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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이 아그라왈: AI,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의 틀을 깨나

AI는 선발 주자에 모든 권한 집중시켜
고객 ‘피드백 선순환’ 빼앗기면 추격 어려워

김윤진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AI의 발전으로 ‘예측’의 비용이 급감하면서 운전, 질병 진단 등 그동안 예측의 문제가 아닌 것들까지 모두 예측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예측 정확도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먼저 사용자 데이터를 선점하고,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정확도를 높여 더 많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기업만이 AI 시대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 AI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한 번 이 ‘피드백 순환 고리(feedback loop)’가 시작되는 순간 그 어떤 경쟁사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방관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AI 전략을 도입해야 하며 예측 업무의 일부만 AI로 대체하고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하는 1차선(Lane 1)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2차선(Lane 2) 방식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제이 아그라왈 토론토대 로트만 경영대학원 교수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기업가정신 및 혁신 부문 의장으로 AI와 혁신 전문가다. AI 기술이 지닌 파괴적 경제학이 어떻게 오랜 업무 방식을 깨고 새로운 작업 방식을 생성하는지 등을 조명한 베스트셀러 『힘과 예측(Power and Prediction: The Disruptiv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과 『예측 기계(Prediction Machines: The Simpl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의 저자이며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 학술지와 경영 전문지에 챗GPT와 AI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꾸는지에 대한 다수의 글을 기고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창조적 파괴 랩(Creative Destruction Lab)’을 설립해 2012년부터 200개가 넘는 신생 기업을 육성했으며 글로벌 창업 프로그램 넥스트36(Next 36)과 넥스트AI(Next AI)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MIT(매사추세츠공대)가 2017년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 중 하나로 언급한 인공지능 및 로보틱스 회사 킨드레드 AI(Kindred AI)를 창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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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챗GPT를 써보거나 AI 언어 모델을 써본 사람이 있는지 먼저 질문하고 싶다. (청중 가운데 손드는 모습을 확인한 뒤) 거의 대다수가 사용한 적이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이 언어 모델을 여러분의 업무에 직접 구체적으로 적용한 사람이 있는지도 질문하고 싶다. 이번에는 3분의 1만 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여러분이 몸담은 조직에서 AI 전략을 분명하게 설정한 곳이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몇 명뿐이다. 지금부터 이 마지막 질문과 관련된 AI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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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앞서 ‘예측’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AI는 계산을 통해 예측을 한다. 그리고 이 예측 능력은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컴퓨터공학자는 어떻게 이 기술이 발전했는지 신경망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에는 이 사진(그림 1)밖에 없다. 수직 축은 예측의 비용이다. 경제학자라면 AI 같은 신기술을 볼 때 투입의 원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데 주목할 것이다. 어떤 기술이든 경제학자가 던지는 질문은 한결같다. “이것으로 원가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반도체의 경우 “계산의 원가를 낮추는가?”를, 인터넷의 경우 “검색의 원가를 낮추는가?”를 물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AI는 예측의 원가를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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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의 비용을 낮추는 AI

왜 이게 중요할까? 경제학원론을 활용해 이야기해보겠다. 무언가의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그것을 더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예측의 가격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예측을 더 많이 한다. 예측이란 곧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25년간 누적된 매출 혹은 판매량이라면 내년 3분기나 4분기에 나올 매출이나 판매량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데이터다. 따라서 후자는 예측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픽셀로 돼 있는 의학 영상이라면 종양이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데이터이니 예측의 문제다. 이렇게 예측의 양과 질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자연히 예측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은행의 행장과 병원의 원장이라면 당연히 AI를 사용해 예측을 하려 할 것이다. 물론 AI의 발전 이전에도 금융 거래 사기 탐지, 자금 세탁 방지 등을 위해 이런 예측 애널리틱스는 존재했다. AI의 부상으로 바뀐 것은 이 예측의 가격이 싸지면서 예측 애널리틱스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AI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과거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예측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가령 약 3~5년 전만 하더라도 운전이 예측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날 운전은 예측의 문제다. 자동차 운전석에 사람을 놓고 옆자리 조수석에 AI를 놓은 뒤 사람에게 운전을 시킨다고 상상해 봐라. 운전하다 보면 데이터가 생기고, 사람은 눈과 귀, 원시적인 뇌를 사용해 이 데이터를 처리한다. 좌회전, 우회전, 브레이크 밟기, 액셀 밟기 등 작은 범위 안에서 행동한다. 그렇다면 AI의 경우는 어떨까. AI도 그동안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센서 등을 통해 더 많은 자동차 주변 데이터를 취득할 것이다. 이 데이터가 AI에 전달되면 AI는 인간이 1초 뒤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1초 뒤 인간이 좌회전, 우회전 등 행동을 하면 AI는 즉각적으로 예측이 정확했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예측이 정확하면 원래 모델을 강화할 것이고, 아니면 모델을 수정할 것이다.

