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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커머스 시대, 기업의 대응 방법

무한 경쟁엔 상품 아닌 경험이 무기
시장 점유보다 고객의 마음 점유를

정연승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 유통 시장이 전례 없이 빠른 구조적 변화를 겪으면서 기존의 사업 영역과 사업 모델이 붕괴되고 있다. 이 같은 파괴적 커머스의 유형은 크게 1)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 진출 2) 유통(PB)과 제조(D2C)의 경쟁 격화 3) 유통(풀필먼트)과 물류(로지스틱스)의 융합 4) 미디어 등 이종 플랫폼의 커머스화 5) 전문 몰과 종합 몰의 경계 해체 등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영역 구분이 사라지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이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유통(RaaS)’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와 판매 노하우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기존과는 다른 소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충성 고객 개인별 점유율(Mind Share)을 높이는 방향으로 목표를 변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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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커머스 시대의 도래

최근 유통 시장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의 부상으로 급변하고 있다. 먼저 국내 유통 시장에서는 다양한 비용 압박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오프라인 위기가 지속되고 온라인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로 구매력이 감소하고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원자재 값 상승으로 제품 원가와 물류비도 올랐다. 인건비 역시 지속 상승해 기업들의 가장 큰 비용 증대 요인이 되고 있으며 최근 ESG 관련 투자비 상승도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세가 저조한 가운데 대형 마트와 SSM(슈퍼슈퍼마켓) 같은 전통적 업태의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유통 시장에서 오프라인 대비 온라인의 비중과 중요성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017년 이후 연간 15~20%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전체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대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국내 유통 시장이 전례 없이 빠른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2021년 팬데믹 이후 대형 M&A와 제휴가 잇따르며 향후 더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주요 M&A만 나열해 봐도 2021년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W컨셉 인수, 카카오의 지그재그와 그립 인수, 무신사의 스타일쉐어와 29CM 인수,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 및 큐텐의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 인수 등이 있었다. 선두 그룹(네이버, 쿠팡, 신세계그룹)을 견제하는 추격 그룹과 전문화로 승부를 보는 전문 그룹들의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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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인한 ‘유통 4.0’ 시대의 도래 등 여러 메가 체인지가 기존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존의 사업 영역과 사업 모델이 붕괴되고 새로운 흐름과 체계가 만들어지는 ‘파괴적 커머스’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파괴적 커머스의 유형

이런 파괴적 커머스의 유형은 크게 1)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 진출 2) 유통(PB)과 제조(D2C)의 경쟁 격화 3) 유통(풀필먼트)과 물류(로지스틱스)의 융합 4) 미디어 등 이종 플랫폼의 커머스화 5) 전문 몰과 종합 몰의 경계 희석 등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1. 오프라인 vs. 온라인

가장 눈에 띄고 익힌 알려진 파괴의 유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호 진출이다. 먼저 온라인 기업은 고객 경험 강화, 고객 서비스 제공, 고객 신뢰 형성을 목적으로 오프라인에 매장을 출점하거나 오프라인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무신사, K카의 오프라인 진출이 대표적 사례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기획, 마케팅, 큐레이션에 제작과 생산 역량까지 더해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는 무신사는 이 매장을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공간이자 온라인 쇼핑몰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한편 오프라인 기업들도 온라인 시장의 확대에 대응하고 옴니채널을 고도화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추세다. 신세계이마트의 SSG닷컴 론칭과 이베이코리아 인수, 올리브영의 온라인 진출 등도 옴니채널 강화의 포석이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양분되던 유통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신조어가 바로 ‘이마롯쿠’다. 신세계이마트, 롯데, 쿠팡을 의미하는 ‘이마롯쿠’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어진 유통 시장의 경쟁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 신세계이마트그룹 9개 유통사와 쿠팡 간 매출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1 온오프라인 선두 업체 간 과점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이들 간 충성 고객 확보 전쟁에도 불이 붙었으며 쿠팡은 와우, 신세계는 유니버스, 롯데는 엘포인트 등 멤버십을 앞세워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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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통 vs. 제조

전통적으로 분업화돼 있던 유통과 제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유통 기업의 제조 역량 강화의 대표적인 양상이 자체 브랜드인 PB 전략이고 제조 기업의 유통 역량 강화의 대표적인 양상이 직영 유통 채널인 D2C 전략이다.

먼저, 유통 기업의 PB 브랜드 강화는 매출 및 이익 증대, 고객 록인(lock-in)과 팬덤 확보, 차별화된 상품 구색 확대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진다. 이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하던 PB 전략이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사들 사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들도 PB를 활용한 생산-유통 병행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런 온라인 플랫폼의 PB 강화, 이른바 ‘P-플랫폼’의 출현이 중소 납품 제조업체 및 입점 판매업체에 큰 위협을 가할 수 있으므로 독과점 행위로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아마존도 거의 모든 상품 카테고리에서 90여 개 PB 브랜드를 보유하는 등 유통사의 PB 전략은 이미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쿠팡의 2022년 PB 매출액은 1조3570억 원,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2021년 매출 1조569억 원, 영업이익 244억 원 대비 각각 28.4%, 196.3%나 증가했다. 신선 식품에서는 ‘곰곰’, 생활용품에서는 ‘코멧’과 ‘탐사’, 생활가전에서는 ‘홈플래닛’, 뷰티에서는 ‘비타할로’ 등 14개 PB 브랜드를 선보이며 빠르게 구색을 넓혀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쿠팡의 PB 매출 비중은 4.7% 수준으로 대형 마트의 20%에 비해 상당히 낮아 향후 성장 여지가 매우 큰 편이다.

