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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칭찬으로 만들어가는 열린 조직

정일재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언젠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중국 관리들을 만찬에 초대한 일이 있었다. 이때 손님들이 핑거볼(finger bowl)에 담긴 손 닦는 물을 식수인 줄 알고 마시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서양식 식사법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여왕은 손님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자신도 핑거볼의 물을 마셨다. 이 얘기는 지금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상징하는 일화로 유명하다.
 
요즘 들어 기업 경영에서도 ‘배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초에 있었던 LG그룹의 신임 임원 교육에서도 배려가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바로 배려라는 이유에서였다.
 
‘키 큰 사람’이 눈높이 낮춰라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평소 배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배려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필수적인 덕목이므로 가정과 학교에서 배려심을 아주 일찍부터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면 그의 위치에 서서 생각을 해보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배려의 출발점은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춰보려는 생각이다. 그런데 눈높이를 맞추는 데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키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 반대는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이다. 이를 회사에 적용하면 ‘리더가 먼저 부하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특히 경청에 약하다. 이들은 부하 직원의 얘기를 듣기보다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데 더 익숙하다. 부하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과 연륜이 있다 보니 몇 마디만 듣고도 ‘아, 저 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구나’라고 속단하는 경향도 있다.
 
설령 부하 직원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그 내용을 잘 안다고 해도, 중간에 말을 자르면 득(得)보다 실(失)이 많아진다. 부하 직원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자세한 배경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청을 통한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이해와 신뢰는 조직 구성원 누구나 활기차고 자신 있게 역량을 발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칭찬은 긍정적인 면을 강화한다
칭찬은 부하 직원에 대한 리더의 배려가 외부로 나타난 것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가 조직 안에 흘러넘치게 하는 원동력이다. 리더가 작은 것도 칭찬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면, 부하 직원은 더 많은 의견과 아이디어를 내놓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기업 문화는 딱딱하고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우리 문화가 아버지를 ‘엄친(嚴親)’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부장적 권위를 중시하다 보니, 상하가 서로 칭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것이 “칭찬을 자주 하자”고 얘기는 하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칭찬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리더들의 솔선수범이 필수적이다. 리더들은 아주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좀 과하다 싶을 정도까지 칭찬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칭찬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이에 따라 조직의 분위기와 업무 성과가 좋아지게 된다. 칭찬은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이를 강화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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