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액이 올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방산 시장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폴란드를 상대로 한 K-2 전차 980대(현대로템), K-9 자주포 670문(한화디펜스), FA-50 경공격기 48대(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납품 기본 계약 체결은 한국 방산업계에 기념비적인 역사가 될 전망이다. 과거 중동, 동남아시아 위주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유럽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방산 선진국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을 통해 방산을 전략 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밝히면서 미래 전망은 더욱 밝아졌다.
2022년은 K-방산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방산 수출 빅 4 진입을 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연말까지 호주, 말레이시아 등과 무기 수출 계약에 성공할 경우 올해 방산 수출액은 200억 달러(약 28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출액 최고 기록인 72억 달러(약 10조 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실제로 2022년 들어 K-방산이 일궈낸 성과는 놀랍다. 올 상반기에만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 원대의 천궁-Ⅱ 방공 미사일, 이집트와 2조 원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각각 따냈다. 특히 지난 7월 폴란드가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 1600대 이상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잭팟’이 터졌다. 폴란드는 이어 지난 10월 K239 천무 다연장로켓 288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산 무기 체계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연말까지 호주 레드백 장갑차(50억∼75억 달러 규모), 말레이시아 FA-50 경공격기(7억 달러), 이집트 K-2전차(10억∼20억 달러) 등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사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일부 수출 건만 성사돼도 200억 달러 수출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군비 통제와 관련, 가장 권위가 높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방산 시장은 2020년 기준 5310억 달러 규모다. 방산 수출 5대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이 전체의 78.1%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한국은 점유율 2.8%로 세계 8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2022년과 같은 성과가 지속된다면 ‘방산 4대 강국’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실제 우리나라 방위 산업의 수출 규모는 2017년 이후 5년간 177%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산 무기 체계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넘어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면서 세계 각국이 한국 방산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국제 방산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뛰어난 성능과 압도적인 가성비를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K-방산의 성공 비결을 DBR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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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위산업은 미국의 닉슨 독트린과 베트남 공산화 소용돌이 속에서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태동했다. 1971년 11월9일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추진된 ‘번개사업’에 의해 소총, 기관총, 60㎜ 박격포를 국산화했다. 이어 1972년 4월 을지연습 때 후방사단의 화력장비를 보강하기 위해 4.2인치 박격포, 105㎜ 견인곡사포의 국산화가 지시됐다. 또한 K1 전차 등 한국형 전차 개발이 시작된 것도 이즈음이다. 당시만 해도 이들 무기 개발은 견본 장비를 획득한 후 이를 역설계하거나 장비의 기술자료(TDP)를 미국으로부터 도입, 한국화하는 과정을 거쳐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전형적인 ‘모방 개발 방식’에 의해 이뤄졌다. 그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무기 체계에 대한 인식은 낮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