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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동남아의 ‘Gen Z(젠지)’ 마케팅 전략

정치 관심 – 디지털 수용도 매우 높아
기부 늘리면서 지역사회의 친구 돼라

손준하 | 366호 (2023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전체 인구 비중의 약 24%. 한국 내 Z세대보다 비중이 2배나 많은 동남아의 ‘Gen Z(젠지)’는 빠른 경제 성장과 구매력 신장을 바탕으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할 주역이다. 동남아에서 성공을 거두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이들 젠지 공략에 나서야 한다. 동남아 젠지는 뚜렷한 개인의 주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성공 및 행복의 기준을 관계에서 찾을 정도로 공동체를 중시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동남아 젠지의 특징이다. 동남아 젠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때는 개인용, 공동체용으로 파편화된 소셜미디어의 사용 양상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기부 플랫폼, 로컬 브랜드 등과 협업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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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포함한 MZ세대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MZ세대가 하나로 묶여서 해석됐다면 최근에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차이가 더욱 부각되는 듯하다. 주로 80~90년대 중반에 태어나 회사에 먼저 입사한 밀레니얼세대가 요즘 친구들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며 Z세대 흉을 보는 식이다. 밀레니얼세대가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Z세대라는 키워드는 특정 연령 외에도 ‘세대 차이’를 의미한다. 유별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주로 ‘Gen Z(젠지)’라는 키워드를 쓰며 사회적인 의미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변덕이 심한 소비자로 평가된다. 기존 세대가 어떻게 함께 어울려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똑같다.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일 세대 역시 젠지일 것이다. 젠지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 본격적인 소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더 많은 젠지가 늘어나는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 또한 늘려갈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의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까지 빠른 인구 및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진출의 활로로 눈여겨보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젠지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한국과 같이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싱가포르 등을 제외한 동남아 대부분 국가의 인구구조가 인구 연령이 낮을수록 인구가 더 많은, 즉 피라미드 형태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동남아 주요 국가 인구의 24%가량을 젠지가 차지한다. 총 2억 명이 넘는 수다. 그중 20대에 해당하는 인구만 보더라도 1억 명이 넘으며 전체 인구의 약 12%에 달한다. 1 한국 전체 인구 중 Z세대가 절반 수준인 약 12%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동남아에 얼마나 많은 청년 세대가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이처럼 동남아의 빠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소비의 주축이 돼 트렌드를 주도할 세대가 바로 동남아 젠지다.

동남아 젠지가 기성세대들과 다른 대표적 특성 중 하나는 디지털이 기반이 되는 환경에서 나고 자란, 즉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이다. 모바일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살아왔다. 동시에 이전 세대에 비해 더 좋은 교육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다. 이렇게만 들으면 ‘한국의 Z세대와 똑같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Z세대가 공유하는 특징이다. 그러나 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갖고 즐기는 콘텐츠의 내용과 소비하는 제품을 들여다보면 동남아 젠지만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동남아 젠지는 어떤 성향을 가진 소비자일까. 그리고 어떤 마케팅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동남아 젠지의 소비자 성향

1. ‘나’만큼 ‘공동체’도 중요

우리나라나 동남아에서나 젠지에 대해 가진 선입견 중 하나는 ‘개인주의’다. 회사에서도 개인을 더 우선시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뿐만이 아니라 친구 등 사회적 관계에서도 개인의 생각과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동남아 젠지들은 성공의 기준을 본인보다 가족과 친구들 간의 ‘관계’에서 찾는다. 한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 젠지의 3분의 2 이상이 ‘나에게 성공이란 가족과 친구들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2 같은 응답을 한 밀레니얼세대의 비율이 더 낮았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젠지의 83%는 삶의 높은 우선순위로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꼽았다.3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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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계나 규범에 있어서도 선입견과는 다른 생각을 보여준다. 많은 동남아 젠지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본인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준다고 여긴다. 동시에 사회적 규범과 전통을 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젠지의 사고방식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동남아 젠지가 이전 세대에 비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성향의 원인은 젠지와 부모들 간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더 편하고 친구 같은 사이가 돼 가고 있다. 밀레니얼세대 대비 더 많은 동남아 젠지가 부모들과 더 친구 같고 편한 사이로 지내왔다고 말한다.

동남아의 젠지들은 어릴 적부터 각자의 의견과 취향을 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자라왔다. 동시에 다양한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앱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며 자랐다. 해외 문화에 실시간으로 더 많이 노출된 만큼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동남아 젠지가 가진 의견이나 사고방식이 부모들에게 모두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의견들도 더 쉽게 이야기하며 자라온 세대라는 점이다. 동남아의 젠지는 남들과 다른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솔직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 충돌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주제와 사안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갖고 표현하는 것이 사회적인 관계를 무시하거나 규율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앞선 성공에 대한 기준을 묻는 설문에 밀레니얼보다 젠지들이 가족과 친구를 더욱 중시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해 지적을 여러 차례 받다 보니 공적인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오히려 규범에 따른 응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런 생각을 쉽사리 표현하지 못했던 기성세대에게 젠지의 솔직한 표현은 반항과 개인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주제에 대한 고민과 표현이 명확할 뿐 여전히 화합과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남아에서도 일자리에서 서로 다른 여러 세대가 함께 마주하며 많은 충돌이 일어난다. 동남아 젠지 역시 일자리를 고를 때 ‘워라밸’ ‘자아실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 역시 젠지를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하지만 젠지 입장에서는 본인의 삶에 대한 고민 끝에 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뿐이다. 사회적 관계와 규율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회사 대비 내 개인의 삶만 추구하게 된 것이 젠지의 사고방식은 아니다.

