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1)

“‘나는 핵심 인재’라는 착각, 상사의 꾸준한 피드백이 특효약”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아무리 좋은 성과 평가 제도를 도입해도 조직원들이 그 제도에 진심으로 호응하고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조직원들이 성과 평가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신뢰하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포스코에서 글로벌 HR 실장 겸 인재개발원 원장직을 맡고 있는 윤동준 상무의 말이다. 윤 상무는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인사실 실장, HR 기획팀 팀장, 인사실 능력개발팀 팀장 등 인사(HR) 업무에만 매진해온 인사통이다.
 
 

 
그는 성과 평가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한국 문화의 특성상 조직원이 성과 평가의 목적을 급여 및 보상 차별화라고 인식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고, 아무리 공정한 평가를 진행해도 조직 내 반발을 무마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조직원들이 성과 평가 제도의 목적을 자기계발의 기회로 여기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성과 평가 제도가 지닌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외환위기를 겪으며 HR 정책의 근간이 위계 중심에서 업적 중심 평가로 옮겨갔지만 아직 업적 평가가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보긴 힘듭니다. 특히 공정성 문제에서 아직 자유로운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승진 후보자 우대, 관대화 경향(com-pression bias, 평가자가 대부분의 피평가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거나, 중간 점수를 주는 현상) 등이 대표적이죠.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피평가자의 직속 상사가 단독으로 평가를 하면 아무래도 연공 서열이나 온정주의를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이 친구는 애가 셋인데’ ‘저 친구는 내년에 승진 대상인데’라는 식으로 흐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포스코는 평가 결과 검토 회의(Calibration Session)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팀장급 관리자가 한 직원에 대해 개인적으로 1차 평가를 마치면, 그 직원이 속한 부서의 팀장 전체가 모여 해당 직원의 평가 결과를 토론합니다. 평가자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없애고, 평가 결과에 대한 피평가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적어도 포스코에서는 어떤 직원이 승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후한 평가를 내리는 사례는 없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에 성과 중심주의 조직 문화가 더욱 빠르게 뿌리내릴 겁니다. 그러러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온정주의를 빨리 극복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상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매우 위험합니다.”
 
 
바람직한 성과 평가 제도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인이 무엇일까요?
“제도 구축보다 ‘운영의 묘’가 중요합니다. 선거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유권자가 도장을 찍어야만 민주주의가 실현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성과 평가 체계를 구축해도 운영을 잘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즉, 성과 평가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조직 문화부터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포스코에는 성과 평가 업무가 ‘조직 문화 혁신 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조직 문화를 수립하고 조직원들의 사고를 변화시켜야 올바른 성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
 
다면 평가를 보죠. 포스코는 다면 평가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다면 평가 결과를 급여와 연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면 평가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평가자가 한 사람일 때보다 여러 사람일 때 평가자 개개인의 특성과 취향이 평가 결과에 반영될 확률이 적다는 거죠. 하지만 이 장점 때문에 다면 평가 결과를 금전 보상과 연계시키면 한국의 조직 문화상 상당한 반발이 일어날 겁니다. 여러 사람의 평가 결과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일률적으로 보상에 반영하는 상황도 문제가 많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해도 조직원들이 그 제도에 진심으로 호응하고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 어떤 제도건 조직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최소한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직원들에게 ‘다면 평가 결과는 보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직원들의 수용도가 높아진다는 뜻이죠. 장기적으로는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직원이 높은 급여를 받을 확률도 당연히 높지 않겠습니까? 결과적으로는 같은 말이지만 직원들한테 대놓고 ‘금전적 보상 차별화를 위해 다면 평가를 도입한다’고 외칠 필요는 없죠. 이게 바로 운용의 묘입니다.”
 
 
일각에서는 다면 평가에 대해 ‘평가’가 아니라 ‘인기 투표’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상사에게는 우수한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도 유독 다면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뜻이죠. 이런 직원들을 ‘작은 리더’는 될지언정 결코 조직 전체를 이끌어갈 ‘큰 리더’로 자라지 못합니다. 업적 평가나 역량 평가만으로는 좋은 리더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동료, 선배, 후배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각각의 관계에서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보완해야만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이 점점 중요해지는 세상입니다. 굳이 리더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 및 협동을 잘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각광받습니다. 리더는 두말할 나위도 없죠. 포스코에서는 사무직뿐 아니라 제철소에 근무하는 생산직 근로자들도 다면 평가의 대상입니다. 처음에 불만을 가졌던 생산직 관리자들도 이제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평가에 나서더군요.”
 
 
업무 성과의 계량화가 어려운 지식 근로자들이 특히 평가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때가 많습니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자신이 핵심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5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건 핵심 인재의 비율은 많아야 10% 내외입니다. 본인이 평가하는 자신과, 남이 바라보는 자신의 이미지에 이렇게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이 40%의 비율을 줄이려면 공정성을 가능한 한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여러 노력이 필요합니다.
 