이렇듯 사람이 운전하는 동안 옆에 있는 AI는 학습을 하면서 모델을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많은 실수를 하고, 통계학적 신뢰 구간이 넒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예측이 정확해지면서 신뢰 구간이 좁아지고 오류는 줄어들 것이다. 운전자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금방 알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 예측 기계를 액추에이터(actuator, 에너지를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구동장치)로 바꾸면 AI가 직접 운전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가 운전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과거에는 예측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던 운전 등이 AI의 발전으로 예측의 문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번역도 하나의 예다.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술에는 많은 규칙이 있을 것이고, 예외에 해당하는 불규칙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는 이런 규칙을 배우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번역이 된 문서를 주고 영어와 한국어의 짝을 수십만 개 지어주면 AI는 이 사례를 학습해 예측을 한다. 영어로 나온 문장을 보고 한국어 문장으로 어떻게 바꿔야 할지 예측하는 것이다. 이처럼 예측의 비용이 줄어들수록 AI는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예측의 영역으로 끌어올 것이다.

오늘은 2023년 12월 6일이다. 불과 1년 전인 2022년 12월 6일에만 해도 사람들은 언어 문제를 예측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구글의 ‘바드’나 오픈AI의 ‘챗GPT’ 같은 언어 모델들이 통계를 가지고 예측을 한다. 이 언어 모델들은 따로 시험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법학 전문 시험인 LSAT이나 대수, 미적분 등 표준화된 시험 등에서 상당한 성적을 거둔다. 지난해 11월 챗GPT의 성적을 보면 시험에 따라 상위 10% 학생의 점수와 비슷한 경우도, 상위 60%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5개월 정도 지나 GPT4를 장착한 챗GPT가 시험을 치렀더니 거의 모든 표준 시험에서 상위 10% 학생을 능가하는 점수가 나왔다. 이처럼 GPT5, 6가 나오면 모든 시험에서 언어 모델이 인간을 능가하는 시기가 올지 모른다.

이 모든 모델은 기계 학습의 결과다. 2011년 처음 토론토대에서 기계 학습 연산을 할 때만 해도 계산 용량이 모델에 엄청나게 들어가며 비선형적으로 계속 늘어났다. 그런데 2020년 이후 딥러닝의 출현으로 돌파구가 생겼고, 투자 대비 성과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투자도 늘어났다. 이렇게 자세하게 배경 설명을 하는 이유는 기계 학습이 누적돼 가다가 갑자기 폭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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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내 동료 중 한 명인 토론토대 박사과정 학생 일리야 수츠케버를 연구팀장으로 영입한 이후 일리야가 오픈AI를 창업했다. 그로부터 3년가량 지난 2018년, 그는 처음으로 내게 언어 모델 GPT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때 당시 파라미터 수, 즉 모델의 크기와 요구되는 컴퓨터 용량은 1억 개 수준이었다. 그때만 해도 실수투성이였다. 2019년 두 번째 모델을 봤을 때도 일부 개선이 있긴 했지만 실수는 여전히 꽤 많았다. 그러고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는 등 굉장히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그때 일리야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에 갔더니 오픈AI는 기껏해야 일론 머스크 자택 건물의 1층 공간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큰 투자를 받은 것에 비해 규모가 작았고, 나머지 층은 일론 머스크의 다른 회사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리야에게 물어봤더니 투자금을 가지고 언어 모델을 ‘아주 크게’ 확장하는 데 베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2020년 나온 세 번째 모델이 바로 파라미터 1750억 개의 GPT-3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픈AI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였고, 이 컴퓨터 연산을 가능케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J커브를 그리는 파라미터 개수의 변화만 봐도 얼마나 모델이 한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다음 파도가 올 것이다.


