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유형과 욕망

정주영… 스티브 잡스… 테레사 수녀… 욕망이 좌절될 때, 그들은 달랐다

110호 (2012년 8월 Issue 1)





동일한 상황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경험하는 주관적인 감정과 사고는 모두 다르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 더욱 활기를 띠며 드러나는 행동을 더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쏟아지는 관심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피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권한을 받게 돼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시라도 잘못을 저지를까 두려워 우울해지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어떤 제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도 있고 구입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행동의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가?

 

행동의 차이를 설명하는 포괄적인 개념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은 타고난 기질이 성장환경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안정되면서 개인이 주요하게 추구하는 사고와 정서, 그리고 행동을 결정짓는 것이다. 성격에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서의 행동패턴, 태도, 선호, 흥미, 그리고 핵심적인 욕구가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시간에 따라 일관적으로 나타난다.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한다면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이는 개인 수준에서의 관계뿐 아니라 기업과 고객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고객의 성격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1. 성격 유형과 주요 욕구

성격을 이해하고 유형을 분류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융의 심리유형론에서는 인간의 차이를 에너지(libido, 리비도)의 방향과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 및 판단 방식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특히 에너지의 방향과 판단의 방식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서 에너지를 외부에서 얻으며 관심을 외부에 두고 있는 사람과 자기 내부에 관심을 두고 에너지를 얻는 사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외향적인 사람으로서 적극적이며 행동지향적이고 사교적이다.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내향적인 사람은 사색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수동적이며 신중하다.

 

판단의 방식은 논리적인 분석을 주로 따르는가, 혹은 상황이나 사람을 고려해 주관적인 판단을 선호하는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사고형이라고 하는데 논리 정연한 주장을 따르며 객관적인 사실을 중시한다. 후자는 감정형으로서 사람을 중시하고 우호적인 관계와 화합에 가치를 둔다. 두 차원을 가지고 유형을 나누면 <그림1>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외향적인 사고형이다. 이들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이 뚜렷하며 과제 지향적이고 업무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가용한 자료를 종합해 일반적인 견해나 새로운 사실을 산출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논리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즐기며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다. 사업가나 정치가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며 우호적인 관계보다는 성과 창출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욕구는 영향력, 즉 지배욕구와 우월감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유형을 지배자 유형(ruler type)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배자 유형은 성취를 통해 권한을 얻고, 주변을 통제함으로써 우월감을 경험할 수 있을 때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 널리 알려져 있는 CEO 중 도널드 트럼프, 록펠러, 정주영 등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히틀러도 이 유형에 속하는 인물 중 하나다. 히틀러는 지배자 유형에 속하는 이들의 지배욕구와 우월감이 그릇된 방식으로 표출될 때 극단적으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두 번째 유형은 외향적인 감정형이다. 이들은 관계중심적이고 사교적인 성향이 뚜렷하며 사람들과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자 한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하며 긍정적인 감정 표현을 잘 나타내는 등 의사소통을 잘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주요 욕구가 관심을 끌고자 하는 욕구라는 점에서 배우 유형(star type)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은 마치 배우가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구하듯이 사람들로부터 관심받는 것을 즐기고 그것을 향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 배우 유형 역시 성취에 관심을 나타낼 수 있지만 지배자 유형과는 달리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릴린 먼로, 산드라 블록 등이 여기에 속하며 정치가 중에선 도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이 이 유형에 속한다. 강호동이 성취와 경쟁을 강조하는 지배자 유형이라면 유재석은 관계와 협력을 강조하는 배우형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내향적인 사고형이다. 이들은 말수는 적으나 간단하고 명료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생각이 완전히 정리된 후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신중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성향이 뚜렷하며 정확한 절차와 규정을 따른다. 효율을 추구하며 엄격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사실 분석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분석가 유형(analyst typ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충족하기를 원하는 욕구는 신뢰와 공정함이다.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인지하면 상당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규칙을 준수하고 원칙을 따르고자 하며 해야 할 일이 제대로 돼가고 있는지 감찰한다. 과학자, 혹은 연구개발자들이 이 유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티븐 호킹,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그리고 안철수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정치가로서는 존 F. 케네디, 링컨, 그리고 세종대왕도 분석가형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마지막 유형은 내향적인 감정형으로 온유형(loving type)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이들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사람들로서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분위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대인관계에서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수용하려고 하며 자신의 의견을 남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수용적이고 지지적인 성향이 뚜렷하며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조화와 타협을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인생을 통해서 추구하는 욕구는 재보증(reassurance)과 지지(support). 좁게는 곁에 있는 가족과, 넓게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안정적이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고자 한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주변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스스로를 맞춰 가는 순응적이고 협력적이며 따뜻한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남들에게 애정을 베풀고자 하는 성향으로 봉사, 교육, 종교계통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테레사 수녀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며 화려한 배우였지만 일생의 후반부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헌신했던 오드리 햅번,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도 이 유형에 속할 것이다.

