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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높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혈당-수면 관리, 소변 검사까지 집에서”
헬스케어 시장, AI 업고 똑똑해졌네

정규환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CES 2024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시는 크게 1) 접근성 향상 2) 개인화 3) 지능화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먼저 보험사 엘레반스헬스의 게일 부드로 CEO가 기조연설에서부터 강조한 것도 의료 접근성 향상의 비전이었고 실제 전시에서도 심미성을 개선하거나 이용자의 거부감을 낮춘 의료 보조기기, 집 안에서도 사용하기 쉬운 홈케어 기기가 다수 등장했다. 다음으로 암이나 치매 등 중증 질환 치료에 국한돼 있던 헬스케어 서비스 대상이 만성질환 관리부터 수면, 휴식, 영양 관리 등으로 확산되면서 ‘개인화’를 위한 슬립테크, 에이지테크 등의 발전상도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솔루션이 더 똑똑해지는 ‘지능화’의 흐름이 나타났다. 아직 생성형 AI가 헬스케어에 접목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는 카메라 비전 및 사운드 기반 AI부터 여러 기능을 통합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만능 기기까지 의료 솔루션의 진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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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고령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의 틈새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가전 및 IT 전시회 CES는 이런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였다. 헬스케어 업계에 정통한 미디어 종사자들이 참여한 ‘헬스케어 분야 AI의 미래(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Health)’ 패널 세션에서도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예를 들어, AI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집단의 헬스케어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한 패널의 예측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앞으로 모든 헬스케어 회사가 기본적으로는 AI를 이용해 어떤 형태로든 조직 내 업무 과중, 즉 번아웃을 해결하는 회사가 될 것이란 주장도 흥미로웠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에 걸쳐 웨어러블 기기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동시에 웨어러블 없이도 컴퓨터 비전이나 사운드 기반의 AI를 이용해 쉽게 접근 가능한 솔루션들을 제공하려 시도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큰 흐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은 헬스케어 서비스의 주요 타깃이 암이나 치매 같은 중증 질환에서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변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세션에서 언급된 흐름은 필자가 실제 CES 2024 전시장에서 목격한 모습과 상당 부분 일치하기도 했다. 사실 CES에서 헬스케어 산업이 중요하게 다뤄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폰과 각종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고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자 CES 2022에서 연속혈당측정기로 유명한 미국 애보트(Abbott)사의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선 게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이렇게 2022년 헬스케어 기업이 최초로 기조연설을 하고, 2023년 디지털 헬스가 혁신상 시상 카테고리에 새로 편입되면서 헬스케어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 그리고 CES 2024에서는 디지털 헬스 관련 전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고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이렇게 LVCC 노스홀을 중심으로 진행된 올해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시는 크게 1) 접근성 향상 2) 개인화 3) 지능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CES 현장에서 엿본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를 되짚어보자.


접근성: 모두의 일상에 녹아드는 의료 경험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CES 2024에서 많이 언급된 화두 중 하나는 ‘의료 접근성 향상’이었다. 우선 기조 세션 좌장으로 나선 보험사 엘레반스헬스(Elevance Health)의 CEO 게일 부드로는 메디케이드(Medicaid) 가입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 기술이 포함된 스마트폰을 보급해 의료 접근성을 개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의료 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의료진이 이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접근성 향상의 비전을 밝혔다. 그래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인화된 의료 경험 및 건강관리가 가능해지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의료 전달 체계 및 기업 운영의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드로 CEO는 이를 위해 환자, 의료 제공자, 정책 입안자 등 이해관계자 사이의 신뢰 구축과 관련 플랫폼 간 데이터 상호 운용 및 파트너십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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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혼자 점검하는 홈케어 서비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물론 가전 관련 대기업 부스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홈케어’였다. 삼성전자는 자사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일부로 ‘스마트싱스 케어(SmartThings Care)’ 서비스를 시연하면서 집 안에서도 가족들의 건강 상태 모니터링, 병원 예약 및 내원 지원, 의약품 정보 검색 및 복약 알림 등의 통합 관리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스타트업 부스에서는 자가 혈당 관리, 소변 검사, 정액 검사 등 다양한 가정용 의료기기 및 서비스가 간소화돼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이키(iki)는 산도, 요산, 알부민, 칼슘, 마그네슘 등 10가지의 항목을 소변 키트를 통해 편리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가정용 의료기기 개발 기업인 엠비트로가 무통 레이저 채혈과 혈당 측정 기능을 담은 오티브(Ortiv)를, 인트인이 집에서 혼자 간단히 정자의 밀도와 활동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자가 정자 분석 키트인 오뷰(Oview)를 소개했다. 통상적으로 남성들은 병원에 가서 정자 테스트를 받는 것을 꺼리는데 오뷰는 이런 남성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 사생활을 보장받으면서도 난임 진단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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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감 낮추고 더 아름다워진 보조기기