거대 언어 모델(LLM)에서 거대 행동 모델(LBM)로


다음 파도는 바로 거대 행동 모델이 될 것이다. 챗GPT는 아직까지 모두 디지털 세계에서만 사용이 되고 있다. 즉, 컴퓨터 안에서만 사용되고 있을 뿐 아직 컴퓨터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런데 행동 모델로 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챗GPT 같은 LLM(Large Language Model, 거대 언어 모델)이 아니라 LBM(Large Behavior Model, 거대 행동 모델)이 나오면 이제는 AI가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도요타의 연구 전담 회사 TRI(Toyota Research Institute)는 최근 한 인터뷰 기사에서 지금까지 60개 기술을 로봇에게 가르쳤지만 2023년 말까지 100개, 2024년 말까지는 1000개의 기술을 학습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하급수적인 J커브를 떠올려보면 이 행동 모델의 발전 속도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행동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여러분이 하는 일을 떠올려보자. 직업이 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수행하는 작업을 적다 보면 수만 개, 수십만 개에 달할 정도로 굉장히 긴 할 일 목록이 나올 것이다. 로봇을 훈련시켜서 이 모든 작업을 수행하게 만들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복잡한 문장도 아주 작은 조각과 조각으로 쪼개면 명사와 동사 두 개로 나뉜다. 그리고 시부터 성경책까지 어떤 영어도 결국 쪼개면 26개 알파벳과 마침표 등 문장 부호로 이뤄진 30개 정도 글자의 반복이다. 사람들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어떤 업무든지 더 작은 단위의 일로 나뉠 수 있으며, 작업별로 이 일의 순서만 바뀔 뿐이다. AI의 역할은 어떤 일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조합해야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로봇에 박스를 열어 선반에 올리라는 요청을 하면 AI는 이 문장을 동사와 명사로 쪼갠 뒤 어떤 순서대로 일을 조합해야 작업을 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게 된다.

이번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펴보자. 휴머노이드 로봇은 굉장히 섬세한 손과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하는 일의 95%를 손으로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손을 제외한 나머지 몸이 아니라 다음 업무를 예측할 수 있는 ‘머리’다. 거대 행동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월가에서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는데 이들이 로봇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바로 ‘경제성’ 때문이었다. 이들은 인건비는 높아지고 로봇을 사용하는 비용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데 주목했다. 카메라 등 부품 원가가 모두 떨어지면서 로봇이 경제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과거 이 로봇에 딱 하나 빠져 있던 게 컨트롤 시스템인 ‘뇌’였다. 그런데 거대 행동 모델이 등장하면서 이 마지막 퍼즐 조각까지 맞춰졌다. ‘뇌’를 장착한 로봇이 작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카테고리의 리더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옵티머스는 극단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사람들은 그 결과를 이해하지 못한다. 옵티머스 같은 로봇의 수요는 200억 개 정도로 자동차 대수보다 더 많다. 테슬라의 장기적인 가치 대부분은 옵티머스일 것이고, 자동차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달 전 중국 정부도 자체 계획을 발표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산업 정책 리스트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2025년까지 완성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손과 팔, 발을 만들고 2025년까지 인지 시스템인 뇌를 추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뇌가 바로 거대 행동 모델을 가리킨다. 이 행동 모델을 바탕으로 인지 능력을 심으면 로봇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델은 또한 멀티모달(multimodal)한 AI다. 스프레드시트뿐 아니라 사진, 영상, 열화상 카메라 데이터 등을 한꺼번에 집계해 예측함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AI를 기업에 적용하는 두 가지 방식: 1차선과 2차선

