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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 Interview: 다니엘 쿠퍼 BCG 헨더슨연구소 펠로

“자동화 성공 위해선
인간 중심의 레이아웃 벗어나야”

김윤진 | 404호 (2024년 11월 Issue 1)
참고 기사 : 공장 자동화 초기엔 기술 한계로 난관 이젠 운용 전략 등 재무적 문제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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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스탠리 블랙앤데커, 테슬라 등 완전 자동화를 처음 시도한 기업들은 주로 어떤 좌절을 겪고 도전을 중단했나?

이들 기업은 공장을 완전 자동화하려다 시간 제약과 시장 수요에 대한 유연성의 제한으로 도전을 중단했다. 이들은 완전 자동화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조직과 기술 기반이 갖춰져야 하는지를 과소평가했다. 무엇보다 기술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었다. 지금까지 활용 가능한 기술은 제품 설계를 변경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하기에는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기초 모델이 개발되지 않은 데다 로봇의 움직임이나 컴퓨터 비전 시스템들을 맥락에 맞게 빠르게 재구성하는 게 어려워 인간 작업자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졌다.

아울러 내부 조직이 복잡하기 때문에 완전 자동화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광범위한 교육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도 준비가 미흡했다. 일부 고립된 영역에서 자동화에 성공했다 해도 전체를 통합할 때 모든 복잡성을 고려하기가 어려웠고 램프업(Ramp-up, 장비 설치 이후 대량 양산에 들어가기까지의 생산 물량을 늘리는 과정) 시간이 부족해 전체 생산 라인으로 자동화를 확장하는 데 실패했다.


성공적인 자동화를 위해서는 ‘자동화를 위한 재설계(redesign for automation)’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

단순히 사람 중심의 워크플로를 자동화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사람의 일하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노동력만 로봇으로 대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처음부터 자동화를 위해 로봇의 기능을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운영을 간소화하면서 불필요한 복잡성을 제거해야 한다. 인간 중심의 레이아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접근 방식은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작업을 단순화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도요타 연구소는 ‘로봇을 위한 유치원’을 개발하고, 구글은 로봇에 영상 속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시킨다고 한다. 이런 노력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도요타와 구글의 이니셔티브는 로봇 기초 모델의 훈련을 지원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한다. 첫 번째는 원격 운영(teleoperation)을 통한 훈련이다. 사람이 직접 로봇의 움직임을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로봇을 훈련시킨다. 도요타 연구소는 이 유치원에서 로봇에게 아주 기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기술부터 가르친다. 마치 팬케이크를 뒤집는 것처럼 가정에서 수동으로 할 만한 임무를 학습시킨 뒤 제조 분야에 적용한다. 두 번째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강화 학습이다. 로봇은 데이터 증강과 시뮬레이션 같은 가상 환경에서 훈련받으며 고도로 복잡한 동작과 의사결정을 정교하게 발달시킨다. 마지막은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이다. 로봇들은 인간이나 다른 로봇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복잡한 임무를 수행한다.

이 모든 접근법의 목표는 로봇이 명시적으로 학습하지 않았더라도 배운 것을 일반화해 새로운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끔 만든다. 이런 기초 모델은 기존 하드웨어에서 원격으로 훈련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마치 자율주행차가 각각 흩어져 운전하면서 얻은 데이터를 다른 차량들과 공유하고 전체적인 주행 성능을 고도화하듯이 플릿 러닝(fleet learning)은 모든 로봇에 걸친 기술 공유를 가능케 함으로써 사람이 현장에 상주하지 않고도 기술을 계속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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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로봇 AI가 처리하기 어려운 전문화된 작업도 있을 텐데 범용 로봇이 전문 로봇보다 성능이 뛰어난가?

