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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수출 효자 산업으로 부상한 ‘K-방산’ 경쟁력

뛰어난 성능-가성비로 틈새시장 공략
동남아-중동 찍고 유럽 향해 진격 앞으로

장재웅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액이 올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방산 시장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폴란드를 상대로 한 K-2 전차 980대(현대로템), K-9 자주포 670문(한화디펜스), FA-50 경공격기 48대(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납품 기본 계약 체결은 한국 방산업계에 기념비적인 역사가 될 전망이다. 과거 중동, 동남아시아 위주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유럽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방산 선진국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을 통해 방산을 전략 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밝히면서 미래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2022년은 K-방산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방산 수출 빅 4 진입을 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연말까지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무기 수출 계약에 성공할 경우 올해 방산 수출액은 200억 달러(약 28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액 최고 기록인 72억 달러(약 10조 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실제로 2022년 들어 K-방산이 일궈낸 성과는 놀랍다. 올 상반기에만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대의 천궁-Ⅱ 방공 미사일, 이집트와 2조 원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각각 따냈다. 특히 지난 7월 폴란드가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 1600대 이상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잭팟’이 터졌다. 폴란드는 이어 지난 10월 K239 천무 다연장로켓 288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산 무기 체계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연말까지 호주 레드백 장갑차(50억∼75억 달러 규모), 말레이시아 FA-50 경공격기(7억 달러), 이집트 K-2전차(10억∼20억 달러) 등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사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일부 수출 건만 성사돼도 200억 달러 수출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군비 통제와 관련, 가장 권위가 높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방산 시장은 2020년 기준 5310억 달러 규모다. 방산 수출 5대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이 전체의 78.1%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한국은 점유율 2.8%로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2022년과 같은 성과가 지속된다면 ‘방산 4대 강국’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 방위 산업의 수출 규모는 2017년 이후 5년간 177%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산 무기 체계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세계 각국이 한국 방산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국제 방산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뛰어난 성능과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K-방산의 성공 비결을 DBR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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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양산품에서 최고 품질의
가성비 제품으로

국내 방위산업은 미국의 닉슨 독트린과 베트남 공산화 소용돌이 속에서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태동했다. 1971년 11월9일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추진된 ‘번개사업’에 의해 소총, 기관총, 60㎜ 박격포를 국산화했다. 이어 1972년 4월 을지연습 때 후방사단의 화력장비를 보강하기 위해 4.2인치 박격포, 105㎜ 견인곡사포의 국산화가 지시됐다. 또한 K1 전차 등 한국형 전차 개발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다. 당시만 해도 이들 무기 개발은 견본 장비를 획득한 후 이를 역설계하거나 장비의 기술자료(TDP)를 미국으로부터 도입, 한국화하는 과정을 거쳐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전형적인 ‘모방 개발 방식’에 의해 이뤄졌다. 그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무기 체계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이었다.

