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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

“내 행복이 중심… 일의 형태는 유동적
역할 놀이하듯 다양한 부캐 필요한 시대”

장재웅 | 307호 (2020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많은 직장인이 회사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기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 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직장인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오늘도 다수의 직장인은 영혼을 집에 놔둔 채 회사로 무거운 몸뚱이를 옮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통해 본인의 경쟁력을 찾아내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부캐를 만들어 이를 본캐화(?)하는 사람도 있다. 부캐의 본캐화에 성공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는 부캐를 키워 이를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직장 생활 중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한 실험’과 ‘나의 성장과 행복을 중심에 두고 일의 형태가 언제나 유동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경주(경희대 관광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2019년에 발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에 수록된 ‘페르소나(persona)’라는 곡의 도입부 가사다. 개인화된 SNS의 등장으로 다양한 취향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고 필요에 따라 모드 전환에도 능한 MZ세대의 대변인 격인 방탄소년단이 노래 가사를 통해 ‘진짜 나’의 모습을 고민하는 것을 보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시대를 초월하는 듯하다.

사실 예전부터 모든 개인은 다중 자아를 가졌다. 우리는 직장인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구성원이었고, 누군가의 친구였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이웃이었다. 그리고 그 각각의 역할에 맡는 ‘역할 놀이’를 하는 것에 익숙했다. 최근 이런 다중 가면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은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아가 과거에 비해 주목을 받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자아 정체성 표출을 가능하게 한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저성장의 고착화’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 계정을 갖게 되면서 개인은 각각의 SNS를 목적에 맞게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해 취향을 기반으로 인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덕후’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느슨한 관계의 모임들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행한 독서모임 ‘트레바리’1 류의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나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가 그 증거다. 그리고 이런 취향들이 자유롭게 발산되면서 ‘진정한 나의 취향 찾기’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 역시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저성장의 고착화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느슨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보다는 어떤 직업을 갖는가가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N잡러’나 ‘멀티 커리어리즘’ 같은 개념이 대중화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 어떤 식으로든 개인의 다원성은 계속 확장되고 더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에 표출될 전망이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끝없이 스스로를 규정해야 하는 시대,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자아를 긍정적 방향으로 발현시킬 수 있을까. 1주일에 5개의 다른 회사로 출근하며 내면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일(Work)을 통해 마음껏 표현하며 살고 있는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를 만나 다중 정체성 시대 멀티 커리어리즘을 통한 자아실현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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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잘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부모님 뜻에 따라 공대를 갔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대학 생활 내내 음악 동아리 생활만 열심히 했다. 졸업도 간신히 했다. 졸업하면 공연이나 축제 기획 등의 일을 하고 싶었고 운이 좋아 졸업하자마자 바로 페스티벌 관련 일을 하게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쪽 업계가 엄청 박봉이다. 그래도 즐거웠다. 사람의 열망이 시간과 공간에 담겨 있는 느낌을 느꼈다. 하지만 주변 선배들이 박봉으로 힘들어하다 하나둘 이 바닥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 일을 오래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스스로의 조건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경희대 예술경영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엄청난 네트워크를 얻었다. 이 네트워크가 이후 나의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원을 마친 후 대학원 선배의 추천으로 한 공연기획사에 취직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다양한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 주로 기업 대상 공연 티켓 판매나 공동 마케팅 제휴 등의 업무를 맡았다. 자연스럽게 많은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회사 중 한 곳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그게 한화호텔리조트 63빌딩 문화사업부였다. 여기서 공간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게 됐다. 그리고 이 일에서 성과를 내자 얼마 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2010년에 다음커뮤니케이션즈 문화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하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것이 이때가 다음이 문화마케팅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였다. 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음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영화제, 뮤직페스티벌, 뮤지컬, 외부 업체들과의 협업 등을 마음껏 실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을 신나게 일했는데 이후 문화마케팅에 대한 회사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조직문화 업무를 담당하는 쪽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즈음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발표되면서 양사의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업무를 맡았고 이후에는 스타트업 육성을 하는 업무를 했다. 이때는 솔직히 일이 그리 재밌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에 카카오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스토리펀딩’ 담당자로 배치가 됐고 이후 2019년에 카카오가 만든 소설임팩트재단 카카오임팩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부캐 만들기’ 실험을 시작했다. 이직을 하면서 정규직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계약직으로 주 3일 근무를 허락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전례가 없는 제안이었지만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주면서 2019년부터 주 3일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주 2일은 다른 걸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됐고 이때까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실행했던 부업을 업무 시간 중에 편히 할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회사를 벗어나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에 지난해 9월 카카오임팩트를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멀티 잡(multi-job)’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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