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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표방한 배터리 산업과 ESG

“이 광물, 환경, 노동 이슈 없이 채굴했나?”
ESG 검증이 배터리 생태계 어젠다로

손정수 | 371호 (2023년 0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최근 배터리 산업에서도 ESG 경영이 주목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광물 채굴과 조달이 중요한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리튬을 비롯해 코발트나 니켈 등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권 침해 등의 사회적 문제가 지적돼왔다. 기업들은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분쟁의 자금줄이 되지 않고, 인권과 환경을 존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채굴된 ‘책임광물’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새로 광물을 채굴해 배터리를 만들 때보다 탄소 배출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데다 안정적으로 핵심 원료 광물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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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과 ESG


최근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내놓는 보고서가 있다. 바로 ‘책임광물 보고서’다.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광물 구매 관리 현황을 정리한 것으로 책임광물은 분쟁의 자금줄이 되지 않고 인권과 환경을 보호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채굴된 광물을 뜻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0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글로벌 책임광물 협의체인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한 연합(RMI)’에 가입하고 책임광물 보고서를 내왔다.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높은 관심을 받은 에코프로그룹도 올해 창사 후 처음으로 책임광물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코프로그룹은 배터리 소재를 생산할 때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사용하는데 공급망에 포함돼 있는 광산과 제련소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세 곳과의 거래를 중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배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책임광물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은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EU는 올해부터 역내에 설립된 모든 기업의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저마다 EU의 공급망 실사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핵심광물 구입 단계부터 협력 업체와 하도급 업체 등 모든 공급망 가치사슬에 걸쳐 인권과 환경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에서 ESG 중 환경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탄소 배출이다. 배터리 산업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환경오염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광물 채굴 과정에서부터 배터리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용 후 발생하는 폐배터리의 재사용, 재활용도 관심이 높은 분야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배터리 핵심 원료를 채굴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노동력 문제, 인권 문제 등이 이슈가 될 수 있다. 특히 코발트의 경우 대부분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되는데 아동 노동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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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채굴과 환경오염


얕은 호수로 변한 사막 위에 하늘과 구름이 투명하게 반사돼 마치 땅 위에 커다란 거울이 펼쳐진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염지는 지구상에서 리튬이 가장 많이 녹아 있는 곳이다. 원래 바다였던 이 지역은 안데스산맥이 융기하면서 분지가 됐고, 수만 년에 걸쳐 강한 태양열과 적은 강수량에 물이 증발하면서 바다일 때부터 축적된 염분이 남아 소금사막이 됐다. 볼리비아 광업 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남도보다 조금 더 넓은 이곳에 약 1억4000만 t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한다.

우유니염지와 같은 염수에서 리튬을 채굴하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다. 염전에서 소금을 얻어내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리튬을 함유하고 있는 염수를 증발못에 가두고 태양열로 수분을 증발시켜 농축시킨 뒤 정제 과정을 거쳐 리튬을 추출한다. 리튬 1t을 생산하려면 약 200만 리터의 물이 쓰인다. 그렇지 않아도 수자원이 귀한 건조 지역에서 많은 물을 사용하는 만큼 이러한 채굴 과정은 이 지역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염지 지역 주민과 비영리기구 등에 의해 염수에서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 대한 환경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물순환이나 주변 토양에 미치는 영향은 자세히 분석되지 않았다. 어차피 사람이 마실 수도, 쓸 수도 없는 소금물을 쓰는 것이니 환경적으로 나쁠 것도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염수는 직간접적으로 주변의 담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영향에 대한 조사가 시급하다. 특히 엄청난 양의 염수 사용이 담수를 끌어당기거나 담수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염수에서 마그네슘, 칼슘 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폐수가 나오는 문제도 있다.

리튬을 채굴하는 또 다른 방법은 경암에서 리튬 함량이 높은 스포듀민 정광을 캐내는 것이다. 경암이란 극경암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강도의 단단한 암석으로, 경암형 리튬 채굴은 이러한 경암형 광산에서 스포듀민 정광을 캐낸 뒤(채광) 가치가 낮거나 쓸모없는 것을 골라내고(선광), 광석에서 금속을 뽑아내 정제(정련)하는 순서를 거친다. 주로 호주와 중국에서 사용되는 리튬 생산 방식이다.

경암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일은 더 복잡하고, 그런 만큼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더 크다. 채굴한 스포듀민 광석을 파쇄, 선별해 α-스포듀민 정광을 얻은 뒤 황산에 쉽게 녹을 수 있도록 1050℃의 열을 가해 β-스포듀민으로 바꿔준 뒤 냉각시킨다. 고온의 열을 발생시키고 재가열, 건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이산화탄소도 집중적으로 배출된다. 또 침출, 부유, 세척 과정에서는 깨끗한 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는 리튬 화합물 1t을 생산할 때 2.5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리튬 채굴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오염 물질을 방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의 모습도 바꾸어 놓는다. 리튬 광산이 있는 호주 서부에는 리튬을 추출하고 남은 폐기물이 산처럼 쌓였고, 아름답던 대지 이곳저곳에는 구멍이 뚫렸다.