포스코는 평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평가자들을 전산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뽑습니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후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 많기 때문이죠. 만약 뽑힌 사람이 피평가자의 업무를 잘 몰라 좋은 평가자가 될 수 없으면 이런 사람도 배제합니다. 평가 점수를 집계할 때도 최고 및 최저 점수도 제거합니다. 이렇게 평가하면 관대화 경향을 방지할 수 있을 뿐더러 피평가자의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아무리 핵심 인재라고 해도 모든 항목에서 여러 사람에게 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도전성, 미래 지향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 등의 여러 항목에서 각 개개인이 장단점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업무 실적이 아니라 특히 역량을 평가할 때 꼭 필요한 대목입니다.
 
공정성 향상을 위해 선(先) 피드백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평가 결과를 꾸준히 분석한 후 관대화 경향이 심한 부서의 조직원들에게는 ‘여러분의 부서는 관대화 경향이 강하니, 올해는 더욱 공정하게 평가해달라’고 당부합니다. 평가 업무를 귀찮은 잡무로 인식해 대충 평가하는 사람들을 줄이려면 후(後) 피드백만큼 선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평가 과정에서도 물론 관대화 및 중심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5명의 피평가자를 평가할 때, 평가 점수의 평균이 5점 만점에 4점 이상이면 자동적으로 다시 평가하라는 경고 메시지가 뜹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해도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성과 평가 제도의 관건은 앞서 언급했던 ‘남이 보면 핵심 인재가 아니지만 본인 스스로는 핵심 인재라고 생각하는 40%의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성과 평가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모든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죠.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면서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회사에 들어올 수 없거나, 설사 있어도 낙오되기 마련이죠. 많은 피평가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저 역시 모든 직원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만 개인별 성과의 차이는 분명하니 이를 반드시 구분해야죠.
 
어떤 조직에서 어떤 평가 방법을 사용해도 피평가자가 100% 만족하는 평가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일단 합리적인 평가 절차와 운영 방안을 갖췄다면 피드백에 중점을 둬야 불만이 줄어듭니다. 본인은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지만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에게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다음에는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일러줘야 합니다.
 
과거 관리자들은 피드백을 주는 일에 인색했습니다. 피평가자들도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해 꺼릴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피드백을 적극 요구합니다. 이게 합리적이고 바람직합니다. 꾸준히 피드백을 주면, 직원들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요. 포스코에서는 팀장이 평가 후 반드시 중간 면담을 합니다. 또한 분기별로 피드백을 시행합니다. 1년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연말에 낮은 등급이라는 폭탄을 던지는 게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등급이 어느 수준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니 반발도 적습니다.”
 
 
외국 기업의 성과 평가 제도를 많이 연구하셨을 텐데 한국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미국의 상당수 기업을 방문했습니다만 평가 시스템 자체는 한국 기업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차이는 외국 기업에서는 온정주의적 요인이 반영될 여지가 거의 전무하다는 겁니다. 평가자들이 굉장히 엄격한 평가를 내리는 걸 보고 놀란 적이 많습니다. 단지 평가자로서의 교육과 훈련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문화적 요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출장을 갔을 때 우연히 자동차 사고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운전자가 가로수를 들이받았어요.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차에 탄 사람들이 모두 부상을 입었죠. 경찰이 오자 이를 목격한 한 할머니가 대뜸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는 말부터 꺼내더군요.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아니 지금 부상을 입어 경황도 없을 사람에게 동정은 못 해줄 망정, 그런 시시콜콜한 일을 경찰한테 알려서 벌금까지 물게 하냐’는 의견이 많았을 겁니다. 결국 이런 문화적 차이가 평가자의 엄정한 평가는 물론, 평가 결과에 대한 피평가자들의 수용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바꿀 수는 없으니 한국 기업이 운영의 묘를 살릴 방안을 더욱 열심히 강구해야겠죠.
 
한국 기업 관리자들이 성과 평가 업무의 중요성을 좀 더 인식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자신의 일 중 70%가 직원 평가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원을 평가하고 육성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죠. 평가 업무를 귀찮은 잡무라고 인식하지 말고, 평소에 꾸준히 개개인에 관한 데이터를 기록해놓은 후 이를 근간으로 과학적,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관리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평가자로서 피평가자들에게 성과 평가와 관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성과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상사가 어떤 업무를 해결해야 할 때, 상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2가지를 조언하고 싶습니다.
 
첫째, 단순히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말고, 활용 가능한 지식을 쌓으세요. 단순히 ‘많이 아는 것’과 ‘아는 지식을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기업이 원하는 사람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이죠. 문제해결 능력은 근속 연수가 길다고, 학력이 높다고 자동적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핵심 인재에 관한 40%의 오류도 여기서 발생합니다. 박사 학위를 소지했기 때문에 당사자는 본인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사가 보기에는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문제해결 능력, 사물을 정확히 분석하는 능력, 협상력, 설득력 등 서류상의 지식이 아니라 회사가 진정 원하는 지식을 쌓도록 노력하십시오.
 
둘째, 결과의 평등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마십시오. 한국 사람은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소극적 공정성이 아닌 적극적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균형과 형평을 따지는 건 소극적 공정이지만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는 건 적극적 공정입니다. 작은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아야 본인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정지용 인턴연구원(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