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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유입 형태를 한눈에 보는 ‘고객흐름표’

고객은 동적 존재, 모두 똑같진 않아
장기적 흐름 평가와 모니터링이 핵심

양성병 | 390호 (2024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지금의 고객이 내일의 고객은 아니다. 고객흐름표의 가치는 수시로 비교와 선택을 하며 다른 경쟁사로 떠났다 돌아왔다 하는 변덕스러운 고객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기업이 어떻게 하면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 어떤 고객이 특별 세일 기간에만 구매를 하는지 아니면 평소에도 꾸준히 구매를 하는지, 우연히 제휴사를 통해 유입된 것인지 자발적인 선택으로 유입된 것인지를 알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당장 고객 수가 같더라도 ‘기업이 아쉬워서’ 관계가 형성된 것인지, ‘고객이 아쉬워서’ 관계가 형성된 것인지에 따라 고객 기반의 안정성과 향후 이탈 방지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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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은 그 이후의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으로 입학한 대학 신입생 중 누가 더 학교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까? 단순히 수능시험 성적에 맞춰 정시로 지원하는 학생보다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특정 학교의 특정 학과 진학을 목표로 소위 ‘학생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관리를 꾸준히 해온 수시 전형 입학생의 이탈률이 현격히 낮다. 최근 학령 인구 급감으로 대학 간 학생 유치 경쟁이 생존 전략이 돼버린 상황에서 수많은 반대 의견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들이 다양한 유형의 수시전형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또한 예전보다 ‘반수생’ ‘N수생’ 등이 늘어나면서 학생 유출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 빈자리는 다시 ‘편입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대학교가 단순히 단과대 혹은 학과별 총학생 수만 관리하고 이들로부터 발생하는 이익과 비용만 계산하고 있다면 과연 ‘고객관리’를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계속 나가고, 또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데 말이다.

대학의 예를 들었지만 이런 상황은 기업 경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고객제표가 고객을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을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으로 구분한 뒤 (1) 이들의 상태를 매출액, 수, 비율 등의 주요 고객지표로 요약하거나(고객상태표) (2) 재무적 경영 성과를 이익과 비용으로 나누어 정보를 제공하는 일(고객손익계산서)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칠 경우 마치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이 다양한 영업 방식 혹은 영업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고객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돼 고객 자산에 대한 특정 시점에서의 피상적인 이해에만 머무르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객흐름표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객은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유출되는 ‘동적’인 존재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관점보다는 유명 TV 드라마 대사처럼 ‘움직이기도, 돌아오기도 하는 사랑’의 관점에서 고객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기업과 고객의 관계는 마치 연인 간의 사랑과 같다. 어떤 계기로 관계가 시작됐는지에 따라 그 관계의 정도 및 지속 기간이 달라진다. 그 관계의 넓이와 깊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해당 고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되고 유출됐는지, 더불어 그 고객이 제공하는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시도는 고객이라는 자산이 가지는 유형별 가치 변화의 원천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미래의 고객 흐름 및 변동을 예측해 고객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해준다. 이는 기업의 전략적인 시사점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고객상태표와 고객손익계산서가 기업의 자산으로서 고객이 가지는 ‘정적’인 특성에 주목했다면 고객흐름표와 고객변동표는 고객의 ‘동적’인 특성에 초점을 두고 일정 기간(당기–전기)에 걸친 고객의 이동 관련 주요 지표 변화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이 둘은 기업과 외부의 상호관계에 집중하는지, 혹은 기업 내부에서 고객 포트폴리오 변화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고객흐름표의 목적은 ‘기업과 외부의 관계’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고객이 외부에서 기업으로 얼마나 유입(In-flow)되고, 기업에서 외부로 얼마나 유출(Out-flow)됐는지에 대한 고객 흐름(Flow)을 이해하는 것이다. 반면 고객변동표의 목적은 식별고객을 기업 내부의 기준에 따라 몇 개의 고객그룹 또는 고객 등급으로 구분해 각 그룹 사이의 등급 상승, 하락, 유지 등과 같은 유기적인 관계에 집중, 세부적인 그룹 간 변동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글은 고객흐름표의 개념과 이를 이루는 구성 요소 및 주요 평가지표, 활용 시 고려 사항, 시사점 및 전략적 함의 등을 앞선 편에서 소개된 두 동종 업계 소비재 기업(A사 및 B사) 사례를 활용해 상술함으로써 동적 고객제표의 한 축인 고객흐름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현금의 흐름처럼 고객의 흐름을 포착한다

