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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인구 변동 시대, 기업의 기대 수명 늘리려면

정년 연장 – 여성 취업률 등 ‘量’보다
생산성 극대화하는 ‘노동인구의 質’ 높여야

이성용 | 367호 (2023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인구구조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전략을 세우는 것은 기업의 기대 수명을 늘리는 데 필수적이다. 인구 변동은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기회도 될 수 있다. 국내의 저출산 고령화라는 고질적인 인구문제 외에도 시야를 세계로 돌려 세계적인 인구구조 변동의 흐름을 읽고, 차세대 인구 강국을 먼저 알아보는 것도 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또한 비즈니스 인구학이라는 인구학의 분야와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기업이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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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기업의 목표가 이윤 극대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업 컨설턴트인 아리 드 호이스는 다르게 말한다. 그는 기업은 ‘기대 수명’을 늘리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1 이윤 추구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기업은 기대 수명을 늘린다는 목표를 위해 변화하는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변화에 적응하고 조화하는 학습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 시작점은 외부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동은 기업의 생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외부 환경의 변화를 말한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향후 기대 수명이 달라질 수 있다.

인구 변동에 따른 삶의 변화

인구는 변한다. 인구는 특정 시점, 특정 장소에서의 사람들 집단을 뜻한다. 특정 시점에서는 정적 집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적 집단이 된다. 인구 변동에 개의치 않는 불변의 생존 법칙은 없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은 변화하는 인구에 맞춰 유연하게 생존 전략을 꾸려나가야만 한다.

지난 70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인구 변동은 우리를 매우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1955~1972년 출생한 베이비붐세대가 학교에 진학하면서 초·중·고등·대학교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일자리는 급격히 팽창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은퇴를 바라보면서 정부와 기업은 연금과 관련한 정책,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렇듯 인구 변동은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쳐 개인과 기업의 생존 전략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인도한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960년대 6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급감했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출생 시 기대 수명은 1950년 47.9세에서 2021년 83.6세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는 여러 시장을 새로 창출하고 키워냈다. 그 한 예는 육아용품 고급화라는 트렌드를 반영한 시장이다. 기대 수명의 연장 역시 노인의 노후는 물론 젊은 세대의 취업 방식과 은퇴 설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노후 연금 시장은 이미 중장년 세대뿐 아니라 청년 세대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 정부는 인구 고령화란 인구구조의 변동에 발맞춰 이전과 다른 생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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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감소로 인한 평균 가구원 수 변동도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있다. 국내 평균 가구원 수는 1970년 5.5명에서 2020년에는 2.34명으로 줄었다. 평균 가구원 수와 가구원 수의 분포 변동은 아파트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건축된 대형 아파트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2000년대 대형 아파트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비교해보면 같은 평수에서 방이 5개에서 3개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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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전체 가구 중 4인 이상 가구의 비중은 70.2%를 차지했지만 그 후 계속 줄어 2000년 44.5%, 2020년에는 20.2%로 감소했다. 반면 1인 가구의 비중은 1980년 이후 계속 증가해 2020년 31.7%를 차지한다. 이러한 평균 가구원 수의 감소는 반대로 총가구 수의 증가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총가구 수는 1980년에 약 797만 가구에서 2000년 1440만 가구, 2020년에는 2148만 가구로 증가했다. 실제로 이러한 가구원 수의 변동에 따른 주거 공간의 변화는 주택 개조(remodeling)나 주택 사업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인구 변화 추세를 미리 읽어내지 못한 기업은 관련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 노동인구의 감소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5.7%이다. 하지만 그 비중은 2030년 25.5%, 2040년 34.4%, 2050년 40.1%, 2060년 43.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중위 연령(인구의 50%에 해당하는 연령)도 2020년 43.7세에서 2030년 49.8세, 2040년 54.6세, 2050년 57.9세 2060년 61.2세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 이러한 연령별 인구구조 변동이 뜻하는 바는 현재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상호의존하는 삶의 방식이 노인인구가 적었던 과거는 물론 노인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와도 현저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60∼70년대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성인 자녀(노동인구) 세대가 큰 부담 없이 부양할 수 있는 인구구조 환경이었다. 2022년 현재 노인 인구의 비중은 17.5%지만 그 비중은 향후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일하기를 원하는 65~69세 노인의 비중은 2012년 42.6%에서 2022년 54.7%로 증가했다. 노인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이 감소하는 인구 고령화 현상은 노인의존비(노인 의존 인구/생산 가능 인구)를 증가시켜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을 늘린다. 노인은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 실제 2022년 노인 취업 이유의 절반 이상이 ‘생활비 보탬’이었다. 이제 노인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 역시 60세 이후에도 경력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는 평생 직업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기업은 이러한 인구학적 외부 구조의 변동에 맞도록 채용과 인적자원 활용 전략을 전반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이다.

