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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도시 문화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

동네 개성을 재정의, ‘도시를 매력적이게’
미디어에서 공간으로 플랫폼 확장시켜

오상희 | 281호 (2019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어반플레이는 사람과 지역, 도시를 아우르는 콘텐츠 창작 기업이다. 각 지역 도시의 특색 있는 문화 콘텐츠를 모아 매거진이나 굿즈 등으로 상품화하고, 각종 문화 행사나 축제를 기획하는 것은 물론 복합 문화공간도 운영한다. 가령, 연남동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아는동네』 매거진을 출간하고, 연남동 33개 장소를 여행하는 동네 축제 ‘연남위크’ 행사를 기획하고, 코워킹 오피스와 식당, 라운지 스튜디오 등이 한데 모여있는 복합 문화공간 ‘연남장’을 운영하는 식이다. 미디어에서 시작해 공간으로 플랫폼을 점점 확장해가고 있는 도시 문화 콘텐츠 전문기업 어반플레이의 홍주석 대표는 “결국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크리에이터”라고 강조한다. 로컬(동네 문화)을 기반으로 하되 명확한 차별점, 정체성을 가져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데, 이를 위한 구심점이 되는 건 콘텐츠 ‘창작자’이기 때문이다. 로컬 창작자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반플레이가 지향하는 목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가장 큰 혁명은 분명 2007년 아이폰의 등장이다. 아이폰은 단순히 편리한 전화기 이상의 존재로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이로 인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금융, 유통, 경제 등 모든 산업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경험했다. 모든 인간의 활동이 바야흐로 스마트폰으로 이뤄지는 스마트 혁명 시대의 도래였다.

2015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지금의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정의했듯 이제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이동 컴퓨터로서 인간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이 개개인의 컴퓨터를 통해 우리는 거대한 소비 시스템을 뒤흔드는 메가 트렌드가 아니라 점차 나만의 개성과 취향을 발견하고, 내밀한 개성을 공유하고 찾아가는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부터 ‘레트로’ ‘공유’ 등 현재 회자되는 주요한 시대적 키워드의 시작 또한 스마트 혁명으로 인한 기술의 발전에 기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몰개성으로 여겨졌던 지역, 동네에 대한 관심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어진다.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크리에이티브가 동네의 개성을 재정의하면서 도시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고, 우리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동네를 채우는 사람들과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로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로컬에 대한 관심은 결국 취향과 개성의 반영이자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완성되는지 찾아가기 위한 또 다른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현상을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2013년 설립된 도시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다.



공간과 도시를 채우는 콘텐츠를 만든다

어반플레이가 주목받는 건 기존 기업이 하던 형태,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어반플레이는 공간 혹은 지역에 대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사람과 지역, 도시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를 제시한다. 2013년 창업한 어반플레이는 현재 3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람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몰랐던, 작은 연구소에 가까웠던 이 조직은 지난해에만 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 중이다. 어반플레이가 보여주는 일련의 결과는 콘텐츠가 미래의 주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 말한 홍주석 대표의 생각이 점차 맞아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반플레이는 공간과 도시를 채우는 콘텐츠를 만든다. 2017년 연남동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동네의 이야기를 담은 『아는동네』 매거진을 출간했으며 연희동의 문화 공간과 이곳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 ‘연희 걷다’, 연남동 33개 장소를 여행하는 ‘연남위크’를 진행했다. 2018년에는 참기름을 파는 편집 상점으로, 식음료를 기반으로 한 동네 커뮤니티 공간 ‘연남방앗간’을, 뒤이어 문화 라운지, 팝업 식당, 코워킹 오피스, 독립 스튜디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 ‘연남장’을 열며 로컬 크리에이터 기반의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대전 빵집 성심당의 6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트래블그라운드의 ‘여행장’, 네이버 프로젝트 꽃 ‘크리에이터 데이’ 전시회 등을 기획, 운영했다. 지역성에 기반을 둔 공간과 F&B(식음료), 전시 등의 이벤트 기획이 어반플레이의 주요 활동이다.

