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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평가 및 보상제도

‘연봉킹’처럼 줄 세우기식 보상은 그만
기업 가치 높일 전략 도구로 활용해야

신재용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적으로 CEO 보상의 투명성과 프로세스의 건전성, 논리적 타당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EO 평가 및 보상 제도는 뛰어난 CEO를 영입, 유지하고 동기부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전략적 도구이다. 국내 기업의 경우 지배주주 경영자가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주식 보상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등 단기 현금 중심의 획일적인 보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장기 성과에 기반한 인센티브의 비중을 늘리고, 상대평가 제도를 활용하는 등 보상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매해 3월 말, 기업들의 사업보고서 공시 및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 언론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오너 및 전문 최고경영자(CEO)가 누군지에 관한 화제성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각사 사업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 및 ‘임원의 보수’ 공시 자료를 이용한 기사들이다. 한국에서 연봉 5억 원 이상 임원 보수의 개별공시제도가 시행된 지 어언 10년이 흘렀다.1 이를 통해 우리는 2022년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5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를 1명 이상 배출한 기업은 457개, 5억 원 이상 연봉 공시자가 1364명이며 이들의 총연봉 대비 성과급 비중의 평균은 약 30.8%, 중위값은 26.8%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처럼 공시 강화로 CEO 보상 제도의 투명성이 과거보다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CEO 보상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미국 등 선진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연봉킹’을 줄 세우는 식의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CEO 보상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큰 미국 등 해외에서는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성과 평가 및 보상 문제가 주주, 채권자, 노동조합, 규제기관, 고객 등 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임원 보상의 투명성과 더불어 보상 프로세스의 건전성 및 논리적 타당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 기업 또한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도구로 CEO 보상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미국의 CEO 보상 제도와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CEO 보상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CEO 보상의 목적과 기준

미국에선 1992년부터 모든 상장사 이사회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제 공시 규정에 따라 최고경영진의 보상 결정을 자세하게 공시하게 돼 있다. 이사회의 보상위원회는 CEO 등 보수가 가장 많은 5명의 최고경영진에 대한 상세한 세목별 보상 규모(비금전적 보상의 금전적 가치 포함) 및 보상 규모 산정에 사용된 평가지표, 임원에게 부여된 목표 설정 방법 및 수준 등 구체적인 보수 규모 산정 방안까지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SEC가 임원 보상 공시제도를 대폭 개편한 2006년 이래로 미국 임원들의 높은 보상 수준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지고 CEO의 과도한 보상 규모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이뤄지면서 공시 수준이 대폭 강화돼 왔다.

일반적으로 이사회, 사외이사로 이뤄진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는 크게 3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임원 평가 및 보상의 의사결정을 한다. 첫째, 임원 보상은 임원의 지위와 권한, 책임에 걸맞은 지식과 경험, 통찰력을 가진 훌륭한 후보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둘째, 임원 보상은 채용된 임원들이 회사에 남아 있을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임원 보상은 회사의 목적 및 전략과 일치된 경영자의 행동과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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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와 두 번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는 능력이 뛰어나고 회사의 프로파일(profile)에 맞는 임원을 채용, 유지할 목적으로 적정한 연봉을 결정한다. 총연봉의 수준과 기본급, 보너스, 스톡옵션 등 연봉의 각 구성 요소 비중이 임원 노동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동종 업계 혹은 이종 업계에서 비슷한 규모의 10~20개 회사를 보상 벤치마킹 피어 그룹(peer group)으로 설정하고, 이들 회사의 CEO 연봉 수준을 지속적으로 파악, 벤치마킹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려면 피어그룹 CEO 보상의 중위값(50%), 좀 더 경쟁력 있기 위해서는 상위 25%를 목표로 해 매년 최고경영자 보상 수준을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림 1]은 미국의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인 다우(DOW Inc)의 이사회가 선정한 CEO 보상 벤치마킹 피어 20개 회사의 이름과 매출 규모를 비교해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이사회는 많은 경우 프레데릭 쿡(FW Cook)이나 윌리스타워스왓슨(WTW) 같은 임원 보상 전문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CEO의 적정 보상 수준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다. 그 결과, 보상 수준은 매출액, 자산 가치, 시가총액 등 기업 규모 및 성장 기회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보상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임원평가지표(KPI)를 고민한다. 미국 S&P1500 기업이 CEO 현금 보너스를 결정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평가지표는 우선 회사의 성과와 연계된 재무 지표로서 주당순이익, EBITDA, 현금흐름, 매출, 영업이익 등의 회계 지표들이다. 그러나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TSR) 등 주가 지표의 사용 빈도도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ESG 지표, 고객만족도, 직원 만족도 등 비재무 지표가 사용되는 빈도도 2016년의 11%에서 2020년의 30%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최근 추세로 해당 연도의 단기 성과에 연동된 성과급의 비중이 줄고 미래의 향후 3년의 장기 성과와 연동해 지급되는 현금 혹은 주식 장기 인센티브 제도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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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보상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