대표적인 2차전지가 리튬이온전지인 만큼 리튬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가 주로 관심을 받지만 흑연이나 니켈과 같은 금속도 리튬 못지않게 환경을 해치고 있다. 2020년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은 테슬라에 세계 최대 니켈 제조사인 노르니켈(Nornickel, 구 노릴스크)과 거래를 중단하라며 공개편지를 보냈다. 노르니켈은 러시아 시베리아에 있는 노릴스크에서 니켈 생산 시설을 운영해왔는데 니켈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황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릴스크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 2020년 5월에는 노르니켈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발전소의 연료탱크가 파손돼 2만여 t의 경유가 인근 암바르나야강으로 유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례적인 기후 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아 탱크를 떠받치던 기둥이 주저앉아 일어난 사고로 북극권에서 발생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환경오염 사고였다. 이로 인해 노르니켈 공장의 가동이 축소됐다.

이와 같이 배터리 원료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오염이 야기되고 있으며 정제된 금속 화합물을 이용해 양극재와 음극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폐수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배터리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금속 채굴과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이 같은 환경 문제를 줄여나가지 않으면 배터리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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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와 콩고의 아동 노동 착취 문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전쟁 중인 지역에서 독재자와 군벌들이 무기를 사기 위해 현지인들을 착취해 채취한 다이아몬드를 일컫는다. 동명의 영화에서 배경이 된 시에라리온에서는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내전이 벌어졌는데 반군인 RUF는 현지인들을 강제 동원해 다이아몬드를 채취한 뒤 이를 팔아 전쟁 비용을 댔다. 이들은 공포 전술의 하나로 저항하는 주민 수십만 명의 손발을 잘랐고 이런 참상을 알면서도 유럽의 다이아몬드 카르텔은 이들로부터 다이아몬드를 사들여 전쟁을 후원했다.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다이아몬드에 이어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코발트가 피의 광물이 돼가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에는 실제로 리튬보다 코발트가 8배 이상 많이 들어가는데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7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다. 특히 이 중 25%가량의 코발트는 ASM(Artisanal and Small-scale Mining)이라고 부르는 영세 광부들이 재래식 채굴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은 어두운 땅속에서 망치와 삽 같은 아주 기본적인 도구만을 이용해 직접 광석을 캔다.

어린아이들도 코발트 채굴 노동을 피할 수 없다. 학교에 다닐 처지가 안 되는 6, 7세에 불과한 아동들은 기업 소유의 광산에서 버려지는 코발트 원석을 주워다 씻어낸 후 가치 있는 광석을 골라내는 일에 투입된다. 어린 아동들이 하루 종일 맨손으로 광석을 만지고 옮긴 값으로 받는 돈은 고작 1, 2달러 정도다.

코발트는 독성이 있는 금속으로 맨손으로 만지거나 코발트가 함유된 먼지를 다량으로 흡입하면 몸에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도, 아기를 등에 업은 여성들도 코발트 흙먼지를 들이마시며 채굴을 하고 있다. 보호 장비나 안전장치 없이 채굴을 하다 보니 굴이 무너지는 사고도 빈번히 일어난다. 2019년에도 한 코발트 광산이 무너져서 43명이 사망했는데 안타깝게도 그중에는 4살짜리 아동도 포함돼 있었다.

코발트는 분쟁 광물이 아니다. 분쟁 광물은 국가 내부의 분쟁을 초래하거나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광물로 주석, 탄탈룸, 텅스텐, 금 등이 해당한다. EU는 2021년 분쟁 광물에 대한 무역규제를 전면 시행했다. 강제 노동을 통해 채굴되거나 판매 대금으로 무력 분쟁에 자금을 지원하는 분쟁 광물의 거래를 금지한 것이다.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노동 착취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의 문제를 생각하면 코발트를 분쟁 광물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다만 많은 국민이 코발트에 기대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이 반드시 윤리적인 해결책인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다. 자동차 회사인 BMW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취하는 코발트 대신 모로코에서 나는 코발트만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콩고민주공화국 외에 코발트가 매장된 지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이와 같은 대응은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배터리 재활용과 도시 광산

이처럼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광물 채굴과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2차전지 전문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올해 7000억 원 수준에서 2030년 12조 원, 2050년 600조 원까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평균 수명은 7년 정도인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전기차에서 나올 폐배터리도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30년 411만 대, 2040년에는 4227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야말로 폐배터리 쓰나미가 세계를 덮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EU는 아예 법으로 폐배터리의 재활용을 촉구하고 있다. EU는 핵심원자재법과 ‘지속가능한배터리법’을 통해 배터리 제조 시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규모 금전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리튬을 비롯한 배터리 광물의 가격이 오른 만큼 폐배터리를 활용하면 경제성 측면에서 이득이 된다. 발생량이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로부터 값어치가 나가는 금속들을 회수하는 것 이외에도 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만일 배터리에서 유가 금속만을 회수하고 나머지를 그대로 버리거나 아예 배터리 자체를 방치하면 배터리 내에 있는 불소 성분이 100℃ 이상의 온도에서 수증기와 만나 불화수소산이 생성된다. 이는 인체는 물론 환경에도 매우 유해한 물질이다. 또한 화재나 폭발 등으로 금속 성분이 금속 증기로 변하는 경우에도 암을 유발할 정도로 유해한 물질이라 관리가 필요하다.