재무제표에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는 기업의 재무 상태와 경영 성과에 대한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지만 기업 활동의 핵심 자산인 현금의 유입·유출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과 거래가 어떤 경로를 통해 발생해 기업의 현금흐름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 주요 재무제표 가운데 하나인 현금흐름표가 작성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재무제표에 빠져 있는 현금흐름의 변동 상황과 그 발생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용도다. 마찬가지로 고객제표에서도 고객흐름표는 고객상태표 및 고객손익계산서의 한계를 보완하고 기업의 중요한 자산인 고객의 흐름, 변동 상황 및 그 원인을 설명할 목적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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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에서 고객제표가 고객을 기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고객흐름표도 자본고객과 부채고객을 모두 포함하는 자산고객을 대상으로 그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업이 식별되지 않은 고객의 흐름 및 변동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고객흐름표는 식별된 고객인 자본고객만을 대상으로 작성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고객흐름표는 언제든 분석 대상 기업을 떠나 다른 기업의 고객이 될 수 있는 비식별고객을 고려하기보다는 식별고객만을 집중 관리함으로써 고객 유형별 가치 변화의 원천을 파악하고 미래의 고객흐름 및 변동을 예측해 기업의 전략적인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현금흐름표가 기업의 활동을 크게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 부분에서 유입되고 유출되는 현금흐름을 표시하고 있는 것처럼 고객흐름표 역시 영업 방식에 따라 일반영업, 특별영업, 제휴/파트너십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고객의 유입, 유지 및 유출 흐름을 관리한다. 일반영업은 고객의 자발적 구매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영업 방식을 의미하며 이 경우 기업의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이나 특별한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음으로 특별영업은 특별한 할인이나 행사, 이벤트 등 단기적인 매출 증대 혹은 신규 고객을 확보할 목적으로 진행하는 영업 방식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제휴/파트너십은 고객 기반 확충, 추가 수익 달성, 고객 만족 및 충성도 제고 등을 목적으로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및 멤버십 제휴 등을 통해 타사의 고객을 자사의 신규 고객으로 영입하는 영업 방식을 의미한다. [표 1]은 현금흐름표와 고객흐름표에 기재되는 세부 항목들을 매칭해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세부 항목들이 정확히 상호 대응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영업이 추가적인 비용이나 노력을 필요로 하는 ‘투자활동’을 통해, 제휴/파트너십이 타사의 고객을 차입하는 ‘재무활동’을 통해 식별고객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짝꿍’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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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은 고객제표에서 제안하는 고객흐름표의 형태를 보여주는 예시 화면이다. 고객흐름표에서는 일정 기간 기업의 고객 흐름을 영업 방식에 따라 구분해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전기 대비 (1) 일반영업 고객 증감, (2) 특별영업 고객 증감, (3) 제휴/파트너십 고객 증감, 그리고 이들의 합산인 (4) 식별고객 증감 등 네 개의 지표를 핵심 지표로 삼아 이들의 결괏값 및 전기 대비 변화율을 상단의 스코어카드 형태로 나타낸다. (그림 1의 ①) 스코어카드의 아래에는 재무제표의 현금흐름표에 대응되는 고객흐름표가 배치되는데 일반영업, 특별영업, 제휴/파트너십을 통한 식별고객 흐름, 식별고객의 증감, 기초 식별고객(전기), 기말 식별고객(당기) 등의 지표에 해당하는 결괏값 및 전기 대비 변화율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 1의 ②) 이어 하단에는 최근 5년간의 영업 방식별 식별고객 흐름 변동 추이와 당기의 영업 방식에 따른 식별고객 비율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화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그림 1의 ③) 재무제표의 현금흐름표에 대응하는 고객흐름표 상단과 하단에 스코어카드와 시각화 자료를 각각 추가 배치해 영업 방식 유형별 식별고객 흐름에 대한 직관적인 해석을 돕고 있다.