실제로는 동남아의 많은 젠지가 커리어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더 긴 시간 업무를 해도 괜찮다는 사람도 많다. 워라밸이 중요하지만 커리어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것은 매우 모순된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젠지가 추구하는 유연한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일 또는 삶, 개인 또는 사회 중에 선택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는 동남아 젠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젠지는 개인과 사회의 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2. 디지털로 뉴스 보는 젠지

사실 디지털은 이제 특정 세대에 국한된 키워드는 아니다. 다만 젠지에게 디지털은 변화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자라온 환경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은 인간관계, 소비, 취미, 학습 등 모든 것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쇼핑, 배달에 필요한 디지털 결제 수단들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더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동남아 젠지 중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본 사람은 채 10%가 되지 않지만 모바일 월렛(우리나라의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50%가 넘는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4 금융이 먼저 안정화되고 모바일 서비스가 정착하기 시작한 한국과는 달리 동남아에서는 금융과 모바일이 함께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즐기는 디지털 콘텐츠가 재미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젠지의 53%가 주기적으로 정치 뉴스를 본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에선 MZ세대의 67%가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하며, 그 주된 이유로 정치적 편파성과 정치 뉴스에 대한 피로감이꼽힌다는 점과는 매우 대비된다.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를 찾을 때에도 본인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대상을 찾기도 한다. 재미만 있어도 좋아할 수 있지만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할 때 더욱 큰 심리적 유대와 신뢰를 느낀다. 이는 한국에 비해 많은 동남아 국가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태국에선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MZ세대의 정치의식이 크게 성장했으며 올해 5월 예정된 선거에서도 학생 운동 세력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유사하게 2021년 미얀마에서도 쿠데타 이후 군부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시민 저항 운동에서 청년세대가 크게 활약하며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한국에 비해 아직까진 영상보단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콘텐츠 유통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수용하는 데 있어서도 동남아 젠지는 다른 나라를 앞선다. 특히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단기간에 모바일을 중심으로 경제가 급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대한 진입장벽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이미 익숙한 방식이 자리 잡지 않은 백지장 같은 상태이기에 여러 새로운 기술을 몸소 시도해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동남아는 가상화폐와 NFT 기술을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해 본 지역이다. NFT가 적용된 P2E(Play to Earn, 수익 창출형) 게임은 필리핀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활황을 이루기도 했다. 게임을 플레이해 캐릭터의 몸값을 불리고 해당 캐릭터의 NFT를 판매하는 식이다. 이러한 게임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에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게임에 뛰어든 것이다. 잘하면 현지 임금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을 올릴 수도 있어서 이들에게는 진정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가상 경제의 장이 펼쳐진 셈이었다.

동남아 젠지 공략을 위한 마케팅

동남아 시장의 마케팅을 단순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시장들에 비해 좀 더 단순한 디자인과 가격 중심의 마케팅을 쉽게 떠올리는 듯하다. 이 같은 접근이 매번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동남아 젠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1. 페이스북은 가족이 함께, 인스타그램은 가족용·친구용 따로

동남아 젠지 소비자를 인터뷰할 때 평소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는지 묻곤 한다. 대부분은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을 처음 접한다고 답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이 꼽는 것은 소셜미디어다. 한국에서는 Z세대의 여가 활동에 TV 시청은 최하위권5 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 반면 동남아 젠지는 여전히 TV를 많이 시청한다. 하지만 광고에 있어서는 TV에 비해 소셜미디어를 더 신뢰하는 채널로 여기는 편이다. 소셜미디어의 콘텐츠가 덜 상업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만큼 소셜미디어는 동남아 시장에 새롭게 진출할 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필수 마케팅 채널이다. 소셜미디어 간 사용량은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페이스북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인스타그램이 많이 사용된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은 필수적이지만 진출한 국가에 따라 현지 상황에 맞는 미디어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소셜미디어별로 서로 다른 사용 목적을 참고해야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 간의 차이점은 어떤 콘텐츠가 주로 소비되고 동시에 누구와 함께 사용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은 가장 많은 사람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미디어다. 페이스북의 특징은 ‘가족’들과 함께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지인들까지 함께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자기 일상을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는 대부분의 한국 Z세대들이 들으면 눈이 휘둥그레질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동남아 젠지들이 가족, 지인들과 함께 사용하는 페이스북에 개인의 일상이나 솔직한 생각과 취향까지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은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에 가깝다. 서로의 소식보다는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이다. 개인의 일상을 적극 공유하고 평소 본인의 취향에 맞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탐색한다. 인스타그램에도 가족이나 친하지 않은 지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계정을 만들어 활용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젠지는 여러 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한다. 예를 들면, 가장 친한 친구들만 서로 팔로우하는 계정에서는 모든 일상을 공유한다. 다른 계정은 그보다 더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소비하려고 만들기도 한다. 이 계정의 피드에 업로드되는 모든 콘텐츠는 평소 본인의 관심사에 관련된 것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가족이나 지인들 모두와 서로 팔로우하는 공적인 목적의 계정을 만들기도 한다.