학계에는 CEO에 대한 높은 수준의 보상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첫째, 최적보상계약(optimal contracting) 가설로 보상 계약이 CEO와 이사회의 공정한 협상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는 시각이다. 이에 따르면 최근의 임원 보수 상승은 기업의 규모 확대, 경쟁의 심화, 불확실성의 증가로 뛰어난 경영자의 영입과 유지가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당연한 결과다. 또한 성과-보상 민감도를 높이고 이에 따라 고성과자에게 높은 보상을 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주 가치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고 본다.

반대로 사익추구(rent-seeking) 가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CEO가 사익추구를 통해서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보상 계약을 설계하며 임원 보상이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대리인 문제를 더욱 심화한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에 따르면 임원 보수의 상승은 탐욕스러운 CEO가 형식상 존재하는 이사회에 부당한 압력을 휘둘러 자신의 보상을 사익 편취의 수단으로 사용함으로써 기업 규모나 성과와 괴리가 있는 막대한 보상을 획득한 결과다. 게다가 CEO의 노력과 상관없이 펼쳐진 주식시장의 활황 국면 덕분에 CEO들은 주식 기반 보상을 통해 과도하게 배를 불렸고, 이에 따라 임원 보상은 기업 성과와 관련 없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위의 상반된 두 시각 중 어떤 시각이 더 설명력이 있을까? 두 시각 모두 일리가 있지만 현재까지 학계의 논의를 종합하면 CEO 보상은 CEO의 사익추구의 결과라기보다는 경쟁적인 노동시장에서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대리인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니박스 Ⅱ ‘CEO 연봉, 정말 과도한가?’ 참고.)