변화의 계기를 만든 건 1984년 개발한 한국형 전투장갑차 ‘K-200’와 1986년 개발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간 국산 탄도미사일 ‘현무’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다. K-200의 경우 1993년부터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동남아 등에 수출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의 무기 체계는 2000년대 산•학•연 협력을 확대하면서 정밀 무기 체계의 독자적 개발에 주력했다. 국방과학연구원이 중심이 돼 개발 과제를 정하면 대기업 방산 계열사와 대학교 등이 붙어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명품 대우를 받는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나 한화디펜스의 155㎜ 신형 자주포 K-9, LIG넥스원의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등 첨단 고도 정밀 무기들이 이때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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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무기 체계가 이처럼 짧은 시간에 저가 양산품에서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은 북한과 여전히 휴전 상태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연간 50조 원 이상의 국방비를 쓴다. 그 결과 한국의 군사력은 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1 여기에 한국군은 60만 명가량의 상비군 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무기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내수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관련 인력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또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산 무기들에 성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가 됐다. 한국군은 구매한 무기를 현장에서 테스트하면서 그 결과를 방산 업체에 전달해 품질과 기술 발전을 끊임없이 촉진했고, 대량 발주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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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한국 방산업계의 특이한 점은 미국 등 방산 선진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무기 체계 개발 및 제조에 특화된 기업인 반면 한국 방산 업체들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된 민간 기업으로 방산 제품 외 다른 제조업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방산 업계가 초기 정부 주도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박정희 정권은 당시 재벌 기업들에 방위산업 육성을 지시했고 그 결과 현대정공(현대로템), 기아기공(현대위아), 대한중기(세아베스틸), 통일중공업(S&T중공업), 대우중공업(한화디펜스) 등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회사는 대부분 무기 체계 개발 및 양산 외 중공업 비즈니스를 영위했는데 그 결과 시장 경쟁이 체질화되면서 납기, 원가, 품질 등 제조업의 핵심 요소들이 방산에도 반영돼 현재 같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대기업 집단에 소속돼 있기에 수익성이 낮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해나갈 수 있었고 다른 계열사와 협업이나 기술 제휴를 통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산 무기 체계의 기술 수준과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중동, 동남아에서 레퍼런스를 쌓아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다. 2022년 한국의 국방비는 54조6112억 원이다. 이 중 16조6917억 원이 방위력 개선비고 37조9195억 원이 전력 운영비다. 국방비는 크게 신규 전력 확보를 위한 방위력 개선비와 현 전력을 유지 운영하기 위한 전력 운영비로 나뉜다. 여기서 방위력 개선비는 주로 무기 체계 연구개발(R&D) 및 구매에 활용된다. 다시 말해, 방위력 개선비를 국내 방산 업체들이 나눠 먹는 구조다. 그래서 방산 업체들이 내수만으로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방위력 개선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전체 국방비에서 방위력 개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22년의 경우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재검토, 대형기동헬기-II, 특수전 지원함 등 개발 예산이 줄며 방위력 개선비 자체가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 방산 업체들로 하여금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했다. 이 때문에 일찍부터 국내 방산 기업들은 해외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의 무기 체계 수출은 앞서 설명한 대로 K-200 장갑차가 1993년 말레이시아에 수출되며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수출은 2000년대 들어 이뤄졌다. 특히 K-9 자주포가 2001년 터키에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술 이전 방식의 수출이 본격화됐고 2007년을 넘어서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기본 훈련기 KT-1이 터키,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되며 무기 체계 수출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2011년부터는 대우조선해양 등이 개발한 잠수함과 군함이 인도네시아와 영국, 노르웨이 등에 수출되면서 중동,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수출 시장 확대에 성공했다.

2017년부터는 전체 무기 체계 수출액 중 완성 무기 체계 비중이 70%를 넘어서며 K-방산이 글로벌 방산 시장의 유력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2 2021년에는 방산 수출액이 70억 달러를 넘어서며 처음으로 수출액이 수입액을 넘어서기도 한다. 특히 2020년부터는 호주와 미국 등 선진국이 한국산 무기 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원년이기도 하다. 실제 2020년 현대위아는 영국 BAE 시스템과 손잡고 약 1200억 원 규모의 함포 부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첫 미국 수출에 성공했다. 이 수출건은 절충 교역 사전 가치축적제도3 가 실제 방산 계약으로 실현된 최초 사례이자 국내 방산 업체가 방산 초강대국 미국 수출에 성공한 최초 사례다. 또한 한화디펜스의 경우 2021년 12월 호주획득관리단(CASG)과 K-9 자주포 30문 등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호주에 주요 무기 체계 수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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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체계 도입은 한 나라의 안보와 직결된다. 또한 무기 체계는 대부분 엄청난 고가의 제품들이다. K-방산 수출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K-9 자주포 한 대 가격은 70억 원을 넘는다. 최근 폴란드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FA-50(초음속 훈련기 T-50의 전투 공격용 버전)의 경우 대당 4000만 달러(약 567억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무기 체계 수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꾸준히 전장에서 성능을 증명해야 하고 레퍼런스를 쌓아야만 가능하다. 한국산 무기 체계는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점이 있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 그 성능을 입증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디펜스 K-9 자주포의 경우 2010년 10월 연평도 포격전에서 맹활약했다. 기습 상황에서도 K-9 3문이 총 80발을 발사했다. 당시 K-104 도 없는 상황이라 장병들은 손으로 탄을 옮기며 사격해야 했다. 이 공격만으로 북한군 포병 진지는 초토화됐다. 그리고 실전에서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한국산 무기 체계는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그 결과, 2022년 6월 기준으로 K-9 자주포는 한국군을 포함해 전 세계 7개 나라에서 1700여 문이 운용되고 있다. 이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조사 기준, 2000년 이후 글로벌 자주포 수출 시장(궤도형, 차륜형 포함)의 52%를 차지(2022년 폴란드 계약 물량 제외)하는 것으로 경쟁 제품인 독일의 PZH 2000(12%)과 프랑스의 CAESAR(17%) 등을 압도한다.