 

드라마에서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서너 명의 친구가 등장하게 되면 이 4가지 유형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 방영 중인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4명의 남자 주인공 중 임태산(김수로 분)이 지배자 유형에 해당한다. 극 중 임태산은 사업가와 리더 기질이 두드러지는데 친구와 동업하는 건축사무소에서 설계보다는 경영을 담당하며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철없는 바람둥이 캐릭터인 이정록(이종혁 분)은 배우 유형이다. 낙천적이고 사교적이며 정이 넘치는 성격으로 업무 성취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만족을 느낀다. 극 중 대표적인꽃중년역할을 맡고 있는 김도진(장동건 분)은 분석가 유형에 가장 가깝다. 분석과 통계에 집착하고 감정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사실에 입각한 그의 비판은 남들에게 독설이 되곤 한다. 그가 보이는까칠하고 냉소적인 태도는 분석가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에서 친구들이 치는 사고를 차분하게 뒷수습해주는 따뜻하고 다정하며 사려 깊은 인물인 최윤(김민종 분)은 온유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하는데 성격 역시 숨기기 힘들다.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에서 성격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으로 나눠서 살펴보자.

 

2. 내부고객, 직원관리

직원의 동기를 고취시키는 데 재정적 보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재정적 보상과 같은 외적 보상은 내재적 동기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적당한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오히려 행동의 원인을 외적 동기에 귀인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재적 동기를 자각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내재적 동기를 고취시켜서 자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의 욕구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성격 유형별 욕구는 조직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 것인가? <그림2>에 각 유형별로 선호하는 조직 분위기와 업무를 통해 주로 추구하는 욕구, 그리고 유형별로 좀 더 동기가 되는 포인트를 정리했다.

 

우선 영향력과 우월감을 향한 욕구가 높은 지배자형은 권한이 주어졌을 때 업무 동기가 고취된다. 성과에 대한 과시와 인정은 그들의 우월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금전적 보상은 주변에 공표되고 존경을 받을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보상은 그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전형적인 지배자형은 더 높은 보수를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감소한다면 업무에 대한 만족도와 동기가 크게 떨어져 성과 수준이 저하되기 쉽다. 중견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내 더 높은 연봉을 받아가며 대기업으로 옮겼지만 이전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지사에서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 본사로 옮겼으나 관리자에서 실무자가 돼버리자 흥미를 상실하고 자발성이 저하돼 버리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관심 욕구가 높은 배우형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 자발적 동기가 고취되고 업무 몰입이 증진된다. 성과에 대한 인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사람들의 찬사와 호감이다. 지배형은 권한 아래 있는 직원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성과 창출을 위해선 개인적인 감정을 중요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배우형 리더는 직원과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걸 중시하며 그들에게 관심을 받을 때 충족감을 느낀다. 자신이 하는 업무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저하되면 생기를 잃고 자발성도 저하되기 쉽다. 위에서 든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사에서 우수한 성과로 본사로 발령받았지만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배우형이 있다면 그 이유는 지배자형처럼 권한이 축소됐기 때문이 아니라 냉정하고 삭막한 조직분위기로 인해 지사에서만큼 사람들과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분석가형은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중시한다. 신뢰와 공정함을 추구하는 분석가형은 일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직이 운영되고 조직과 신뢰 관계가 성립됐다고 지각할 때 자발적인 동기가 고취된다. 당위와 원칙이 중요한 이들은 조직이 공정하고 정당하게 운영되기를 바라며 신뢰가 형성되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반드시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해도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조직이 운영되는 걸 보고 싶어 하며 일단 신뢰가 형성되면 조직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조직을 향한 충성도는 아마 분석가형이 가장 높을 것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성과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크고 작은가보다는 얼마나 타당하고 공정하게 집행되는가이다.

