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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신약 개발의 기본을 망각한 ‘코오롱생명과학-신라젠’

데이터 의심 않고, 문제점 숨기고
바이오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다

배진건,김윤진 | 287호 (2019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데이터가 의심이 들 때 철저히 의심하는 문화가 과학의 기본 바탕이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 사태는 신약 개발이라는 데이터 기반 과학을 하는 바이오 기업이 안이하게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충분히 의심하지 않은 결과로 초래됐다. 기업 내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크로스 체크(cross-check)와 회의적 시각을 존중하지 않고 투자 유치나 주가 부양 등을 목표로 비즈니스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추고 투자자, 주주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두 기업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바이오 기업이 내부 프로세스를 잘 시스템화해 데이터를 다각도로 검증하고,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며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감지되면 이를 즉시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표하고,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을 보류(hold)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2019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오송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 비전 선포식’에서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 시장점유율 6%, 500억 달러 수출,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통령이 직접 국가 비전을 선포하면서까지 제약-바이오산업에 힘을 실어줄 무렵, 한참 무르익어 꽃을 피우려 하던 신약 개발 업계에 악재가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업계에 찬물을 끼얹은 첫 번째 악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허가 취소’였다. 29번째 국산 신약이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주목받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된 자료에 기재된 것과 다르다는 게 밝혀지면서 2019년 7월3일 품목 허가가 취소된 것이다. 이미 시중에 유통돼 3700명이 넘는 환자가 투여받은 약의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소식이기에 충격은 컸다. 두 번째 악재는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실패’였다. 지난 8월2일, 글로벌 임상 3상이 한창이던 신라젠의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에 대해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한 것이다. 사실상 약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망 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 사태 이후 국내 바이오 장(場)은 반 토막이 됐다.



바이오산업은 정말 위기에 봉착한 걸까? 바이오 업계는 앞서 설명한 두 기업의 실패와 몰락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 질문의 해답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박사의 촌철 명언에서 찾을 수 있다. 여러 대중 저작물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힘쓴 파인만 박사는 “종교는 ‘믿음’이란 문화에 바탕을 두고, 과학은 ‘의심’이란 문화에 바탕을 둔다(Religion is a culture of faith; science is a culture of doubt)”고 설명했다.1 가설에 대한 자기 확신과 자신감은 필요하지만 여기에 반드시 합리적 비판을 덧입혀야 한다는 의미다. 데이터가 의심이 들 때 철저히 의심하는 문화가 과학의 기본 바탕이다.

신약 개발이라는 데이터 기반 과학을 하는 제약 바이오 기업이 안이하게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충분히 의심하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꼭 탈이 나게 마련이다. 두 사태가 초래된 원인은 근본적으로 의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업의 다양한 전문가의 크로스 체크(cross-check)와 회의적 시각을 존중하지 않고 투자 유치나 주가 부양 등을 위해 비즈니스에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감추고 투자자, 주주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의심하지 않은 책임은 두 기업에만 있는 게 아니라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정부, 투자자, 증권업계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 있었고, 이는 총체적인 바이오 신뢰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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