다음으로 제조 기업의 D2C 사업 모델은 제조사 등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간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온라인 자사 몰, SNS, 자사 쇼룸 매장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D2C의 장점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소비자 취향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조사의 D2C 강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바로 나이키다. 2017년 새로운 CDO(Chief Digital Officer)가 이끄는 나이키 다이렉트 조직이 출범한 것이 본격적인 D2C 전략의 시발점이었다. 2019년에는 아마존 입점까지 중단하고 나이키 직영 몰로 돌리는 등 자사 몰을 판매 채널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이처럼 나이키가 D2C 전략을 적극 활용한 까닭은 직접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니즈를 재빨리 파악하고 이를 매장 진열로 연결해 패스트 패션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매장 진열 시간을 단축하는 이른바 ‘익스프레스 레인(Express Lane)’ 생산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나이키는 이렇게 자사 몰에서 수집한 고객 개인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콘텐츠와 맞춤 상품을 제안했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도 직접 수행하는 등 브랜드 관리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최대 신발 잡화점인 풋락커와의 관계는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마케팅 채널 혹은 스토리텔링의 수단으로 활용하되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유통업체 의존도를 낮췄다. 아울러 D2C 강화를 목적으로 나이키플러스 멤버십, 다양한 앱 커뮤니티(SNKRS, RUN CLUB)도 함께 운영했다. 그 결과 나이키 매출에서 D2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6%에서 2020년 35%로 급증했으며 2020년 이후 연일 최고의 영업실적을 기록하며 전략이 유효했음을 입증했다.


3. 유통 vs. 물류

최근 온라인에서 빠른 배송이 유통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주문에서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풀필먼트는 온라인 기반의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mile Delivery, B2C)라는 점에서 제품 품질, 재고 손실 최소화를 목적으로 하는 제조사의 퍼스트마일 딜리버리(First-mile Delivery, B2B)와 구별된다. 최종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배달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접점에 있다.

이에 따라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아마존과 쿠팡 등 온라인 전문 유통사들은 풀필먼트를 내재화해 유통과 물류 영역을 모두 운영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유통과 물류의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풀필먼트가 콘텐츠, 가격 요인보다 플랫폼의 성패에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풀필먼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직매입 비중이 높은 기업은 자체 물류 투자에 나섰고 알리바바나 네이버 등 오픈마켓 기반의 기업들은 물류 자회사를 통한 외주를 기본 운영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렇듯 앞으로도 유통과 물류의 융합은 가속화될 것이며 유통과 물류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하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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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커머스 vs. 미디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현상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 커머스 전문 기업뿐만 아니라 검색 포털, 소셜미디어, 콘텐츠 플랫폼들이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주도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구글 등 검색 포털,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 등 SNS, 유튜브•넷플릭스 등 콘텐츠 플랫폼이 진입해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검색 포털 중에서는 한국의 네이버가 커머스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SNS 기업 중에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이 동남아와 미국 등에서 활발히 커머스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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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역으로 커머스 기업들이 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체 소유의 미디어 네트워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온라인 몰과 앱을 주로 이용하는 리테일 미디어 광고 시장도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기존의 메가 트렌드였던 미디어의 리테일화에 맞서 커머스의 미디어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리테일 미디어란 유통업체가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광고 사업을 의미한다. 구매 시점에 있는 고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유통업체의 온라인 몰이나 앱에 게재하는 브랜드 광고나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 사이니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유통업계가 리테일 미디어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객 구매행동 데이터 등 퍼스트파티 데이터(자사 수집 데이터)를 광고 발신에 활용하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쇼핑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쇼핑 관련 플랫폼이나 매장에 들어온 고객들에게 광고를 보여주면 구매전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유통 기업들의 성장률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를 잘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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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종합 몰 vs. 전문 몰