 

끝으로 온유형은 주변의 지지와 안정감 있는 관계 속에서 업무를 향한 자발적 동기가 고취된다. 온유형이 추구하는 주변의 지지란 지배자형이 추구하는 과시와 다르며 배우형이 추구하는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와도 차이가 있다. 자신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인과 지지로서, 말하자면당신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 충족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뛰어납니다(지배자형)’ ‘멋진 당신과 친해지고 싶습니다(배우형)’ ‘당신에게 업무를 맡기면 믿을 수 있습니다(분석가형)’라는 메시지를 원하는 다른 세 가지 유형과 구분된다.

 

행동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적응적 행동에서부터 문제 행동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각자 원하는 욕구 충족을 향해 동기화된다고 볼 때 문제 행동 역시 욕구 충족을 향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 행동을 통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좌절을 경험하고, 누적된 좌절감은 합리적 판단을 저해해 부적응적 행동으로 이끈다. 객관적으로 보면 부적응적이고 문제가 되는 행동이지만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가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그러면 각 유형이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적응적 모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림 3) 우선 지배자형은 지속적으로 욕구가 좌절되고 적절한 충족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도전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나타내곤 한다. 조직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반항하거나 문제를 찾아내고 공개적으로 지적해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며 남들은 나서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논함으로써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고자 한다. 조직에 대한 불만을 상부 조직에 투서나 고발을 한다거나 적대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직원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배우형은 관계와 관심을 향한 욕구와 관련해 좌절감이 지속될 경우 마치개미와 베짱이동화 속에 나오는 베짱이처럼 할 일을 하지 않고 한가롭게 놀며 업무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다른 활동에 관심을 쏟는 경우가 흔하다. , 내부에서 더 이상 관심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니 외부 활동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업무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외부 활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거나 지나친 회식과 접대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등이 충족되지 않은 관심 욕구의 부적절한 표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상사나 조직에 대해 서운한 감정이 쌓이면 감정적으로 토라지기도 한다. 지배자형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드러낸다면 배우형은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감정적인 방식으로 주변과 대립한다. 싫은 데 이유가 있느냐는 항변은 보통 배우형의 반응이다.

 

분석가형에게 중요한 공정함을 향한 욕구가 반복적으로 좌절될 경우 신뢰는 불신으로 변질된다. 신뢰에 바탕을 둔 관계에서는 여하한 실수와 오류도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으나 불신으로 변질된 관계에서는 작은 실수와 오류도 간과되기 어렵다.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문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시시콜콜히 따지고 들며 불만을 제기하고 결과적으로 조직 분위기를 흐트러지게 만드는 인력이 되곤 한다. 상사가 새로운 과제를 제시할 때마다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다른 구성원에게까지 비관적인 태도를 전파하는 경우가 분석가형이 흔히 나타내는 문제행동이다.

 

온유형은 협력과 조화를 중시하는 유형이긴 하지만 욕구 좌절이 지속될 경우 불안감이 상승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담당하고 있는 직무에 충분한 자격이 없다고 자신을 평가 절하하기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유부단한 행동을 보이거나 상황을 회피해버린다. 결과적으로 업무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성과는 저하된다. 다른 유형의 직원들이 욕구 좌절로 인해 조직을 향한 문제 행동을 드러내는 데 비해 온유형의 문제 행동은 드러나는 행동이라기보다는 아예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지나친 수동성과 무기력함이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저해한다.

