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27호 (2009년 2월 Issue 2)

현재의 세계적 불황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인가. 이에 대한 전망은 최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린다. 올해 상반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있는 반면 비관론도 만만찮다. 미국 뉴욕대의 루비엘 루비니 교수는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다우지수가 20%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런 불확실성은 기업의 전략 수립과 운영을 매우 어렵게 한다. 국내 기업 중에는 연간 전략 수립을 아예 포기하고 분기별로 전략을 세워 나가기로 한 곳도 상당수다.
 
그렇다면 불황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최고 기업들은 어떻게 이번 위기에 대응하고 있을까. 헤이그룹은 2008년 하반기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편집자 주)의 불황 대응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글에서는 존경 받는 기업들이 불황 극복과 관련해 일반 기업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 분석했다.
 
비용 절감 하면서도 직원 사기 유지
존경 받는 기업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직원들의 ‘자발적 몰입도(discretionary engage-ment)’를 높이는 데 있었다. 자발적 몰입도는 조직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조직을 하나로 묶어 불황을 이기는 원동력이 된다.
 
조사 결과 존경 받는 기업과 일반 기업 모두 자발적 몰입도가 불황기 때 사업 성공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존경 받는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쉽게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직원의 충성도 역시 일반 기업보다 높았다.(그림1)
 
헤이그룹 미국 본사의 토머스 맥멀런 보상 부문장(reward practice leader)은 존경받는 기업들이 불황기에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직원의 사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존경받는 기업들은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 해당 조치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임을 직원들에게 인지시킨다. 동시에 상황이 호전될 경우 긍정적 미래가 온다는 것을 반드시 전달한다. 직원들에게 임금 동결을 통보하면서도 경제 상황이 개선되거나 실적이 나아질 경우 임금을 인상할 수 있음을 알려 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용 절감을 위한 기준을 모든 조직에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비효율적인 조직에 대해 해당 기준을 선별적으로 과감하게 적용한다.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요구 사항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궁금해 하며 알아보려고 한다.
 
따라서 존경 받는 기업의 직원들은 회사의 비용 절감 조치가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일반 기업의 직원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2)
 
회사의 항로를 명확히 하라
둘째, 존경받는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기에도 ‘명확한 전략 방향(clarity of direc- tion)’을 가지고 있었다. 헤이그룹은 전체 조사 대상 기업에 인사 조직 관련 이슈 24가지를 주고 현재 변화가 필요한 이슈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존경받는 기업은 24개 중 4가지를 선정했다. 반면에 일반 기업은 24개 중 12가지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그림3)

 
존경 받는 기업들이 선택한 불황기의 주요 이슈는 새로운 시장 기회 확대와 관련한 역량 확보 기술 역량 제고 최고경영자 팀(top team)의 팀워크 저성과자 관리 등으로 명확하게 압축할 수 있었다. 즉 존경받는 기업들은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의 명확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었다.
 
또 존경 받는 기업들은 ‘명확한 전략 방향’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인사·조직 관련 활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린다.(특히 우수 인재들은 명확한 방향성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인재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목표와 행동을 명확히 한다.
 
직원들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도구를 회사가 제공한다.(적절한 시간과 공간, 물질적 지원이 없다면 전략 방향의 명확성은 그 의미가 퇴색한다)
 
신속하게 행동하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직원들이 혼자 걱정하고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지 않도록 한다.
 
악천후를 만났을 때 당신의 반응은?
마지막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불황 속에서도 장기적 비전 및 목표와 관련한 사항들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많은 기업이 불황기에 비용 억제 정책의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존경 받는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성장 엔진을 지속적으로 가동한다. 에린 랩 헤이그룹 인재경영 부문 글로벌 리더는 최근 영국에서 방영된 영국 광고업협회의 광고를 사례로 들며 불황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행기가 악천후 속에서 비행하고 있다. 이때 다음과 같은 날카로운 질문이 들린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당신의 첫 반응은 엔진을 끄는 것인가요?”
 
이제 우리는 존경 받는 기업들이 왜 불황을 남들보다 더 잘 극복해 내는지 알게 됐다. 그들은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장기적 비전과 목표에 대해서 만큼은 타협 없이 미래 성장을 준비하며 △특히 직원의 자발적 몰입을 효과적으로 독려한다. 기업은 사람의 집합이다. 불황을 극복하는 힘은 조직의 문화와 역량에서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들의 교훈을 참고해 불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다.
 
[DBR TIP] 조직문화가 재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 (1977~1988)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존경받는 기업과 일반 기업은 경기가 호황인 때도 2가지 다른 점을 보인다.
 
첫째, 두 조직 모두 지향하는 기업 문화는 비슷하지만 존경 받는 기업은 지향하고자 하는 문화와 그 조직의 실제 문화가 거의 일치하는 반면에 일반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둘째, 일반 기업과 존경 받는 기업 모두 전략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존경 받는 기업은 전략 실행에 있어 훨씬 성공적이며, 일반 기업들은 전략 실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존경 받는 기업이 지향하는 문화와 현재 문화의 상관도(1에 가까울수록 상관도가 높음)는 0.44였지만 일반 기업은 0.13에 불과했다. 특히 존경 받는 기업의 경영진은 지향하는 문화와 현재 문화에 대해 90% 이상 의견 일치를 보였다.

이런 조직 문화는 매출·고용·주가 등 기업 경영의 모든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중요성은 하버드대의 1992년 연구에서 이미 밝혀졌다. (표 참조)
 
한편 헤이그룹의 연구팀은 HR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살려 특히 현재와 같은 불황을 극복하고 미래의 성장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조직풍토 개선 활동’을 기업인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조직 풍토 개선 활동은 기업 문화를 바꿈으로써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론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불황기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 역량은 감정적 성숙(emotional maturity)과 개념적 사고(conceptual thinking) 능력이다.
 
감정적 성숙은 불안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평정을 유지하고, 복잡함이나 도전에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기회를 탐색하는 능력이다. 개념적 사고는 여러 불규칙한 현상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분석적인 사람들마저도 지나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 사업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편집자주 이 글에서 말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은 포천이 뽑은 미국의 100대 기업과 글로벌 500대 기업 중 8가지 기준(재무 건전성, 혁신성, 인재 확보 역량 등)을 기반으로 선별한 산업별 1위 기업과 미국계 기업 10개, 글로벌 기업 10개를 말한다. 이들 기업은 불황기에도 총주주가치(total shareholder value=주가수익률+배당수익률) 측면에서 일반 기업보다 10%포인트 더 많은 수익률을 고객에게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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