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예능 프로그램 ‘금쪽’ 시리즈에는 사례 기반 스토리텔링이 녹아 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방송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된다. 원인과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재의 상황(As-is)에서 개선된 상황(To-be)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 중심 스토리텔링, 문제-해결 과정-해결에 이르는 문제 기반 스토리텔링도 주효하다. 부정적인 문제가 주는 자극이 강렬하고 점차 무뎌지는 만큼 제작진은 이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며 시청자들 역시 방송에서 문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금쪽이거나, 금쪽이었거나
‘○○린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주식을 막 시작한 사람을 지칭하는 ‘주린이’,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헬린이’ 등 다양한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를 이를 때 사용된다. 어린이의 미숙함을 낮잡아 보는 혐오적 표현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서툴고 어색한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달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스스로 밥을 먹고, 신발을 신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이 모든 일상의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별일이고 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잊는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고,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다는 것을.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육아법을 코칭하는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연령층을 넘어 10대, 20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금쪽이에게서 상처 입고 위로받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받는 기분을 느낀다. 혹은 그 시절의 부모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금쪽이가 겪는 문제는 부모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문제 상황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이번 화는 엄마가 금쪽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우리는 금쪽이거나 금쪽이었다. ‘어른의 생’은 어느덧 어른이 된 금쪽이에게도 처음이기에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 예능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히 금쪽이 신드롬, 국민 멘토 오은영이라 부를 만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 뒤에는 어떤 키워드들이 있는가.
사례 기반 스토리텔링 오래된 미래,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사회의 구성원을 길러내는 육아는 오롯이 개인이나 가정의 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비단 육아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개인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들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했다면 인류는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겪은 다양한 문제와 그 대응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해결의 방법들을 차곡차곡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공동체 단위에서 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시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