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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r

투명한 남녀 임금 격차 공개는 기업 평판에 유리

이용훈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Based on “The Impact of Mandated Pay Gap Transparency on Firms’ Reputations as Employers”(2022) by Amanda Sharkey, Elizabeth Pontikes, and Greta Hsu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67(4): 1136-117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몇 년간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국제노동기구 헌장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즉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성별, 나이, 직급에 관계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남녀의 임금 차이는 평등을 추구하는 현 사회 분위기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의 일할 권리나 그들의 경제적 공헌을 기업과 사회가 충분히 인정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방증한다.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성 노동권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서구 국가들에도 상당한 수준의 남녀 간 임금격차가 존재하며 이것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2018년 영국 BBC 뉴스의 에디터인 캐리 그레이시(Carrie Gracie)는 회사의 비정상적인 남녀 임금격차를 이유로 퇴사했다. 2022년 미국 여자축구 선수들은 미국의 동등고용기회위원회(EEOC)에 임금 및 혜택의 불평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2400만 달러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미국 CNBC가 리서치 업체 모멘티브(Momentive)와 2023년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직하고 싶어 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이 더 높은 임금을 이유로 삼았다.

그렇다면 남녀 간 임금격차 문제는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민단체들과 사회활동가들은 기업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기를 요구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을 불매하거나 나쁜 평판을 만들어 그들이 유능한 인재들을 고용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2018년 4월 시행된 영국의 차별금지법규제 또한 기업에 이런 부담을 지우기 위해 발의됐다. 이 규제는 영국 내 250인 이상 규모의 사업장을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전년도 남녀 간 임금격차 평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했다. 이런 규제의 목적은 기업 내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기업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이를 개선하게 하고, 임금격차가 작은 기업은 사회적으로 좋은 평판을 쌓아 사업에 유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즉, 이 규제는 사회 구성원이 임금격차의 지표에 반응해 기업을 다르게 평가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의 남녀 간 임금격차가 기업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본 연구는 이런 가정이 맞는지를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진은 종업원의 기업 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com)의 자료를 활용해 2008년부터 2018년 사이에 25개 이상의 리뷰가 등록된 영국 기업 총 2082곳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글래스도어는 한국의 ‘블라인드’처럼 본인이 속한 기업 e메일 계정으로 인증하게 돼 있어 현직자들만이 자신이 속한 기업을 평가할 수 있다. 각 리뷰에서 직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별 1개(비추천 기업)에서 5개(추천 기업) 사이로 평가할 수 있다. 약 40%의 평가자가 본인의 기업에 별 5개를 준 점을 감안해 본 연구는 기업이 별 5개를 받았는지 못 받았는지를 기준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또한 본 연구는 임금격차의 수준이 중간군인 기업을 기준으로 양호군에 속한 기업과 과대군에 속한 기업의 평판 차이를 고려했다. 앞서 언급한 차별금지법에 의해 공개된 임금격차의 수준을 보면 임금을 여성에게 남성보다 2% 이상으로 많이 주는 ‘여성우선군’이 총 자료치의 7.16%, 여성이 적게 받는 임금격차가 2% 미만인 ‘양호군’ 범주가 13.69%, 임금격차가 2% 이상 20% 미만인 ‘중간군’ 범주가 48.08%, 임금격차가 20% 이상 나는 ‘과대군’이 31.08%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임금격차 공개 전에는 임금격차가 20% 이상 나는 과대군이 중간군에 비해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성과 중심으로 보상을 주는 많은 기업이 남성 중심적이라는 기존 연구 결과들을 고려할 때, 성과 중심적인 기업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심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나머지 군은 중간군과 유사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으며 임금격차 공개가 있던 달에는 모든 기업의 평가가 후퇴했다. 그런데 임금격차를 많이 두던 기업들(과대군)은 흥미롭게도 임금격차가 공개된 뒤에도 직원들로부터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임금격차를 평균보다 적게 둔 양호군에 있는 기업들은 공개 후에 중간군에 있는 기업들보다 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결과는 임금격차 공개 조치가 차별적인 기업에 대한 ‘채찍’ 효과는 없지만 임금격차를 줄이고자 했던 기업들에 대한 ‘당근’ 효과는 존재함을 보여준다. 다만 추가 분석에서 이런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개가 지난 두 달 뒤부터 임금격차를 줄이고자 했던 양호군 기업들의 평가도 다른 기업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이 다양할 수 있기에 단순히 임금격차를 공개하는 조치가 임금격차 문제를 개선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어떤 기업이 이런 평판 효과에 더 민감한지도 살펴봤다. 기업이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면 기업 내 직종과 직군이 달라 남녀 간 임금격차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과도한 임금격차도 직종, 직군 간의 차이로 여겨질 수 있기에 기업 평판이 쉽사리 나빠지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이런 예상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격차 공개로 인한 양호군 기업의 평판 개선은 기업이 한 가지 산업군에 속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이 명확할 경우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남녀 간 임금격차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남녀 간 직무/직업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남성이 전문직이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으로 대변되는 고임금 직업군에서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여성은 임금 수준이 낮은 판매, 마케팅이나 인력관리 관련 직업군에서 커리어를 쌓는 경우가 많은 데서 남녀 간 임금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같은 직업군에서도 여성들이 임금 수준이 낮은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의사지만 여성은 임금이 높은 외과보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아과나 가정의학과에 더 편중돼 있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경우에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분명 국제노동기구에서 제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반한다.

이렇게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이 여러 가지이기에 단순히 임금격차 지표를 공개하는 조치만으로는 기업의 공시 업무를 가중시킬 뿐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물론 임금격차의 정보는 직장을 구하고 있는 유능한 인재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다. 따라서 더 많은 기업이 임금격차 정보를 공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규제를 시행하기 앞서 소규모의 엄밀한 사회 실험, 예컨대 비슷한 크기, 종류의 기업체들 사이에서 임의로 선정한 시범 사업체와 그렇지 않은 통제군의 사업체로 이뤄진 실험 등을 시행해 정책의 효과를 미리 예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본 연구는 기업이 임금격차를 줄임으로써 좋은 평판을 쌓아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시사점은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포괄적으로 임금격차를 공개하기보다 주된 직무 혹은 분야에 따른 자세한 임금격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정당치 못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있는 데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 이용훈 |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받고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경영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 A&M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yg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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