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이 발표되고 난 후 주요 대기업들의 상생, 동반 성장 대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책의 취지에는 환영하지만 실효성 및 지속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동반 성장이라는 목표가 그만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간 벤처 육성, 상생 경영 등 역대 정부가 여러 번 다른 이름의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크지 않았고, 중소기업들의 불만도 여전하다.
한국 경제가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면 동반 성장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도 자명하다. 기업들의 경쟁이 기업 생태계 간의 경쟁으로 귀착되고, 세계 1위 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글로벌 경쟁 환경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들은 한국 경제 생산액의 절반, 일자리 창출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혁신을 통해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일부 기업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의 현실,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들어 동반 성장이 사치스러운 소리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한다. 협상력의 차이가 극명한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같이 번영을 누리자는 구호도 실무자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다. 경영학의 관점에서도 상생 경영이나 동반 성장은 확실히 검증된 이론적 배경을 가지거나 독립 분야로서 인정을 받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부와 같은 특정 주체가 동반 성장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강제해서 달성하기 어렵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동반 성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제, 경영 분야의 몇 가지 이론적 배경을 소개하고 이로부터 전략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동반 성장의 이론적 배경
상생 경영이나 동반 성장은 독립된 학문적 배경이 존재하기보다 여러 분야에서 관련된 내용들을 활용하고, 이를 이론적 근거 및 실행 방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먼저 기업들이 협력을 바탕으로 동반 성장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래비용 이론(Transaction Cost Theory), 정보 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 자원 준거 이론(Resource-based View Strategy) 등 여러 경제, 경영 이론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협력의 방향성에 관한 이론으로는 생태계(Ecosystem) 이론, 협력적 게임(Cooperative Game) 이론, 공급 사슬(Supply Chain) 이론, 조직 및 혁신 이론 등이 있다. 동반 성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고, 산업계 여러 관계자들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다.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협력의 방향성에 관한 4개 이론을 통해 동반 성장의 실천적 방안을 탐구해보자.
1)생태계 이론:생태계 이론은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자연의 생태계와 유사함에 착안, 성공적인 생태계의 조건을 관찰하고 이를 경영 전략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1993년 제임스 무어(James Moore)11Moore, J. F., Predators and Prey - A New Ecology of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Review, May-June 1993
닫기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포식자와 희생양: 새로운 경쟁의 생태계’라는 글에서 기업은 하나의 산업에 속하는 일원이 아니라 여러 산업에 걸쳐 존재하는 경영 생태계에 속하는 존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어는 이때 생태계 리더의 궁극적인 역할은 생태계의 모든 멤버들로 하여금 미래 생태계의 번영을 위해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즉 전략적인 상생을 위해 리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생태계 이론은 동반 성장을 고민하는 대기업에 특히 유용한 이론이다.
오정석joh@snu.ac.kr
- (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삼보컴퓨터 전문연구요원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