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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y

혁신 지렛대 해커톤, ‘속도의 덫’ 경계해야

김명희 |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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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Minimal and adaptive coordination: How Hackathons’ projects accelerate innovation without killing it.” (2021) by Lifshitz-Assaf, H., Lebovitz, S., & Zalmanson, L.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4(3): pp. 684-715.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3D프린팅,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초소형 컴퓨터의 일종), 아두이노(인터랙티브 객체들과 디지털 장치를 만들기 위한 도구) 등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고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위기가 발생하며 혁신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리고 혁신의 방법 중 하나로 ‘해커톤’의 확산이 이어졌다. 해커톤은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신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해 극도로 제한된 시간 안에 어려운 과업에 대한 결과물을 내는 활동이다. 해커톤은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신제품 개발 기간을 72시간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 급변하는 미래 환경에서 혁신의 지렛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의 가속화가 다양한 영역에서 관찰되고 있음에도 실제 어떤 영향과 결과를 야기하는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창의성과 혁신에 관한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시간적 압박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가정했다. 실제로 여러 조직에서 지나친 시간적 압박은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특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업을 수행할 때 더욱 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성과가 낮으면 더욱 시간 압박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신제품 개발 속도가 ‘여정’에서 ‘전력 질주’로 바뀌고, 업무 수행 방법이나 절차가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비구조화된 상황에서 어떻게 혁신이 가능한지에 대한 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몇몇 프로젝트는 엄청난 시간적 압박과 모호함 속에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뉴욕대, 버지니아대, 텔아비브대 공동 연구진은 해커톤에 참여 중인 프로젝트를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극단적으로 시간이 제한되고 방법 또한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을 가능케 하는 요인을 알아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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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실증 분석을 위해 2015년부터 2016년 초까지 미국 비영리기관이 개최한 2개의 보조과학기술(assistive technology) 해커톤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13개 팀의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펴봤다. 참가자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과거 서로 만난 적이 없으며, 3D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전기 공급원 등 재료나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유사한 수준이었다. 해커톤의 목표는 72시간 이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 보조기기를 완성하는 것으로 목표와 제한 시간만 제시하고 과제 수행을 위한 세부 절차나 방법 등은 주어지지 않았다. 엄청난 시간 압박하에서 참여자들은 빨리 프로젝트를 끝내려는 조바심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의 질과 타당성을 높이고자 연구자들은 방법론을 다각화한 관찰(Triangulated multiple primary data sources), 인터뷰, 프로젝트 활동지 및 인공물 분석을 통해 다각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했다.

우선 연구자들은 프로젝트 각각의 업무 프로세스를 해커톤 기간 내내 관찰했다.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도출하고자 1시간 간격으로 관찰 노트를 작성했다. 이외 중요한 상호작용과 개발 활동을 비디오로 촬영한 후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또한 해커톤 진행 중과 완료 후 총 90건의 공식적, 비공식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커피 타임이나 식사 직후와 같은 여유 시간을 활용해 54명의 대상자에게 최소 한 번씩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에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의 상호작용과 어려움, 또는 도전 사항이 포함됐다. 해커톤 종료 후 이틀이 지난 시점에는 22건의 심층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각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작성하거나 제작한 스케치, 화이트보드, 리스트, 메모, 디지털 파일 등을 촬영한 250개의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개인 블로그나 웹사이트에 게시한 글도 분석했다. 이외 온라인 자료, 참가자들의 해커톤 전후 설문 응답, 뉴스 기사 등 해커톤에 대한 2차 자료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연구자들은 13개 프로젝트의 제품 개발 과정을 시간대별로 관찰하고, 인터뷰, 비디오, 제품 진행 과정 스케치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교 분석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모든 프로젝트는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됐지만 팀별로 협업 방식과 시간 분배 방식에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에 의해 최종 결과물이 달라졌다.

둘째, 7개 프로젝트는 기존 조직에서 활용하는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72시간에 맞게 압축 도입해 시간 압박감과 모호함에 대응했다. 이들은 결과물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제품 디자인, 재료, 진행 방법 등을 명확히 정의하고 진행했지만 결국 주어진 시간 안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 나머지 6개 프로젝트는 해커톤을 과거의 혁신 프로젝트와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인식하고 기존의 체계와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았다. 이들은 정답은 없다는 태도로 최소한의 체계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두 가지 패턴으로 구분됐다. 3개 프로젝트는 최소한의 조정 방식을 끝까지 유지했고(minimal coordination), 나머지 3개 프로젝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점차 체계를 갖춰갔다.

넷째, 최소한의 조정 방식을 끝까지 유지한 3개 프로젝트는 조율을 늘려나가기에는 시간의 압박을 심하게 느꼈고, 참가자 간의 조정과 합의 역시 점차 줄어들었다. 참가자들은 혼자, 또는 짝을 이뤄 보다 단순하고 기초적인 기능을 하는 제품을 완성시켜 나갔다.

다섯째, 다른 3개의 프로젝트는 최소한의 조정 방식으로 시작했으나 처음에는 참가자들 사이의 역할 중복과 오해로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개발 작업이 생산적인 경로를 벗어나는 것이 감지되면 구성원 간의 빠른 소통과 아이디어 조율을 통해 활발히 각자의 역할을 신속히 서로 조정해 나가며 유연하게 대응했다. 그 결과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신제품을 완성해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지금까지 많은 조직은 혁신의 가속화에 따른 시간적 모호함에 대응하고자 기존의 혁신 프로세스를 압축해 활용해왔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권위와 위계를 따르고,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하에서 유용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해커톤이라는 극단적으로 시간이 제한된 상황하에서 혁신에 성공한 프로젝트와 실패한 프로젝트를 정성적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불확실하고, 모호하고, 혁신의 속도가 가속화된 업무 환경하에서 과거의 혁신 추진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혁신을 이루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이는 시간적 압박은 ‘속도의 덫(Speed trap)’에 빠지게 해 혁신과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선행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해커톤과 같은 시급한 혁신 환경을 전혀 새로운 환경으로 인식하고 최소한의 체계를 가지고 시작해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조정 수준을 조절하는 적응적 조정(adaptive coordination) 방식을 취한 경우 가장 혁신 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업무 흐름을 가시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boundary condition)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작업 상황을 바로 확인한 덕에 점진적 조율(coordination)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 대표 cavabien1202@icloud.com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인피니티코칭의 대표 및 인코딩의 파트너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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