‘차세대 인구 강국’에 대한 분석

‘인구 절벽’에 대한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경제 성장 목표에서도 이러한 걱정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제활동 연령대인 생산 가능 인구는 경제 성장의 필수적인 요소다.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 비율도 정점을 찍었던 2011년 70%에서 지난해 62%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65세 노인 인구는 2010년 8.1%에서 2022년 14%로 증가했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소비(노인) 인구 증가에 병행해 경제성장률은 2008년 10%에서 2022년 3%로 떨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3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5%로 잡았다. 중국이 언제까지나 최대의 소비 능력을 지닌 글로벌 시장, 값싼 노동력 공급처로 자리할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인구 변동을 섬세히 들여다봐야 향후 전략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세계 각국의 인구구조는 20세기 후반 이후 급격하게 변했다. 미래에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 차원의 교역은 물론 기업들의 비즈니스는 미국과 중국 등 몇몇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인구는 곧 시장 크기다. 세계 각국의 인구는 기업의 마케팅(국제 교역) 전략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외부 환경 요인이다. 세계 각국의 인구 현상과 변동성을 기민하게 읽은 뒤 관계를 맺는 국가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

2020년 현재 중국 인구는 14억4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8.5%를 차지한다. 다음이 인도(13억8000만 명)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가 세계 인구의 36.2%를 차지한다. 3위는 미국 3억3100만 명, 4위는 인도네시아 2억7300만 명, 5위는 파키스탄 2억2100만 명 순이다. 인구수 상위 10개국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세계 인구의 57.8%를 차지한다. 인구 크기가 20위까지인 국가들 인구를 모두 합치면 세계인구의 70.1%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 10대 강국의 구성은 미래에 또 변할 것이다. 2050년이 되면 인도 (16억4000만 명)는 중국(14억200만 명)보다 인구가 2억3800만 명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3위는 나이지리아(4억100만 명), 4위는 미국(3억7900만 명)이 인구 대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3억3800만 명) 5위, 인도네시아(3억3100만 명) 6위, 브라질(2억2900만 명) 7위, 에티오피아(2억500만 명) 8위, 콩고공화국 (1억9400만 명) 9위, 그리고 방글라데시(1억9200만 명) 10위가 될 전망이다.

2050년이 되면 20대 인구 강국 중 선진국의 수는 미국(4위), 러시아(14위), 일본(17위) 3개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17개국은 개도국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의 높은 인구성장률이 반영된 결과 인구 20위 내에 5개국(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콩고공화국, 탄자니아, 케냐)이나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필리핀과 베트남 인구 역시 2020년과 2050년 모두에서 20위권 이내에 있다. 이렇듯 인구 강국 분석은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와 콩고공화국 같은 아프리카 국가도 현재와 미래에 우리나라의 중요한 교역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정보를 준다.

특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인구 강국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인구수 못지않게 인구의 연령 구조에 강점이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진행돼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이 낮은 선진국의 ‘나이 든 인구’와는 대조적으로 개도국 인구 강국은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이 높은 ‘젊은 인구’로 구성돼 있다.