현행 CEO 보상 체계의 문제점

한국 기업 집단의 경우 지배주주가 기업 집단 전체에 대한 영향력이 커서 지배주주 경영자가 높은 보수를 확보할 여지가 크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연구 보고서2 에 따르면 CEO가 지배주주 혹은 지배주주의 가족인 경우 비가족 임원이나 전문경영인인 경우에 비해 보수가 높은 것(family pay premium)으로 나타났다. 또 지배주주의 배당소득이 적을수록 지배주주 CEO의 보수는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2017년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전년 대비 14.3% 상승했고 등기임원의 평균 보수는 7.5% 상승한 데 반해 직원 보수의 상승률은 고작 0.2%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대규모 기업 집단 소속 기업의 경우 지배주주 혹은 가족 등기 임원의 2018년 보수에서 고정급의 비율이 81%인 데 반해 비가족 등기임원의 경우 67%로 나타난 것이다. CEO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배주주 혹은 가족이 CEO의 경우 고정급 비율이 83.4%인 데 반해 전문경영인 CEO의 경우에는 58%로 나타났다. 다른 해(2013~2017년)의 통계도 이와 유사했으며 비재벌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지배주주나 일가가 최고경영진인 경우 성과와 관련 없이 지급되는 고정급의 비율이 매우 높은 데 반해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진인 경우 그 비율이 현격히 낮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증거를 종합하면 지배주주가 경영에 대개 직접 참여하는 우리나라 가족 기업들의 CEO 보상 제도는 최적보상계약설보다는 사익추구설이 설득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굉장히 획일적인 보상 구조도 문제다. 보상 구조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인 기업 규모, 성장 기회, 업종 및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CEO 보상 구조는 천편일률적이다. 예를 들어 놀랍게도 현재 삼성, 현대기아차, LG그룹의 경우 CEO 보상에 주식 보상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CEO 보상에서 고정급인 기본급 비중이 총연봉의 70% 이상으로 성과급에 비해 훨씬 높아 성과-보수의 민감도가 낮고 성과급도 단기 재무성과에 기반한 현금성과급이다. 얼핏 보면 연봉 수준이 천문학적으로 커 보이지만 보상의 대부분이 기본급이 아닌 장기 ‘주식 기반’ 성과급인 미국 기업의 CEO들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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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연봉, 정말 과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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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국의 생활용품 업체 레킷벤키저의 CEO 바트 베흐트는 총보상으로 약 9200만 파운드(한화 약 1427억 원)을 받아 언론으로부터 고액 연봉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2011년 4월, 베흐트가 예고 없이 사퇴했을 때 레킷벤키저의 시총 중 무려 18억 파운드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베흐트의 사퇴 이후 레킷벤키저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과연 베흐트의 연봉은 과도했다고 볼 수 있을까?i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애플을 지휘하는 팀 쿡 CEO가 부임 첫해 받은 급여 총액이 당시 큰 화제가 됐다. 팀 쿡은 부임 첫해 기본 급여 90만 달러, 양도제한 조건부주식 3억7618만 달러, 비주식 현금 인센티브 90만 달러, 1만6520달러 가치의 연금 등 총 3억7800만 달러(약 4400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직장인의 평균 연봉을 5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평균적인 한국 직장인이 6일 남짓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팀 쿡은 1분 만에 버는 셈이다.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재무경제학자 알렉스 에드먼스에 따르면 2018년 S&P 500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1480만 달러(약 196억 원)였으며 이는 직원 평균 연봉의 264배에 달한다. 이 같은 임금 격차는 본인이 억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권이 비판하는 단골 메뉴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 S&P 500 기업의 시가총액 중간값이 240억 달러(약 31조7600억 원)라는 점을 감안할 때 CEO 평균 연봉 1480만 달러는 시가총액의 약 0.06%에 불과하다. 물론 회사의 성과를 CEO가 열심히 일한 결과만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트 베흐트의 사례처럼 한 명의 탁월한 CEO가 기업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관한 수많은 사례를 감안하면 단순히 총보상의 규모나 직원 보상과의 기계적 비교를 근거로 CEO들이 살찐 고양이(Fat cat)처럼 탐욕스럽게 보상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다시 말해, 천문학적인 보상을 받는 미국 등 선진 기업의 CEO 보상이 과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CEO의 보상만 올랐을까? 알다시피 그동안 기관투자가, 법조인, 스포츠 선수와 같이 개인의 성과가 중요한 직무에서의 보상 역시 천문학적으로 올랐다. 즉, CEO의 고액 연봉은 사회의 일반적인 추세라고도 볼 수 있다.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보상을 하는 성과주의 보상 측면에서 보면 시가총액 중위값이 240억 달러인 S&P 500 기업에서 CEO의 탁월한 능력으로 주가가 1%, 즉 2억4000만 달러(약 3176억 원) 상승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시가총액 상승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인 2400만 달러를 CEO에게 지급한다면 이를 과도하다고 쉽게 매도할 수 있을까?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논문에서 미국 CEO의 연봉 상승이 대부분 기업 규모의 증가로 설명됨을 보여줬다.ii 만약 기업의 성과가 임원 보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CEO의 혁신 의지는 감퇴할 수 있고 임원의 보상 수준이 강제로 삭감된다면 CEO 후보들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등으로의 전직을 시도할 것이다. 결국 이들의 이탈은 주주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손해가 될지도 모른다.iii

미국의 CEO 보상은 크게 기본급, 성과 연동 현금 보너스, 스톡옵션 등의 주식 보상, 연금 및 기타 비금전적 보상으로 이뤄져 있다. 주식 보상의 경우도 일정 행사 가격이 옵션 부여 시 결정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행사가 가능해지는 일반적인 스톡옵션보다는 일정 수준의 회계 및 주가수익률을 달성하거나 혹은 동종 기업의 평균 회계이익률과 비교한 상대 성과에 따라 행사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성과연동형옵션(performance-vested option), 향후 3년간의 성과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파격적인 주식 보상 금액이 주어지는 성과연동주식(performance share), 양도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3 미국의 기업 규모 기준 상위 100개 회사의 경우 고정급인 기본급이 총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고, 90% 가까이의 보상은 성과와 연계된 현금 성과급 및 주식 보상을 활용하는 방식인데 CEO가 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앞서 미니박스 II에서 예를 든 팀 쿡과 바트 베흐트의 보상도 예외가 아니다. 팀 쿡의 고정급은 100만 달러도 되지 않으며 S&P500 기업 대부분에서 CEO 기본급은 10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림 2]를 보면 미국의 S&P지수에 속한 대기업 CEO 보상의 경우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기본급의 비중(11%<15%<20%)은 작아지는 반면 성과연동주식, 양도제한부 주식, 스톡옵션 등 주식 보상으로 이뤄진 장기성과급(LTI)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63%>57%>53%)을 볼 수 있다. 단기성과급의 경우 기업 규모에 관련 없이 26~28%의 비중을 유지하는데 결론적으로 총보상의 약 70% 이상이 성과연동 인센티브(Performance-based Incentive)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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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CEO 보상 방안