최근 두드러지는 파괴적 커머스의 또 다른 양상은 종합 몰과 전문 몰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전문 몰, 즉 버티컬 몰들이 자신들의 전문 카테고리를 벗어나 다른 상품 카테고리로 확장하고 있는 추이가 뚜렷한 가운데 종합 몰들은 기존의 종합적인 다양한 카테고리를 유지한 채 버티컬 상품 전문관을 신설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주방/골프 전문관을 개설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강화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특정 상품 카테고리의 폭과 깊이를 더하고자 한 것이다. 종합 몰은 개별 카테고리마다 충분한 상품 구색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전문관은 평소 충족하지 못했던 고객 욕구를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소매유통 분야의 전통적인 변증법적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화점은 ‘고마진-저회전율-고가’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할인점은 ‘저마진-고회전율-저가’의 특징을 가진다. 이 경우 시장에서는 ‘중간마진-중간회전율-중저가’의 할인 백화점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 즉, 상반된 유형의 2개 업태가 경쟁할 경우 필연적으로 서로의 장점을 일부 차용한 중간 형태가 나타나 비워진 수요를 채우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듯 종합 몰과 전문 몰의 경쟁은 그 경계에서 다양한 하이브리드 쇼핑 플랫폼을 양산하고 커머스 영역의 파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파괴적 커머스 시대 기업의 대응 전략

기존 유통 질서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로의 재편을 의미하는 파괴적 커머스의 시대에 유통 및 제조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 유통사: 서비스형 유통(RaaS) 도입

우선 유통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형 유통(RaaS, Retail as a Service)’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고객 데이터 분석형 매장, D2C 제품 판매형 매장, 스타트업 및 벤처 연계형 매장, 고객 체험 강화형 매장 등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리테일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는 미국 베타(B8ta)의 사업 모델은 대표적인 RaaS의 예다. 베타는 가장 핫한 최신 가전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신제품을 파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고객 데이터와 판매 노하우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소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그 결과 이제는 제조사들이 입점하고 싶어 줄을 설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제는 단순히 판매 매출을 늘리는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시장점유율(Market Share)만이 아니라 충성 고객 개인별 점유율(Mind Share)을 높이는 방향으로 목표를 변경해야 한다. 고객이 선호하는 콘텐츠와 공간을 창출해 고객의 발길을 끌고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현대서울, 동탄롯데백화점 등이 전시, 체험과 휴식 공간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도 개인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만들어야 장기적인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철학과 콘셉트를 다시 정립해 자사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 및 상품의 실체적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의 체험 매장, 콘셉트 스토어 전략을 짜는 역량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영국의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가 소셜미디어와 물리적 공간을 결합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대응의 일환이다. 버버리는 2020년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와 함께 중국 선전에 소셜 리테일 스토어를 오픈해 개성을 강조하는 중국의 20~30대 젊은 명품 고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 스토어의 특징은 고객들이 매장에 직접 방문할 수도 있고,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서도 둘러볼 수도 있도록 두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데 있다. 모바일로 등록한 소비자에게는 10개의 오프라인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각 방에는 버버리의 클래식 라인부터 최신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콘셉트별로 배치했다. 나아가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위챗에서 제품 관련 스토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매장을 구경하고, 제품 정보를 받고, 이벤트 예약까지 할 수 있도록 참신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자 반응은 뜨거웠고 매출도 상승했다.

한편 옴니채널 고도화와 디지털 스마트 점포로의 전환에도 노력해야 한다. 옴니채널, 배송, 픽업 등 오프라인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면서 매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해야 한다. 일본의 슈퍼마켓 트라이얼퀵(TRIAL Quick)은 점포를 피지털(Physical+Digital)화해 성공을 거둔 사례다. 트라이얼퀵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100% 셀프 계산대, 실시간 전자가격표시기, 스마트 쇼핑 카트, 천장 AI 카메라를 이용한 고객 움직임별로 오프라인 공간을 차별화했다.

마지막으로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개인화 역량을 장착해 큐레이션과 머천다이징을 정교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에게 맞춤 쇼핑을 선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유통은 상품과 매장 경쟁에서 고객과 데이터 경쟁으로 바뀔 것이다.


2. 제조사: D2C 판매 역량 강화

한편 제조 기업도 변화에 부응해 자사의 유통판매 역량을 키워야 한다. 유통 기업은 고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데이터를 선점하고 있는데 제조 기업들이 유통판매 역량을 제고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객 관련 정보 획득과 활용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나이키처럼 D2C 역량을 키워야 향후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자사 몰, SNS 채널, 오프라인 직영 매장 등 D2C 채널 육성과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새로운 소비 세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에도 주목하고 대응해야 한다. MZ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미디어 및 채널 이용 방식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마케팅과 고객 관리 전략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가령 MZ세대가 좋아하는 뉴미디어와 디지털 기술, 게임 방식을 접목하면서 고객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 최근 버버리, 구찌,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들이 게미피케이션 방식을 통한 몰입형 커머스 방식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버버리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에게 아바타를 제공해 미니게임 참여를 유도하고 SNS를 활용한 소셜 리테일 요소를 매장의 디스플레이와 연계한 바 있다. 구찌와 루이뷔통 역시 Z세대 공략을 위해 레트로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단순하고 쉬운 7080 복고풍 게임으로 과거 문화에 대한 향수와 B급 감성을 자극해 신세대에게 소구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는 파괴적 커머스 시대에 유통과 제조 기업이 확보해야 할 핵심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미리 확인하고 준비하는 기업만이 무한 경쟁 시대에 적자생존(適者生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정연승 정연승 |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비스마케팅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바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유통채널전략, B2B, 서비스 등이다.
    jys183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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