미래의 공장에서는 제너럴리스트 로봇과 스페셜리스트 로봇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제너럴리스트 로봇은 다양한 부품의 픽 앤드 플레이스 작업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작업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미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학습해 다양한 기능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립 같은 정밀한 작업에는 여전히 전문 로봇이 필수적이다. 두 가지 유형이 공존해야 공장은 유연성과 특정 공정에 필요한 전문화된 정확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모델이 기업들에 더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앞으로 몇 년 안에 기초 모델을 학습하고 상황 적응력이 뛰어난 코바리언트 모델 같은 AI 지원 로봇이 기업들 사이에서 더욱 널리 보급될 것이다. 이런 로봇은 다양한 부품 모양이나 케이블 처리와 같은 주요 자동화 과제를 극복하고 사람의 개입 없이 에지(특수) 케이스를 관리해 안정성을 개선해줄 것이다. 또한 주요 비용 중 하나인 로봇 프로그래밍 및 재프로그래밍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동화의 비용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데이터 부족은 현재 어려운 과제이지만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도요타 연구소와 구글 같은 조직에서도 광범위한 로봇 학습 데이터세트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앞으로 제조업체는 사전 학습된 기본 모델이 포함된 로봇 시스템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데이터 부족 문제를 직접 해결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그 결과 산업 전반에 걸쳐서도 고급 자동화의 접근성과 확장성이 더욱 향상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 자동화의 발전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BMW와 피규어AI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상적이지만 제조업에서의 유용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BMW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OEM이 자동차 조립에 휴머노이드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이 설계한 작업 공간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공장 현장에서는 바퀴 달린 로봇이 더 효율적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휴머노이드의 이족 보행 형태와 복잡한 균형 메커니즘은 기존 산업용 로봇에 비해 구조적으로 비용 측면에서 불리하다. 특히 인간 중심의 레이아웃에서 탈피해 자동화를 위해 재설계된 환경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틈새 애플리케이션에만 활용될 수 있다.


생성형 AI가 작업자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나 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없나?

음성 인식이나 자연어 처리의 발전을 고려할 때 명령어로 AI 설비를 작동시키는 작업자 인터페이스 전환의 과정에서 오류가 크게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보다 큰 과제는 모든 교대 근무 팀에서 매끄럽게 이런 전환을 수용할 수 있도록 초기에 운영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운영자의 신뢰를 얻는 게 광범위한 AI 사용을 위한 핵심 과제다. 프로세스 전문가들의 전문 지식을 여러 도구에 이식하고 기술을 현장의 실용적인 지식과 일치시켜 작업자가 더 안정적이고 직관적으로 개선된 인터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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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공장에서는 안전사고가 터질 때 책임 소재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기업이 무인 공장을 준비할 때 해결해야 할 두 가지 핵심 과제는 책임감 있는 AI와 사이버 보안이다. 자율주행차와 달리 무인 공장은 사람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완전 자동화된 공장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운영하는 공장보다 품질 문제나 안전사고가 덜 발생한다. 엄격한 품질 관리와 제품 표준 유지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 그러나 강력한 제어 메커니즘을 구현해야 하며 원활한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자율 생산을 감독하는 사람은 늘 둬야 한다. 한편 자동화 환경에서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즉각적인 위협으로 부상한 것은 바로 사이버 공격이다. 이에 대비해 제조업체들도 무인 공장 환경의 잠재적인 취약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시스템의 보안을 유지하는 데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재설계를 위해 리더십과 조직 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제조기업의 경영진은 효율적인 운영 관리가 기업 경쟁력의 지렛대(lever)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제품디자인이나 기능에 변화를 줄 때 처음부터 해당 의사결정이 제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하다. 핵심은 ‘직군 간 사일로(functional silos)’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자동화를 위한 재설계는 제품 엔지니어링, 제조 엔지니어링, 운영, 구매 등의 직군의 구분을 뛰어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각 제품 라인마다 고유한 리더와 기능, 잠재적으로는 고유한 손익계산서(P&L)까지 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군을 뛰어넘는 협업을 도모하고 직군 안에서도 시너지와 규모의 확장을 달성해야 한다.


인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잠재적인 구조조정으로 인해 조직 내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 같다.

자동화로 인해 공장 작업자 수는 줄어들지만 숙련된 근로자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자동화는 주로 가치가 낮고 반복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감독, 의사결정, 유지 관리 같은 작업은 여전히 중요하다. 많은 제조 고객사가 이미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자동화는 인력의 초점을 고숙련, 고부가가치 역할로 전환함으로써 이런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해소해줄 것이다. 일부 기업은 근로자들이 자동화 관련 직무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 향상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런 접근도 변화에 대한 저항을 완화하고 직원들이 새로운 경력 경로를 개발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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