기업이 AI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1차선(Lane 1)이고, 두 번째는 2차선(Lane 2)이다. 1차선은 단기 전략, 2차선은 장기 전략을 가리킨다. 1차선은 기존에 비즈니스를 운영하던 시스템에서 예측과 관련된 프로세스를 하나 빼고 거기에 새로운 AI를 집어넣는 전략을 말한다. 이때 나머지 시스템은 모두 그대로 유지한다. 즉, 시스템은 그대로 남아 있고 마치 수술을 하듯이 그중 일부 프로세스만 도려내 AI로 바꾼다고 보면 된다. 2차선은 전체 시스템을 모두 바꾸는 전략이다.

캐나다에는 많은 대형 은행이 있는데 모두 빠르게 부정거래 탐지나 자금 세탁 방지 등에 AI를 도입했다. 다만 이때 1차선 방식을 택했다. 과거에도 부정거래를 탐지하는 다양한 분석 도구가 있었는데 이 중 예측 정확도가 좋지 않았던 도구들을 제거하고 AI로 교체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나머지 시스템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통 기업들이 처음 AI 전략을 시작할 때 1차선 방식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AI를 구축하기가 얼마나 용이한지, 즉 실현 가능성(feasibility)과 구축했을 때의 경제적 영향력(Impact)을 비교해보고 사업부별 손익을 따져본다. 이렇게 AI가 얼마나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는지 등을 고려했을 때 가장 구축하기 쉬우면서도 가장 경제적 영향력이 큰 사업을 선정해 1차선 방식으로 AI를 먼저 도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담보 대출 등이 이런 사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AI 적용 대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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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7년 동안에는 1차선 방식이 자주 보였다면 향후 10년 동안에는 2차선 방식이 큰 진전을 보일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1차선 방식으로 AI를 도입했지만 진정한 변화는 2차선 방식을 통해 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림 2]는 AI가 무엇을 바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진의 예비 택시 기사들은 면허 취득을 위해 지도를 익혀야 한다. 원래는 택시 운전을 하려면 기사가 면허증이 있어야 했다. 런던에서는 택시 면허를 따려면 3년 동안 학교에 다녀야 하는데 첫해에는 항상 지도를 학습하고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지식을 얻는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해 택시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3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제는 런던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도 자동차를 렌트하고 내비게이션 AI를 이용해 3년 동안 학교를 다닌 택시 운전사만큼 길을 잘 찾아다닐 수 있다. 내비게이션 AI가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의 최적 경로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첫 번째로는 ‘포인트 솔루션’이 가능하다. 기존 택시 운전사에게 내비게이션 AI를 주는 것이다. 내 동료가 이 경우에 대해 1년 반 동안 교토에서 연구를 한 결과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 운전기사의 경우 내비게이션 AI가 있을 때 생산성이 7%가량 향상됐고, 노련한 운전기사는 이미 길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AI가 있어 봐야 별다르게 얻는 이점이 없었다고 한다. 이처럼 택시 운영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한 채 포인트 솔루션을 활용해 생산성과 관련된 하나의 AI 도구를 기사에게 제공해봤자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와 대비되는 두 번째 활용법은 ‘시스템 솔루션’이다. 택시 업계의 시스템 차원 솔루션을 제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우버다. 우버는 내비게이션 AI를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했다. 미국에서는 우버가 있기 전 약 20만 명의 사람이 리무진이나 택시 기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버로 인해 이제는 400만 명이 운전기사를 한다. 400만 명이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우버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설비(CAPEX) 투자가 자동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낯선 사람이 집까지 운전해준다고 해놓고 지도를 들고 일일이 길을 찾아니거나 헤맨다고 생각해봐라. 어느 손님도 그 차를 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버는 기존의 숙련된 프로 기사에게 내비게이션 AI를 주는 대신에 이 AI를 활용해 아마추어도 전문 기사처럼 운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체 시스템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물꼬를 텄다. 시스템 차원의 재설계 내지 변혁을 이룬 셈이다. 이렇듯 AI로 인해 앞으로 모든 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불어닥칠 것이고 그중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기업과 사회가 이 장점과 약점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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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시대(The Between Times) 생존 전략