 

직원의 성격 유형에 따라 욕구가 다르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자발적인 동기화를 통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한편으로 그들의 욕구가 지속적으로 좌절될 경우 조직의 문제 인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조직이 인사관리를 통해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 제도를 통해 개인의 심층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원에게 조직은 거창한 게 아니라 바로 상위 계층 상사,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일컫는다. 그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직원은 조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각하고 좌절한다. 결국 직원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고려해 관리할 임무를 지니는 접점은 각 조직의 관리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사 담당자뿐 아니라 관리자가 직원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진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직원의 업무몰입과 조직 몰입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3. 외부 고객 관리

누구나 고객이 된다. 내부 직원도 소속 조직을 벗어나면 다른 기업에는 고객이 된다. 성격이란 상황과 시간에 따라 일관되게 나타나므로 당연히 그들의 욕구는 직원에서 고객이 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소비자로서 각 유형의 욕구는 어떠한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그림 4)

 

우선, 지배와 우월감을 향한 욕구가 내재돼 있는 지배자 유형은 고객으로서도 존경과 존중을 받고자 한다. 물건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은 그대로 나타나서 판매원에게 먼저 질문하고 간략하고 요약된 답변을 요구한다. 자신이 불필요하다고 지각하는 정보를 제공받거나 사족이 더해지는 경우엔 불편해 하며 때로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고객에겐 주도권을 스스로 지니고 있다고 지각할 수 있도록 응대하는 게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지배자 유형의 고객들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탐색한 후에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이들의 우월감을 자극하는 기술은 과시 욕구를 자극해 구매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한 아이템이라는 설득은 이들에게 그리 유혹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남들보다 앞선 선택이라는 설득이 이들의 과시욕구를 자극하기 쉽다.

 

욕구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들이 문제고객이 되는 이유는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존경과 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지각할 때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흥분하고 호전적이 되기 쉬우며 고객이라는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기 쉽다. 고객센터에서 공격적이고 심한 언사를 퍼부어대면서 판매원을 공격하는 고객은 지배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공격은 마치 탱크가 지나가듯이 주변을 다 휩쓸고 상대방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 같은 과한 언사로 나타난다. 이들과 맞서는 건 공격욕구를 더욱 불태우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들의 공격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충족되지 못한 우월감을 보상받았다고 지각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림 5)

 

다음으로, 관계와 관심 욕구가 내재돼 있는 배우형은 소비 역시 단지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지각한다. 따라서 구매장면에서도 상품에 대한 이해보다 판매원과 우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예컨대, 판매원과 개인 신상에 대해서 사담을 나누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형성하고 한두 번 방문한 후에는형님’ ‘아우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관계가 돈독해지면 합리보다는 정에 치우친 소비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배자 유형과는 다르게 주변의 추천이나 트렌디한 제품이라는 설득에 유혹되기 쉬우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품이나 디자인에 더 관심을 나타낸다.

 

만약 배우형이 문제 고객이 된다면 관계를 향한 진심이 왜곡됐다고 느꼈을 때이다. 이들은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바, 만일 판매원 혹은 기업이 자신을 인격체가 아니라 매상을 올릴 수 있는 대상으로 대한다고 지각하게 되면 이용당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마치 자신의 진심이 배신당한 듯한 감정을 경험한다. 감정은 본디 논리적인 것이 아니어서, 객관적으로 타당한 행동이라는 설득으로는 이들의 감정을 회복시킬 수 없다. 배신당했다고 지각하는 사람들이 분노와 억울함을 폭발시키듯이 강하게 감정 표현을 하지만 이들은 지배자형과는 다르게 적대적이고 호전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수용되고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한다. 논리적인 설명은 자신을 훈계하려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여 거부감을 유발하며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태도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수류탄이 터지는 자리를 피하면 살아남듯이 감정폭발이 지나고 나면 다시 호의적인 태도를 유지하곤 한다.

