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모든 문제의 해결은 단어의 정의에서 나온다고 플라톤이 말했다. 직원기대관리(Employee Expectation Management)라는 단어를 하나씩 사전적 정의로 풀어보자.
1. 직원[職員][명사]: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기대[期待/企待][명사]: 어떤 일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기다림.
3. 관리하다[管理--][동사]
① 어떤 일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다.
② 시설이나 물건의 유지, 개량 따위의 일을 맡아하다.
③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하다.
결국 직원기대관리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행위를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하는 일로 풀어볼 수 있다. 직장에 다니는 많은 이들에게 지금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혹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늘날 직장인이 직장에 바라는 일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언론사에서 2011년 12월 남녀 직장인 6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31%가 ‘적은 월급’ 때문에 힘들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답변은 ‘높은 물가(29.7%)’였다. 그러니까 월급이 많고 물가가 높지 않다면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소망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비율인 27%가 ‘연봉 인상’을 꼽았다. 연봉을 포함한 금전적 측면에서 직원들의 기대는 ‘보상’으로 요약된다. 보상에는 급여뿐 아니라 복리, 평가 및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이 포함된다. 보상의 가장 일차적인 형태는 임금이다. 일한 대가로 얼마를 받는다는 사실은 단순하지만 측정 가능하다. 즉 정확하게 위아래로 비교하고 관리될 수 있다.
그런데 임금에 대한 기업과 직원들의 기대는 동일하지 않다.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을 줘서 만족감을 높이면 관리가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해도 잔고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많이 지급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아무리 적게 준다고 하더라도 직원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지급한다면 계속 남아 근로할 만한 의욕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직장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자아실현’보다 더 현실적인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 밖에도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나 경쟁 기업의 급여 수준, 최저 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정부 정책 등이 급여를 결정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변수다.
결국 무턱대고 많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적게 줄 수도 없는 것이 급여를 포함한 보상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고 직원들의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회사를 경영하려면 이에 대해 올바른 철학과 관리의식을 갖고 접근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과 기업의 서로 다른 기대를 적정선에서 해소할 수 있으려면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합의는 결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바람이나 강제력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이 사람에게는 물질적인 돈 외에 추구하고자 하는, 또는 추구받고자 하는 무형의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기업과의 문화적 연대감이다. 사람은 철저하게 계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계산을 뛰어넘는 무형의 가치에 의해서도 움직이는 존재다. 숫자와 논리로만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다 보면 합의에 이르기가 어려울뿐더러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업과 직원이 연대의식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서로의 기대를 더 잘 이해하고 보다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의 역할이다. 수장이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조직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받는 영향과 조직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다음에서는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창립자인 박태준 회장이 몸소 실천한 사례들을 통해 직원들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살펴보고자 한다.
포스코는 철을 만드는 제조업의 특성상, 또 제조 과정에서 조직원 모두 합심해야 하는 일치단결의 이미지상 딱딱한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창립자인 박태준 회장 역시 군인 DNA를 가진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롬멜하우스의 전설, 우향우 정신 등 관련 일화도 군대 문화와 결부돼 있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조직 구성도 이런 이미지를 그리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포스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포스코는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글로벌 1위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12년 글로벌 지속가능 100대 기업’ 발표에서는 30위를 차지했다. 철강회사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한국 기업으로는 73위에 오른 삼성전자와 함께 2곳에 불과하다. 지속가능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주요 지표로는 다양성, 안전 효율성,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혁신 역량, 임직원 채용·고용 유지, 에너지·온실가스·수자원 효율성 제고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지배구조 우수기업,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등 각종 경쟁지표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포함된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한 방향으로만 몰아붙이는 문화라면 이처럼 다양한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일 수가 없다. 이런 성과물에는 사람을 믿고 직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포스코의 노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의 뿌리에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평가받지 못한 ‘박태준 리더십’이 있다. 포스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항제철의 설립자 박태준을 알아야 한다.
직원 기대의 가장 큰 동기부여: 인사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채용과 승진 등 인사 배치다. 포항제철을 맡기 전 박태준은 국가의 요청으로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중석의 사장직을 수행했다. 경북 달성광산과 강원도 상동광산을 합해 일제가 1934년 설립한 고바야시 광업주식회사가 대한중석의 전신이다. 해방 이후 정부가 인수해 1949년 10월 대한중석 광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대표적인 수출품인 중석을 독점 생산해 연간 1500만 달러를 수출, 국가 총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기간 산업체였다. 그러나 각종 이권 개입으로 항상 시끄러웠고 경영부실로 오랜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박태준은 비리와 경영 적자로 허덕이는 대한중석을 맡아 그 원인을 파악하고 계획적인 자금 관리와 공정하고 정확한 인사를 경영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의 인사정책은 곧바로 도전을 받았다. 박태준이 부임한 바로 다음 날 청와대 고위 비서관이 어느 간부직원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 간부의 승진을 잘 부탁한다는 메모를 보내왔다. 그러나 박태준은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간부의 고과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지시했고 평가 결과가 좋지 않자 승진 대신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결과가 엉뚱하게 나오자 그 간부직원은 인사위원회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태준은 오히려 호되게 그를 야단쳤다. 외부 인사 청탁을 근절하고 경영원칙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반성은커녕 오히려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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