현재 우리는 일종의 전환기에 있다. 한 면을 보면 모두가 다 기술의 위력을 목격했다. 이제 또 한 면에서는 대규모의 양산과 적용이 따라와야 한다. 처음 청중에게 챗GPT를 시도해 본 사람이 있는지 질문했을 때 대부분 손을 들었다. 기술의 힘은 다들 알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세 번째 질문, 조직의 AI 전략을 물었을 때는 거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우리는 바로 이 두 시점의 중간인 ‘낀 시대(The Between Times)’에 있다. 이 시대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모두가 기술의 힘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적용하고 확산시킬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다. 현재 많은 기업은 굉장히 사후 대응적인 전략을 쓰고 있다. 이 예측 기술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바꿔 놓을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는 AI를 전기에 비유한다. 전기의 탄생 이후로 가장 변혁적인 기술이 AI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전력 업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걸 가지고 AI 적용과 관련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전기는 1880년대에 개발됐다. 그런데 20년이 지나고 전기의 영향이 증명됐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3% 이하의 공장만이 전기로 가동이 됐다. 오늘날의 AI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2년 정도다. 지금 한 10년 정도 지났다. 전기가 도입되던 초반에 사람들은 전기를 활용하면 등유 램프로 불을 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등유 값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장주들은 전기가 주는 가치가 등유 가격의 절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작 이 오일 램프 비용을 줄이겠다고 기존 인프라를 바꾸기를 원치 않았다. 대공사를 진행해 전기를 도입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 공장을 짓는 기업들, 그중에서도 도전 정신이 강한 극소수만이 전기라고 하는 새로운 동력원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기가 바꾼 것은 단순히 등유 값이 아니었다. 예전의 전형적인 공장의 모습(그림 3)을 보면 철로 된 샤프트(Shaft, 동력을 전달하는 기계의 축)를 구동하기 위한 설비들이 갖춰져 있었다. 철로 된 샤프트가 돌아가야 바퀴가 돌면서 도르래(Pulley, 홈이 파인 바퀴에 밧줄 등을 걸어 물건을 움직이는 장치)를 잡아당기고 기계에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도전적인 극소수의 기업가들은 전기 도입을 위한 신규 공장을 설계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이 철로 된 샤프트를 더 이상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철 샤프트를 받쳐 주던 두꺼운 목재 기둥도 필요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를 깨닫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경량의 구조물을 짓다 보니 건설 비용이 대폭 줄었다. 목재 자체를 덜 쓰니 공사비가 절감된 것이다. 게다가 기존 공장에서는 철 샤프트가 돌아갈 때 이를 받쳐주는 나무 기둥과의 접촉면에서 마찰이 발생해 에너지 손실이 컸고, 이 접촉면을 줄이기 위해 공장을 수직으로 높게 지어야 했다. 그런데 샤프트가 사라지니 더 이상 수직 공장을 지을 필요 없이 수평 확장이 가능해 졌다. 당시 부지 가격이 쌌기 때문에 건설 비용이 추가로 더 절약됐다. 수평으로 널찍한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의 작업 방식, 즉 워크플로도 더 효율적으로 재배치됐고 생산성이 공장에 따라 많게는 500~600%로 성장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공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에는 기계 고장이 잦았고, 기계 하나에 결함이 생기면 모든 구조물이 연결돼 있어 전체 공장을 멈춰야 했다. 그런데 전기를 사용한 새로운 공장은 이 모든 걸 연결하지 않고 기계마다 전원을 따로 뒀기 때문에 기계 하나가 망가져도 공장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다. 공장이 무한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생산성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어느 누구도 이 모든 변화를 사전에 미리 알기는 어려웠다. 시스템 차원의 완전한 변혁이 일어나 공장 자체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오일 램프 비용 절약만 생각했지 건설비 절감이나 워크플로의 재배치, 중앙화 시스템에서 모듈화 시스템으로의 전환, 멈추지 않는 공장 등의 혜택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전기의 진짜 가치는 ‘기계와 전원의 분리’였다. 기계별로 전원을 연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워크플로 설계에 어마어마한 유연성을 부여한 것이다.