보청기 같은 보조기기 분야에서는 접근성 향상의 수단으로 심미성을 향상시킨 제품도 있었다. 가령 파리에 본사를 둔 이탈리아-프랑스 수직 통합 기업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의 레이밴, 오클리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안경 제조사답게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는 디자인의 보청기 안경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뉘앙스 오디오(nuance audio)라는 보청기 안경은 기능도 기능이지만 보조기기에 대한 거부감을 낮춘 디자인으로 전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보조기기가 아니더라도 웨어러블 전반적으로는 워치, 밴드 형태와 더불어 ‘링’이 한 형태로 안정화돼 가는 모습이 발견됐다. 바늘로 찌르지 않고도 손가락에 딱 맞는 초경량, 초소형 디자인의 반지만 착용하면 당뇨 위험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해 불편을 줄인 링콘(RingConn)이나 제이스타일(J-style)의 스마트링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진행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도 광혈류측정센서(PPG)와 심전도(ECG) 센서가 부착된 ‘갤럭시링(가칭)’의 티저 영상이 공개된 데다 애플도 ‘애플 링’ 혹은 ‘에어 링’으로 불리는 스마트링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관련 시장의 확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개인화: 개인의 수면, 휴식, 영양까지 관리

CES 2024를 관통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또 다른 큰 흐름은 개인화였다. 특히 헬스케어의 무게중심이 질병의 치료와 표준화된 관리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예측 및 예방, 개인화된 관리로 나아가고 있음이 명백하게 느껴졌다. 중증 질환 중심이었던 헬스케어 서비스의 대상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확대되고 나아가 예방을 위한 수면과 휴식, 영양 관리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의 비중도 상당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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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닮은 디지털 트윈의 맞춤형 건강 조언

헬스케어 전시관 입구에 자리한 프랑스 다소시스템(Dassault Systemes)은 디지털 트윈을 오래 연구개발 해온 기업답게 AI를 활용한 버추얼 휴먼 트윈(가상 인간)을 전시했다. 이 회사는 의료 기술의 미래를 다룬 가상 세계에서 개인화된 맞춤형 버추얼 트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줬다. 센서로 심박수 등 건강 정보를 모아 이용자들의 버추얼 트윈을 구현하고,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통해 어떤 음식이나 약 등을 먹어야 하는지 제안했다. 가상의 심장, 뇌, 폐, 눈 등을 디지털 벽에 띄우고 이 ‘디지털 몸’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개인화된 건강관리 조언을 제공하고 가상 임상시험 등과 관련된 서비스를 소개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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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된 수면 가이드 제공하는 슬립테크

이번 CES에서는 슬립테크 제품 증가세가 뚜렷했는데 그중에서도 슬립테크 분야에서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기업 텐마인즈(10minds)의 수면 솔루션 ‘모션슬립(MotionSleep)’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의 스마트 베개 ‘모션필로’와 웨어러블 기기 ‘모션링’은 코골이, 호흡 곤란 증상을 완화하고 수면 데이터 분석 앱을 통해 개인화된 수면 가이드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었다. 마찬가지로 유사한 수면테크 솔루션을 개발하는 중국 기업 드루치(DeRUCCI)는 23개 센서로 구성돼 사용자의 위치, 체온, 심박수 등의 변화를 추적하는 스마트 매트리스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미국 기업 레젯(rezet)의 지능형 회복 매트리스 토퍼는 탄도심전도검사(BCG) 기반의 수면 질 측정 기술이 포함돼 있어 이용자가 잠을 자는 동안 척추의 정렬을 도와주고 8개의 내부 챔버를 통해 정밀한 자세 교정을 해주는 기능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기업인 세라젬은 올해 처음 CES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330㎡(약100평)이 넘는 공간을 확보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자회사인 세라젬 클리니컬이 마스터 메디컬 베드를 통해 슬립테크 분야로의 본격적인 진출을 알리기도 했다. 세라젬은 매트리스에 척추 의료기기 마사지 모듈을 탑재했고, 모션 프레임에 사지 압박순환 장치와 LED 도자 등을 모듈형으로 추가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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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화: 더 똑똑하고 진보한 의료 솔루션