이러한 어반플레이의 모든 기획과 활동에는 ‘로컬’이라는 명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하지만 홍 대표는 자신의 사업을 인위적으로 로컬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어반플레이가 주목하는 건 로컬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다양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로컬의 범위는 서울 자체가 될 수도, 아주 작은 단위의 개인이 될 수도 있다. 방금 동네로 이사 온 사람이 될 수도, 그곳에 40년간 살았던 사람도 모두 로컬로 정의할 수도 있다. 로컬은 결국 개개인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 즉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으로, 어반플레이는 이를 활성화해 비즈니스화하는 일이 곧 도시의 풍부한 인프라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반플레이의 『아는동네』 역시 각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조망하기 시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특히 『아는동네』의 첫 호인 연남과 최근 호인 성수를 비교해보면 연남 편이 동네 내부의 세밀한 이야기를 다룬 데 비해 성수 편은 지역 산업이나 비즈니스 측면으로도 다루고 있다. 즉,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산업적 측면으로 변화해온 성수동의 히스토리를 담는 동시에 창작자와 제조업자들이 형성한 독특한 지역성에 대한 거시적인 조망까지 담아냈다. 이는 곧 『아는동네』 의 방향성이 사람에서 출발해 지역이 형성돼 온 문화와 역사, 이를 통한 산업적 측면의 접근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는동네』는 단순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지역이 가진 인적, 물적, 산업적 인프라를 조망하는 움직임이다.


플랫폼의 확장: 미디어에서 공간으로

어반플레이의 플랫폼은 이후 미디어에서 공간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경험의 시대다. 이제는 오프라인 쇼핑몰보다 온라인 사이트나 앱에서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고, 온라인으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한다. 온라인상에서의 세대 차이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건 단순히 20대와 30대의 차이, 서울과 지방 사람의 차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20대가 찾는 온라인 사이트가 30∼40대가 찾는 사이트와는 완전히 다르고 세대별로 보는 온라인 미디어 또한 명확하게 나뉜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에 대한 니즈와 필요는 더욱 요구된다. 최근 2∼3년 동안 비슷한 취향 혹은 서로 다른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오프라인 모임이 우후죽순 많아지고 있는 것 또한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시몬스침대에서 만든 브랜드 공간인 ‘시몬스 테라스’, 스타트업을 위한 가구 브랜드의 복합 문화공간인 ‘데스커의 시그니처 스토어’ ‘빙그레 카페’ 등 많은 브랜드 역시 그들의 제품과 문화를 선보이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지난 2∼3달 사이에만 성수동 코사이어티(cociety)와 에디토리, 삼청동 과수원 등 F&B와 전시, 이벤트 목적의 공간이 속속 선보였다. 뷰티 크리에이터를 매니지먼트하는 대표적인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 기업인 레페리는 뷰티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콘텐츠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카페이자 쇼룸, 이벤트 공간인 레코드(Leco_de)를 오픈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명확한 타깃과 내부의 콘텐츠다. 어반플레이가 선보이는 공간들은 로컬을 기반으로 하되 각각 명확한 차별점이 있다. 2018년 문을 연 연남방앗간은 이전에 참기름 공장이던 곳을 로컬 브랜드 편집숍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또한 연남장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로컬 라운지로 전시 공간, 카페를 비롯해 공유 오피스 등을 운영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어반플레이가 지향하는 건 ‘커뮤니티 디벨로퍼’다. 하지만 홍 대표는 “여기에 네트워킹이나 친구 맺기와 같은 개념은 없다”고 말한다.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연희 걷다’ 역시 마찬가지다. 연희동 일대의 맛집을 할인된 가격으로 즐기거나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와 소상공인, 지역 크리에이터를 만날 수 있는 이벤트 모두는 지역 주민들과의 커뮤니티 형성이 아니라 공동 마케팅 목적이 크다. 행사 취지에 맞게 크리에이터, 공간 운영자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동네 반상회’ 같은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지만 이를 통해 어반플레이는 취향에 맞는 사람들끼리의 ‘느슨한’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그리고 각자의 영역이 존중되는 커뮤니티와 경험, 다양한 성격의 공간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이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단순 부동산 개발 뛰어넘는 공간 기획·운영