AI도 마찬가지다. AI라고 하면 다들 부정거래 탐지와 하나의 예측 문제만 떠올린다. 하지만 AI가 실현해 줄 수 있는 진짜 가치는 ‘예측과 판단의 분리’다. 의사결정을 할 때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늘 두 가지가 돌아간다. 하나는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판단이다. 그런데 AI가 이 둘을 디커플링함으로써 이제 예측은 기계에 맡기고 사람은 판단만 하면 되는 시대가 왔다. 전기가 등장하고 20년쯤 지나자 기업가들은 이 전기가 가져다주는 시스템 차원의 기회를 깨닫고 앞다퉈 도입을 시작했다. 전기의 도입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금 AI는 1900년대의 전기와 같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AI는 부차적인 주제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업계에서 1차적인 관심 주제로 부상하고 있고 자본이 몰리고 있다. 이런 시스템 차원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안이 긴급하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신기술이 등장하면 기업들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첫 번째는 관망하는 것이다. 기업이 리더가 되는 데는 정말 많은 비용이 들다 보니까 다른 기업이 리더가 되게 놔두고 모든 실수와 시행착오를 먼저 거치게 한 뒤 무언가 검증이 되면 따라가겠다는 게 관망의 전략이다. 두 번째는 주도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맨 먼저 뛰어드는 전략이다. 사실 경영학자들은 그동안 관망 전략을 많이 추천했다. 어떤 걸 개척하는 데는 시행착오의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관망을 하고, 극히 일부만 먼저 달려 나가곤 한다.

하지만 AI는 과거의 어떤 기술과도 다르다. 관망을 하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학습을 하는, 즉 사용하면 할수록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확한 예측을 한다. 그리고 예측이 정확해야 더 많은 사람이 AI를 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써야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온다. 이런 피드백 선순환의 바퀴가 일단 돌아가기 시작하면 경쟁사가 따라가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챗GPT 등장 이전에 미국에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글 검색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 질문하면 약 97%는 손을 들었다. 약 3%만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을 썼다. 사실 구글 검색이나 빙이나 일반적인 검색 기능 자체는 비슷하다. 그런데 구글 검색이 더 정확한 이유는 구글 엔진이 예측을 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와 가장 잘 매칭되는 상위 10개의 웹사이트를 예측하고 사용자가 무엇을 클릭하는지를 바탕으로 다시 학습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7번째로 보여준 웹사이트를 첫 번째로 선택했다면 바로 이를 반영해 순위를 상향 조절하는 식이다. 이렇게 구글은 사용자의 선택지에 따라 모델을 계속 훈련하기 때문에 사실상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 모두가 구글을 위해 일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즉, 검색에 있어 바로바로 피드백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 모델은 구글을 다른 경쟁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다.