 

신뢰와 공정함을 추구하는 분석가형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고객들이다. 이들의 분석적인 성향은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고 판매원의 설명과 자신의 사전 분석을 맞춰 보며 점검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친근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으려는 판매기술은 일종의 침입이라고 간주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관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신뢰감을 쌓을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듯이 이들은 한번 신뢰를 구축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쉽게 변하지 않고 충성심을 나타낸다. 이들이 지닌 보수적인 성향은 익숙하게 쓰던 브랜드나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뤄졌다고 지각할 때 분석가형은 사소한 문제점도 간과하지 않는 까다로운투덜이고객으로 돌변한다. 매사 투덜거리며 문제 삼을 만한 트집거리를 찾아내고 엄격한 원칙과 잣대로 비난한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순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거나 혜택이 객관적인 방식으로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각될 때 분개하며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태도로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고 지적한다.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이번 한번은 특별히 보상 조치해 드린다는 설명은 이들을 더욱 분개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공정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섣부른 논리적 반박 역시 논쟁을 심화시키기 쉽다. 잘못을 꾸짖는 훈육 선생님 앞에서 어쭙잖은 변명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과 같다. 완벽을 추구하는 이에게 어떤 논리를 가지고 가더라도 문제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 비난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문제 해결책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하는 편이 더 낫다.

 

끝으로, 안정과 지지욕구가 내재된 온유형의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확인을 받고자 한다. 이들은 판매원을 통해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 혹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선택했다는 주변의 지지 등 자신의 선택이 적절하다는 재확인을 제공받기를 원한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소비자로서 제품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번거롭게 하느니 차라리 내가 조금 불편하고 말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고객센터에 불만을 접수하는 사람 중에서 이들 유형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온유형의 소비자가 대하기 어려운 고객이 되는 경우는 이들의 우유부단함과 관련돼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수차례 방문해서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탐색한 후에도 여전히 의사결정 하지 못해서 판매원의 진을 빼놓는 경우, 고객이 분명하게 선호를 밝혀야만 진행이 가능한 서비스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차질을 빚는 경우 등이다. 이들의 낮은 확신과 지나친 겸허는 짜증을 유발하게 하기도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지지를 표현해주는 게 이들 고객의 불안함을 가라앉히는 데에 도움이 된다.

 

고객의 유형을 파악하면 고객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건 명백하다. 고객의 유형을 이해하는 틀 중에서도 성격은 내재돼 있는 욕구를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좀 더 심층적으로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장에 있는 판매원이 고객의 행동을 통해 성격을 추론해내기까지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경험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는 자신만의 틀을 발전시킨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 전에는 여기에 제시한 두 가지 축만 기억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 외향적인지 혹은 내향적인지, 사고형에 가까운지 감정형에 더 가까운지를 관찰한다면 4가지 유형 중 어디에 속할 것인지 추론하는 작업은 좀 더 간단해질 것이다. 사고형과 감정형은 행동만으로 추론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외향과 내향 구분은 좀 더 수월하다. <그림 6>에 성격 유형별로 판매원과 의사소통 장면에서 관찰될 수 있는 행동 특성들이 몇 가지 나열돼 있다.

 

맺는 말

사람은 각자 내재돼 있는 주요한 욕구가 있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동기화된다. 소비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인 바, 고객 역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소비한다. 제품을 통해, 혹은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제공받는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잠재된 욕구가 충족될수록 제품을 향해 긍정적인 감정이 유발되고 정서적 애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기업이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는 일은 안으로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밖으로는 매출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성과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주 KPAC(한국인성컨설팅) 이사 hyunpsy@gmail.com

필자는 고려대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미국 남캘리포니아주립대(USC)에서 MBA를 받았다. 임상심리 전문가로 대인관계스킬/리더십역량향상/일과 삶의 균형 등과 관련한 코칭 및 상담 경험이 있다. 저서로 <사람의 성격을 읽는 8가지 방법>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