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단지 높은 지위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리더십에 관한 모든 문제를 간단히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명하복이 분명한 군대 조직에서조차 지위는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지휘관에 따라 휘하 부대가 사기충천한 강군이 되기도 하고, 지리멸렬한 오합지졸로 전락하기도 한다.
필자가 그 동안 많은 경영자와 리더를 코치하면서 느낀 것은 이들이 리더십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리더십을 하나의 규범이나 당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자신의 리더십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직위가 리더십을 보장한다는 생각처럼 빈약한 사고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 직위를 떠나는 순간 스스로 존재감을 잃는다. 리더십은 위치·과업·목표와 같은 행동(doing) 측면만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와 같은 존재(being) 측면을 포함하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라 영향력 문제다. 다시 말해 리더십은 내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강하게 미치고 있느냐를 말해 주는 척도다.
어렵고 힘든 경제위기 시대에 많은 리더가 ‘위기가 왔으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면서 직원들을 몰아붙인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해 보자. ‘이 위기 시대에 나는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조직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그들이 스스로, 즐겁게 과업을 달성하게 할 것인가.’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감성 리더십’이다.
감성의 역할
리더의 감성 능력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EQ 이론’을 창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 박사는 미국 기업 간부 38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성공한 리더들이 어떻게 사람의 ‘감성’을 이용하여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흥미롭게 분석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리더가 감성 능력을 습득하고 훈련하는 것이 성공적인 조직 운영의 필수 요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감성지능(EQ)이 높은 리더가 그렇지 않은 리더보다 직무 수행력과 실적이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다.
골먼 박사는 사람들의 성공 요인을 지능지수(IQ)에 관한 것과 EQ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종류의 직업군에서 IQ와 EQ가 차지하는 성공 비중이 각각 평균 33%와 66%로 나타났다. 성공에 있어 EQ가 IQ보다 2배나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특히 리더십을 필수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직업군에서는 EQ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이끄는 관리자 직군(people managers), 고위 임원(executives), 고객 담당자(customer service)의 경우 EQ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85%였다. 반면에 IQ는 15%에 불과했다. 똑똑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거기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결론이다.
잘 생각하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리더는 혼자 일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때문에 필자는 ‘자기 업무의 전문가’를 뛰어넘어 ‘사람 전문가’인 사람이 훌륭한 감성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