간혹 마이크로소프트가 유명한 인재를 영입해서, 혹은 어떤 지식재산권을 따서 구글을 곧 따라잡을 것 같다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나는 항상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수십억 명의 사람이 검색을 통해 구글 모델을 훈련시켜주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선순환의 바퀴가 돌아가면 따라잡는 건 정말 어렵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 중에 누가 승기를 잡을지는 알 수 없다. 일론 머스크는 주행 데이터가 많은 테슬라가 이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훈련하는데 테슬라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르다는 얘기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든 자동차 회사 중 누군가 규제의 한계를 뛰어넘고 레벨5(완전 자율주행)를 구현해 미국 내에서 사람이 운전대에서 손을 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때는 사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가달라고 말만 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주행을 해줄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운전을 하다가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 속도를 줄이려 브레이크를 밟거나 좌회전을 원해 운전대를 잡아준다면 자동차는 그 피드백을 학습할 것이다. 운전자가 자동차를 만질 때마다 자동차에 피드백이 갈 것이다. 원래는 노란색 신호등에서 교차로를 빨리 건너려고 했다면 학습한 뒤에는 우회전을 하거나 멈추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회사에서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고 해보자. 앞서 출시된 자율주행차의 AI가 몇 개월 혹은 몇 년간 학습을 통해 더 운전을 잘하게 됐는데 어느 미국의 운전자가 두 번째로 출시된 AI 자율주행차를 선택할까? 소프트웨어의 한계비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최고의 AI를 도입한다 해서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 구글 검색을 하나 빙 검색을 하나 비용은 큰 차이가 안 난다. 그래서 혹자는 AI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투자 금액을 보면서 AI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잉인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번 강조하자면 AI에 있어서는 1차적 선점 자체가 너무나도 가치가 있다. 앞서 말한 피드백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한 업체가 승기를 잡게 되면 다른 업체가 넘볼 수 없다.

헬스케어도 마찬가지다. 의료 업계에서도 진단은 예측의 문제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면 의사가 어디가 잘못됐는지 진단을 내린다. AI도 체온, X레이 등의 데이터와 환자 문진 데이터를 가지고 훈련하면 예측, 즉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 진단 결과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점점 더 좋아진다. 내가 환자라면 두 번째로 훌륭한 진단 AI를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은 진단 AI를 원하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학습을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AI는 어마어마한 힘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다. 그것이 AI 기술이 독보적이고 특별한 이유이며, 기업들이 이 기술을 긴급하게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DBR mini box I : 김수연 EY 컨설팅 파트너와의 대담

“C레벨, AI 지식보다는 목표 수립 및 소통에 신경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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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이 아그라왈 교수는 EY 컨설팅에서 AI 사업을 총괄하는 김수연 파트너의 진행으로 포럼을 경청한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 파트너와 청중의 질문이 담긴 질의응답 세션을 요약, 소개한다.

김수연 전무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할 수도 있지 않나?