2020년 중위 연령을 보면 인도네시아 29.7세, 파키스탄 22.8세, 방글라데시 27.6세, 필리핀 25.7세, 베트남 32.5세, 나이지리아 18.1세, 에티오피아 19.5세, 콩고공화국 17세이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된 한국(43.7세), 일본(48.4세), 중국(38.4세), 유럽(42.5세)보다 훨씬 낮다. 요컨대 개도국 인구 강국은 향후 경제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 성장은 시장 확대를 뜻한다. 게다가 이들 나라의 젊은 노동력의 이입을 통해서 국내의 부족한 노동력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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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구학의 활용과 일자리 창출

기업은 마케팅과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인구학 분야 중 하나인 ‘비즈니스 인구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인구학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인구학적 개념, 자료 기법들을 적용하는 분과2 ”로 정의된다. 이런 정의는 기존 인구학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기존 인구학에서 출산이나 인구 고령화와 같은 인구학적 현상은 그 자체로 설명돼야 하는 종속변수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구학에서 인구학적 현상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돼야 하는 독립변수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급격한 인구변동 탓에 기업과 정부는 비즈니스 의사결정과 정책 결정을 개인적인 경험이나 직관보다 인구학 자료를 분석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근거해 수립하고 있다.

과학적인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최근 추세는 기업과 개인에게 비즈니스 인구학 관련 일자리들을 새롭게 창출하도록 촉구한다. 선진국에서 비즈니스 인구학 종사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진다. 기업에 고용돼 인구학 자료를 분석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연구자, 기업에서 인구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분석자, 개인 고객이 요청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개인 컨설턴트다.

이들 종사자 중에는 인구학 교육을 따로 받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들의 전공 분야는 매우 다양하며 인구학 지식도 주로 학교보다 일하는 과정에서 습득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비즈니스 인구학 지식과 기법을 통해 다양한 인구학 자료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역량을 키우면 많은 비즈니스 인구학 종사자를 양성할 수 있다. 시장과 정부가 과학적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이를 중시하는 추세가 강화되면 비즈니스 인구학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욱 중요시될 것이다.

비즈니스 인구학은 무엇보다 ‘맞춤형 고객 지향’의 생산과 소비 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시장의 세분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인구·경제적 특성이 유사한 사람들이 근린에 거주한다는 유유상종 법칙에 근거해 시장을 세분화하면 특정 기업이 마케팅에서 주된 표적으로 삼아야 할 고객들을 섬세하게 분류할 수 있다. 최근 지리 정보 체제(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GIS)를 탑재한 센서스는 시장의 세분화 분석을 이전보다 훨씬 쉽게 한다. 연구자는 기업의 고객 정보를 GIS 센서스에 접목해 모집단(population)을 인구·경제적 특성이 유사한 집락(clusters)들로 분류하는 공간 작업, 즉 세분화된 시장을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시장의 세분화 이외에도 비즈니스 인구학은 사업체의 입지 분석, 인적자원 관리와 같이 다양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매우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비즈니스 인구학은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00여 개국에 진출해 있는 초국적 마케팅 리서치 기업인 AC닐슨(Nielsen)의 탄생에 결정적 토대가 됐다. 초국적 기업이 해외에 시장을 개척하거나 공장을 이전하는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릴 때, AC닐슨은 비즈니스 인구학의 개념과 기법을 활용해 대상 국가의 인구학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유용한 시장 정보를 컨설팅한다.3 우리나라도 비즈니스 인구학과 해당 국가의 인구학 자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해외시장을 과학적으로 개척하고 교역 국가를 지금보다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20세기 말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전은 비즈니스 인구학에서 사용될 수 있는 자료들의 생성과 축적 및 방출에 크게 이바지했다. 특히 인터넷 연결망은 세계 각국의 인구학 자료와 정보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 분석 결과는 해외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세계 각국의 인구학 자료는 미국 미네소타대의 IPUMS(Integrated Public Use Micro-data Series)에 접속하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IPUMS은 2022년 4월 현재 세계 103개국의 547개 센서스와 90개국의 300개 이상 인구보건조사(GIS를 탑재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불행히도 대다수 기업이 이러한 세계 각국의 인구학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한 유용한 정보가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특히 인구 강국)의 인구를 연구하는 일은 새로운 시장의 확보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예컨대 IPUMS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하면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각국의 진출에서 필요한 해당 국가의 시장 정보, 특히 노동력과 채용할 인적자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잘 모르는 해당 국가의 가족 문화를 분석함으로써 그들과의 접촉에서 유의해야 할 문화적 측면에 관한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개인도 기업과 유사하게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컨설팅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비즈니스 인구학과 인구학 자료들은 기업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은 단기적 측면에서는 이윤 추구에 연관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기업의 기대 수명 연장에 직결돼야 한다. 현재 인구 변동에 따른 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비즈니스 인구학의 가치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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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향후 전략