얼굴과 음성 인식하는 비전 및 사운드 AI

앞서 언급했듯이 AI를 이용해 웨어러블 없이도 카메라 비전이나 사운드 기반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증가하는 추이도 확인됐다. 뉴라로직스(Nuralogix)는 경피 광학 이미징(TOI, Transdermal Optical Imaging)과 AI 기술을 이용해 30초 안에 100가지 이상의 건강 지표를 예측해주는 매직 미러 아누라(Anura)를 선보여 거울 앞에서 건강 진단을 받으려는 참여자들의 긴 대기 행렬을 낳기도 했다. 이런 제품들은 웨어러블의 착용이나 충전 등 관리의 불편함을 줄였다는 점을 이전 서비스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비전 AI를 활용한 사례로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측정, 분석하는 AI 푸드 스캐너를 활용해 식단 관리를 돕고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테크 기업 누비랩과 시니어들의 낙상 등을 모니터링하는 카미 비전(Kami Vision)이, 사운드 기반 AI 솔루션으로는 기침음, 호흡음, 성음 등 소리를 듣고 호흡기 건강을 종합 분석해 관리해주는 웨이센의 웨이메드 코프 등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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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만능 통합 기기

프랑스의 가정용 의료기기 기업인 위딩스(Withtings)는 단일 기기에 온도계, 심전도, 산소 농도계, 청진기와 관련된 센서를 모두 통합한 스틱형 기기 ‘빔오(BeamO)’를 선보였다. 하나의 기기만 사용해도 체온, 심박수, 심음 및 폐음, 산소포화도 등의 다양한 건강 지표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의 애보트도 체내 삽입형 이중 챔버 무전극 심박동기 시스템인 AVEIR를 선보였는데 이 기기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심박동기 대비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하고 훨씬 적은 전력을 소모한다는 점이었다. 이 기술은 심박과 심실에 이식된 두 심박 조율기가 직접 통신하며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심장박동을 조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AI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는

올해 CES에서는 AI와 디지털 헬스케어의 결합이 그 어느 때보다 넓고 깊숙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드웨어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수단이자 헬스케어를 전달하는 기기로서 더 저렴해지고, 편리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었다. 특히 여러 기능이 단일 기기에 통합돼 만능 형태로 진화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아울러 소프트웨어는 수집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인화된 서비스와 예측 기반의 예방을 고도화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AI를 활용한 접근성 향상, 개인화, 지능화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올해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초거대 언어 모델 및 생성형 AI와 관련된 기술이 헬스케어에 접목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는데 내년부터는 이런 사례도 등장하면서 접근성과 사용성에 더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한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에이지테크(AgeTech) 분야의 성장이 더 가팔라질 것임은 명백해지고 있다. 이번에도 전미은퇴자협회(AARP) 참여 기업들의 전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0개의 스타트업과 협력해 ‘삼성 헬스 하우스’를 설치하고 집 안 곳곳에 스마트 기기를 접목한 제품과 다양한 간병 및 건강관리 솔루션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초고령 사회 진입이 가속화될수록 건강과 외모를 신경 쓰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한 의료 수요와 간병 부담을 해결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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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주소에도 불구하고 CES의 특성상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우선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초거대 언어 모델 및 생성형 AI와 관련된 기술이 헬스케어에 접목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는데 현재 다양한 실험과 연구개발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CES에서는 더욱 많은 사례를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편 AI와 같은 최신 기술의 활발한 도입의 이면에 충분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하는 제품도 다수 목격이 됐다. 객관적인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하는 의료 분야의 전시회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헬스케어 제품은 인체와 매우 밀접하게 사용되고 있고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면서 기대 이하의 효과를 나타낸다면 관련 분야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소개되는 제품들이 기술 그 자체의 혁신성과 더불어 과학적, 임상적 근거를 갖춘 제품들이 늘어나 많은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가 소개되는 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 정규환 |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정규환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는 2015년 딥러닝 기반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뷰노’를 공동 창업하고 CTO를 지내며 연구개발을 총괄했다. 포항공대에서 산업경영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SK텔레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등에서 빅데이터 및 AI 관련 연구 개발을 담당했다.
    kyuhwan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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