아제이 아그라왈 교수 많은 사람이 데이터에 섞인 잡음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우려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고도 이야기한다. 예측이 잘못된 경우 대체로 입력값이 문제라고 말하기 때문에 데이터 안에서 어떻게 잡음을 뽑아내는지가 중요하다. 보통 AI를 훈련할 때 두 개의 데이터세트를 사용한다. 하나의 환자 데이터를 가지고 AI가 유방암 환자의 특성을 학습해 암을 예측하도록 학습시킨 다음, 새로운 환자 데이터세트를 가지고 그 예측이 정확한지를 검증하는 식이다. 이때 예측이 정확하지 않으면 혹시 해당 데이터에 문제가 있거나 올바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훈련 전후 정확도를 비교하면서 데이터가 얼마나 옳은 정보인지 확인한 다음에 새로운 데이터세트를 훈련하면 결과적으로 예측은 더 정확해진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저출산 시대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혹은 일자리를 너무 많이 빼앗아 사람들을 가난과 빈곤에 빠지게 하지는 않을까?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모든 기술 도입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있고 당연히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법과 제도로 풀어야 한다. 결국은 정책적인 질문으로 귀결될 것이고, 모든 정부는 이 트레이드오프를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인구가 단순히 감소 추세일 뿐만 아니라 은퇴 연령 인구 대비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의 비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계속해서 부족해지고 있다. 어떤 나라들은 이민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모든 나라에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민 역시 단기적인 대책이다. 이민자를 많이 내보내는 저소득 국가의 출산율도 궁극적으로는 떨어질 것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의 양이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결국 이 역할은 기계가 대체해줘야 한다. 셋째, 지금까지 기계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피해를 당하는 특정 계층은 분명히 있다. 가령, 우버를 통해 교통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기존에 3년 학교 과정을 마치는 등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영미권 사람들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나이가 있는 기사들은 다른 일자리를 탐색하거나 교육받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타격이 더 컸다. 모든 혁신은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래도 수많은 업종에 많은 변화와 혜택을 주기 때문에 도입의 여러 측면과 속도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충분한 예측 정확도를 달성하기 어려운 분야, 예를 들어 기업 구매부나 조달 담당 부서가 수행하는 원자재 가격 예측 등의 영역에서 과연 AI 모델이 얼마나 정확해질 수 있을까?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한 분야에서 AI의 예측이 정확해지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의 날씨 예측 정확도도 크게 좋아졌다고 한다. 날씨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최첨단의 컴퓨터를 갖다 놓고 예측을 위해 힘썼던 분야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AI의 날씨 예측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것은 향후 원자재 가격이나 상품 가격 예측의 정확도도 크게 높아질 것임을 의미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렇게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면 기업이 기존에 구축해 놓은 스캐폴딩(scaffolding), 혹은 안전판들이 필요 없어질 수가 있다. 어느 기업이든 불확실성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고 있는데 예측이 정확해지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을 둔 다음 애초에 그 장치를 뒀던 이유를 망각한다. 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공항에 프라다, 구찌 등 럭셔리 매장이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공항에서 계속 비행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진짜 부자들은 애초에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활주로에서 짐을 싣고 개인 전용기에 올라타면 된다. 공항의 대기 시간이 긴 이유는 사람들이 일찍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고, 일찍 도착해야 하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즉, 공항은 불확실성의 상징과도 같은데 사람들은 이 공항의 여러 시설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마찬가지로 창고는 왜 있을까? 불확실성 때문이다. 수요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재고를 보유하고 창고에 임시 저장하는 것이다. 당연히 불확실성이 줄면 창고도 필요 없어진다. 기업이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은 회사의 사명(mission)뿐이다. 예측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무엇을 없애고 시스템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기업이 자신감을 가지고 2차선 방식의 AI 도입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을까? 투자비 회수를 하기까지 AI 이니셔티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잠재적 기회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반복을 많이 해야 한다. 2차선을 향해 가고자 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CEO가 AI 도입과 관련해 대단한 약속을 하거나 헌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CEO의 헌신과 의지가 필요하지만 CEO의 지원 없이도 각 사업부나 직능 부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시스템 재설계가 서서히 주변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 따라서 초기에 저항이 있으면 하나하나 헤쳐 나가다가 나중에 CEO가 최종적인 의지를 밝히고 회사의 미션에 맞게 각 부서의 AI 도입 계획과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궁극적으로 C레벨 임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면 이들이 AI와 관련해 얼마나 교육돼 있어야 하나?

CEO가 AI에 대해 고도의 기술이나 실무적인 지식을 갖출 필요는 없다. AI를 가지고 무엇을 할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만 있으면 되지 작동 원리를 일일이 알 필요는 없다. 전기와 인터넷이 어떻게 구동되는지 아는 정도의 지식만으로 충분하다. 다만 AI를 가지고 도달하려는 미션, 그리고 조직을 어떻게 체계화해 이 미션을 하부로 전달할 것인지는 상세히 알아야 한다.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창업할 때 생각한 미션은 화성을 시작으로 여러 행성에서 사람들이 살도록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미션을 한꺼번에 구현하려면 투입되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단계적 접근 방식을 쓰고 로켓 발사부터 시작한 것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로켓부터 발사한 뒤 탑재 중량을 늘려가면서 더 많은 화물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켰고, 그다음 위성통신 시스템인 스타링크 등의 사업들을 밟아가고 있다. 모두가 처음부터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점진적인 단계를 생략한다면 어느 누구도 미션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C레벨이 갖춰야 하는 소양은 AI 지식 그 자체보다는 AI와 관련해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향해 어떻게 단계적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체계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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