최근 국내 많은 대기업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최고경영자의 보상을 결정하게 하면서 보상의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임원 보상 전문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아 임원 보상 철학 및 구체적인 평가/보상 방법을 숙고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내부적인 논리와 개별적인 상황만을 고려해 임원 보상 제도를 운용해왔으나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 및 저성과자/기업과의 형평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주, 채권자, 이해관계자 등 외부의 시선에서 투명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임원 보상의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받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의 CEO 보상 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할까?

첫째, 비즈니스의 장기 전망과 보상 간의 균형을 꾀하는 맥락에서 근시안적인 단기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장기 성과에 기반해 CEO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장기 인센티브 플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최근 SK그룹의 경우 CEO 보상에 스톡옵션과 자사주 스톡그랜트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강력한 기업 가치 연계 보상을 CEO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진일보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림 3) 장기 성과급의 경우 기본 연봉의 300~500%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부여할 뿐 아니라 단기 성과급 또한 SK그룹에서 사용하는 개별 KPI 목표와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 기반 인센티브를 함께 활용해 CEO의 균형 잡힌 성과 창출을 동기부여하고 있다. 현재 SK CEO들의 보상은 총연봉의 80%가 주가와 연계돼 있어 기업 가치 연동 측면에서 글로벌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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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CEO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객관적으로 정교화함으로써 사익추구의 우려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CEO 보상 수준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 일견 매우 높아 보이긴 하지만 임원 보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요구로 인해 임원 평가 및 보상 프로세스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공시가 강제돼 있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에서도 평가 보상 프로세스의 건전성과 논리적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 기업들도 객관적인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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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2022년도 보상 계약을 보면 전체 보상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의 경우 부여 후 3년간 매년 네이버 주가수익률을 KOSPI 200을 구성하는 회사들의 주가수익률과 비교해 상대적인 순위를 계산하고 그 순위에 따라 차후 0%에서 150%까지 차등 지급되도록 설계했다. 네이버가 도입한 이 제도는 미국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대평가(Relative Performance Evaluation, RPE) 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은 개별 기업의 성과에 있어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운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이다. 항공서비스업, 여행 및 관광산업 등 업종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 혹은 코로나19 반사 이익을 얻은 빅테크 회사들의 매출과 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 등은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운의 좋은 예로 볼 수 있다. 업황이나 시황 등 운이 좋아서 기업 실적이 좋았다면 CEO 평가 시 같은 업종이나 시장의 다른 기업에 비해서 성과가 얼마나 ‘더’ 우수했는지를 평가하면 되고, 업황이나 시황이 나빠서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 성과가 같은 업종이나 시장의 다른 기업에 비해서 성과가 얼마나 ‘덜’ 낮았는지를 평가하면 공정할 것이다. 우연과 운을 효과적으로 필터링하는 상대평가는 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실제로 유수의 보상 컨설팅 회사들과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경영자 보상을 할 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성과에서 필터링하기 위해 상대평가 제도를 널리 사용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4 코로나 백신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글로벌 제약 기업인 화이자의 이사회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P 제약산업지수에 속해 있는 상장회사들로 피어 그룹을 정하고 3년간 S&P 제약산업지수 상승률을 상회하는 화이자의 주가상승률 정도와 연동해 CEO 성과연동형 주식 보상을 지급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쓰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영 능력과는 상관없는 행운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그 덕에 CEO가 보유한 스톡옵션 등을 행사하여 막대한 차익을 얻는 상황을 이사회가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카카오페이 전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을 겪은 우리 기업이 참고할 만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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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평가 및 보상제도는 기업 전략의 수립 및 실행, 새로운 성장 기회 및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같은 최고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뛰어난 능력의 최고경영자를 영입하고, 유지하고, 동기부여하는 데 핵심적인 제도이자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한 전략적인 도구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위상에 걸맞게 한국 기업들이 주관적인 판단과 감에 근거한 주먹구구식 임원 평가 및 보상제도에서 탈피해 전략적 도구로서 CEO 평가와 보상 체계를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 신재용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학사·석사(회계학 전공)를 마치고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근무했다.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교수로 재직했다. 기업의 성과 평가와 보상 및 지배구조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공정한 보상』이 있다.
    jsh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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