배터리 재활용을 해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배터리 핵심 원료 광물의 안정적 확보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만큼 여기에 사용되는 배터리와 그 원료가 필요한데 천연광물 자원만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수명이 다해 버려지는 폐기물을 수집, 해체, 선별, 제련 등의 공정을 거쳐 금속을 추출하고 산업 원료로 재공급하는 것을 ‘도시 광산’이라고 일컫는다. 자연이 주는 광산이 아니라 도시에 버려진 폐기물 더미에서 금속을 채굴해 낸다는 의미다. 도시 광산을 활용하면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핵심 원료들도 조달할 수 있어 광물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배터리 원료를 차지하기 위한 각국과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도시 광산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만의 공급선을 확보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배터리를 재활용해야 하는 네 번째 이유는 배터리를 재사용, 재활용하게 되면 배터리 핵심 원료를 천연 광물 자원으로부터 생산하는 것에 비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70% 이상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순환 경제 사회 구조로 나아가기 위해 배터리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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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한계

배터리 재활용은 재사용이 어려운 폐배터리에서 새로운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를 추출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해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금속을 추출하는 것이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전처리 공정과 후처리 공정으로 나뉜다. 전처리 공정은 배터리의 남은 전력을 모두 방전시켜 화재 위험을 줄인 뒤 물리적으로 파쇄해 다양한 금속이 뒤섞인 블랙 파우더를 제조하는 과정을 말한다. 후처리 공정은 이렇게 만들어진 블랙 파우더에서 다시 각각의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을 말한다. 고온의 열을 가해 녹인 뒤 각 금속이 가진 무게나 자력 등 고유의 성질을 이용해 분류하는 방식은 건식제련이라 부른다. 또 블랙 파우더를 황산과 같은 강한 산성으로 용해해 분리 정제 공정을 거쳐 금속 화합물로 만드는 방식은 습식제련이라고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공정이 상용화돼 있는 회사 중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벨기에의 유미코아와 한국의 성일하이텍, 중국의 거린메이(GEM), 화유코발트 등이 있다. 이들 회사는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대용량 배터리는 물론, 스마트폰용 소형 배터리 등도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활용 공정을 그대로 전기차 배터리 팩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다. 배터리 팩은 수십 ㎾h의 에너지를 갖고 있고 팩 중량이 300㎏에서 700㎏까지 나가는 고중량 폐기물인데다 전기차 제조 회사마다 팩 모양과 크기, 중량이 다르고 사용하는 셀 형태도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으로 다양해 재활용 공정을 표준화하거나 자동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팩 내부에는 배터리 성분이 약 60% 들어 있고 나머지 40%는 케이스, 냉각장치, 배터리 제어 장치, 전선, 고정용 와이어 등으로 구성돼 있어 배터리 외 성분도 자원화해야 전기차 배터리팩 재활용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남은 과제다.

우리나라의 많은 배터리 제조사, 소재부품 회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팩 재활용 분야의 가능성을 보고 국내외 재활용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혁신적 기술을 도입하고 경제성 있는 공정을 개발해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공정이 가동되기 전이거나 목표 매출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나 협력 관계 구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산학연이 힘을 합쳐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경제성 있는 공정을 상용화하고, 배터리 핵심 원료 소재를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5월 말 부산에서는 ‘기후 위기를 넘어 지속가능한 번영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2023 기후산업국제박람회가 열렸다.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과 관련된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핵심 광물의 확보, 추출, 정제, 제조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배터리 산업이 급격히 성장한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친환경의 전기자동차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원료 확보와 생산 과정에서도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하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있어서도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터리 팩 해체 자동화, 배터리 화재 위험 관리, 친환경 침출 공정 개발, 폐수 무방류 시스템 개발 등 혁신적 재활용 공정 개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2040년까지 전기자동차가 급격히 증가할 예정인 만큼 여기에 사용되는 배터리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날 것임이 자명하다. 따라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배터리 핵심 원료를 확보해야 한다. 코발트, 니켈,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료를 확보하는 방안 중 하나가 바로 폐배터리 재활용인 것이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발전을 통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전 인류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 손정수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배터리재활용연구단 책임연구원

    필자는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금속회수연구실장, 도시광산실장, 광물자원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배터리재활용연구단의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2006년 환경부장관상에 이어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배터리 물질을 비롯한 자원 제조 및 재활용 분야의 전문가로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jss@kiga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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