2. 기부하는 젠지… 지역사회와 상생하라

해외 브랜드가 가장 쉽게 동남아 젠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현지 친화적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다. 흔히 현지화(Localized) 마케팅은 디자인, 광고 소재와 문안 등을 지역 트렌드나 문맥에 맞춰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현지 친화적 마케팅은 국가별로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에 관심이 높은 동남아 젠지들이 사회와 지역에 도움을 주는 브랜드에 더 많은 호감을 가질 뿐 아니라 더 많은 소비 의사를 보인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동남아 젠지들이 ‘가치 소비’를 중시한다는 조사 결과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적 문제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는 브랜드에 더 호감을 가지고 더 많은 지불 의사를 가진다는 내용이다.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이들이 사회 문제해결을 위해 돈을 쓰는 방식은 임팩트를 표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수준 이상이다. 동남아 여러 국가는 기부 문화가 많이 발달한 편이다. 세계에서 기부 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로 인도네시아가 꼽히고, 태국과 필리핀 역시 상위권에 속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실제로 기부가 일상에 가깝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기부가 늘 정도로 인도네시아인들은 기부에 진심이다. 인도네시아의 기부 문화는 종교적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 중 87%가 무슬림이며 이들은 신의 축복을 받기 위해, 또는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사원의 모금함이나 종교 재단에 주로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의 전통인 ‘고통 로용(Gotong Royong)’, 즉 ‘고통을 함께 어깨에 진다’는 문화 역시 인도네시아인들이 기부에 몰입하게 한다. 6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의 젠지 역시 소비 수준에 따라 적게는 2%에서 많게는 4% 이상 매달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 문화가 발달한 만큼 인도네시아에는 다양한 기부 플랫폼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키타비사(KitaBisa)’는 브랜드와 공동으로 기부 캠페인을 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작년 유니레버의 비누 브랜드 라이프보이(Lifebuoy)는 키타비사와 함께 항암 투병을 하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로컬 브랜드, 지역 유산, 특산물 등을 활용하는 것 역시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 중 하나다. 예를 들면, 동남아 젠지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각 국가나 사는 지역에서 나온 재료를 사용한 제품에 더 높은 구매 의사를 밝힌다.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방법이다. 일부 신생 로컬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해서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처럼 비춰진다. 로컬 브랜드와 공동 성장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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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정성 있는 인플루언서 탐색

동남아 젠지에게 최근 떠오르는 마케팅 트렌드를 꼽으라고 하면 누구도 빼놓지 않고 ‘인플루언서’를 언급할 것이다. 젠지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더 큰 신뢰를 느끼고 있다. 그만큼 많은 브랜드가 이미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선택할 때는 양보다는 질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우선 활용해야 한다. 팔로워들이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인지하고, 왜 좋아하는지, 자주 언급되는 댓글은 무엇인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와 제품이 인플루언서 개인에게도 충분히 어필되고 그 품질이 실제로 만족할 만할 때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틱톡 인플루언서 ‘캐스 할림(Cath Halim)’은 평소 다양한 화장품이나 패션 제품 등을 소개한다. 팔로워 수는 약 1만2000명 정도 수준으로 사실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팔로워들은 그에게 높은 충성심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제품을 소개할 때 소위 ‘솔직 후기’를 남긴다.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모두 전달한다. 본인의 일상을 소개할 때도 멋지고 좋은 모습뿐만 아니라 아파서 힘들었던 모습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그녀와 소통해온 팔로워들은 그녀에게 충분한 신뢰를 가진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자아와 가치관을 반영해주는 것처럼 어느 정도 본인과 동일시해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스스로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협찬한다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거나 좋은 판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이 광고에 많이 노출되는 만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가 홍보했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광고인 것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는 인플루언서의 홍보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할지라도 구매를 하게 된 사용자들은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며 일정 기간 유대와 신뢰를 다져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손준하 | 아이오비 대표

    필자는 구글에서 모바일 스타트업들의 국내외 마케팅 컨설팅을 담당해왔다. 이후 스타트업에서 K-POP 서비스, 모바일 게임의 해외 마케팅을 진행했다. 다양한 해외 마케팅 사례를 통해 동남아, 인도 시장의 성장 기회와 동시에 부족한 시장 정보로 인한 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아이오비 매거진을 창간했다. 아이오비 매거진은 동남아, 인도 시장의 소비자, 기업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는 웹진이다.
    junha@iob.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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