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도심이 아닌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는 ‘집무실(執務室)’은 사무실과 카페, 회사와 집 사이 어딘가 모호한 ‘경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공유 오피스나 카페보다 조용하고,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집중하기에 최적화된 이 공간은 코로나19 이후 재택 및 원격 근무 확산 트렌드에 힘입어 2030 직장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위성, 분산 오피스를 구축하려 하는 기업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대기업들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의 디자인 및 운영 관리의 주체로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집무실의 강점은 호텔, 공항 라운지를 방불케 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공간의 다이내믹스, 가구의 모빌리티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집무실의 지향점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와 공유 오피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온•오프라인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 나아가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워크 앤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공유 오피스와 24시간 카페, 스터디룸 등 ‘일할 곳’이 넘쳐나는 시대에 업무 공간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곳이 있다.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며 등장한 스타트업 ‘집무실(執務室)’이다. 사무실과 카페, 회사와 집 사이 어딘가 모호한 ‘경계’에 자리 잡은 이곳은 2020년 8월 서울 정동에 1호점을 낸 지 반년여 만에 개인들은 물론, 원격 및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집에서 걸어서 5∼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도록 주거지역 깊숙이 침투한다는 사업 비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산, 위성 오피스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동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 가까이에서 일할 만한 공간을 찾는 직장인과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의 발길을 빠르게 끌어당기고 있고, 2021년 3월에는 KT에스테이트 등으로부터 42억 원 상당의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다.
집무실이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까닭은 공간 특유의 색채와 분위기 때문이다. 호텔과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를 연상케 하는 멋스러운 실내 디자인,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오후 8시에 무료로 내어주는 위스키 한 잔과 바 라운지 등이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집무실은 다른 공유 오피스나 카페보다 조용하고,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업무에 집중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그러나 집무실의 차별점은 물리적 공간에만 있지 않다. 집무실에 따르면 회사의 진짜 저력은 온라인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인 ‘로켓펀치’와 오프라인 공간 브랜드 전문 회사인 ‘엔스파이어’가 100% 합병을 통해 탄생한 합작품이라는 데서 나온다. 단순히 공간, 즉 좌석이나 방(室)을 개인과 기업에 대여하고 돈을 받는 사업이 아니라 ‘일하는 곳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붙여가는’ 온•오프라인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공간 사업과는 다르다고 김성민, 정형석 집무실 공동 대표는 강조한다. “비즈니스 인맥 관리 서비스인 ‘링크트인’이 공유 오피스 ‘위워크’를 인수했을 때 어떤 그림이 가능할지 상상해보라. 위워크의 출입과 퇴실을 링크트인 계정으로 관리하고, 오프라인 지점에 발을 들이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비즈니스 프로필을 띄워주거나 온라인에서 연결되게 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등 업무 협업 솔루션, 디지털 비즈니스 콘텐츠, 이동과 식사에 이르는 각종 부대 서비스와의 접점을 제공하고 오피스 내에서 그 혜택을 독점적으로, 혹은 더 나은 조건으로 누리게 해줄 수도 있다.” (김 대표)
오프라인 공간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않으면서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집무실의 두 공동 대표를 2월, 새로 문을 연 서울 송파구 석촌3호점에서 만났다. ‘성수연방’ ‘안녕 인사동’ 등 감각적인 공간 기획 프로젝트의 브랜딩을 성공리에 이끌어 온 엔스파이어 출신인 두 대표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사무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업무 공간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과 개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집무실의 비전과 고민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들어봤다.
집무실의 공간디자인과 브랜딩 등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민(왼쪽), 정형석(오른쪽) 공동 대표
사진 촬영: 성준기 작가2016년 처음 집무실 사업을 구상했다고 들었다.2016년 둘이 함께 도쿄 여행을 갔다가 신주쿠의 푸글렌 카페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등이 너무 좋아 밤낮으로 찾아갔다. 밤낮의 풍경이 각기 달랐지만 저녁 퇴근길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바 테이블에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며 책을 읽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여유롭게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집과 회사, 즉 ‘점’과 ‘점’ 사이 어딘가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경우 스타벅스가 이런 욕구를 잘 풀어주고 있지만 카페 말고도 사람들이 생각을 조용히 정리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 ‘퇴근길에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이었다. 사우나도 떠올렸을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현실적으로 본업이 있고 실제 운영을 위한 자금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상표만 등록해두고 추후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