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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전망

“보험, 웨어러블, 병원 협업해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
마이데이터로 의료 서비스 품질 높인다

강성지 | 305호 (2020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마이데이터는 맞춤형 의료 서비스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첫째, 환자는 여러 병원에 내원한 기록이나 검사 결과를 모아 어느 병원에 가든지 바로 진료가 가능해지고, 의료진은 환자가 처한 상황을 다면적으로 고려한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다수 환자의 일대기를 통해 질병 발생의 원인을 찾아내는 코호트 연구가 발전할 것이다.

셋째, 임상 환자 데이터 확보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해 정밀 치료제 개발이 촉진될 것이다.



최근 DNA가 산업계의 화두다. 바이오산업의 부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의 앞 글자를 따서 D.N.A다. Data가 만들어지고 Network를 타고 흘러 다니며 AI로 분석되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미래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나의 Data가 Network를 타고 흘러 다니다 나도 모르게 AI에 분석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마이데이터’라는 개념이 없었다면 이렇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은 공존하기 힘든 모순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같은 기술이 보편화되고,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마이데이터 개념도 구현 가능해졌다. 데이터 흐름의 중심에 내가 존재하며, 내 모든 데이터를 내가 관리하고 활용에 대한 권리도 내가 주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이데이터의 골자다.

지난 20년간 IT의 발전으로 데이터는 다양한 곳에서 급격한 속도로 생산됐다. 특히 헬스 데이터는 삼성과 애플 같은 회사들이 앞다퉈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며 생태계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의 진료 차트, 혈액 검사, 영상 검사, 유전자 검사, 복약 내역, 건강검진 같은 민감한 의료 데이터는 소외돼 있었다. 이는 기업이 섣불리 가지고 있어서도 안 되고, 원한다고 해도 병원이나 보험사로부터 얻을 수도 없었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통합하려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통합은 요원해지는 것만 같았다. 통합을 위한 해결책은 결국 고객의 데이터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뿐이다.

마이데이터가 구현되면 이론적으로 한 사람의 모든 데이터가 그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그 사람을 위한 ‘궁극의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콘텐츠 시청이 데이터 생성으로 이어지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가 개선되며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한다. 하지만 이들은 소비자가 그 서비스 안에서 시청한 데이터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비슷한 콘텐츠만 추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한계다. 볼 수 있는 데이터가 한정적이니 한정된 수준에서만 개인에게 맞춰줄 수 있을 뿐이다. 만약 넷플릭스가 마이데이터를 통해 나의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프랑스행 비행기를 끊고 숙소를 예약했을 때, 비행기 탑승 시간에 맞춰 프랑스와 관련된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들을 태블릿에 미리 저장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데이터의 주인과 그 흐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가 탄생하고 기존 서비스도 경쟁력을 높이는 발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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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의료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마이데이터로 여러 병원에 내원한 기록이나 검사 결과를 모아 어느 병원에 가든지 바로 진료가 가능해지는 시나리오는 상상의 시작일 뿐이다. 필자도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지만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기 위해 측정하고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방대하다. 유전자 검사 기관을 통해 시행된 DTC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족력 대신 참고해야 할 수도 있고,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진찰할 때 출입국 기록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다. 또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 계획을 설정할 때 환자의 경제적 상황이나 보험 가입 여부 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개는 데이터를 확인할 길이 없고, 고작해야 몇 마디 질문으로 대체되다 보니 의학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환자에게 너무 큰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하는 경우도 생긴다.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 제공에 실패한 것이다. 마이데이터는 환자가 처한 상황을 다면적으로 고려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마이데이터는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학문 자체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보건학에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라는 개념이 있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 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특정 주기마다 설문 조사나 검사를 시행해 질병 발생의 원인을 찾아내는, 가장 강력한 학문적 증거 수준을 가지는 연구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보건학자가 평생을 관찰하기도 하고, 제자들에게 코호트를 물려줘 대를 이어 연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건학자들이 오랜 시간 관찰해 대상자로부터 얻으려는 것은 한 사람의 온전한 데이터였을 것이다. 마이데이터 체계가 완성되면 한 명의 일대기가 손쉽게 정렬되고, 연구 목적에 따라 연구 대상자를 순식간에 모아 의사들이 질병의 원인이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예를 들어, 매일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든 시각과 불면증의 관계,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매한 데이터와 폐암 진단율의 관계,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습관과 건강검진을 받는 습관의 상관관계 등 할 수 있는 연구가 무궁무진하다. 연구가 쌓이면 지식이 되고, 지식이 검증되면 서비스가 되기에 결국 이 모든 가설 또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의 형태로 발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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