어반플레이를 지역 재생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 벤처, 혹은 공간 확장을 꾀하는 부동산 디벨로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반플레이는 동네를 기반으로 한 도시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영리 기업으로, 이를 통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연희 걷다’의 전신인 ‘숨은 연남 찾기’를 진행할 때 지역 주민들과의 식사 자리를 마련한 적도 있지만 이는 어반플레이의 역할은 아니라는 판단에서 접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어반플레이가 지향하는 플랫폼은 지역 창작자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어반플레이를 프롭테크(Prop Tech) 기업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현재 전 세계 4000여 개의 기업이 프롭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최근 건물을 사서 수리한 후 되파는 매매 모델인 ‘오픈도어’에 4억 달러(4500억 원)를 투자했을 정도다. 결국 프롭테크는 기술을 접목해 부동산에 필요한 제반 사항과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이는 곧 기업들이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부동산 모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그림 1)



홍 대표는 그러나 “어반플레이의 역할은 ‘부동산’이 아니라 공간 내부의 기획과 운영까지 하는 개념”이라고 말한다. 공간 확장에 따라 부동산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반플레이는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을 활용하는 것이지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콘텐츠를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수많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운영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접근은 실제로 부동산 시장과도 연결된다. “기본적으로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이고, 궁극적으로 지역의 차별성과 문화가 사라진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사람들이 그 장소에 오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게 홍 대표의 얘기다.

최근 주목받는 부동산 디벨로퍼인 네오밸류는 광교에 앨리웨이라는 복합 상가 건물을 통해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지 않고 매출을 공유하는 형태로 입주사를 모으는 형태로 운영한다. 동시에 네오밸류는 최근 가로수길과 익선동으로 시선을 넓혀 이곳의 지역색을 살린 도시문화 재생을 꾀하고 있다. 이제는 건물이나 위치가 아닌 지역이나 장소로서의 ‘공간’ 접근이 지역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전에는 공간에서 공연을 하면 마케팅 효과가 어느 정도이고 얼마의 수익을 얻을까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유동인구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공간에서 창출되는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운영·유지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공간이 F&B 수익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물론 복합 문화공간, 혹은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공간 운영에 있어 식도락이 수반되는 것은 우리가 빠르고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식(食)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독립 서점 부흥이나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꾀하는 서점의 움직임 역시 서점 시장의 변화라기보다는 공간 안에서의 경험 소비에 더욱 방점이 찍혀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F&B를 제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홍 대표는 “명확히 식(食)은 공간 경험을 위한 수단”이라면서도 “F&B를 통해 수익 구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상당한 시간에 걸쳐 공간을 점유해버리기 때문에 시간 대비 매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이유다. 매출을 위해서는 공간이나 그 내부의 브랜딩을 키워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거나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홍 대표는 “연남장이나 연남방앗간에도 F&B가 존재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반플레이는 시그니처 메뉴, 제품, 전시 등 그 공간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경험을 통해 트래픽을 유도한다.

가령, 연남방앗간은 제주도의 식품, 굿즈, 도서, 작품 등을 구성된 전시 등을 소개한 ‘제주백화점’, 농업과 농촌 분야에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한 소셜 벤처 ‘농사펀드’와 함께한 ‘쌀의 미학’, 우리 장의 가치와 맛을 주제로 한 ‘장 공장 공장장’ 등 지역 혹은 전통의 맛을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연남장에서 진행하는 전시의 경우 드로잉만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성립 작가와 같이 팬층이 두터운 작가의 전시, 장기하의 얼굴들 아카이브 전시처럼 대중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흥미로운 전시를 주제로 삼는다. 또한 가능한 작가가 전시장에 상주하도록 하고 작가와 함께하는 토크쇼나 세미나 등을 기획하는 방식 등 전시를 다각도로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찾는다.

특히 연남장에서는 대관 전시를 제외한 자체 기획전은 가급적 유료로 진행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보통은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무료 이벤트나 클래스를 선보이는 데 비해 연남장은 처음부터 이 방향을 지양한다. 최소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의 입장료가 있다. 무료로 이벤트를 진행하기 시작하면 유료 이벤트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유료임에도 전시는 한 달에 2000∼3000명 정도가 방문한다. 홍 대표는 “이 방식은 소비자에게도 전혀 부담 요소가 아니다”라며 “분명 어딘가를 가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 한 잔에 6000∼7000원 하는 커피에 비해 이곳에서 경험하는 전시 관람료 5000원 정도는 충분히 소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어반플레이 내에는 연남장과 어울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발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획운영팀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팝업 식당과 팝업스토어, 공연, 전시, 플리마켓 등이 모두 비슷한 콘셉트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획하고 운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이벤트 기획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명확한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창업가의 브랜딩』의 저자이자 경영 컨설팅 기업 더워터멜론의 우승우 대표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부상하는 ‘큐레이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과도한 정보에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그만큼 나의 취향과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욕구도 동시에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와 데이터마이닝과 같은 기술이 보다 세분화된 취향을 큐레이션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욱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은 ‘크리에이터’

