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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r

여성 이사 늘리면 의사결정 과정 면밀해져

이용훈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Based on “Women Directors and Board Dynamics: Qualitative Insights from the Boardroom” (2023) by Margarethe F. Wiersema and Marie Louise Mors in Journal of Management, Articles in Adv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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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이 여성 이사의 비율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노르웨이,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여성 이사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할당제를 실시하고, 영국과 미국도 이를 중요한 정책 혹은 기업 목표로 삼고 꾸준히 여성 이사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영국 350대 상장사의 여성 이사 비율은 처음으로 40%를 넘었고, 미국 대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도 30% 근처에 육박한다.

이처럼 늘어나는 여성 이사의 비율에 반해 이사회 내에서 여성 이사의 역할과 이사회에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이사회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이 대부분 닫힌 문 뒤에서 이뤄지기 때문인데 최근 연구들은 빅데이터와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이사회 내에서의 여성 이사의 역할을 보다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중 몇몇 연구는 여성 이사의 선임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성 이사들이 이사회 내에서 중요한 직책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 또한 쉽게 무시된다고 주장한다.

여성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첫째, 다른 남성 이사들이 여성 이사 선임을 일종의 상징적인 행위로만 받아들여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여성들은 회사에서 따뜻해야 하고 갈등을 피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편견과 다르게 행동하는 여성들에 대한 평가 또한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이사들은 사회적 편견에 순응하면 능력이 없다고 평가되고, 사회적 편견에 반해 행동하면 너무 드세다며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이중 잣대와 싸워야 한다.

여성 이사들이 직면한 이런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구는 여성 이사의 선임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런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약 50명에 달하는 현직 이사를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프랑스, 영국, 미국, 노르웨이, 호주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36명의 여성, 13명의 남성 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여성 이사들이 어떻게 이사회를 준비하고, 이사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질문했다. 이 인터뷰에서 발견된 두 가지 테마는 기존의 연구에서 예상된 여성 이사들의 역할과 사뭇 달랐다.

일반적으로 여성 이사들은 남성 이사들과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갖고 있다. 예컨대, 여성 이사들은 주로 마케팅, 서비스에 관련 직무를 통해 성장한 반면 남성 이사들은 주로 기술, 혁신, 금융, 재무 등의 직무를 배경으로 성장했다. 이에 기존 연구들은 여성 이사들이 기존 남성 이사들과 다른 배경과 경험을 활용해 이사회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서 연구자들은 여성 이사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이사들보다 더 꼼꼼하게 이사회를 준비하고, 이사들이 체면 때문에 물어보기를 주저하는 질문들을 던지고, 또 다른 의견을 좀 더 경청함으로써 이사회가 더욱 면밀히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한 여성 이사는 “여성 이사들은 일벌 같다. 그들은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 바로 일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든다”고 묘사했다.

다만 여성 이사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여성 이사는 스스로가 이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그들의 의견이 종합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특정 분야의 의견으로만 제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다른 한편, 두 명 이상의 여성 이사가 존재하는 이사회의 경우엔 여성 이사들이 상징적으로 선임된 여성으로 인식되지 않고 다른 남성들과 동등한 전문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꼈다. 최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이는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최근 언론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5% 내외에 불과해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상대적으로 강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국내 기업들이 여성 이사 비율을 높이기 힘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 이사의 존재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좀 더 면밀하고 융통성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본 연구 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앞으로는 여성 이사의 선임을 상징적인 행위로만 생각하지 말고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맞춰 이사회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단순한 거수기 혹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자를 넘어서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결정하는 데 기여하는 경영의 보조자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성 이사의 존재는 기업의 전략적 성공에 기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이용훈 |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받고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경영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 A&M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yg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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