사기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신임 사장의 경영 철학이 공감을 얻고 가시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자 만성적자였던 대한중석이 단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후 박태준과 함께 대한중석에서 일하던 많은 인재들이 포철의 초창기 멤버로 넘어오면서 이런 인사정책이 자연스럽게 포스코에도 정착됐다. 포스코는 오너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권력이든 장기적일 수 없었다. 이런 사풍은 대부분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학연, 혈연, 지연 등에 비교적 상당히 얽매이지 않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기여했다. 업무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일 잘하고 열심히 하면 직급과 성과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한발 앞서 읽어내고 움직여라

박태준은 직원들이 사명감을 갖길 원했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인식해야 이들의 헌신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래야 회사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무엇보다 관리직을 선호하고 일선 노동자를 멸시하는 구태의연한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생산직 근로자들이 회사 성공에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관리자는 종업원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며 종업원의 복지를 향상시켜 좋은 작업 태도를 이끌어내면 회사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지론을 평생 주장했다.

 

포철 설립 초창기, 그는 대한중석처럼 직원주택을 곧바로 제공하고 싶었으나 회사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고 국제차관 도입도 불투명했기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고심 끝에 직원주택을 짓겠다는 당초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하고 정부 당국과 금융기관을 설득했다. 종업원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분명했고 이들의 주거생활이 안정돼야 사업이 제대로 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직원주택을 도입하면서 임대주택이 아닌 자가 주택 방식을 택하고내 집 마련 제도를 만들었다. 좋은 조건의 장기저리대출을 제공하면 결국 소유권을 가지게 될 거주자들이 집에 애착을 갖고 잘 관리할 뿐 아니라 내 집 마련 걱정을 덜고 근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제도는 당시 한국 상황에서 매우 급진적인 복지였다. 회사가 직원들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라고 여겨지던 때였다. 정부 관료들은 공장 지을 자금도 확정되지 않은 때 직원 주택부터 짓는다고 못마땅해 했다. 이럴 때 경영진과 종업원 사이에 좋은 관계가 확립돼야 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은 그의 철학은 충격에 가까웠다. 언론들은 박태준이 제철소보다 땅 투기에 관심이 많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과 안정성으로 돌아왔다.

 

박태준이 현장을 누빌 때 직원들에게 늘 강조했던 덕목이청결이었다. 그가공장 관리원칙 1라고 강조하던 것이 바로목욕론(沐浴論)’이다. 목욕을 잘해 깨끗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은 정리 정돈하는 습관이 생겨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제품 관리도 잘할 수 있게 된다고 믿은 그는 직원 기숙사를 찾을 때 늘 목욕탕을 먼저 가볼 정도로 목욕을 강조했다. 목욕론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랬다. “목욕을 잘해서 깨끗한 몸을 유지하는 사람은 주위의 지저분한 것, 바르지 못한 것, 정리 정돈되지 않은 것들을 수용할 수 없다. 깨끗한 몸은 현장 안전과 제품의 질로 나타난다.”

 

박 회장은 산업 현장에서부터 청결한 문화가 뿌리내려야 전체 국민 수준도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80년대 초반 전 공장과 직원 숙소에 해마다 수십억 원씩 들여 특급 호텔 수준의 목욕탕과 화장실을 갖추도록 했다. 박태준 회장은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의 철학은 유지되고 있다. 포스코가 손을 대는 시설의 세면 시설과 목욕탕은 수준 높은 설비를 자랑한다.

 

또 당시 종합제철소는 막대한 설비를 갖추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값비싼 보험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워낙 철저히 관리한 탓에 포철은 외국 보험회사로부터 약 17만 달러의 리베이트를 받게 됐다. 당시 한국의 공기업에서 이런 돈은 눈먼 돈으로 사장이 알아서 쓰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박태준 회장은 국가에 내놨다가 회사를 위해 쓰라고 돌려받자 직원들과 논의한 끝에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포철장학재단의 시작이었다.