소비 구조가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동네 소매업 비즈니스는 이제 수익성이 없어졌다. 홍 대표는 “결국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찾고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기업이 영화나 뮤지컬 공연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에 젠트리피케이션 이슈도 수반되지만 홍 대표는 콘텐츠 자체를 비즈니스 개념으로 보면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꼭 그 건물이 아니어도 콘텐츠 가치만 평가해 브랜드를 살 수도 있고, 콘텐츠 자체를 사고팔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대부분의 건물주는 건물이나 동네 가치가 올랐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해당 콘텐츠가 사라지면 공실 위험이 생기고 건물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업의 경우 무조건 뜨는 동네에 들어오려고 하기보다 동네를 활성화시킨 콘텐츠에 투자하거나, 혹은 다른 장소에서 해당 콘텐츠와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JH공인중개사사무소 정재환 대표는 “현실적으로 인구 유입이 많은 동네가 곧 뜨는 동네다. 이 과정에서 땅값은 자동적으로 올라가게 돼 있다. 임대료 인상을 막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인구 유입을 분산시키는 것이 해결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러 지역으로 기업을 분포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주변 상권과 주거 구역을 골고루 형성시키는 일반적인 수순을 생각한다면 결국 인구 분산을 위한 각 지역 특성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래 도시 라이프 스타일을 누가 리드하는가’가 앞으로의 명제라고 밝힌 홍 대표는 개인의 다양성과 경험을 비즈니스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여기에 “이러한 다양성을 발견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원 시절,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 유무에 따라 동네 경험 행동 패턴을 조사한 적이 있다. 온라인 트래픽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숨은 장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쉬워지면서 결국 그 경험을 위해 동네를 찾아갈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를 통해 결국 스마트폰이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어반플레이의 시작이었다.

홍 대표는 당시 포스퀘어(Foursquare)와 같은 위치 기반 데이터 서비스를 참고하기도 했다. 기술이 환경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람이 또 기술을 바꾸는 시스템이고, 그것이 도시 변화의 기반이 된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최근 어반플레이는 ‘도시에도 운영체제(OS)가 필요하다’는 개념을 제안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6억 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콘텐츠 기반의 공간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부동산 시장과 로컬 비즈니스에 공급하는 개념으로, 이를 위해 콘텐츠 발굴, 유통, 공간 매칭 서비스 등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지금껏 해왔던 일을 좀 더 고도화해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으로, 궁극에는 어반플레이의 플랫폼에서만 경험 혹은 구매가 가능한 특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결국 이는 도시 생태계의 활성화와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고, 누가 어떤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도시의 모습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얘기다. 이미 곳곳에서 움직임은 활발하게 감지되고 있다. 분명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결국 소유가 아닌 공유로, 편중이 아닌 분산으로 나아가는 공유 경제의 방향임은 분명하다. 또 이는 도시의 새로운, 혹은 숨겨져 있던 담론을 제시하고 있는 어반플레이의 활동을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상희 월간 DESIGN 시니어 기자 ohsh@design.co.kr

DBR mini box :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인터뷰
“콘텐츠에 힘만 있으면, 그곳이 어디라도 사람이 몰린다”



2013년 어반플레이를 설립했다.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에서 건축을, 대학원에서 문화기술학을 공부하면서 도시의 다양성과 획일화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고민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10여 년 전부터 삼청동이나 한옥마을처럼 본래 동네가 가진 인프라에 현대식 콘텐츠가 융합되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 장소가 생기면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분명 이는 스마트폰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다. 콘텐츠에 힘이 있으면 사람이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도시나 공간 기획의 핵심이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한 작은 작업실을 연 것이 어반플레이의 시작이다. 초창기에는 전시 콘텐츠 기획으로 이름이 더 알려졌으며 이후 기획자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구축하는 일을 시작했다.

