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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박희윤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지사장 인터뷰

리테일 공간은 '만남'이 핵심, '장소 아닌 사람을 먼저 상상해야'

김현진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롯폰기힐스, 오모테산도 힐스, 최근 설립된 긴자6까지 일본에서 화제가 된 대형 도심복합유통 시설 기획 뒤에는 모리빌딩도시기획이 있다. 모리빌딩이 이러한 최첨단 유통 시설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다. 대형 쇼핑몰에 가장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공간인 서점을 넣은 것도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문화가 확산될수록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어 한다. 혁신은 개방적인 마인드, 크리에이티브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에서 탄생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이런 곳에 저절로 흘러들어
온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고은진(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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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소개

박희윤 지사장은 한양대 도시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술원에서 도시재생 및 도시개발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종합 디벨로퍼인 모리빌딩의 도시개발 컨설팅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 모리빌딩도시기획 일본 본사에 프로젝트매니저로 입사했다. 이어 2010년부터 현재까지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 지사장을 지내며 그랑서울, 파르나스타워 증축 사업, 메세나폴리스 상업시설 등의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1959년 설립된 모리빌딩은 롯폰기힐스(2003년), 오모테산도힐스(2006년), 토라노몬힐스(2014년), 긴자6(2017년) 등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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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리테일 공간의 혁신을 논할 때 모범사례로 종종 등장하는 프로젝트가 일본 도쿄에 2003년 세워진 롯폰기힐스다. ‘문화도심’이란 콘셉트하에 오피스와 호텔(그랜드하얏트 도쿄), 미술관(모리아트센터), 방송국(아사히 TV), 영화관, 상업시설(루이뷔통 등), 힐스클럽(회원제 시설)이 함께 설계돼 각각 시너지를 이루며 운영되고 있다. 이어 2006년 지역 내 럭셔리 소비자들을 겨냥해 기획된 고급 리테일 프로젝트 ‘오모테산도 힐스’는 전 세계 유통업계 관계자 및 트렌드세터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한편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디자인했으며 뉴욕 맨해튼 현대미술관(MOMA)을 설계한 다니구치 요시오가 건축 설계를 맡은 쇼핑문화시설 ‘긴자6’는 올 초 그 위용을 드러내며 한 단계 진화한 리테일 공간의 현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긴자에 들어선 이 시설의 입성으로 긴자거리의 상가 임대료가 전 세계 상위 8위에서 5위로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이 같은 복합 상업, 문화 시설을 기획한 주체는 글로벌 디벨로퍼 기업인 모리빌딩이다.

모리빌딩이 기획하는 리테일 공간은 당대 최고의 트렌드세터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해왔다. 부지 자체의 매력도, 인테리어 디자인, 입점 매장의 참신성 등도 중요하지만 결국 리테일 공간의 생명력을 유지시켜주는 관건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 특히 그중에서도 트렌드세터들을 얼마나 모여들게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모리빌딩의 철학이자 전략이다. 2010년부터 모리빌딩도시기획 한국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박희윤 지사장으로부터 리테일 혁명 시대, 생명력 있는 상업 공간을 조성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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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빌딩이 디벨로퍼로 참여한 ‘긴자6’가 인기를 끌고 있다. 총 241개의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하고, 미니멀 건축의 대가인 다니구치 요시오가 설계했으며,
건물 중앙 홀 천장에 걸린 대형 설치작품이 세계적 설치 미술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꿈의 쇼핑몰’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이곳의 기획
취지와 혁신성을 어떻게 주입했는지 설명해 달라.

긴자6 프로젝트는 4자 합작으로 진행됐다. 부지를 가진 마쓰자카야백화점의 모기업 J프런트리테일링, 루이뷔통 등을 소유한 LVMH, 종합상사인 스미모토상사, 모리빌딩이 각각 지분 
4분의 1씩을 갖고 사업을 진행했다. 긴자6는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절반이 온다1   는 긴자에 그저 복합쇼핑센터 하나 더 들어선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민간이 기획하고,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를 위해 정부가 힘을 보탠 도심재생프로젝트였다.

긴자6는 고급스러운 리테일 공간으로서 다양한 매력 포인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은 긴자6를 대표하는 점포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으로 잘 알려진 츠타야를 꼽는다. ‘자본주의의 꽃’처럼 느껴지는 럭셔리 리테일 빌딩의 펜트하우스를 서점으로 조성했다는 것 자체가 발상의 전환이었다. 약 6만여 권의 장서를 판매하는 이 서점은 오피스에서 시간을 보내는 비즈니스맨, 그리고 긴자6 고객들이 교류하는 ‘고객의 접점’이자 글로벌 문화 인사들이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서점이 디지털 시대 리테일 공간의 핵심 성공 요소가 됐다는 점은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포인트다. 본질적으로 도서관과 궤를 같이하면서 물건을 사는 즐거움까지 줄 수 있는 서점은 집단지성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 고유의 가치가 켜켜이 누적된 곳에서 사람들은 ‘만남’을 갖고 싶어 한다. 긴자6가 서점을 가장 핵심 요소로 기획한 것은 ‘사람들 간 접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리테일 혁신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고객 가치를 창출하려면 사람들 간 접점을 최대한 많이, 동시에 쿨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혁신은 ‘오픈 마인드’ ‘크리에이티브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에서 탄생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이런 곳에 저절로 흘러들어온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많은 혁신적 아이디어들은 천재들이 시간을 보내는 카페에서 나왔다고 들었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은 유통 공간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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