폴란드 잭팟으로 본 K-방산의 경쟁력

K-방산 르네상스의 정점을 찍은 사건은 지난 7월 폴란드 수출 계약 건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27일 폴란드 국방부와 K-2 전차 980대(18조 원), K-9 자주포 670문(4조 원), FA-50 경공격기 48대(3조8000억 원) 납품 등에 대한 기본 계약을 맺었다. 총사업 규모 26조 원, 지원 차량이나 탄약 등을 포함하면 약 40조 원의 초대형 계약이다. 탄약 운반 장갑차를 비롯한 중장기 지원 물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40조 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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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수출이 우리 방산 업계에 상징적인 사건인 이유는 단순히 수출 계약 규모가 커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동안 동남아시아나 중동 등에 편중되던 국내 방산 업체의 수출 실적이 유럽으로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2020년부터 미국, 호주 등에 무기 체계 수출을 한 사례가 있지만 폴란드 수출 건의 경우 무기 체계의 종류와 규모 면에서 월등하다. 그렇다면 유럽 국가로 세계적 무기 체계 수출국인 독일과도 가깝고 NATO 회원국이기도 한 폴란드는 왜 한국산 무기 체계를 선택한 것일까.

폴란드 수출 성공 사례는 K-방산이 가진 독특한 위상을 보여준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지척에 있는 나토 최전선에 위치한 나라다. 만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폴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직접 맞대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래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개전 초기 전차 400대 중 200대를 비롯해 자주포, 다연장 로켓, 장갑차 등 자국의 구식 소련제 무기를 전부 우크라이나로 보내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국 안보에 구멍이 뚫렸고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최첨단 서구 무기 체계 도입을 추진한다. 마침 나토로부터 2조 원의 예산까지 지원받아 국방 현대화를 본격 진행하게 된다. 초기에는 폴란드 역시 미국이나 독일제 무기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일의 경우 폴란드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빠르게 우크라이나의 안보 공백을 메울 수 있어 최우선으로 검토 대상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폴란드가 필요한 무기 체계가 워낙 대규모다 보니 독일의 방산 기업들이 폴란드가 원하는 납기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폴란드는 전차 및 자주포 등 포병 전력화를 원했지만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방산 기업들은 냉전 종식 이후 전차나 자주포 등의 재래 무기 생산을 대폭 줄였다. 현대전에서는 포병보다는 공군 전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이 1991년 이라크 걸프전 이후 확산됐기 때문.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다시금 전차와 자주포, 다연장로켓미사일 등을 활용한 지상전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폴란드는 포병 전력 강화를 우선시하게 된다.5 결국 시간에 쫓긴 폴란드는 대안을 검토하게 되는데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한국의 방산 기업들이었다.

북한과 휴전 상태에 있는 한국은 현재도 육군에서 1000대가 넘는 전차와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고, 개발과 생산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군이 꾸준히 전차와 자주포를 발주하고 전장에서 활용하다 보니 각 무기 체계별 생산 라인이 잘 갖춰져 있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가격 경쟁력 또한 확보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산 업계에 따르면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통상 1년 안팎이다. 유럽 국가들은 냉전 후 평화배당금으로 신규 무기 개발과 양산이 더딘 상황으로 독일에서 레오파르드2 전차를 50대 주문하면 인도까지 5년이 걸린다. 그러나 K-2 전차는 3년간 180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FA-50도 당장 올해 내에 12대가 인도된다. 이렇게 빠른 납품 일정에 더해 기술 이전과 현지 면허 생산까지 지원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 대 단위로 전차 등을 양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기본적으로 한국의 방산 업체들은 다른 나라와 달리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요를 발판으로 생산 라인을 유지하고 이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납기를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폴란드 계약건의 경우 국내 방산 업체들은 계약 후 3개월 만에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대를 폴란드로 보냈다. 이는 방산 업계 특성상 불가능한 일이다. 무기 체계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재고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 국방 예산과 발주 계획에 맞춰 방산 업계가 딱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방산 업체들은 어떻게 이렇게 빠른 대응이 가능할까. 재고도 없는 무기를 3개월 만에 ‘긴급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육군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었던 무기를 수출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와 방산 업계가 무기 체계 수출에 힘을 합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폴란드가 한국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기술 이전에 있다. 폴란드는 단순히 한국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도 함께 이전받아 자국 방산 기술을 키우겠다는 구상을 펼치고 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은 폴란드 현지에 공장을 건설해 2026년부터 물량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 이전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래서 일부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 성사에는 한국의 지리적 이점도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국과 폴란드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완제품 수입이 어려운 것이 오히려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만약 폴란드가 독일의 PzH2000을 선택했다면 기차로 자주포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거리기 때문에 완제품을 수입하게 돼 기술 이전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양 부연구위원은 “계약한 모든 물량을 한국이 생산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 이전은 무기 체계 수출의 좋은 수출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향후 기술 이전을 통해 생산된 폴란드산 K-9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K-9의 경쟁 상대가 되지 않도록 폴란드산 K-9 판매 수익을 나누거나 개런티를 받는 등의 조건을 계약 단계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출 전략을 짤 때부터 결국 대형 수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일정 수량 이상은 현지 생산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국가가 자체 국방력 증진을 위해 기술 이전을 원한다. 결국 나중에는 우리가 기술 이전을 해준 제품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시간이 올 수도 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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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등과 한판 승부도 준비 중