 

직원들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경영진의 선()투자는 지금도 포스코의 경영철학으로 남아 있다. 근래에는 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회사가 많다. 그러나 포스코는 2003년부터 이미선택적 복리후생카드라는 제도로 직원들의 자기 개발을 지원해왔다.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품의서를 올리거나 매달 결재를 받을 필요도 없다. 영어학원을 다니든, 책을 구입해서 보든, 악기를 배우든 완전히 직원들의 자유다. 이 역시 직원들의 기대관리를 위한 선도적 시행으로 볼 수 있다.

 

포스코의 양호한 노사관계는 주택, 교육, 스포츠 및 여가시설 등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려고 했던 회사 방침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노사 양측 모두 승자가 되는 바람직한 사례로 남았다. 포스코에서는 사람 냄새가 먼저 난다는 말은 이런 배경을 토대로 한다.

 

외부 비리를 막지 못하면 내부 비리를 막을 수 없다

정치자금 사례가 횡행하던 시절,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정부나 여당의 실세가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1971 4월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여당인 공화당의 실세 중 한 명인 김성곤 재정위원장이 박태준에게 상당한 규모의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포스코가 진행하던 대규모 설비 입찰에서 마루베니라는 특정업체로 낙찰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박태준 회장은 자격을 갖춘 응찰자가 낙찰될 것이라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리베이트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나 가격을 높이고 응찰한 마루베니는 낙찰받지 못했다. 이후 김성곤 위원장은 계속 박태준을 불러 다섯 번이나 특혜 압력을 넣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권력에 밉보인 박태준은 가택에서 회사까지 철저한 수사를 당했다. 정보부 요원이 들이닥쳐 서명서를 샅샅이 뒤지며 토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자세히 검토했다. 그러나 40여 일이 넘는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조사가 끝나자 정보부 요원조차 박태준에게 존경을 표했다. 포철이 막대한 돈을 들여 설비를 구매한 1973년 이후 박태준의 집은 불시에 가택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명색이 가장 큰 기업의 사장 집인데 밀수품 하나 없겠나 싶은 취지에서 비롯된 명예훼손 차원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박태준의 집에서는 집 문서와 패물 몇 개, 그리고 출장 중 쓰고 남은 외화 몇 푼이 발견됐을 뿐이다. 당시 가택수사를 담당했던 형사가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지금도 포스코는 윤리경영 측면에서 상당히 엄격한 사풍을 갖고 있다. 초창기 경영자의 철학이 잘 전달된 사례다. 만약 박태준 회장이 청렴결백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만 윤리의식을 강조했다면 이와 같은 효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철보다 강하다는 신념은 최근 국내 제조업에서 모두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42교대의 도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포스코는 2010 7월부터 42교대 제도를 16개 과·공장에서 시범 운영했다. 이어 2011 10월에는 전면 시행 전환을 묻는 투표를 실시해 94.4%의 찬성으로 포항과 광양제철소 전 영역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다. 42교대 근무제도는 작업조를 4개 조로 편성해 2개 조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교대 근무제도다. 43교대와 비교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연간 총 근로시간이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휴무일수가 80일 이상 증가한다.( 1)

 

43교대 근무가 42교대로 전환돼도 월 근무시간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휴무일이 최대한 보장되면서 직원들의 삶의 질적 측면에서는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미 선진국의 많은 제조업체들이 우수성을 인정하고 전면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선진경영기법을 고민한 경영인이라면언제도입하느냐보다는어떻게도입하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기업에서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면 기존 제도에 익숙한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 이를 어떻게 무마하면서 원만하게 도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더구나 포스코가 이 제도를 도입할 때는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도입한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안과 의구심이 더 컸다.

 

포스코는 그와 같은 반발 심리에 대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직원들과 충분히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42교대 노사합동 연구반을 구성하고 국내외 성공적인 도입 사례를 갖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 실무진과 의논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했다. 노사 간 수차례 논의하고 몇몇 공장에 시범 운영제를 도입했으며 현장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공장별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답답했을 수 있으나 결국 모두를 위한 제도로 인식되도록 하는 데 성공한 좋은 선례를 남겼다.

