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바니 유타대 최고석좌교수 강연 및 토론
Article at a Glance
향후 수십 년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1.9∼2.1% 수준이 될 것이다. 다들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뉴 노멀’이라고 하지만 1980년 이전까지 100년간의 전 세계 GDP 성장률이 2%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신이 처한 글로벌 경제 환경을 탓하거나 자신이 속한 산업이 어렵다는 핑계만을 대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업 내·외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자신이 가진 자원에 기반해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있으며, 모방하기 어려운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것으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도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윤에 집중하며 비용을 줄여야 한다. 평범하지 않은 시장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혁신하라. 실수를 줄이되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마라. 그리고 포기하지 마라. |
“우리 모두가 앞으로 경제성장률은 지난 30년처럼 높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들 ‘New Normal(뉴노멀)’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앞으로 예상되는 2% 전후의 세계 경제 성장률이 비정상인 걸까?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이 오히려 평균적이지 않았고, 정상적이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 기업들이 자신의 경쟁우위를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탓하는 건 의미가 없다. 또한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뉴 노멀’과 ‘저성장’이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시대에, 정작 세계 최고의 경영전략 석학은 이 같은 말로 강연의 막을 올렸다. 경영학계의 거장 제이 바니 유타대 석좌교수의 ‘동아비즈니스포럼 2015’ 오후 세션의 강좌를 듣기 위해 몰려든 한국의 경영학자들과 기업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2015년 12월2일, 1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바니 교수의 강의와 이후 1시간 넘게 진행된 김태영 SKK GSB 부원장과의 지정토론 중 핵심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제이 바니(Jay Barney)는 ‘기업의 가용자원, 역량, 지속적인 경쟁우위 간의 관계’에 관해 연구해온 ‘자원기반이론’의 거장이자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 중 한 명이다. 100건 이상의 논문과 6권의 단행본을 발표했다. 바니 교수의 연구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경영전략 학자와 실무자들이 9만 회 이상 인용한 바 있다. 2010년에 경영학술기여상을 수상하는 등 경영학 관련 상을 휩쓸었으며 전 세계 50여 개 기업의 경영전략에 대한 자문을 했다. 현재는 유타대 전략경영 최고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조강연
들어가며: 영광의 30년, 그 이후
지난 30년은 지구상의 수많은 기업, 특히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시기였다. 1980년 전 세계 GDP의 7.6%를 차지하던 기업의 수익은 2013년 9.8%에 이르게 된다. 매출이 아니라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 나라의 GDP를 기준으로만 따져도 어마어마한데 전 세계 GDP를 기준으로 한 ‘수익의 비율’이다. 좀 더 와 닿는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 30여 년간 벌어진 기업들의 성장을 살펴보자.
월마트의 수익은 보츠와나(Botswana)의 GDP와 같다. 매출이 아니라 수익이다. 월마트 직원수는 라트비아(Latvia)와 슬로베니아(Slovenia) 양국의 인구 수를 합친 것 과 같다. 엑슨모빌의 수익은 볼리비아(Bolivia)의 GDP와 같은 수준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러시아 전체의 주식시장 가치와 같다.
어떻게 이런 글로벌 기업, 대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던 것일까.
첫째, 전 지구적으로 중산층이 크게 늘었다. 새로운 중산층이 탄생했고 이들이 소비계층이 됐다는 얘기다. 1980년도에 신흥시장으로부터 발생한 전체 기업의 매출은 21%에 불과했지만 2013년도에는 41%에 이른다.
둘째, 비용이 낮아졌다. 신흥시장의 부상과 세계화 속에서 인건비가 낮아졌고, 기계와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이뤄졌으며, 세율이 떨어졌다. 저금리도 유지되면서 자금조달도 쉬웠다.
셋째, 민영화와 탈규제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인도, 중국, 브라질과 같은 거대 시장에서 규제가 완화되고 발전, 석유산업 등 엄격하게 규제되던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사라지면서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특별히 기업에게 유리했던 조건하에서 지난 30년간의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할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지난 30년간, 즉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3.5%였다. 거시역사적으로 보면 그 성장률이 비정상에 가까웠다. 1880년부터 1980년까지 100년간의 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2% 수준이었다. 우선 평균회귀라는 법칙을 떠올리기만 해도 조만간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또 지난 30년간의 저비용 현상도 이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율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금리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오를 것이다. 경제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많은 나라에서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 특히 숙련노동자들의 임금은 더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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