향후 인구 고령화 시대, 국가와 기업이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중대한 문제 중 하나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다. 그 해결책의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기대 수명이 크게 향상된 오늘날에는 과거에 비해 65세가 넘어도 젊은이 못지않게 일을 할 수 있는 건강한 노인들이 많다.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면 65~69세 노인은 의존 인구에서 생산 가능 인구로 바뀐다.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이들 노인의 경륜은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해결책은 생산 가능 인구 중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실질적인 생산 가능 인구로 포함시키는 전략이다. 이를테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청장년층의 고용률을 높이는 정부의 정책이다. 이보다 훨씬 중요함에도 소홀히 해왔던 중요한 해결책은 기업의 교육 부문 투자나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그리고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 활용을 통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전략이다. 일인당 생산성이 2배로 향상된다면 이론적으로 의존(노인) 인구가 2배로 늘어나도 현 상태의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정부 정책의 방향은 산업사회에 기반한 것이 대부분이다. 주로 정년 연장과 여성 취업률과 같은 ‘인구의 양(量)’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정보·지식 사회의 4차 산업에서는 인구의 양보다 질(質)에도 함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우리나라 인구의 질의 향상을 위해 향후 인구구조의 변동과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산업의 전 분야에서 산업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생존 전략을 꾀해야 한다.

한 사례로 농업 인구 변동과 기술 혁신 간의 관계를 살펴보자. 농가 인구는 1970년 1442만 명에서 2020년 234만 명으로 감소했다. 2020년 농가 인구는 전체 인구의 4.5%, 농가 수는 103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5%를 차지한다. 농가의 평균 가구원 수는 2.2명이고 중위 연령은 62.4세이다. 이러한 농촌의 인구학적 현상은 기술 혁신과 해외 노동자의 유입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농업이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지방 소멸을 막고 농촌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이민청의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의 질이 아니라 인구의 양으로 농촌의 부족한 노동력을 해결하고자 한다. 한데 농촌 인구의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은 해외 노동자의 유입보다 오히려 농업용 로봇의 도움을 통해 훨씬 잘 극복될 수 있다. 농업용 로봇을 노동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수확 과정과 수확물 이송 작업에 활용함으로써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제조업에서도 생산 라인에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를 꾀하면 부족한 노동력을 메꿈은 물론 더 많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제조업용 로봇 기술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1인당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량과 구매 시기가 반영된 공급 체제를 구축해 제조업과 농업의 생산물을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로봇 기술,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은 선진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초래하는 부족한 노동력을 메꾼다. 또한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자리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농업과 제조업을 포함한 전 세계의 산업 분야에서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산업 지형의 변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산업이다. 플랫폼 사업은 AI와 결합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생산하고, 제공한다. 현재 시장의 판매 체제와 제조업 생산 체제가 ‘대량’ 생산의 소비 체제에서 ‘맞춤형 고객 지향’의 생산과 소비 체제로 변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고객의 변화하는 다양한 요구에 맞춰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의 세분화’를 구획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 이성용 | 한국인구학회 학회장

    필자는 전 강남대 교수이자 2011∼2014년 『한국인구학』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at Madison에서 인구학과양적방법론을 전공했으며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통치와 생존의 인구학―지피지기의 관점』 『잉글랜드에서의 결혼과 사랑』 『학자의 글쓰기』 등을 포함한 10권의 저서와 번역서를 저술했다. 인구와 한국 사회이론, 방법론에 관한 40여 편의 학술 논문을 출판했다.
    sleepop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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