 

솔선수범이 제일이다

빈손으로 시작해 달성한 포철의 위업을 두고 기적이라고 찬사하는 세계의 언론들이 있다. 1968년 포철이 1기공사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애쓸 때 세계은행 전문가로 일하고 있던 자페는 한국의 융자 신청을 거절하고 브라질의 제철소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세계은행에 권고했다. 그리고 약 20년 이후인 1986년 자페는 박태준과의 대화에서그때 나는 틀리지 않았다. 종합제철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고려해야 할 내수규모, 기술수준, 원자재 공급 가능성, 기업과 신용위험, 시장성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을 분석했을 때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단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면 박태준 당신 하나뿐이다라고 인정했다.

 

박태준이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기본에는 스스로 역할 모델(Role Model)이 됐다는 점이 있다. 그는 자신이 역설한 바를 그대로 실천했고 항상 종업원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며 인간의 능력을 신뢰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중역이든, 일선 종업원이든 훌륭한 성과를 내는 사람을 아끼고 존중했다. 그래서 그의 밑에서 일한 사람들은 항상 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영자들이 좋은 말을 하기는 매우 쉽다. 하지만 자신은 수많은 회사 인프라와 자원을 마음껏 쓰면서 직원들 복지에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거나 자신은 부정축재로 재산을 모으면서 직원들에게 청렴결백하라고 강조한다거나 자신은 정치권과 손을 잡고 권력을 누리려고 하면서 사내 정치나 연줄을 척결하지 않고 부당하게 인사를 한다면 직원들의 기대를 제대로 관리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공감과 소통, 문화적 연대를 고민하라

직원들의 기대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은 물질적 자원의 한계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돈도 한정돼 있고, 시간도 한정돼 있고, 경쟁은 이전보다 더 치열해졌다. 앞으로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마른 수건까지 쥐어짜는 절약이 우선적인 관리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경영진과 직원 모두의 피로감을 높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반드시 물질적인 차원에서의 보상만 직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질보다 더 큰 차원에서 만족을 제공하면서 직원들의 충성심을 높일 수도 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기보다는 마른 수건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경영철학을 공유하거나 수건을 가장 먼저 짜고 가장 잘 짤 줄 아는 사람이 함께 짜자고 외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다. 비용 절감 혹은 단순히 인센티브를 10% 인상하는 일과 무형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직원들을 믿고 격려하며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통제권을 통째로 부여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 스스로가 확실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의지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한 신부님이 작고한 한 CEO에게 받은 질문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해서 정리해 본열 가지 질문이라는 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철학적인 성격의 질문 자체도 의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질문을 한 타이밍이 절묘했다. 죽음을 바로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왜 그는 죽음에 직면한 마지막 순간에야 질문을 떠올리고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을까? 거대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 영혼에 대해서,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것은 속도와 크기, 강함만 중시하는 현세의 기준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죽음에 임박해서야 현세를 초월한 질문에 눈 뜨게 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한 영국 판사는 기업이란걷어찰 몸뚱이도, 저주할 영혼도 없는존재라고 표현한 바 있다. 법인은 태생적으로 자연인과 구분된다. 수많은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발전하게 하며 국가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시대지만 반대로 자연인으로 태어났다면 행할 수 없는 윤리적이지 못한 행동도 이윤이라는 미명하에 별 고민 없이 저지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기업을 몸뚱이와 영혼이 있는 존재로 보고 직원들과 문화적 연대를 이루고 싶다면 리더는 단순히 먹여 살려주는 개념 이외의 존재에 대한 의미, 영향력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양정훈 포스코 사내전문코치 bolty@naver.com

양정훈(국제코치협회 인증코치) IT, 교육, 제조회사 등에서 일하다 현재 포스코에서 리더들을 대상으로 사내전문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조직관리, 리더십, 노사관계 등에 대해 강의하고 칼럼을 쓴다. 저서로는 <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나만의 첫 책쓰기> <9to6혁명>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