A사와 B사의 고객흐름표 비교 분석

동종 업계 소비재 기업 A사와 B사 사례를 통해 고객흐름표의 해석과 활용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그림 2]는 A사와 B사의 고객흐름표 관련 핵심 성과 지표를 스코어카드 형태로 나타내어 비교하고 있다. 여기에서 ‘증감’은 일정 기간(당기–전기) 동안 특정 영업 방식을 통한 식별고객 혹은 전체 식별고객의 순증, 즉 유입 수에서 유출 수를 뺀 값을 의미한다. 그 하단에는 전기 대비 당기의 증가율(%)이 추가로 표시돼 있다. 양사의 핵심 성과지표 비교 결과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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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체 식별고객 증감 지표를 살펴보면 A사와 B사 모두 식별고객 증가 수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15.2%와 130.6%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는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침체됐던 영업 상황이 개선된 영향이다. 하지만 증가율이 아닌 전기 대비 당기의 식별고객 증가 수만 비교하면 A사가 10만2888명, B사가 3865명으로 A사가 월등히 크다. 이는 A사의 경우 예전부터 식별고객 관리 체계가 내부 업무 프로세스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향은 일반영업 고객 증감 지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A사의 경우 일반영업 고객이 5만4232명 늘어 5539명 증가한 데 그친 B사보다 10배 정도 더 많이 늘었다. 보통 일반영업에 비해 특별영업이나 제휴/파트너십에 의한 고객 유입은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 반면 그만큼 다시 쉽게 유출된다. 이 점을 감안하면 A사의 고객흐름 관리가 B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별영업과 제휴/파트너십 고객 증감 지표를 살펴보면 당기에 A사에서 특별영업과 제휴/파트너십을 통한 식별고객 순증이 B사에 비해 좀 더 컸다. 이는 A사가 그동안 진행해 왔던 식별고객 관리의 성공으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신규 식별고객 유입 전략을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특이하게도 B사의 경우 제휴/파트너십을 통한 식별고객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기에 제휴/파트너십을 통해 유입됐던 식별고객이 큰 폭으로 유출된 결과이며 제휴/파트너십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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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림 3] 및 [그림 4]를 통해 영업 방식에 따른 식별고객의 흐름을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우선 양사의 당기 식별고객 수를 살펴보면 A사가 94만9975명, B사가 20만5828명으로 거의 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일반영업 식별고객 수([그림3]에서 ‘일반영업 식별고객 흐름(1+2)’ 참조)만 봐도 A사가 41만4413명, B사가 8만3042명으로 약 5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전기 대비 전체 식별고객 수 및 일반영업 식별고객 수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A사의 경우 각각 12.1%와 15.1%로 안정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B사는 각각 1.9%와 7.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양사 간 전체 및 일반영업 식별고객의 수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목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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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는 지난 5년간 시계열 변동 자료를 확인하면 좀 더 명확히 드러난다. 5년 전인 2019년에는 양사 간 일반영업 식별고객 수가 각각 A사 26만8163명, B사 7만1054명으로 3.77배의 격차가 나타났으나 5년이 지난 현시점에는 이 격차가 5배로 늘어났다. (그림 4) 만약 B사가 이러한 추세를 새로운 일반영업 식별고객 유입 및 유지 전략의 ‘공격적’ 도입을 통해 빠르게 끊어내지 못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양사 간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객상태표 및 고객손익계산서 관련 지표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A사와 B사의 특별영업 및 제휴/파트너십 식별고객 수의 증가율을 살펴보면 A사의 경우 각각 13.7%와 5.9%, B사의 경우 각각 10.7%, -49.1%이었다. (그림 3) [그림 4]의 시각 자료를 함께 참조하면 양사 간 특별영업을 통한 식별고객 증가율은 어느 정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물론 이 경우에도 B사의 특별영업 식별고객 유출 비중이 상태적으로 더욱 크다.) 그런데 제휴/파트너십을 통한 식별고객 수 증가율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A사의 경우 지난 5년간 제휴/파트너십 식별고객 수를 24만5000명 언저리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반면 B사의 경우 해마다 지속적인 유출이 발생해 그 수가 계속 줄어들었다. 이는 A사의 경우 안정적인 제휴 마케팅 및 파트너십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B사의 경우 제휴/파트너십을 통한 식별고객 유입 전략에 실패했거나 의도적으로 그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 특별영업이나 제휴/파트너십에 비해 고객의 순수한 구매 니즈에 의한 자발적 구매 활동을 담보하는 일반영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이 더 오래 잔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영업을 통한 고객 유입 비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전체 식별고객의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후발 주자나 언더독(Underdog) 경쟁 업체의 경우 여러 경로로 고객 유치를 시도하는 게 당연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영업이나 제휴/파트너십을 통해 새롭게 확보한 식별고객의 이탈을 방지해 이들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이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안정된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 마련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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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림 4]의 양사 간 영업 방식에 따른 식별고객 비율 지표를 비교하면 일반영업 식별고객의 경우 A사 43.6%, B사 40.3%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나 특별영업 식별고객의 경우 B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A사 30.4%, B사 53.5%), 제휴/파트너십 식별고객의 경우 A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A사 25.9%, B사 6.2%). A사의 경우 영업 방식에 따른 식별고객 비중을 균형감 있고 안정적으로 유지해 탄탄한 고객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나 B사의 경우 특별영업으로부터 확보한 식별고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차기에는 이 식별고객군에 대한 성공적인 유지 전략 마련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가장 안정적인 고객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일반영업 식별고객의 수를 대폭 확충해 그 비중을 늘림으로써 미래의 고객흐름표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제표를 구성하는 각종 세부 지표의 전반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 실제 적용할 때의 고려 사항

