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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려(呂)

“저 보라색 샴푸가 뭐죠?” 좋은 제품, 빠른 입소문

신수정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김효선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 MC팀 과장은 1년 전 수영장에서 자사 제품인 한방 탈모 샴푸 려(呂)의 인기를 실감했다. 수영을 마치고 샴푸 등을 챙겨 넣은 바구니를 들고 샤워실로 향하는 김 과장에게 수영장 직원이 물었다. “고객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 보라색 샴푸가 어떤 샴푸인가요? 오시는 손님들마다 저 보라색 샴푸를 갖고 오시던데 좋은 샴푸인가요?”
 
이뿐만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연예인들과 청담동 헤어숍 원장들 사이에서 려가 입소문이 나면서 협찬을 요청하는 제의가 종종 들어온다. 김 과장은 “고가 화장품도 아닌 샴푸를 협찬해달라는 요청은 처음”이라며 “써본 고객들 사이에서 ‘효과 있다’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출이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한방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은 전체 샴푸 시장의 약 30%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브랜드는 2008년 5월 출시된 ㈜아모레퍼시픽의 려(呂)다. KANTAR 소비자패널 조사 자료에 따르면 려는 2010년 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성장해 한방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 51%로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에는 연 매출 1000억 원이 넘는 메가브랜드가 현재 7개 있다. 설화수, 헤라,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미쟝센, 비비프로그램. 려는 회사 내에서도 출시 이후 가장 빨리 성장한 대표적 성공 브랜드로, 올해 메가브랜드 달성을 눈앞에 두고있다.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가 독주했던 한방 탈모 샴푸 시장에서 려가 빠른 시간 안에 선두 주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려(呂)는 음률 려로 음과 양의 기운을 다스려 두피 최적의 균형 상태를 이끌어내는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임이다. 최근 여성 탈모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옛 여인들의 풍성한 머리숱의 비법이라는 제품 콘셉트를 갖고 있다. 제품 효능에 대한 입소문과 함께 디자이너 정구호가 직접 디렉팅한 고급스러운 용기 디자인 덕분에 30∼40대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어 있는 세그멘테이션 공략
㈜아모레퍼시픽은 려(呂) 제품 개발에 앞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철저한 시장 조사를 벌였다. 시장 조사 결과, 탈모에 대한 고민이 남녀 불문하고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재 한국 인구 중 1000만 명 이상이 탈모를 경험했거나 탈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전까지 탈모는 유전 때문에 고민하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관련 제품은 약국에서 파는 의약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또 탈모는 초기, 중기, 후기별로 대응이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초기 탈모자는 예방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지만 뚜렷한 탈모 제품을 쓰지 않고 있었다. 이미 탈모가 진행돼 눈에 보이는 중기 및 후기 탈모자는 샴푸보다는 전문 의약품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1998년 출시돼 한방 탈모 샴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댕기머리를 쓰는 이들도 초기보다는 중기 및 후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6년 당시, 비어 있는 세그멘테이션인 초기 탈모자를 공략하기로 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아직 탈모를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탈모가 우려되는 여성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탈모 초기, 즉 탈모를 예방하는 개념의 콘셉트에 주력하게 됐고, 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그동안 탈모=중년남성이라는 틀을 깨고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여성 탈모시장에 주목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려는 DBR이 2010년 11월 국내 마케팅 교수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중 ‘새로운 고객에 대한 성공적인 타깃팅으로 시장을 넓혔다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상품)’에서 18%로 2위를 차지했다. 탈모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화된 남성성에서 벗어나 여성 탈모 시장의 잠재성을 겨냥해 성공적으로 타깃팅을 한 것이다.
 
샴푸시장의 흐름이 패밀리용 샴푸에서 각각의 니즈에 맞는 개인용 샴푸로 변화할 것이라는 트렌드를 빨리 포착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하나의 샴푸로 온 가족이 함께 쓰는 행태에서 벗어나 마치 화장품처럼 가족 개개인의 두피와 모발 상태에 맞춰 개인화된 제품을 쓰는 트렌드로 바뀐다는 데 주목했다. 정확한 고객분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를 기초로 수행되는 시장세분화나 표적시장의 선정 같은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샴푸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고 여성들에게 초점을 맞춘 기능성 샴푸 려(呂)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시장에서 확보한 고객관련 정보와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파악함으로써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방 R&D 역량 바탕으로 한 탄탄한 제품력
려 출시 시기는 2008년 5월이지만 ㈜아모레퍼시픽이 한방 탈모 샴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비롯해 이미 한방 R&D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탈모 방지 효능이 있는 ‘백자인’이라는 성분을 발견했다. 백자인은 해외 유수 논문에도 소개됐다. 백자인과 같은 특허 받은 한방 성분을 개발하고, 한방 성분의 효능과 내용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샴푸 제조 과정에 한방 발효 기술을 도입하는 등 끊임 없는 연구개발을 지속했다. 특히 ‘려 자양윤모’는 식약청으로부터 탈모 방지 효능을 인정 받은 의약외품으로 6개월 만에 100만 개라는 판매 기록을 세우며 려가 1위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전문 기관의 임상 테스트 결과, 자양윤모 사용 6개월 만에 모발 빠짐은 65% 감소, 굵은 모발은 70% 증가, 모발 성장 속도는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려 브랜드 매니저 윤세노 팀장은 “려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하루에 적게는 3∼4번, 많게는 10번까지도 머리를 감았다”며 “동의보감 ‘모발문’에 나오는 탈모 방지법과 처방법 등 모발에 좋은 각종 처방을 연구해 독자적으로 백자인이란 성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려는 한방 샴푸의 효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방 샴푸 특유의 뻣뻣함이 없어서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여러 번의 시제품 테스트를 통해 한방 샴푸 고유의 냄새를 줄이고 은은한 향을 더하면서 모발을 헹군 후 부드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고급화
려는 제품력 외에도 고급스러운 용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고급화 전략은 제품 콘셉트 때부터 기획됐다. 온 가족이 쓰는 저관여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이 아닌 탈모 예방에 관심이 많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30∼40대 여성들을 위한 차별적 마케팅(Differentiated Marketing)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외형과 포장은 물론 광고까지 일관되게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려는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유명 패션디자이너인 정구호 씨와 협업해 세련된 용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의 단아한 도자기 모양의 용기에 풍성한 머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흑운 심벌, 왕실 의례 때 머리에 꽂았던 금제 뒤꽂이의 모양을 본뜬 펌프 부분, 신성하고 고귀함을 상징하는 보라색 용기를 선보여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한국의 멋을 재현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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