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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 : 팝업스토어 의미와 새 트렌드

기업-제품 경계 없앤 ‘융합 팝업’이 대세

조명광 | 387호 (2024년 2월 Issue 2)
팝업스토어의 시초는 미국의 대형 할인 매장 타깃(Target)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깃이 뉴욕에 신규 매장을 오픈하려 했으나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임시 매장을 연 것이 호응을 얻으면서 다른 기업들이 벤치마킹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팝업스토어 형태로 굳어졌다는 속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팝업스토어의 시초라 불릴 만한 것이 있다. 바로 5일장이다. 5일장은 과거 상설 시장이 의미가 없던 시절에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판매 형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독일, 스위스 등에도 3일장, 5일장, 주말장이 아직 남아 있다. 이처럼 비정기적인 유통망을 구성하고 시장 상인들이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는 자발적 재래시장들은 팝업스토어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백화점과 대형 마트 역시 기존 매장 밖에 임시 매장을 열며 일종의 팝업스토어를 선제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백화점은 거의 모든 층에 이벤트홀을 마련해 일부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주기적으로 열고, MD 개편을 앞두고 일부 브랜드가 빠지면 그 자리를 대신할 브랜드를 일정 기간 입점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팝업스토어는 리테일의 역할을 일시적으로 확장하거나 오프라인 상설 매장이 지닌 한계를 넘어 매장이 진출하지 않은 지역에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브랜딩 팝업스토어는 리테일의 고유 기능인 판매나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한 장치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거나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전달하기도 한다.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팝업스토어 열풍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재 팝업스토어의 새로운 트렌드와 흥행을 위한 전략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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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흥행 전략

1. 약점 보완하는 ‘컬래버레이션 팝업스토어’

‘블러 이코노미(Blur Economy) 시대’라 불릴 만큼 산업과 콘텐츠 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면서 브랜드 간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컬레버레이션 팝업스토어가 늘고 있다. 2022년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열린 이색 팝업스토어 ‘도깨비 만두바’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와 국내 수제맥주 기업 제주맥주가 의기투합해 만든 팝업스토어로 각자의 영역에서 가진 영향력으로도 충분히 팝업스토어를 기획, 운영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만두와 맥주의 만남이라는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더 강렬한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우수성과 맛을 더욱 대중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CJ제일제당과 맥주 업계의 신예로서 취향과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부족한 제주맥주가 만나 서로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낸 것이다. 화려한 형광 초록색 네온사인 조명과 김치맥주, 고수만두, 민트초코 소스 등 퓨전 메뉴까지. 도깨비 만두바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CJ제일제당이 ‘미쉐린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에 2018년부터 6년 연속 선정된 한식당 ‘옥동식’과 함께 팝업스토어 ‘곰탕 브루어리 비비고 테이블’을 여는 등 기존 제품의 새로운 브랜딩을 시도하려는 기업들이 컬레버레이션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서로 시너지를 낼 만한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 특히 각 브랜드의 정체성이 묻히지 않으면서도 두 조합의 독특함과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일례로 대한제분의 곰표는 맥주, 팝콘 등 다양한 제품군과의 협업으로 컬래버레이션의 대명사가 된 브랜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곰표처럼 컬래버레이션 파트너 브랜드의 인지도와 이미지가 강하면 같이 합을 맞추는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잘 각인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브랜드 인지도가 강한 곳과 컬래버레이션할 때는 앞서 설명한 CJ제일제당과 제주맥주 사례처럼 두 회사의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도깨비 만두바’라는 아예 새로운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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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성, 취향 자극하는 ‘팬덤 팝업스토어’