A사와 B사의 고객흐름표 활용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객흐름표상의 정보는 식별고객 증감의 원천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을 가진다. 따라서 고객흐름표 작성을 위해 활용되는 각종 세부 지표는 고객상태표나 고객손익계산서상의 식별고객에 대한 평가지표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고 나아가 재무제표의 현금흐름표나 손익계산서, 고객변동표 작성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고객흐름표를 성공적으로 기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고객을 영업 방식에 따라 구분할 때 제휴/파트너십을 통한 고객 영입은 이견의 여지가 크지 않지만 일반영업과 특별영업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가령 소비재 기업의 통상적인 세일 기간도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영업으로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영업과 특별영업을 명확하게 가르기 위한 업종별 혹은 기업별 내부 협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반복적이지 않은 이벤트성 할인이나 밀어내기 행사 기간 동안 유입된 고객은 특별영업으로, 정기적인 세일 기간 동안 유입된 고객은 일반영업으로 판단한다는 등의 분명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영업 방식에 의한 고객흐름을 정확한 수치로 측정하기 위해선 고객 마스터 정보에 ‘유입 방식에 의한 식별 코드’가 부여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에서 이런 전제가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다. CRM이나 디지털 마케팅 기반이 우수한 기업의 경우 고객 유입 식별 코드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도 상당히 많다. 따라서 일반, 특별, 제휴/파트너십의 구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데이터상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지금이라도 채널 구분 코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객흐름표가 반드시 영업 방식을 기준으로 작성될 필요는 없다. 업종에 따라 일반, 특별, 제휴/파트너십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다른 방식으로 고객 유입의 원천을 구분해 파악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가령 영업 방식 대신 영업 채널(직영매장, 대리점, 온라인 자사 몰, 온라인 종합 쇼핑몰 등)이나 영업 지역(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제주 등) 등의 유형으로 고객흐름표를 작성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흐름표와 같은 동적 고객제표의 경우 일회성 평가보다는 장기에 걸친 주기적인 평가와 모니터링을 통한 시계열적 변화 패턴의 추적이 더욱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수년에 걸쳐 축적된 고객흐름표를 활용한다면 고객 유형별 가치 변화의 원천을 파악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문제나 함의를 찾아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의 고객흐름 또한 쉽게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도출된 인사이트는 향후 기업의 적절한 대책이나 전략 마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흐름표에서 일반영업을 통한 식별고객의 흐름이 해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패턴이 포착된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모든 고객은 똑같지 않다

다시 서두에서 살펴본 대학 사례로 돌아가 보자. 왜 정시보다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의 이탈률이 낮을까? 수시 전형 입학생의 경우 본인의 ‘자발적’인 니즈에 의해 적어도 2~3년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에 학교와 학과에 대한 애착이 강하게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애초부터 대학과의 관계가 ‘대학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학생이 아쉬워서’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다시 기업과 고객의 관계로 확장해보자. 일반영업을 통해 새롭게 유입된 고객의 경우 본인의 순수한 구매 니즈에 의한 자발적 활동을 통해 첫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기업이 아쉬워서’ 고객을 찾아 관계가 형성된 특별영업이나 제휴/파트너십으로 유입된 고객보다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반대로 특별영업이나 제휴/파트너십을 통해 유입된 고객의 경우 기업이 내놓은 일시적인 유혹에 넘어가 단기적 혹은 일회성으로 유입된 체리 피커(Cherry Picker)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총식별고객 수가 비슷하고 증가하는 속도도 비슷한 두 경쟁 기업이 있을 때 고객흐름표를 살펴본다면 조금 더 탄탄한 고객 구조를 가진 기업을 식별할 수 있다. 즉, 일반영업을 통한 고객 흐름의 진화 패턴이 양호하고,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기업이 더욱 탄탄한 고객 기반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반영업을 통한 고객 유입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특별영업과 제휴/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 뒤 그 고객들을 안정적 고객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적절한 이탈 방지 및 고객 유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1 잘 짜인 보상 체계, 멤버십 서비스, 이탈 방지 전략 등의 체계적 적용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고객은 똑같지 않다(All customers are not created equal)’라는 CRM에서의 오래된 격언을 되돌아볼 때다.
  • 양성병 | 경희대 경영학과 &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필자는 경희대 연구부처장 겸 경영학과,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CRM·디지털마케팅협회의 학술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5년 이상 다양한 업종의 CRM 관련 프로젝트, 교육, 강의 등을 수행해오고 있으며 MIS Quarterly,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등 저명 국제 학술지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CRM, 온라인 고객 리뷰 분석,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전자상거래, 스마트 관광 등이다. 고객제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sbya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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