사업 모델에 대한 구상이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우리는 건물 개념이 아니라 동네 비즈니스 관점에서 좀 더 거시적으로 전체적으로 보는 것 같다. 이제는 스케일이 커졌으니 데이터에 의한 시장조사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정성적 판단이다. 데이터를 해석하는 관점이 다른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를 분석하기 마련인데 변화에 주목하지는 못한다. 현재 데이터를 맹신하려는 성향 때문이다. 현재의 데이터를 통해 변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반플레이 내부 구성도 궁금하다.

최근 팀 구성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직군별로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서비스별로 재편했다. 팀 재정비 과정이라 팀 이름은 바뀔 수도 있지만 『아는동네』 매거진을 중심으로 하는 아카이브랩이 있고 ‘연희 걷다’ ‘연남위크’ 등과 같은 지역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해프닝팀, 기획자와 에디터 그룹, 공간 기획과 운영을 진행하는 스페이스팀, 전시나 팝업스토어, 문화 이벤트 기획을 전개하는 큐레이션팀,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서비스팀 등으로 나눈다. 특히 올해부터는 로컬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를 위한 브랜드 론칭도 계획 중이다.



화두로 떠오른 로컬이라는 흐름에 부합하는 지점과 비슷하게 연남방앗간이나 연남장은 기존의 건물을 재활용한 측면이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와도 맞닿는 지점이 있다.

레트로는 확실히 지금의 트렌드다. 하지만 어반플레이가 지향하는 바는 아니다. 장소가 품은 동네의 역사나 문화를 가져가려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통해 본질에 집중하려고 한다. 오히려 너무 트렌디하게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고,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익숙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한다. 기존의 공간이나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이 레트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비용상 문제로 기존의 요소를 활용한 것이지 레트로 자체를 콘셉트로 잡고 디자인한 것은 아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가?

9월부터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5주년을 맞은 ‘연희 걷다’가 올해에도 진행되고, 10월에는 디캠프와 함께 ‘스타트업 페스티벌’ 운영 파트너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올해 초에 로컬 모임을 만들어 다양한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하반기에 이들과 투자사들을 만나게 하는 자리를 한 번 더 기획하고 있다. 그리고 9월에 연희동 인근에 4개의 공간이 문을 연다. 하나는 연희대공원으로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공간을 나눠 동물원에는 애완동물 관련 크리에이터, 식물원은 차나 식물 관련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또 하나는 문화예술 작가들의 전시 공간과 굿즈 판매를 위한 공간인 수장고, 또 다른 하나는 음식 관련 스타트업이 모여 주방을 공유하고 클래스를 여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공간이다. 모두 일종의 공유 형태다. 특히 연희대공원은 단독 주택 두 채로 구성된 동물과 식물이 함께 어울러진 공간으로 주택의 정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한다. 이 공간들이 오픈하면 연남방앗간이나 연남장 등과도 연계한 온라인 멤버십 서비스로 론칭하려고 한다.

어반플레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는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고, 그때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그 때문에 장기적 관점의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반플레이는 콘텐츠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시장을 미래 동력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지역의 산업 구조를 재편해 수익 사업을 만들면 훨씬 안정적인 구조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지방에는 훌륭한 관광 자원이 있지 않은가. 현재 각 지역의 동네 콘텐츠를 발굴하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는데 그 모든 요소가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것 같다. 경험의 핵심은 결국 가고 싶고,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니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결국은 운영 청사진은 비슷하고 콘텐츠 조합을 다르게 해나가는 것인데, 이를 지속적으로 실험하면서 성공 모델을 찾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싶다.


앞으로의 도시, 지역의 변화를 전망한다면?

실제로 최근 10년간 도시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앞으로의 10년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급변할 것이다. 크게는 소유의 개념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본다. 이미 상업 부동산 판도가 변화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회사나 주거의 개념도 전부 서비스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 변화의 종착지는 주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아파트도 소유가 아니라 멤버십에 가입하면 리조트나 호텔처럼 원하는 곳에 일정 기간 머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 결국 공유 경제 모델은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가속화될 것이고 지금 공유 오피스의 형태가 세분화되고 있듯 서비스의 형태는 더욱 세분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작은 동네의 아이덴티티가 더 강해지고, 지방의 어느 동네가 서울보다 더 주목받을 수도 있다. 즉, 어떤 그룹이, 어떤 콘텐츠로 어떤 지역을 점유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판도가 바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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