‘단 한 명의 진정한 팬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상품의 기능과 효익으로 판매하던 시절에는 타사 제품과의 차별점이 중요했다. 과거에는 기능, 디자인 등에서 색다른 차별성으로 소비자에게 소구했다면 이제는 모든 상품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제품 본연의 기능과 효용성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이유로 기업과 브랜드가 최근 들어 더욱 정성을 들이는 영역이 바로 ‘팬덤’이다. 일반 소비자보다 아이돌 팬과 같은 소비자가 자사 상품이나 브랜드의 팬이 돼 일명 ‘브랜드 전도사’가 되는 현상이 흔해졌다. 이를 활용해 기업들은 팬덤 마케팅, 커뮤니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팬덤은 일반적으로 논리보다는 감성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마케팅 기법으로는 역부족이다. 특정 대상의 팬덤이 된다는 것은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가 자신의 취향과 성격에 잘 맞아야 하고, 또 팬들이 모여 팬덤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일례로 더현대서울은 제로베이스원, 스트레이키즈 등 아이돌과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통해 팬덤을 적극 유입시키는 동시에 전시형 팝업스토어가 아닌 관련 굿즈를 공격적으로 파는 판매형 팝업스토어로 매출을 견인했다. 실제로 역대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매출 1∼3위를 아이돌그룹 제로베이스원(13.5억 원), 웹툰 캐릭터 빵빵이(12.8억 원),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9.8억 원)가 각각 차지할 만큼 팬덤을 가진 콘텐츠는 흥행하는 팝업스토어의 공통 요인으로 꼽힌다.

팬덤을 하루아침에 끌어모으긴 쉽지 않지만 중소 브랜드(SME, Small and Medium Enterprise)라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취향의 시대인 만큼 많은 SME가 개성을 담은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고 충성도 높은 일부 소비자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대형 브랜드만 팬덤이나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팝업스토어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SJ그룹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오픈한 복합문화 공간 LCDC(LE CONTE DES CONTES) 2층에는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이 있다. LCDC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한다. 오픈 당시부터 철저하게 취향 중심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LCDC에는 주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팬덤을 기반으로 대중적으로 확장해가는 중소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가 입점하고 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가진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반려 식물 브랜드 ‘선데이플래닛47’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만의 취향과 감성, 소규모라도 진성 팬덤을 가진 브랜드라면 LCDC 등 브랜드와 결이 맞는 복합문화공간을 공략해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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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황에는 ‘판매 연계형 팝업스토어’

최근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 중심의 브랜딩 팝업스토어가 앞으로도 주를 이룰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불경기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팬데믹 시기 호황세였던 일부 업종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팝업스토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 경험과 긍정적 여정을 설계하면서도 신상품이나 한정판 상품 등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열게끔 유도하는 팝업스토어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기존 팝업스토어의 임대료와 운영비가 매몰비용으로서 그 효과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웠다면 이제는 바로 옆에 상설 매장을 두고 팝업스토어의 테마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성과를 측정하는 판매형 팝업스토어로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여성 가방 브랜드 ‘스탠드 오일’과 ‘마르한 제이’는 성수동에 위치한 건물 1층에 팝업스토어를 조성해 지속적인 고객 유입을 유도하고 2층에는 상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과 판매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재고 떨이형 팝업스토어도 등장했다. 일반 상설 매장에서 재고와 시즌 상품들을 함께 비치하면 판매 혼선을 일으킬 수 있고 새로운 시즌과 어울리는 연출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즌 상품이나 지난 시즌 재고들을 한꺼번에 모아 재밌는 이벤트나 연출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면 기존의 재고 소진 방식보다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B급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떠리몰은 ‘떠리팝업스토어’를 열어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 스크래치 상품, 과다 재고 상품 등 70종류의 제품을 판매했다. 이처럼 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업이 판매 연계형 팝업스토어로 불황형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라지만 비즈니스 실험을 위한 테스트베드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만나는 최접점으로써 오프라인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유연하게 변화를 시도하면서 브랜드만의 취향과 개성을 듬뿍 담을 수 있는 팝업스토어의 가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 조명광 | 디트리스 대표

    필자는 ㈜디트리스, ㈜코네이스 대표로 삼성카드 프리미엄 마케팅팀/브랜드팀,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신세계백화점 CRM팀 등을 거쳐 24년여간 마케팅 현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브랜딩 관련 컨설팅, 강의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가톨릭대 융복합전공 겸임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저서로 『21일 마케팅』 『호모마케터스』 『마케팅 무작정 따라하기』 『잘 팔리는 팝업스토어의 19가지 법칙』이 있다.
    mike@dttre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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