한국산 무기 체계의 폴란드 입성이 한국 무기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산 무기 체계가 글로벌 무기 체계 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방산 선진국을 뚫어야 한다. 과거 일부 수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완제품 등의 수출 실적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방산 업계 사이에선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로벌 방산 업체들과의 협업이다. 노르웨이는 올해 연말까지 노후 전차를 대체할 차기 전차를 선정할 계획이다. 총 17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독일 KMW의 레오파드 전차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9월 노르웨이 최대 방산 업체 콩스버그(Kongsberg Defence & Aerospace AS)와 방산 협력합의서를 체결해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양사는 원격 무장 장치, 디지털 통합 시스템 등 콩스버그 제품을 K-2 전차, K808 차륜형장갑차 등 현대로템의 지상 무기 체계 플랫폼에 적용해 판매하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한화디펜스는 글로벌 방산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영국 기동화력체계(MFP, Mobile Fires Platform)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UK, 수시 디펜스(Soucy Defence), 피어슨 엔지니어링(Peerson Engineering), 레오나르도(Leonardo), 호스트만 디펜스(Horstman Defence) 등의 업체와 ‘팀썬더’를 구성해 영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는 ‘육군형 보병전투차 도입(LAND400Phase3) 사업’을 놓고 독일 방산 업체 라인메탈과 경쟁하고 있다. 한화는 이 사업을 위해 레드백 보병전투차(AS-21)를 개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S-21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호주 육군이 주관한 최종 시험 평가에서 방호력과 기동성, 화력 등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호주 육군이 이미 K-9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같은 파워팩을 공유하는 AS-21이 현지 생산에 유리한 것도 AS-21에는 호재다. AS-21이 이 사업에 최종 선정되면 호주에 400대의 보병전투차를 공급하게 된다. 장비 도입에만 5조 원, 향후 30년간 유지 비용을 합산하면 10조 원 규모의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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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산 수출 빅 4 진입을 위해
정부 역할 중요

방위산업은 전형적인 G2G(Government to Government) 비즈니스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산업 특성상 정부가 내수 시장 수요를 독점하고 있고 국방 예산 및 군 운용 계획에 따라 시장 규모와 성장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정이 바뀌거나 계획이 전면 수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정부의 힘이 세고 방산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의사 결정 권한 등 사업을 영위하는 데 권한이 별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방산 업체들이 매년 각종 해외 무기 전시회 등에 참석해 자사의 무기 체계를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하긴 하지만 결국 수출은 정부와 정부 간 계약에 의해 이뤄진다. 구매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양측 정부가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이 이행 약정을 맺어 수출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중간에서 다리를 놔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특성 때문에 K-방산이 오랜만에 찾아온 호시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과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정부의 방산 수출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방산수출 빅4 진입을 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 지원 제도를 총 13개 분야로 나눠 선진국 제도와 비교한 결과 8개 분야에서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소극적인 정부 간 수출 계약(G to G) 제도 운용 ▲‘패키지 딜’의 다양성 부족 ▲방산 수출 금융 지원 미흡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종류는 다르지만 정부가 주도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결국 K-방산 르네상스를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주도해 기회를 열어주고 관련 지원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는 방산 수출 지원 체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방산 수출은 국방부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나 외교부 여러 부처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이처럼 많은 부처와 이해관계가 중첩되기 때문에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부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한국의 무기를 사 가는 다수의 수입국이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등을 요구하는 절충 교역을 원하고 있다. 양 부연구위원은 “결국 방산 비즈니스는 설계를 잘해야 하는데 현재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방위사업청은 사실 사업을 관리하는 목적이 큰 기관”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방위산업을 총괄하고 그림을 그릴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방산 수출 기업에 대한 수출금융 지원제도가 부족한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수출 신용보증 외에도 대외군사재정 프로그램(FMFP) 등을 통해 방산 수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선별적으로 저리•장기 방산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또한 인수합병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톱10 방산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은 국내 방산 업계 전체를 봤을 때도 유의미한 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기업 간 인수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통합화를 추구하는 것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방산 생태계 체질 개선과 함께 방산 업체 간 자율적인 대형화 및 통합화를 장려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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