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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스타트업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플라스틱의 ‘안정성’이라는 양날의 칼
대체냐 재활용이냐, 기술 전쟁 막 올라

이동헌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플라스틱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안정성’이다. 인류는 이 안정성이라는 성질에 열광해 플라스틱 사용을 폭발적으로 늘려왔지만 수명이 길고 잘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폐기물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대량 폐기물을 양산하는 플라스틱의 ‘원료 채취-합성-사용-폐기’ 흐름은 산업화 시대 ‘선형경제(linear economy)’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석유 원료 플라스틱을 바이오 원료 플라스틱이나 종이 등으로 대체하거나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등 스타트업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플라스틱의 짧은 역사

역사는 인류 문명을 그 시대가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도구를 기준으로 정의 내린다. 돌을 사용한 시대는 석기시대, 청동기를 사용한 시대는 청동기시대, 철을 사용한 시대는 철기시대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이후는 플라스틱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 환경문제는 이제 해묵은 논쟁의 대상을 넘어서 무조건 해결해야 할 대상이 됐다. 미국 해양보호협회(SEA) 등 합동 연구팀이 2020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쓰레기의 24.3%가 플라스틱이었다. 이는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 상위 20개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더욱이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도 한국(88㎏)이 미국(105㎏)과 영국(99㎏)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더욱 늘어난 현재 시점에서 이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고분자다.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듯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되고 식히면 다시 굳어진다. 이는 인류가 열광한 플라스틱 고유의 성질이다. 임의의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가볍고 단단한 데다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나무와 금속보다 편리하고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플라스틱 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재는 PE(폴리에틸렌)와 PP(폴리프로필렌)다. PE는 밀도에 따라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로 나뉜다. 각각 조금씩 다른 강도, 연성, 녹는점 등 물성의 차이로 인해 용도가 갈린다. 플라스틱 사용이 빠르게 늘어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저밀도 PE는 영국군의 레이더 케이블 피복 절연체로 사용됐고,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는 미국에서 군용 자동차 타이어에 사용됐다. 이를 계기로 가볍고 단단하고 저렴한 플라스틱의 물성이 눈길을 끌면서 그 인기가 산업계로 번져 나갔다. 실제로 산업계에서는 기존 제품의 재질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바꾸고 종이, 유리, 금속, 나무를 대체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플라스틱 시대의 개막이었다.

플라스틱의 원료가 석유다 보니 석유 원료에 기반을 둔 플라스틱 합성법은 전 세계 석유 채굴량과 사용량 증가와 더불어 발전했다. 기술과 문명이 발전할수록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플라스틱이 합성됐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합성법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1950년 200만 t에서 2015년 3억8000만 t으로 65년 만에 190배가 됐다. 같은 기간 세계 인구가 24억 명에서 74억 명으로 3배가 된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량이다. 자연히 사용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이 증가하면서 환경문제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한 원료 채취, 합성, 사용, 폐기로의 흐름은 빠른 산업화 시대를 설명하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의 대표 격으로 떠올랐다. 대량 생산 설비가 개발되며 실현된 산업화의 산물이 대량 폐기물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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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현주소

앞서 언급했듯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이 석유에서 나오고 식물성 원료로 생산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생산된 플라스틱의 40%는 포장재로 사용된다. 1 그런데 이 포장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더 증가하는 추세다. 플라스틱은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기에 소비 패턴 변화 등 사회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외식과 회식이 줄고 포장 배달 음식 시장이 커진데다 집에서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데워 먹을 만한 가정 간편 식품(HMR, Home Meal Replacement) 판매량도 올라갔다. 일회용 마스크는 개인별로 거의 매일 한 장씩 사용하고 배출된다. 이 모든 변화는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와 직결된다. 환경부 발표를 봐도 2019년 1월부터 7개월간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741t이었는데 2020년 같은 기간의 배출량은 855t으로 약 15% 증가했다. 이렇게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의 약 79%는 땅속에 매립되거나 해양으로 유입된다. 아파트나 공공 주택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을 분리 배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높지 않다.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중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40% 수준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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