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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 분석 방법론

죽은 아이디어가 살아서 돌아오는 곳
물밑 2차 정보 시장, 자율성 싹트는 공간

이시혁 | 273호 (2019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언더그라운드 정보시장은 공식적 1차 정보 시장의 규범과 준칙이 거꾸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정보의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고, 거래 대상의 ‘지위 고하’를 묻지 않으며, 유통되는 정보 상품들의 ‘가치 경중’도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소하다고 무시될 수 있는 신호가 기회를 얻기도 하고, 죽었던 아이디어가 살아 돌아오기도 한다. 이 시장을 잘 활용하려면 비정형의 데이터에서 의미를 도출해 내는 과학적 분석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IT 벤처기업 A사는 두 가지 방법인 서베이와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해 임직원 110여 명의 속마음과 조직 분할 이후 회사에 생긴 변화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1) 본사와 지사 임직원들이 업무나 회사를 대하는 태도, 이직 의사 등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2) 개발자가 알고리즘이나 기술 노하우를 외부로 유출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3) 회사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정보를 동료들에게 퍼뜨리는 인플루언서는 누구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웰컴 투 더 정글: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의 세 가지 작동 준칙

기업에는 각기 다른 듯 닮은 말과 글의 약속된 형식과 전달되는 방식이 있다. 이런 공식적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통한 임직원들의 소통과 정보 행위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업무를 구현하는 기초 신진대사다. 성과를 내는 기업은 소통 시스템과 프로토콜이 명확히 확립돼 있고, 이를 통해 교환되는 정보의 질과 양도 우수하다. 하지만 최근 견실해 보이던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비공식적 소통과 언더그라운드 정보 행위들로 흔들리는 것이 빈번히 목격되고 있다.

모든 기업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이 밤낮으로 형성되고, 이 시장에서는 모든 임직원이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다. 이 물밑 2차 정보 시장이 특별한 까닭은 공식적 1차 정보 시장의 규범과 준칙이 전복돼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째, 언더그라운드 시장에서는 ‘사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발설된 아이디어나 의견의 진위를 따지는 것은 공식적 정보 체계에서나 의미가 있다. 오히려 비공식 정보 체계에서는 조금은 각색된 억측들, 미쳤다는 반응을 일으킬 정도의 비틀린 정보들이 환영을 받는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의 틀에 부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미완, 미결의 상태로 진술된 정보도 번듯하게 교환된다. ‘그럴 만하니 이야기가 나오겠지’라는 호기심과 ‘그래도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찜찜함이 뒤섞여 있다. 정보들이 오가는 사이에 금지된 행동을 했다는 가벼운 일탈의 긴장감과 제한된 정보를 나눴다는 친밀감, 즉 거래자 간의 돈독한 공범의식도 생긴다. 그래서 이곳 언더그라운드 정보 시장은 약간 지저분하고 때때로 위태롭다. 이곳에서는 주장, 평가, 관찰 정보가 화자의 진정성만 있다면 ‘사실’처럼 거래된다. 그래서 의사정보(擬似情報, pseudo-information)가 더 많을 수도 있다.

둘째, 이곳에서는 거래 상대와 정보 대상에 대한 ‘지위 고하’를 묻지 않는다. 임직원 모두가 정보 시장에 경쟁적으로 참여하며 상품 목록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만 가지의 정보다. 갓 입사한 신입직원도 사장을 서슴없이 힐난하고, 사장도 채신없이 아랫사람을 흉본다. 위세를 떨거나 엄숙한 얼굴을 보이면 곧바로 외면받는다. 약간의 상스러움을 감수한다면 보다 친밀한 관계를 쌓고 중요한 정보 거래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누구든지 비난, 비판, 평가할 수 있고 반란과 음모를 꾸미는 자들에게는 일탈적 쾌감이 주어진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만족감, 일종의 소확행(小確幸)을 체험하는 곳이다. 누구든지 화제와 정보의 대상이 된다는 시장 규칙 때문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폭이 넓고 그 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장은 매일 가도 다시 가고 싶은 끌리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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